제주한달(100) 사려니숲(끝)

작성일
2021-11-2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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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한달(100) [30일(추가6일)째 : 2021년 11월 14일]


사려니숲,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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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목적지인 사려니숲에 도착했다. 이제 웬만한 곳은 다 둘러본 셈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고요한 숲길을 걸으면서 제주도의 삼나무 기운을 듬뿍 받고 집에 가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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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입구에는 따로 주차장이 없고 길가가 모두 주차장이었다. 사전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냥 무턱대고 사려니숲을 검색하고 찾아가면 주차하는데 애를 먹는다는 정보가 있어서 선험자의 가르침을 받아들여서 붉은오름의 입구를 찾았다. 새벽에 잠이 깼을 적에는 열심히 뒤적거리면 괜한 고생을 면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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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요깃거리를 파는 간이 포차도 있었다. 다만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난 다음이라서 특별히 무엇을 먹어야 할 필요는 못 느꼈는지라 입구를 향해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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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사려니숲길이라니 이름이 맘에 든다. 느낌으로는 사려(思慮)라는 의미가 떠올라서이다. 생각하면서 조용히 걷기에 좋은 숲이라는 느낌으로 해석을 했다. 맞는지는 또 설명서를 봐야지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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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햇살을 받아서 안내판이 방광을 한다. 물론 카메라는 이러한 상태를 가장 싫어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잘라내고 보정해서 읽을 수가 있도록 만드는 것이 낭월이 컴퓨터에서 할 일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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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인공조명을 쓰면 이러한 수고를 하지 않고서도 원하는 그림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야 안다. 그렇지만 짐이 보통이 아닌 고로 애초에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여행객의 짐은 단출할수록 좋을 따름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장비로 얻은 결과물을 어느 정도 보정이 허용하는 만큼만 손봐서 이해하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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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구역을 다 돌 필요도 없다. 잠시 사려니숲길에 대해서 느낌만 받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물찻오름에 대해서 관심을 뒀지만 여기는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오를 수가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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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물찻오름의 제한이 풀리면 그때 가보면 될 일이다. 억지로 되는 일은 없기도 하지만 , 그렇게 무리해 봐야 부작용만 발생할 따름이다. 말하자면 몰래 샛길로 올라가다가 난처한 꼴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거지 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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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이후에는 통행이 제한되는군. 또 떠오르는 용머리해안. 시간제한에 걸려서 발길을 돌리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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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는 '살안이' 혹은 '솔안이' 라고 불리는데 여기에 쓰이는 '살' 혹은 '솔' 은 신성한 곳 또는 신령스러운 곳이라는 신역(神域)의 산명(山名)에 쓰이는 말이다. 즉 사려니는 '신성한 곳' 이라는 뜻이다. 사려니숲길은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사려니오름에서 물찻오름을 거쳐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비자림로까지 이어지는 약 15km의 숲길을 말한다. 해발 500~600m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에 위치한 사려니 숲길은 완만한 평탄지형으로 물찻오름, 말찻오름, 괴평이오름, 마은이오름, 붉은오름, 거린오름 및 사려니오름과 천미천, 서중천 계곡을 끼고 있다. 전형적인 온대산림인 사려니숲길에는 졸참나무, 서어나무, 산딸나무, 때죽나무, 단풍나무 등 천연림과 인공조림된 삼나무, 편백나무 등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어 에코힐링을 체험할 수 있는 최적의 힐링 숲이다. 숲길 곳곳에는 잣성[중산간 목초지에 만들어진 목장 경계용 돌담]과 숯가마터 등 흔적이 남아있어 제주의 산림목축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숲길로, 신성한 생명의 공간이자 자연 생태문화를 체험하는 소통의 공간이다.

그러니까 사려(思慮)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걸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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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보니 모기가 떠오른다. 여름이라면 아마도 모기떼가 극성을 부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방제를 잘 해 놨다면 또 모르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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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삼(森)나무로구나. 이렇게 빽빽하게 자라서 삼나무인가 싶기도 하다. 물론 삼(杉)나무이지만 형상을 봐하니 그렇게 생각해도 되지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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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숲은 제주도에서나 보지 다른 곳에서는 쉽지 않다. 그리고 하늘높이 솟아오른 것을 보면 시선도 나무 끝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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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 앉아서 하늘을 보다가 아예 벌럴 드러누웠다. 그래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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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mm의 화각을 가득 채우는 하늘과 나무의 풍경이 힘차구나. 그야말로 갑목참천(甲木參天)이 떠오르는 장면이기도 하다.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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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좋지만, 카메라에는 별로 재미가 없는 풍경이기도 하다. 어디를 찍어도 같은 그림이기 때문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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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님의 폰에도 멋진 장면이 있었구나. 이보다 더 명료하게 사려니숲에 대해서 설명하는 사진도 없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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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누워서 하늘에서 쏟아지는 목기(木氣)의 목욕을 하는 것도 좋다. 이른바 산림욕(山林浴)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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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여행의 마지막은 이렇게 여유를 부려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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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쉬겠다던 화인네도 어슬렁거리고 나타났네. 이런 곳을 그냥 지나치면 안 되지 아무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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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퀴 돌아보고는 다시 입구로 향했다. 하늘의 분위기로 봐서 가능하면 둘러보기로 했던 서우봉으로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오늘의 마지막이 사려니숲에서 서우봉으로 바뀌게 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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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봉으로 가는 길에 제주대학교의 기숙사가 있는 길에는 은행잎이 단풍들어서 예쁘다는 안내를 보고서 우선 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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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대했던 풍경은 아니었다. 단풍도 들기 전에 된서리를 맞았던 모양인지 녹색이 빠지지 않은 채로 낙엽으로 변한 것을 보니 더 머뭇거릴 필요가 없겠다고 판단하고 길을 재촉하자 모두 좋아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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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봉은 함덕해수욕장을 바라보고 있는 오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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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봉의 일몰이 아름답다는 말을 들어서 여건이 되면 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이 따 그 여건이 완비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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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바다, 시간, 모든 것이 맞아 떨어졌다. 그야말로 축착합착(築着盒着)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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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봉(犀牛峰)


함덕리와 북촌리 경계에 위치한 서우봉(표고 111m, 비고 106m, 둘레 3,493m, 면적 835,758제곱m)은 북쪽과 남쪽 2개 봉우리가 솟아있는 원추형 화산체이다.
용암 바위가 정상에 노출된 남쪽 봉우리는 '남서모'라 불리며, 송이로 된 분석구인 북쪽 봉우리에 '서산봉수'가 있음으로 인해 '망오름'이라 불리고 있고, 오름 기슭에는 계단식 농경지가 조성되어 있다.
서우봉의 명칭에 관한 기록에는 서산(西山), 서산악(西山岳), 서산망(西山望), 서산봉(西山峰), 서우봉(犀牛峰)), 서산악(犀山岳) 등으로 표기되어 있고 민간에서는 서도, 서모름, 서모오름, 서모봉 등으로 불리고 있다.
현재 서우봉 표기는 1899년 제작한 제주도지에 처음 등재되었다. 이는 오름 현상이 마치 바다에서 기어 나오는 무소의 형상과 같다는 데서 붙여진 것인데 이는 민간어원설에 의한 것이다.
삼별초 항쟁 때 려몽연합군과 삼별초군의 최후의 격전지이기도 하며 4.3사건 당시 생이봉오지 언덕에는 비극적인 아픔이 서려있고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구축한 진지동굴이 20여 곳이 있다.
함덕서우봉해변이 도내 최대 관광명소로 알려지면서 서우봉에 많은 탐방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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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길과 언덕길이 있는데 조망을 하려고 언덕길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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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가 바다를 빛나게 만들고 있는 시간이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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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정도 마무리가 되어가면서 사진놀이도 서서히 저물이 가는 것이 서산에 기울고 있는 태양과 닮았지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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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는 사려니숲에서 삼나무의 기운으로 목욕을 하고, 이제는 또 바닷가에서 해수의 기운으로 목욕을 하는 셈인가? 참 여행복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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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주의보를 뚫고 출발한 나들이가 이렇게 맑고 잔잔한 풍경으로 마무리가 되는 구나. 뭔가 아쉬운 것은 끝없는 여정의 열망이겠거니 한다. 그래서 또 다음에는 추자도로 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독인다. 길을 걷다가 보니 다시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입구에서 걸음을 돌렸다. 더 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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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는 닮았다. 수다스럽지 않고 조용하면서도 자기가 해야 할 일은 항상 잘 챙기고 있는 것이 닮았나 싶다. 오래도록 그렇게 함께 하기만 바라는 마음을 바람에 실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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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가 지척이었다. 그래서 들어가서 간단히 씻고는 저녁을 약속한 식당인 뜰채에 정확히 6시 30분에 도착했다. 약속은 칼같이 지켜야 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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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마무리 작업을 맡은 사장의 일행과 관리를 맡은 부부가 동참했다. 제주도의 제사 풍습과 젯상에 오르는 제물에 대해서도 한 수 배우면서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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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부부는 전에도 봤었고, 사주도 봐주면서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터인지라 구면이 된 셈이로구나. 즐거운 시간은 그렇게 빨리 지나가는 법이다. 오늘도 한 끼의 밥을 빚졌군. 언젠가 갚으라고 할 날이 오겠거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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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여행 31일째의 아침이다. 겨우 30일을 채워서 '제주한달'이 되었다. 여하튼. 푹 자고 마지막 날의 아침이 밝았다. 그리고 이렇게 콘프레이크에 우유를 말아서 아침을 해결했다. 일찍 비행기를 타러 가야 하는 일정때문이다.

화인네는 집을 비워주고 서귀포로 가서 며칠 더 놀다가 오겠단다. 그래서 같이 나가서 우리는 공항에 내려주고 더 놀다가 가는 걸로 했다. 신세를 진 집의 앞뒤로 다니면서 깨끗하게 청소하는 동안에 낭월도 자신의 짐은 주섬주섬 챙기다가, 문득 오늘 아침의 한라산이 궁금해서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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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한라산을 올려다 봤다. 구름 속에 은은하게 보이는 한라산을 배경으로 비둘기들이 날아오른다. 청명한 한라산을 기대했지만 그것은 허용하지 않는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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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망원으로 당겨서 찍기는 했다. 라이트룸에서 눈이 덮인 한라산 정상이라도 보여주면 괜찮지 싶어서였다. 그것이 딱 요만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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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군산공항으로 가보기로 했다. 청주와 군산은 감로사에서 비슷한 거리인데 안 가본 곳으로 가보는 것도 재미려니 싶어서이다. 예전에는 군산공항에서 비행기가 얼마 없었던 것으로 봤는데 이제 보니 하루에 두 편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잡은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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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연결에 차질이 생겼다면서 지연된단다. 그야 아무렴 형편대로 해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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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는 제주항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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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은 공항버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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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휘가 항공기 좌석을 예약하면서 어느 쪽을 원하느냐고 해서 오른쪽이라고 했다. 이유는 해가 있는 쪽이기 때문이다. 다만 비행기가 동에서 서로 이륙하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서에서 동으로 이륙하면서 한라산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것은 공항의 사정에 맡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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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공항으로 갈 제주항공의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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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매를 하면서 금휘가 다시 물었다.

금휘 : 자리는 어디로 하겠어요?
낭월 : 날개 앞쪽이 제일 좋지.
금휘 : 그럼 웃돈을 더 줘야 하겠네요?
낭월 : 아 그래? 말하지면 비즈니스 석인 셈이로구나.
금휘 : 앞에서 두 번째 줄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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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게 되면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 이륙하려고 덜컹거리면서 이동할 때다. 심하게 흔들릴 때는 날개도 출렁인다. 그러다가 날개가 부러져버리면 어떻게 하나 싶은 생각을 하기도 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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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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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순조롭게 떠올랐다. 저만치 도두봉이 보이는 구나. 먼저 번에는 저기에서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것이랑 놀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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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예상과 달리 동에서 서쪽으로 이륙했다. 오늘은 바람이 서풍이었던 모양이다. 항공기는 바람을 안고 이착륙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라산이 아니라 바다쪽이 보였다. 뭐 할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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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뜷고...... 계속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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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는 구름만 가득하구나..... 이제 볼 것은 다 봤으려니.... 카메라를 접으려고 전원을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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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마음으로 창밖을 내다보는 순간~! 어~! 했다.

 

항상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한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 다시 떠오른다. 아침에 구름 속에서 어슴프레하게 보였던 한라산 정상이 이렇게 구름의 운해 위에 둥실하게 떠올라 있을 줄이야. 상상도 하지 못한 그림이었다. 고맙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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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비행기가 한바퀴 돌았던 모양이다. 한라산의 윗세오름과 만세동산에 하얗게 눈이 덮인 모습을 볼 수가 있어서 너무나 흐뭇했다. 이것은 한라산의 선물이 틀림 없었다. 한라산 신령님이 손을 흔들면서 또 오라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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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마지막에 이러한 풍경을 볼 수가 있어서 행복했다.




 

감사의 말씀

긴 여정에 동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낭월의 신축년(辛丑年)은 이렇게 마무리를 하는가 봅니다. 다음에는 또 어디를 가보게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제주도의 상공에서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음에는 인도네시아를 벼르고 있습니다. 한 보름 둘러보면서 적도(赤道)에서 떠오르는 수직상승의 일출을 타임랩스로 담아보려고 꿈만 꾸고 있습니다.

그러러면 춘분이나 추분을 기준으로 전후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 싶습니다. 하늘이 돕지 않으면 어려울테니 말입니다. 여정의 끝에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는 순간을 벗님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내년의 사진기행에는 인도네시아가 담기기를 염원합니다.

항상 즐거우신 오늘이시기 바랍니다.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