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

작성일
2020-08-02 09:07
조회
735

호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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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내리던 비가 뜸한 새벽이다.
또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그 순간을 틈타서
잠시 카메라산책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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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밭이 보이면 호박꽃과 놀이에 빠진다.
초록초록한 환경에서 샛노란 호박꽃은
분명히 눈에 띄는 작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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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로 호박은 남과(南瓜)이다.
남쪽에서 온 오이라는 뜻이군.
수박은 서과(西瓜)이다.
아마도 서쪽에서 들어온 모양이다.
그렇다면 동과(東瓜)도 있을까?
있다. 동아를 동과라고 하고 동과(冬瓜)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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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은 호박꽃에 손님들이 들락거린다.
호박꽃은 예쁘지 않은 여인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ㅋㅋ
왜일까? 크기만 하고 예쁘지 않아서일게다.
그렇지만 아무리 봐도 예쁘기만 하다.

단지 어느 시인 묵객이 생각없이
남긴 말을 전승했을 따름일게다.
그렇지 않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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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도 꽃'이라는 말에 호박꽃이 웃는다.
맞는 말이다.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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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에 방문객들이 웅성거리는 풍경이라니...
벌에게 물어봐야 한다.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이 뭐냐고.
벌은 말할 게다. 당연히 호박꽃이라고.
꽃가루를 듬뿍 주고, 꿀까지 가득하다.
이보다 더 풍성한 꽃이 또 있으랴 싶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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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잔치는 항상 실속적이다.
화분이 없거나 꿀조차 없으면 거들떠 보지 않는다.
화분은 아기들 먹이고, 꿀은 자기들이 먹어야 하니까.
호박이 주는 풍요로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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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의 수꽃은 꽃가루봉이 하나 뿐이다.
마치 수컷의 성기를 닮았다고 해도 되겠군.
수꽃이 있어야 호박이 된다.
비가 내려서 수분이 되지 못하면 이내 떨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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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기 전에는 비록 호박이 달렸다고 해도 호박이 아니다.
아직은 더 기다려 봐야 하는 것이다. 벌이 오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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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호박이 맺혀서 암꽃이 필 것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저 작은 호박이 호박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일이 있다.
그러한 것을 질서정연하게 이뤄주는 벌의 역사이다.
만약에 지구에 벌이 사라진다면.....
호박도 암수꽃을 따로 두지 못할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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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어림짐작으로 보면 수꽃 다섯에 암꽃 하나 정도이다.
비율이 확연히 다르다. 그러니까 꽃술이 하나뿐이지만
꽃송이가 대여섯이 되니까 결국은 그만큼이 되는 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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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이 되기 위해서 꽃잎을 활짝 펼쳤다.
밤새 비를 맞고서도 꽃은 제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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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꽃을 찾은 손님들의 방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화분은 본체만체하고 바닥에 붙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꿀단지는 항상 깊숙한 곳에 감춰두기 때문이다.
달콤한 꿀에 취해서 카메라를 들이대도 꿈쩍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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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기도 하지. 호박은 자손을 번창시킬 기회를 얻고,
벌들도 자신과 가족을 먹여살릴 기회를 얻었다.
호박을 심은 연지님은 호박이 싫어하겠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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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아름답지 않다고 하랴.....
화분도 넉넉하다. 인심좋은 시골아지매 모습이다.
줄 수가 있는 것은 다 주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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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호박꽃이랑 벌이랑 놀이하는 즐거움이다.
수꽃과 암꽃을 찾아다니는 낭월도 흡사 벌이로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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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는 수분에 성공한 호박이 자리고 있으려니 했다.
그리고 과연 애호박이 매달려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아마도 낮에 햇살이 들때 쯤이면....
연지님의 손길이 부디 다가오지 말기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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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먹기 좋을 만큼 자랐으니 말이다.
호박밭에 다녀왔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애호박이 있더라는 말은 더더구나 안 했다.
비록 점심 상에 오를 칼국수와 만날지라도. ㅎㅎㅎ

 

그리고.....
다음 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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