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재미

작성일
2021-09-22 17:28
조회
495

가을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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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지나갔다고 생각하니 뭔가 모르게 한가찌다. 그래서 또 여유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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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좀 쓰다가 산책이라도 나가볼까 하고 마당가에서 코스모스를 기웃거린다. 돌보지 않아도 저절로 꽃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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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에 겨워서 가을을 즐기는 우주화(宇宙花)의 하늘거리는 줄기가 멋스럽다. 그런데 어딘가에서 툭툭~! 하는 소리.... 연지님이 밤을 털고 있는 모양이로군. 그래서 소리를 따라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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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뒤에 있는 밤나무 한 그루 아래이다.

낭월 : 털어달라고 할 일이지.
연지 : 가슴 결린다고 해서.
낭월 : 오늘은 많이 낫다. 써야 풀리지.
연지 : 털어주실라고? 고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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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익은 밤송이부터 털어보란다. 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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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퀴 돌면서 대충 털었다.

연지 : 됐다. 모기 물렸겠다. 어여 들어가셔.
낭월 : 그만하면 되었나?
연지 : 큰 부조 하셨네.
낭월 : 다행이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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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남의 집 뒷산에서 밤 서리를 하던 시절도 생각난다. 책보(가방이 아님)에 밤칼을 하나 넣고 다녔다. 하교길에 어디든 밤송이가 보이면 달려들어서 까먹고, 집에도 갖고 가면 어머니께서는 좋아하셨고, 밥 위에다가 얹어서 쪄주시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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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댁 할매가 '누구냐~~!!' 하고 소리를 지르시면 냅다 도망갔지. 그러다가 또 조용해지면 다시 밤을 까다가 손가락에 찔리기도 많이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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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밤송이가 실하구나. 작년에는 흉년이었던 모양이다. 한 해가 빈약하면 또 다음 해는 풍요로운 것이 참 재미있는 나무의 호흡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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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어정거린다. 그 시절의 추억이 소환되었기 때문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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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익어가니 감도 물들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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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또 밤을 벗겨야 하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네. 불길한 예감이 살살 피어오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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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풍경을 이렇게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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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톨이 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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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도 해 먹고, 떡도 해 먹고 구워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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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 : 이따가 전화하면 가지러 와요.
낭월 : 그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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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받고 다시 올라갔더니 저녁할 시간이라서 다 까지 못하겠다고 싣고 내려간단다. 그래서 양발이를 끌고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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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이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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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 : 어떻게? 계속 끌고 가?
낭월 : 됐다. 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