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꿩 대신 닭

작성일
2019-09-21 06:12
조회
706

②꿩 대신 닭


 

 

뭘 어쩌겠는가.... 오늘은 어청도에 갈 날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일이 있으니깐. 그나저나 어쩐다.... 그렇게 10초를 생각했다. 이대로 그냥 돌아갈 수는 없다. 그것은 낭월사전에 나와있지 않기 때문이다. 날씨는 이렇게도 눈이 시리게 빛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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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청원아, 우리를 대천항에 내려주고 가거라.
청원 : 대천항에 가시면 어딜 가시려고요?
낭월 : 원산도를 가보고 싶었는데 잘 되었지 뭐냐.
청원 : 아니, 어청도를 못가는데 원산도는 가겠어요?
낭월 : 그야 중부 먼 바다에 풍랑경보가 내렸다지 않느냐.
청원 : 그럼, 원산도는 먼 바다가 아닌가요?
낭월 : 가까운 바다지.
청원 : 원산도는 차를 갖고 갈 수 없나요?
낭월 : 원산도는 차를 가져갈 수가 있긴 하지....
청원 : 그럼 가까운 터미널에 내릴께요. 차로 가세요.
낭월 : 너도 자다가 끌려나와서 행색이 좀 그런데...?
청원 : 괜찮아요.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요.
낭월 : 그야 미안해서 그러지. 
청원 : 대리기사 한 요량 하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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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들은 서천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기로 하고 우리는 다시 일정에 없던 길로 계속 달라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연지님이 좋아한다. 차가 없으면 불편한 것이 100가지도 넘는데 차를 확보했다는 안도감이 얼굴에 쓰여진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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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항으로 간다. 오늘 인연은 군산항을 구경하고 대천항으로 가는 것이었다. 네비게이션도 방향을 바꾸면 다시 길을 잡는다. 여정도 마찬가지이다. 어청도는 처음부터 일정에 없었던 것으로 포맷을 하면 된다. 왜? 뒤돌아 보면 가슴이 찢어지니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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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이 지저분한 유리에 맞았군. 쳇, 이것이 자동초점의 오류이다. 내가 원하는 곳을 보지 않는 렌즈만 탓할 수도 없고.....

작년부터 원산도를 가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는)솔빛대교가 개통된 다음에 그 모습이 궁금했었기 때문이다. 원산도는 오래오래 전에 잠시 들렸다가 지나친 기억밖에 없으니까 처음이나 마찬가지이다. 대천항에서 배로 안면도를 가기 위해서 영목항까지 가는 과정에 잠시 들리긴 했지만 그건 배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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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이 맑은 가을의 화창한 날을 가려서 원산도 나들이를 한다고 생각하니 다시 찢어진 가슴이 봉합이 되고 어느 사이에 설레기 시작한다. 가슴은 물질이 아니어서 천만 다행이다. 물질은 치유하는데 최소한 3주이다. 그런데 이 가슴은 한마음만 돌이키면 즉시로 회복이 되어버리는 오묘한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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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공격을 받아서 총알이 가슴을 관통해도 몇초 후면 바로 복구가 되는 T-1000처럼 말이다. 그 영화는 물질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이야기 한 것이었나? 순간 착각이 일어나기도 한다. 여하튼 우린 대천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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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도는 알아도 저두와 선촌은 모른다. 이참에 원산도의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공부하면 되겠다. 효자도와 영목, 영목은 안다. 안면도의 최남단이다. 같은 행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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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항은 작년에도 왔었다. 외연도를 가느라고. 그리고 바람쐬러 오기도 한다. 물론 그런 경우에는 터미널 안으로 들어오진 않지만. 오늘은 다시 원산도를 찾아가기 위해서 왔다.

낭월 : 원산도 두 장하고, 승용차 한 대입니다. 
매표 : 차는 몇인승인가요?
낭월 : 5인 승용차입니다.
매표 : 신분증을 모두 꺼내 주세요.
낭월 : 외연도는 배가 들어갑니까?
매표 : 풍랑경보가 떠서 못가요. 외연도 가시게요?
낭월 : 궁금해서요. 

그냥..... 실없이 확인해 본다. 어청도에 못가는 바다인데 외연도인들 가겠는가만 그래도 마냥 억울해서 위로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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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항에서 원산도까지의 운임은 4,950원이다. 표를 왕복으로 사지 않은 이유는 희망사항이 있어서이다. 가는 길은 솔빛대교를 타고 안면도로 건너갈 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포함되어 있는 까닭이다. 물론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다시 돌아오는 배표를 구입해야지. 그것은 차선책이다. 항상 최선책에 맞춰서 계획을 세울 따름이다. 그 다음 문제는 또 다음에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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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는 20,000원이다. 1000kg의 무게에 대한 값이란다. 2만원이 아니라 3만원이라도 실어 주기만 하면 끌고 간다. 어청도는 차도 실어주지 않는데 원산도는 얼마나 좋은 섬인가 말이다. 그러니까 원산도를 가기로 한 것은 백 번 잘 했지. 암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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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진가의 필수촬영이다. 운항시간표는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까닭이다. 10시 30분 배는 선촌(원산도)에 들렸다가 효자도까지 가는 여정이다. 영목(안면도)까지 가는 배편은 오후에 1회 있는데 그나마도 11일부터 20일까지는 물때가 맞지 않아서 결항이란다. 그러니까 배로 영목을 가려고 한다면 이 기간에는 포기를 해야 한다는 말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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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합실에서 10분을 앉아 있으면 10분을 날리는 것이지만, 이렇게 어정거리면 쓰잘데 없는 이미지라도 얻는다. 있는 것을 지우기는 쉬워도 없는 것을 만들지는 못한다. 연지님은 앉아서 쉬라고 해 놓 고서 24-105렌즈를 들고 한바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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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풍경이 좋다. 산골에 사는 촌놈에겐 더욱 소중한 장면들이다. 찰랑이는 물결과 흔들리는 배를 보면 그냥 좋다. 아마도 어려서 살았던 안면도시절이 오버랩 되는 까닭일 수도 있겠다. 이웃집에 사는 형이 고기를 잡고 돌아오면 배를 태워달라고 보채기도 한다. 고맙게도 태워준다고 하면 그렇게 좋아서 신나게 즐겼던 풍경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가 갯내음이 풍기면 바로 재생이 되는 모양이다. 추억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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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철판으로 되어있었지 싶은데 그 사이에 바뀌었나? 항상 그대로인 것으로 보여도 자세히 보면 항상 바뀌고 변화하고 달라지는 것이다. 세월과 함께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그대로인 것은 아무 것도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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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우리가 타고 갈 배이지 싶다. 차를 실을 수가 있는 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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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고속훼리구나. 그렇다면 원산도 가는 배가 틀림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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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앞에 정박한 에버그린은 반갑다. 작년에 외연도 가면서 이용했던 배다. 오늘은 너도 풍랑때문에 편히 쉬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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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이 들어온다. 아침에 삽시도로 갔던 배가 틀림없겠군. 보자.... 삽시도를 언제 다녀 왔더라.... 작년 여름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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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 전에 다녀 왔었구나. 사진은 찍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화를 해야 비로소 사진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틈만 나면 여행의 흔적들을 이렇게 간단하게나마 찍스에 보내서 앨범으로 만들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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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의 제목만 봐도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그 안에 알알이 배어있는 추억들로 인해서이다. 여행이 없으면 회상을 할 것도 상대적으로 빈약해진다. 그래서 여행중독이 되는 셈이다. 김삿갓도 여행중독자였을 게다. 그에게 카메라 한 대를 줘어주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가 본 것들을 사진으로 담아 뒀더라면 지금쯤 국보급이 되었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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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찍어 둔 사진들도 손을 봐야 하는데....  바빠서 틈이 안 난다. 그래도 호시탐탐 기회가 오면 뒤적거려 보기는 한다. 다음 앨범의 후보는 고궁순례집인데.... 제목만 써놓고 진행이 되지 않는 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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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추 되어가지 싶어서 터미널로 돌아오니 개찰을 할 준비하고 있는 장면이 보인다. 연지님은 차를 몰고 들어가야 해서 잠시 이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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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삽시도에서 들어온 가자섬으로호구나. 작년에 탔던 배다. 그러고 보니까 작년에도 어지간히 돌아다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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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자신의 소임을 수행하느라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 땅에 살아가기 위한 몸짓들이다. 거부할 수가 없다. 살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미있다. 모든 사람들이 의식주에 고민이 없어서 양지쪽에 꾸벅꾸벅 졸고 있는 장면을 생각해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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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움직이는 다리이다. 말하자면 즉석다리인 셈이다. 지금 다리를 건너가고 있다. 이동식다리는 이렇게 길과 길을 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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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구조물을 가득 실은 차량을 싣고 나서 다리는 올려진다. 영도다리가 잠시  떠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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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들도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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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대천항을 떠나서 우리 배는 출항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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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세계는 아닐지라도 또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견문이 넓어지고, 그것을 매개체로 해서 사유도 조금은 깊어질게다. 오늘 가는 이 길이 다시는 재현될 수가 없는 유일한 이 순간의 여정이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다. 소중하면 손끝이 셔터로 간다. 하나하나를 모두 기억하고 싶어서이다. 셔터집착증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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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 사이를 빠져나갈 적에 잠시 외로움이 스친다. 이것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로 항상 그래왔을 것이다. 전생에도 또 그 전전생에도 배를 타고 나가면서 무사히 되돌아 올 수가 있기를 빌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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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항.....

나는 배를 탔다.
그리고 떠난다.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넘나 많다.
그래서 행복한 나그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