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군산여객터미널

작성일
2019-09-20 07:22
조회
815

①군산여객터미널


 

 

yeong20190920-01

드디어~!!

어청도 여행을 가는 날이 다가온다. 차를 갖고 갈 수가 없기 때문에 짐은 최대한 단촐하게 챙겨야 한다. 그렇지만 넣어야 할 것은 또 반드시 챙겨야 한다. 차를 이용한다면 충전기와 같은 것들은 배낭에 넣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차와 이별을 하게 된다면 도리없이 모두 챙겨야 한다. 짊어져야 할 것을 모두 담으니 10kg이다. 이 정도는 뭐....

yeong20190920-03

목에 걸 카메라까지 얹으면 12kg가 채 안 된다. 충분히 감당할 수가 있는 무게이다. 이렇게 가방을 꾸릴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도 하다. 물론 절정은 집을 떠나는 순간이기는 하지만 짐을 싸면서 온갖 행복한 상상은 다 할 수가 있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yeong20190920-04

이번 여행에서는 삼각대를 두개 챙겼다. 하나는 별사진을 찍기 위해서 고정해야 하고, 또 하나는 주변 풍경을 찍으려면 어차피 밤이라서 삼각대가 없이는 포구의 풍경을 담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저 짧은 삼각대로 뭘 할 수가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실은 긴 녀석 보다도 더 유용하게 사용될 수도 있으니 그야말로 '일장일단'이라고 보면 된다. 무엇보다도 가벼우니깐~! ㅎㅎ

20190914_073426예매완료

배표도 진작에 예매를 완료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행여라도 단체여행객들이 몰려서 막상 군산여객터미널에 갔는데 자리가 없다는 슬픈 소식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예매가 필수이다. 두 사람이 49,000원이다. 소니카메라 가격표를 보는 것같다. 항상 1,000원이 빠지는 가격표가 익숙해서일게다. ㅋㅋㅋ

20190920_071319

낭월은 사진이야기보다 여행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맘껏 수다를 떨 수가 있어서이다. 여행사진은 잘 찍었느니 못 찍었느니 할 필요가 없다. 그냥 여행사진은 여행에서 본 것을 담아놓는 것으로 그 몫을 다 하는 까닭이다. 예술성? 이딴 것은 개나 줘버리면 되지만, (듣는 개들이 기분나쁠까봐....) 그냥 잊어버리고 맘대로 보이는 것을 담으면 된다.

20190920_071514

9월 18일 저녁의 어청도 날씨도 살펴봤다. 물론 예약하기 전에 살펴봐야 한다. 하늘에 먹장구름이 가득하다면 별사진을 찍는 계획은 실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날씨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한다지만 그래도 미리부터 구름이 가득한 그림을 보면서 예매한다는 것은 망설여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어청도 날씨는 매우 맑음!!! 아싸~~!"

20190920_071758

18일에 원하는 그림을 얻지 못하면, 보험을 들듯이 19일도 잡았다. 그래서 2박3일의 어청도 여행이 된 셈이다. 다음날도 매우 맑음 돌아오는 날까지 매우맑음이다. 새벽에도 날이 맑은 그림과 구름 가득한 그림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누가 모르랴~! 이제부터 상상은 하늘을 찌른다.

'저녁에는 어청도 등대를 전경으로 장엄한 일몰을 찍는거야. 하늘은 온통 황금빛으로 가득차겠지? 그리고 삼각대가 두개잖아. 한 카메라는 낮은 삼각대로 간격촬영을 걸어놓는 거지.

태양이 지면서 점점 어둠으로 빨려들어가는 모습의 타임랩스를 만들 재료를 마련할 오량이고, 카메라가 두대인 여유로움이라니~ 그리고는 어둠이 깊어져가면 이번에는 등대를 북쪽에 놓고서 별사진을 찍는거야. 어쩌면 등대의 불빛이 별사진에 장애가 될 수도 있겠군. 그렇다면 몇 장만 찍고 나머지는 어두운 밤바다를 전경으로 삼아야겠지....

그리고 다음날 새벽에는 4시에 일어나는 거야. 단단히 입어야 새벽바람을 이기겠군. 아차~ 별사진 찍을 적에 렌즈에 결로현상이 생길 수가 있다는 생각을 못했구나.... 그러니까 목을 보온하는 패드를 두개 사야겠군. 렌즈를 감고 usb로 전원을 연결하면 그 열로 인해서 렌즈에 이슬이 맺히는 것을 방지할 수가 있을 거야. 물론 출발 전에 도착하지 않으면 부득이 핫팩으로 대신해야겠지. 진작에 준비를 했어야지 멍충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것은? 상상하는것. 이렇게 신나게 바다와 별과 태양과 즐겁게 보낼 상상을 하면서 손가락을 꼽고 있는 시간들도 여행의 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어청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블로그의 글들을 20편도 더 읽었다. 행여 돌아온 다음에 후회해봐야 이미 늦었기 때문이다.

아, 숙소~! 예약을 해야지. 그것도 해결했다. 전화하고 입금시키는 것으로 준비가 끝났다. 물론 1박만 예약했다. 5만원이다. 어청도의 모든 민박이 5만원인 모양이다. 민박에 대해서도 자료를 뒤졌다. 그리고 편리한 위치에 있고, 평도 괜찮은 곳을 찾아서 결정했다. 그 나머지는 팔자이다. ㅋㅋㅋ 어청도에서 2박으로 예약을 하지 않은 것은 만약에 어청도에서 원하는 그림을 다 얻게 되면 다음 날은 연도에서 놀 궁리를 한 까닭이다.

연도는 외연도와 연결이 된다. 작년 11월에 외연도에서 어청도를 봤고, 외연도와 어청도를 누비고 다녔던 전횡장군의 이야기를 보면서 필히 어청도를 가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인데 1년이 다 되어서야 그 짬을 내게 되었으니 자유로운 낭월도 은근히 시간의 속박을 받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청도의 중간쯤에 있는 연도까지 둘러보고 오면 일정은 100%완성이다. 이렇게 준비하는 것은 언제 또 가게 될지 모를 어청도를 완전하게 둘러보고자 함이다. 더불어 연도까지 한줄에 꿰어버리면 대성공이다. 성공도 참 여러가지이다. 일단, 출발 전에 할 수가 있는 것은 모두 해놓는다. 메모리카드도 포맷해 놓고, 일출놀이를 할 장소와, 낮에 돌아다닐 곳을 살피면서 즐기면 되는 것이다. 세상에 완벽은 없다. 그러므로 완벽하려고 최대한 노력을 할 따름이다.

yeong20190920-05

마침내 길떠날 날이 밝았다. 하늘은 매우 맑음이다. 먹장구름이 가득하다고 해도 길은 떠날 참이다. 그러나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잖은가, 기왕이면 맑은 하늘을 보면서 출발하면 더 좋은 것은 말해 뭣하랴~!

yeong20190920-07

마침 열아흐랫달이 서산으로 달아나고 있다. 이 장면은 길떠나는 나그네의 이미지로 딱이다. 그래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세로사진도 한 장 담아본다.

yeong20190920-08

짊어질 살림살이를 실었다. 군산항까지는 청원이가 수고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가는 길은 청원이가 데려다 주고, 오는 길은 화인이가 군산에 일을 보러 가는 김에 시간을 맞춰서 동행하기로 일정을 맞췄다. 파란 가방은 연지님 것이다.

yeong20190920-09

상상은 현실이 되고, 꿈은 이뤄지기도 한다. 6시 30분쯤 출발하자고 했는데 9분이나 늦었다. 그래도 괜찮다. 여행을 가는 사람에게는 그 정도의 너그러움은 있어야지. 군산에서 9시 배를 타야 하고, 1시간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하고, 비행기를 타러 가는 것도 아니면서 괜히 마음이 먼저 군산항을 배회하고 있다. 출발하면서 사진 한 장을 남기는 것은 이런 기분을 담아두고 싶기도 하고, 또 출발시간을 표시해 놓기 위한 목적도 포함이 된다. 겸겸사~!

yeong20190920-10

고속도로를 이용할 노선은 아니다. 강경을 거쳐서 국도로 가지만 길은 모두 왕복4차선이다. 가장 이상적인 도로이다. 음양을 갖췄기 때문이다. 왕복2차선은 최소의 음양이다. 오고 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주역으로 치면 음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왕복4차선은 사상이고 사계절이다. 2차선은 봄이고, 1차선은 여름이다.

봄은 열심히 소리없이 다가오니 보통 속도로 흐름을 타면 된다. 그러다가 상황에 문제가 생기면 여름으로 바뀐다. 여름은 뭐든 빠르다. 추월하라는 뜻은 오행으로는 화에 속하고, 주행하라는 뜻은 오행으로 목에 속한다. 금수는? 그야 반대편 차선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이상적인 도로는 왕복4차선이 맞는 것이다. 그러니까 반대쪽의 2차선은 수이고 1차선은 금이 된다. 그럼 토는? 그야 길바닥이잖여~! ㅋㅋㅋ

yeong20190920-11

금강하구둑을 지나간다? 군산시내로 들어가지 않나? 그 순간 군장대교를 떠올렸다. 우회할 모양이군. 예전에 장항에 놀러 갔을 적에 다리만 만들어 놓고 진입로가 마무리 되지 않아서 개통되지 않았던 다리였었는데 오늘 개통을 할 모양이군.

yeong20190920-13

그려, 다리 중간을 지나니까 전라북도란다.

yeong20190920-14

대략 1시간을 달려서 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새벽이고, 막히는 곳도 없고 해서 잘 도착했다. 다행이다.

yeong20190920-16

앞에는 일기정보가 전광판으로 안내되고 있군. 온도는 22.2도란다. 쾌적한 온도이다. 그리고 습도는 2.4%군. 엉? 2.4%????? 이런 것이 가능해? 나 참.... 아무리 건조해도 습도는 15%이다. 그런데 이건 화성의 습도도 아니고 말이지. 관리자가 좀 짧았던 모양이다. 중간에 점은 없애야 한다는 것을 몰랐던가 조작이 미숙했던가 둘 중에 하나이다. 그러니까 지금 습도는 24%라고 읽으면 된다. 기계가 오류면 교정해서 보면 되지 뭘. 난 너그러우니깐. ㅋㅋㅋ

 

yeong20190920-21

전경이다. 1년을 아니, 11개월을 별러서 도착한 군산항이다. 다행이다. 옆에는 국제여객터미널도 있지만 그건 지금은 나랑 상관없다. ㅎㅎ

yeong20190920-17

지금의 기분은? 딱 이만큼이다. 표정은 안 봐도 알 수 있지 싶다.

yeong20190920-15

낭월 :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고,
청원 : 오실 때는요?
낭월 : 모레는 이모가 온다고 했으니까 신경쓰지 말거라.
청원 : 예, 잘 다녀 오세요.

그렇게 차는 돌려보내고 햇살도 화사한 군산항여객터미널로 향했다. 공항터미널이든 항구터미널이든 모두 묘한 스릴이 있다. 이후로 전개될 일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일게다.

yeong20190920-18

개야도 가는 배를 개찰하고 있는 모양이다. 내가 탈 배는 아직 멀었으니깐. 최종적으로 현장확이 중요하다. 두리번두러번.....

검표 : 어디 가시려고요?
낭월 : 아직 시간이 멀었습니다.
검표 : 어딜 거시는데요?
낭월 : 어청도갑니다.
검표 : 오늘 결항이구먼이라.
낭월 : 예? 왜요?
검표 : 풍랑경보가 떠서 출항 못합니다.
낭월 : 아니..... 이렇게.... 날씨가.... 좋은....
검표 : 먼바다에 풍랑경보가 떴구먼이라~
낭월 : 아, 그렇습니까? 잘 알겠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잘 알겠습니다.라고 하는 말 밖에 더 보탤 것이 없었다.

'어허~~~!!!!!!!!!!!!!!!!!!!'

산다는게 그런 거지 뭘. '세상사 모든 일이 뜻대로야 되겠소?'라잖여. 하늘도 돕고, 바다도 돕더라도 또 하나의 장애물은 존재하는 법이다. 말하자면, 운도 좋고 노력도 열심히 해도 환경이 돕지 않으면 다 소용없는 것과 같은 이치일게다.....

yeong20190920-19

다시, 전광안내판을 찬찬히 살펴본다.

'연도,어청도 통제'

아무리 다시 봐도 틀림없다. 때론 믿고 싶지 않은 현실도 있는 법이다. 10년을 준비했더라도 한 순간에 소멸되어버리는 일도 허다하고 한평생을 준비한 일도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으랴.... 오늘 군산항에서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는 낭월의 마음도 또한 이와 같음일게다....

그렇다면, 다음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첫째 그냥 돌아간다. 둘째 다른 행선지를 찾는다. 그렇다. 이대로 돌아간다는 것이 말이 되나. 얼른 운항시간표를 살펴본다. 물론 좀 전에 본 것과는 또 다른 목적에서이다. 보자......

개야도는 서두르면 지금 바로 배를 탈 수가 있다. 아직 출항 5분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도를 보니 바로 군산항 코앞이다. 이건 아니지.... 다시 장자도행? 그건 선유도를 돌면서 둘러봤지.... 뭐 그것뿐이군. 어....쩐.....다....

yeong20190920-23

저렇게 하늘은 맑고 바다는 잔잔한데.... 풍랑주의보라니.... 때론 믿기지 않는 일도 있는 법이다. 그냥 믿는 수밖에 없는 일도 있는 법이고....

yeong20190920-22

뉴어청훼리호가 멀뚱멀뚱 하늘만 보고 있다. 오늘은 견우직녀가 되고 말았구나. 넌 나를 태울 수가 없고, 나는 널 탈 수가 없어서 이렇게 망연자실.... 바라보고만 있다가 헤어져야 하는 구나.... 이것도 운명의 한 조각인게야....

낭월 : 어청도....
직원 : 오늘 배 못 가는데요. 어쩌죠?
낭월 : 환불해 달라고요. ㅠㅠ
직원 : 두 분이시네요?
낭월 : 예.
직원 : 환불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낭월 : 그대가 죄송할 일은 아니지요. 하하~!

다시, 민박집에 전화했다. 예약은 취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낭월 : 항구민박이지요? 예약한 박주현입니다.
주인 : 아, 예 오늘 배가 못뜬다고 뉴스를 봤어요.
낭월 : 그래서 환불을 부탁드려야 하겠네요.
주인 : 당연히 환불해 드려야지요. 통장번호를 보내주세요.
낭월 : 예, 그러겠습니다. 다음에 이용할께요.
주인 : 죄송해요~ 새벽부터 바빴을텐데....
낭월 : 바람이 안 도와주는 걸 어쩌겠어요.
주인 : 다음에 이용해 주세요. 죄송해요.
낭월 : 주인께서 죄송할 일은 아니지요. 하하~!

그래서 모든 일정은 원점으로 돌아가버렸다. 그동안 조사한 여러 가지들은 다시 가면 경험이 되고, 안 가면 낭비가 되어버린다. 그러니까 언젠간 꼭 가고 말거다. 다만 미루는 것일 뿐이다. 포기는 아니다. 준비한 것도 억울한데....

다시 바다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