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벚꽃이 떠난자리
작성일
2020-05-0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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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벚꽃이 떠난자리
피고지고 또 피고 진다.
올해의 왕벚꽃도 이렇게 마무리가 된다.
아름답게 피어서 도량을 밝혀주고서는
다시 빗줄기와 함께 뿌리로 돌아간다.
해마다 반복되는 그들만의 역사이다.
왕벚꽃은 열매보다 꽃을 택했나 보다.
흡사 장미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걸로 봐야 하겠군.
꽃이 화려한 대신에 열매가 없다.
인생도 그럴지도 모른다. 화려하게 살다가 떠나는
그래서 결실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
꽃이 졌다.
잎이 폈다.
이제 여름이다.
꽃이 진 자리에 흔적이 남았다.
그러나 결실은 없다.
인생의 한 단면을 보는 듯도 하다.
자연의 모습은 항상 양면을 보여 준다.
일찌감치 얼른 피었다가 진 벚나무에는
어느 사이 통통한 열매들이 자라고 있다.
산새들에겐 벚나무가 보물이고
왕벚나무는 의미가 없다.
꽃이 피었으면 열매가 달려야 정상인데.
왕벚은 화분이 없다,
꿀도 없다,
산새들의 밥도 없다.
도대체 누굴 위해서 피었다가 지는 것이냐?
산골 화상은 오늘도 그것이 궁금하다.
도대체 누가 그렇게 만들었을까?
문득 카스트라토가 생각난다.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다가 보니......
인간의 눈에만 화려할 뿐.
자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왕벚꽃은 또 그렇게 피었다가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