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치우기
작성일
2021-01-07 12:04
조회
668
눈 치우기
발등이 덮일 정도인 것으로 봐서 10cm는 되지 싶다.
간 밤에 소복하게 퍼붓고는 사라졌다.
눈이 와봐야 그리 반가워할 일은 아니다.
당장 새벽 댓바람에 노동이 뒤따르는 까닭이다.
소복하게 내린 눈은 게으른 화상을 다그친다.
운동이나 하라고 하늘이 부르는 듯하기도 하고... ㅎㅎ
아기들이 문앞에서 오간 흔적들이다.
녀석들 눈을 처음 봤으니 뭔가... 싶었겠군.
세상이 달라 보일랑강....
강아지 같으면 눈밭을 뛰어 다닐텐데...
확실히 고양이는 다르다.
'눈 왔어요. 밥은 안 주시나요?'
간밤에는 따시게 잤더나?
인정많은 제자님이 와서 아기들 보고 갔는데
택배로 강생이 집을 보내주셨다.
안에서 옹기종기 잘 잤지 싶다.
나눔의 즐거움은 이런 것이겠거니.
배고파요~!
그래 밥 주꾸마 나가자.
밖에 뒀더니 아무래도 날씨가 너무 춥다고 하니
걱정이 되어서 안에서 자라고 현관까지만 허락했다.
눈은 밟기 싫은 게야. ㅎㅎㅎ
벽에 붙어서 쫓아다닌다.
일단 밥은 줘 놓고서 눈을 치워야지.
빗자루로 쓸 수준이 아니어서 치워야 할 판이다.
감로사 주지는 연지님이시다.
다른 것은 다 놔두고 법당 앞을 먼저 치우는 것을 보면.
낭월은 건달이니깐 뭐. ㅎㅎㅎ
마냥 놀았다고 할 벗님도 계실랑강 싶어서...
요래 한 장 남겨 놓는다. 안 놀았걸랑요~! ㅎㅎ
식구대로 나 나와서 눈을 치우는 운력(雲力)이다.
구름처럼 모여서 힘을 합하자는 절집 용어이다.
노동이지만 멋지게 이름을 붙여 놓는다.
제법 뭐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지라고? ㅋㅋㅋ
눈을 치우는 것은 손이 많을 수록 좋다.
모쪼록 도를 닦는다는 것은
길을 잘 치우는 것이겠거니....
햇살이 펴지기 전에 얼른 후딱 해 치웠다.
오늘 일과는 끄읏~~!!
그래서 또 밥값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