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주스 한 잔~!

작성일
2019-08-21 17:20
조회
848

여주 주스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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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또 궁금해서 밭으로 내달렸다. 혹시라도 여주가 농익어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되겠느냐는 생각이 채찍질을 한 까닭이다. 이미 떨어져서 곰팡이의 밥이 되어가는 과정은 봤으니 다시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조금은 포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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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초록빛이던 여주가 오늘은 주황빛을 띤다. 하룻밤 사이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잠시 망설인다. 더 익어서 전체가 진노랑으로 변하기를 기다릴까 싶은 생각이 잠시 스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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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은 맛을 보기로 결정했다. 이 정도면 내부의 상태는 어떻게 진행이 되어 있는지도 궁금했다. 다음엔 완전하게 익을때까지 기다리더라도 오늘은 맛좀 보자는 생각이 앞섰기에 더 망설이지 않고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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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고 둘러보니 바닥에서도 그만큼 익은 여주가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잘 되었구먼. 하나로는 좀 부족할지도 몰랐는데 두개라면 충분히 두 잔의 여주주스를 먹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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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해서 오늘 보지 못했다면 다시 흰 곰팡이를 연구하게 될 뻔했다. 저 가녀린 실같은 생명줄에 붙어서 이만큼이나 컸구나. 그런데 여주를 한자로 써줄 방법이 없을까 싶어서 뒤적여 보니까 일본어 사전에서 등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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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사전에서 나온 '蔓荔枝'를 국어사전에 붙여넣고 검색을 하니까 비로소 단어 두개가 등장을 한다. '만려지(蔓荔枝)', 혹은 '만여지'라고 해도 된다. 여기에서 만(蔓)은 덩굴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여주는 '덩굴에 달리는 여지(荔枝)'의 형태라는 의미인 모양이다. 그럼 다른 여지는 덩굴에 달리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겠거니.... 여기에서 멈추면 낭월이 아니다. 일단 내친 김에 여지를 찾아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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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는 북한어의 식물이라는 것을 또 알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주라고 하고 북한에서는 여지라고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여지는 무환자나뭇과에 속하는 상록 교목이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이것은 매우 큰 나무라는 이야기인데? 아하! 그래서 여주를 만여지라고 덩굴만(蔓)자를 쓰게 되었구나..... 그렇다면 내친 김에 여지나무를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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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여지나무로구나. 엇? 그런데.... 안면이 있는 열매가 달려있네? 가만.... 이 열매의 이름이 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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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리치(Litchi)가 여지이고, 이것이 여주였구나. 문득 떠오르는 생각. 양귀비가 매일 여주를 먹어야 해서 여주를 남쪽에서 배달하는 말이 목숨을 걸고 달렸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리치는 중국어의 '荔枝 [lìzhī]'에서 영어식 발음이 되었다는 것도 미뤄서 짐작이 된다. 물론 서양의 리치가 중국으로 와서 여지가 되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원산지가 중국의 남부라고 되어 있으니 그건 아니라고 봐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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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나면 후식으로 갖다 먹으라고 준비해 놓은 경우를 많이 본다. 비슷한 것으로 람부탄도 있다.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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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람부탄의 털과 같은 것이 없어져서 생긴 것이 리치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내용물은 거의 흡사하니까 같은 출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람부탄을 중국에서는 홍모단(紅毛丹)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붉은 털이 붙은 알맹이? 그 정도가 되겠다. 참 직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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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원래는 나무에 달리는 것이 여지인데, 이것이 덩굴로 달리는 것을 덩굴여지라고 했다는 이야기다. 근데.... 품종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그래서 왜 덩굴여지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그렇다면 차라리 중국이름인 쿠과(苦瓜)가 훨씬 현실적이고 부합되는 이름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고과(苦瓜)는 '쓴 오이'인 까닭이다. 생긴 것을 보나, 식물의 분류로 보나, 맛으로 보나 쿠과보다 더 잘 어울리는 이름이 없겠는데 무슨 까닭으로 여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름으로 애둘러 '덩굴'까지 붙여가면서 여주라고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물론 이름은 이름일 뿐이니까 여주든 고주든 아무런 상관은 없다. 그냥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일 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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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것을 찾으면 된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찾았다. 피부이다. 우툴두툴한 것이 닮았다. 과연? 물론 많이 다르다. 그러나 억지로라도 끌어다 붙이니까 그렇다는 말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닮은 것은 전혀 없으니 어쩔 거냔 말이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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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님이 여주를 보고서 주스를 만들어 먹잔다. 일단 씻어놓은 녀석을 잘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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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몸이 성치가 않구나. 익으면 이렇게 마구 터지는 모양이다. 익으면 터지는 것은 석류가 있지. 어름도 있군. 두리안도 생각난다. 그러고 보니 두리안을 먹은 지도 한참 되었네. 말레이시아를 한 번 가긴 해야 하는데.... ㅋㅋ

이렇게 과일들도 저마다 결실을 맞이하는 방법이 다른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 정도가 완숙(完熟)인 것으로 보면 되겠다. 더 두면 곰팡이가 달려들어서 찜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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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여주도 자세히 보니 한쪽에서 상해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온전한 것은 터지고, 터지지 않는 것은 썩어들어간다. 그래서 자주 살펴봐야 한다는 것도 하나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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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에 궁금하신 벗님도 한두 분은 계실 것으로 봐서 사진으로 소개한다. 보통 슈퍼나 시장에서 구입하는 초록초록한 여주는 속이 꽉 차있다. 아직 씨앗이 여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익은 여주를 볼 기회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봐두는 것도 참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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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낭월도 이렇게 생긴 속은 첨본다. 재미있게 생겼다. 항상 의외성을 발견해서 즐겁고 신기하고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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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은 긁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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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여주를 통해서 붉은 색은 씨앗을 감싸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을 했는데 이렇게 확인하니까 더욱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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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낭콩같고, 대추같은 씨앗은 대략 1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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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은 이미 봤으니 껍질에서 나오는 모습만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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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님은 맛에 대한 탐험심이 있으셔서 붉은 껍질을 먹어본다. 낭월에게도 먹어보라는데 안 먹었다. 그냥~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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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을 긁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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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을 비춰보려고 창쪽으로 대고 찍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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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가로로 잘라봤으니 또 하나는 세로로 잘라준다. 사진놀이에 내조하는 것도 연지님의 일과 중에 하나이다. 어젯밤에는 매미를 들고 들어왔다. 이미 찍은 녀석과 같아서 다시 찍지는 않았지만 그런 것을 보면 보여주고 싶은가 보다. 이것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려니... 싶어서 고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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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보는 도마 위의 풍경.... 설명을 할 필요가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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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다 먹을 것은 아니다. 냉장고에 담아놓고 조금씩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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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만큼 넣고 요구르트 다섯 개를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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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서기 안도 한 번 찍어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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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도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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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지어서 수확을 거뒀으니 먹어야 마무리가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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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계속 자라고 있는 것들은 볶아먹고 갈아먹고 건강해야지. 맛은 말하지 않을 요량이다. 아무리 기묘한 말로 설명을 하더라도 전달할 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달콤 쌉쌀 향긋'까지만 말씀드리면 미뤄서 상상은 하실 수도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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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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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여주에 대한 공부를 잘 했다. 내일은 또 어떤 공부가 기다리고 있을런지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둘러메고 한바퀴 돌아봐야겠다.

이제부터는 초록여주를 따서 썰어말렸다가 나중에 차로 만들어 먹어야 하겠다. 반찬으로 해 먹고도 남으면 그렇게 하면 좋단다. 낭월이 여주를 좋아하는 것은 몸이 열한 체질이라서 서늘한 성분인 여주가 잘 맞아서 그런 모양이다.  멋모르고 먹어도 몸은 알아보는 모양인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