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5] 제32장. 장풍득수/ 13.산형(山形)의 허실(虛實)

작성일
2022-05-10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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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 제32장. 장풍득수(藏風得水) 


13. 산형(山形)의 허실(虛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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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부부는 흥에 겨워서 기쁜 마음으로 점심 먹을 준비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자신들도 이야기가 재미있다고는 했으나 더욱 중요한 것은 소중한 아들이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배우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임을 모두는 알고 있었기에 더 만류(挽留)하지 않았다.

“실은 풍리(風理)가 아니라, 풍도(風道)라고 해야 할 지경이네. 하하하~!”

지광이 다시 주의를 환기시키며 한 말이다. 그리고 모두 이 말에 공감했다. 그러자 모처럼 거산이 한마디 했다.

“스승님의 말씀대로 풍도라고 하니까 더욱 멋집니다. 그리고 풍리라고 해도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문득 도리(道理)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렇다면 진리의 이치라는 말이니 모두 같은 말이라고 봐도 되는 것이지요?”

그러자 지광이 말했다.

“당연하지. 도리는 도와 이치지만 묶어서 자연의 이치라고 봐도 될 것이네. 풍도를 이 정도로 이해했으니 암도에 대해서 토론(討論)해 볼까?”

그러자 염재가 물었다.

“암도는 또 어떤 도인지요? 처음 들어봅니다.”

염재의 말에 지광이 웃으며 말했다.

“암도(巖道)라고 하거나 석도(石道)라고 하거나 무슨 상관이겠는가? 암석도라고 해도 되고, 암리(巖理)라고 한들 또한 같은 의미가 아니겠는가? 하하하~!”

“아, 그런 뜻이었습니까? 제자는 혹 신기한 동굴의 이야기를 듣게 되나보다 싶었습니다. 하하~!”

염재의 말에 우창이 대신 말했다.

“실로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암도가 적절하겠네. 설령 바위가 오행으로 금이기도 하므로 금도(金道)나, 금리(金理)라고 해서 안 될 것은 없으나 지학에서 바위의 작용을 공부하는 의미로는 암도가 좋아 보이니 형님의 통찰력이라고 해야 하겠네.”

“옳으신 말씀입니다. 이제 암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염재의 말에 지광은 우창을 바라봤다. 먼저 시작해보라는 의미였다. 우창도 그 뜻을 알고는 말을 꺼냈다.

“사실, 그렇지 않아도 우창에게 지학(地學)은 생소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괜히 오행을 들쑤셔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으니 그 책임을 져야 하지 싶습니다. 하하~!”

“그것도 말이 되는군. 그럼 책임지고서 어디 생각을 들어볼테니 어서 말해보게.”

지광의 말에 우창이 생각한 것을 말했다.

“바위는 참으로 오묘합니다. 흙이 굳어서 바위가 되기도 하고, 바위가 부서져서 흙이 되기도 하니 이 운명체는 서로 떨어질 수가 없는 인연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득한 옛날부터 이 땅을 지탱시켜 온 존재라고 보면 되지 싶습니다.”

“그렇지.”

“오행으로 본다면 바위는 토양과 물의 사이를 나누는 역할로 보게 됩니다. 토양과 물이 서로 만나게 되면 물은 흙에 스며들어서 존재하기 어렵고, 흙은 물에 떠내려가서 또한 존재하기 어려운데 중간에 바위가 있어서 서로 각각 존재하게 되는 이치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군. 계속해보게.”

“지리학(地理學)에서 바위는 인체의 골격(骨格)과 같다고 봐도 되겠지요?”

“당연하지.”

“골격으로 인해서 그 사람의 외형이 드러나는 것과 같이 토양도 암석으로 인해서 허물어지지 않고 형체를 유지할 수가 있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맞는 말이네.”

“그렇다면 지하(地下)의 세계는 알 수가 없으나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 미뤄서 짐작만 한다면 인체의 골격에서 골수(骨髓)를 만들어서 혈액(血液)을 생산하듯이 자연에서도 토양의 속에 있는 암반(巖盤)에서 지하수(地下水)를 생성한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아, 생성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고이게 한다고 보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이네. 물은 원래 존재하고 있으나 물이 물로써 존재하기 위해서는 암반을 의지하는 까닭이라네.”

“그렇다면 인체의 구조와는 서로 다른 것이로군요.”

“아니지, 인체의 혈액도 단순하게 골수에서 만들어진다고 하지만 실은 골수로 모든 영양분이 모여들어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또한 흘러든다고 하는 것은 서로 통하지 않을까?”

“아, 그런 것이었습니까? 혈액은 골수에서 만든다고만 들었습니다.”

“항상 그렇지 않은가?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것이 맞고 조금 깊이 들어가면 오장육부가 간여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가 있을 테니까 말이네.”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자연과 인체도 부합(符合)이 되는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러니까 지하의 물은 바위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만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말하자면 일종의 수관(水管)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다.”

“그렇지~!”

우창의 말에 지광도 동의하자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육안(肉眼)으로는 보이지 않는 지하(地下)의 정황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이제부터 겉으로 드러난 것만으로 이해해야 하겠습니다. 우선 바위는 지기(地氣)를 흐르게도 하고, 멈추게도 하는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이것은 어떻습니까?”

“그렇지, 맞아.”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이렇게 작용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형님의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우창의 말에 지광이 둘러보면서 말했다.

“지기를 뻗게 하는지 막는지로 구분하면 된다네. 양(丨)으로 되어있는 암석은 기를 흐르게 만들어 주는 통로(通路)가 되고, 음(一)으로 되어있으면 흐르는 기운을 막는 것으로 보면 된다네. 토양이 막고 있는 것은 이렇게까지 보지 않는 것이 대부분인 것과 비교할 수가 있을 것이네.”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됩니다. 그러니까 기운의 흐름의 관점에서 본다면 산맥이 흐르다가 물을 만나거나 흐름이 끊겨있는 것으로 인해서 멈추게 된다고 보면 되겠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가로막고 있는 바위도 또한 어느 곳으로인가 흐르게 된다는 생각도 해야 하겠지. 그러니까 암석의 흐름을 보면 될 것이네. 가령 길을 가는데 소 떼가 길을 막고 건너간다면 사람이 보기에는 길을 막고 있는 것이지만 실은 그들도 자신의 길을 가고 있을 따름이니 말이네.”

“아하~!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암석도 기(氣)가 다니는 통로이고, 뼈도 골수가 다니는 통로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토양도 화기(火氣)와 수기(水氣)가 흐른다고 하셨는데 암석과 차이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야 당연하지, 어쩌면 기가 흐르는 속도(速度)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네. 그러니까 암석은 고속(高速)으로 흐르고, 토양은 저속(低速)으로 흐른다고 볼 수도 있지. 이것은 금속(金屬)이나 암석은 마치 자석(磁石)처럼 소통하는 정도가 빠른 것으로 이해해도 될 것이네.”

“아하~! 이해가 됩니다. 겉으로 바람이 흘러 다니는 것만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머릿속에서 번개가 스치는 것 같은 불빛을 봅니다. 바위는 가만히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기(氣)는 바위를 타고서 쾌속(快速)으로 흐른다면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흐르는 것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흐르지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한 바위라고 생각한 것은 취소(取消)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하하~!”

우창의 말에 염재와 거산도 생각하는 것이 정리가 된 듯했다. 지광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어제의 생각이 오늘 새롭게 해 보는 생각과 같을 수가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니겠나? 지식(知識)과 상식(常識)은 고정불변(固定不變)인데 지금 순간에 겪고 있는 것은 여태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니 말이네. 그러니까 항상 변화하는 순간을 깨닫는 것이라고 하면 되겠지?”

“맞습니다. 그러니까 목은 생성(生成)의 기운인 것은 맞지만 금이라고 해서 멈춰있다고 하는 것은 겉만 본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금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겠습니까?”

우창이 다시 금의 의미를 묻자 지광이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

“어떤 문제든지 직접 잘 보이지 않을 적에는 우회(迂廻)해서 바라보면 오히려 실체가 잘 보이는 경우도 많지. 금(金)과 통하는 계절은 가을이잖은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봄은 생성의 계절이고 가을은 숙살(肅殺)의 계절이라는 것에서 답을 찾으면 되겠습니까?”

“답이야 어디에서 찾은 들 무슨 관계가 있겠나? 어디 고견을 말씀해 보시게. 춘추(春秋)에서 찾는다고 하면 어떻게 접근을 할 수가 있겠는가?”

지광이 숨 쉴 틈도 주지 않고서 잇단 질문에 잠시 생각하던 우창이 말을 했다.

“우선 떠오르는대로 말씀을 드려 보겠습니다. 먼저 형상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말하자면 산세(山勢)와 같은 것에서 착안(着眼)해 본 것이지요. 험악한 지형(地形)을 하고 있다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가 있을 텐데 그런 곳에서는 목기(木氣)보다는 금기(金氣)가 더 강하지 싶습니다. 이렇게 위험한 곳이라면 생동감이 넘치기보다는 숙살(肅殺)의 기운이 가득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형상으로 봐서는 이러한 곳에서 금(金)을 느낄 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겠군. 위험을 느낄 정도라면 살기(殺氣)라고 해도 되겠으니 말이네.”

“그리고 기운을 본다면 수맥(水脈)의 부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금(金)은 음중지양(陰中之陽)입니다. 그러니까 사기(死氣)이면서도 그보다는 덜한 전 단계라면 일리가 있지 않을까요?”

“실로 그렇다네. 사람들이 주거지를 바위산이 험한 곳을 택하지 않고 토양이 비옥하고 완만한 곳에 정하는 것도 같은 이치가 아니겠나? 그러니까 금수(金水)는 서로 인접해 있는 의미여서 뚜렷하게 구분하지 않아도 된다네. 목화(木火)를 생성(生成)의 지기(地氣)로 본다면 금수(金水)는 소멸(消滅)의 지기로 봐서 이해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네.”

“형님의 말씀을 들으니까, 무사(武士)의 손에 있는 검(劍)은 금(金)이라고 하겠고, 검이 움직이면 수(水)가 되는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다.”

“그렇게 궁리해 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생각이지. 대체로 암석의 지대는 편안한 자리가 없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지 않겠는가?”

“일리가 있겠습니다. 산이 높다고 해서 좋기만 할 수는 없다는 뜻이군요.”

“당연하네. 산을 이해할 적에 나무가 거꾸로 있다는 것으로 생각하면 좋은 비교가 된다네. 나무의 뿌리는 산의 가장 높은 곳으로 보게 되지. 뿌리 부분은 곤륜산(崑崙山)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

그러자 설명하기가 애매해서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을 것인지를 생각하던 우창이 비로소 그 방향을 잡았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이제야 형님의 말씀을 듣고서 가닥을 잡을 수가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만산(萬山)의 조종(祖宗)인 곤륜산은 나무의 뿌리에 해당하고, 그곳에서부터 뻗어 나온 산맥(山脈)은 나무의 줄기와 같다는 뜻인지요?”

“맞아. 그렇게 되는 셈이지. 사람의 형체나 산천의 구조나 수목의 모습이 모두 서로 같은 것을 살펴보면 그것도 재미있다네. 하하~!”

“그런데 곤륜산을 생각하다가 보니 그곳에서도 오행의 이치는 의연히 살아있는 것처럼 생각이 됩니다. 곤륜산으로부터 산맥이 갈라지는 곳은 나무의 가지가 나뉘는 것과 같고, 끝에 잎이 달리고 꽃이 피는 작은 가지는 산맥의 끝에 있는 야산(野山)과 같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곤륜산은 험하고도 깊으니 오행으로는 금(金)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산맥은 죽죽 뻗어가니 흐르는 물과 같아서 수(水)라고 하겠습니다. 다시 갈라지고 또 갈라지는 것은 나뭇가지가 갈라지는 것과 같으니 목(木)으로 보겠습니다. 그리고 가지의 끝에서 꽃이 피는 것처럼 산의 흐름을 멈추고 좋은 기운이 맺히게 되면 화맥(火脈)과 같으니 화(火)로 보겠습니다. 그리고 흙이 되어서 만물이 소생할 터전이 되는 것은 나무가 땅을 의지하고 있는 셈이니 토(土)가 되는 것으로 보면 거의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잘 판단했네. 그것이 전체를 아우르는 오행이라네. 곤륜산을 금(金)으로 본다는 아우님의 통찰력이 놀랍네. 실로 곤륜산은 대부분이 암석으로 이뤄져서 발을 붙이기도 어려운 곳이니까 말이네. 설산(雪山)도 곤륜산의 줄기에 있으니 자칫하면 천 길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네. 하하하~!”

“아하~! 이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심산(深山)은 화기(火氣)보다는 수기(水氣)가 더 많은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다. 나무도 둥치에는 열매가 달리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로 말입니다.”

“옳지~! 제대로 짚으셨네. 하하~!”

“그렇다면 같은 이유로 비록 마을의 뒷산이라고 하더라도 험산(險山)이라면 금(金)의 기운이 많다고 보면 되는 것이겠지요?”

“당연하지.”

“참, 예전에 언뜻 들었는데 산의 형태를 봐서 오행의 기운을 판단하는 오형(五形)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것은 지금 말씀하시는 것과 비슷하겠지요?”

“아, 산형(山形)을 다섯 가지로 나눈 것을 말하는가?”

“예, 목산(木山)은 우뚝하게 솟아오르고, 화산(火山)은 불꽃처럼 험하게 삐죽삐죽하고, 토산(土山)은 중후(重厚)하며, 금산(金山)은 범종(梵鐘)을 보는 듯하고, 수산(水山)은 수평선(水平線)을 보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까?”

우창은 말로만 설명하자 염재와 거산이 얼른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짓자 그림으로 그려서 이해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붓을 들어서 그림을 그렸다.

이렇게 그림을 다 그려놓고서 염재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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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 산형(山形)의 오행(五行)에 대한 설명대로 그렸는데 이해가 되는가?”

“이해가 잘 됩니다. 진 사부께서 이미 말씀해 주셔서 대략 그렇게 생겼나 보다 하고 상상했는데 이렇게 직접 그림으로 보여주시니 명료하게 이해가 되었습니다.”

염재의 말에 거산도 이해가 잘 되었다는 듯이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우창이 다시 지광에게 물었다.

“형님, 산의 형태가 이렇게 생긴 것을 보면서 오행의 기운이 있는 것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는데 맞는 말인지 궁금합니다.”

“말이 되고 말고는 논외로 하더라도 참으로 유치(幼稚)하지 않은가?”

지광의 말에 일동은 모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염재도 어딘가에서 이와 비슷한 말을 하는 풍수가를 만났던 기억이 났는데 일언지하(一言之下)에 유치한 말이라고 하니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의아했다. 우창이 지광의 말에 바로 물었다.

“어쩐지, 일말(一抹)의 의혹(疑惑)이 있기는 했습니다만, 풍수가는 대부분 그렇게 말하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형님의 말씀을 들으니 명쾌한 해답을 본 듯이 벌써 마음이 설렙니다. 어서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보다도 아우님의 의혹에 대해서 더 궁금하네. 무엇이 의심스러웠더란 말인지 그것부터 들어보세. 하하하~!”

“그렇다면 우제의 생각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가령 앞에서 보면 토형(土形)의 산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오른쪽으로 돌아가서 보면 이번에는 금형(金形)의 산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다시 왼쪽으로 가서 보면 화형(火形)의 산이 됩니다. 이렇게 관점(觀點)에 따라서 서로 다른 산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보는 곳에 따라서 산의 기운이 다르다는 뜻이냐는 의문이 개운하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에 대해서 마땅히 물어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지요.”

“그랬을 테지. 만약에 그 말이 믿어진다면 그야말로 아우님이 아닐 테니까 말이네. 어린아이야 그 말에 속을지 몰라도 밝은 안목을 갖는 사람이 들으면 코웃음을 치고 말 일일 테니까. 하하하~!”

“형님의 탁견(卓見)을 듣겠습니다. 하하~!”

“우선 목산(木山)이라는 이름은 왜 붙었을지 생각해 봤나?”

“예, 아마도 나무의 형상을 떠올린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니까 나무처럼 산세가 우뚝하게 솟아있는 형태를 보면서 나무를 떠올렸을 것으로 짐작해 볼 수가 있겠습니다.”

“틀림없네. 그에 따른 부제(副題)도 있지. 문필봉(文筆峰)이라고 말이네. 붓을 세워놓은 것처럼 생겼다는 뜻도 된다네.”

“아, 들어 봤습니다 문필봉이 보이는 곳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은 학문의 인연이 깊어서 큰 학자가 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야말로 하중하(下中下)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풍수가의 입에서나 나올 수가 있는 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어찌 거대한 산을 자신이 보이는 쪽에 따라서 기운이 달라진다고 말을 하느냔 것이네. 그야말로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는 것과 무엇이 다르냔 말이네. 하하하~!”

“아하~! 그래서 형님께서 웃으셨군요. 듣고 보니 참으로 어설픈 견해라는 것을 바로 깨닫겠습니다.”

“화산(火山)은 불타는 형상이라고 했다지만 어떤가? 오히려 그것은 위험해 보이는 험산(險山)일 테니 금형(金形)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겠습니다. 어느 도성(都城)은 남쪽에 있는 산이 불타는 듯한 불꽃 모양의 형세라고 해서 불기운을 제압(制壓)한다고 궁궐의 앞에 연못을 만든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이것은 일리가 있는 것입니까?”

“호사가(好事家)들의 오락일 따름이라네. 눈이 어두운 왕을 상대로 실없는 풍수사가 왕을 농락하는 말에 불과하니 말이네. 그야말로 마음이라도 편하게 살라는 의미로 만든 연못이라고 하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그것을 사실로 믿는다면 그것이야말로 풍수미신(風水迷信)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그렇다면 궁궐 옆의 연못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까?”

“왜 의미가 없겠나? 나무로 지은 건물은 언젠가 불이 나기 쉬운 자재가 아닌가? 그러니까 혹시라도 불이 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급하게 불을 끄는 용도로 쓰면 되지 않겠나? 그러니까 방화수(防火水)가 아니라 소화수(消火水)라고 해야 한단 말이네. 하하~!”

우창은 지광의 말이 명쾌해서 속이 다 시원해짐을 느꼈다. 불을 방지하는 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불을 끄려고 마련한 물이었다는 것만 들어봐도 그 의미가 명명백백(明明白白)해지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정말 감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수의 미신은 왜 사라지지 않고 구전(口傳)이 되는 것일까요?”

“그것이야말로 악습(惡習)이라네. 익힌 것을 쉽게 털어버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 말이네. 아우님같이 깨어난 안목의 소유자가 과반수(過半數)가 된다면 어떻게 변화하겠지만 백분지일(百分之一)도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지만 또한 그것이 자연의 풍경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겠습니다. 그러니까 말은 그렇고, 그것이 의미가 없는 말인 줄을 알고 살면 된다는 뜻인 거지요?”

“물론이지. 하하하~!”

“정말 재미있습니다. 고정된 생각에 갇혀있는 사람은 변화하기도 어려우니까 가르쳐서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그냥 그렇게 살다가 죽게 가만히 두면 된다는 말씀이 아닙니까?”

“그렇다네. 그러다가 어쩌다가 아우님처럼 깨어있는 자가 찾아와서 그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묻는다면 비로소 답을 해 줄 따름이라네. 그러니 오늘 내가 얼마나 즐겁겠냔 말이네. 하하하~!”

“그건 우제도 이해합니다. 명리학당에서도 가끔 있는 일이니까요. 하하하~!”

두 사람이 유쾌하게 웃는 것을 보면서 염재와 거산도 덩달아 기뻤다. 멋진 스승님을 두 분이나 모시고 공부하는 재미는 무엇과도 비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창이 다시 물었다.

“실로 형님의 말씀에는 더없이 밝은 태양 아래에서 사물을 보는 것처럼 일점(一點)의 의혹(疑惑)도 남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득 떠오르는 말이 있어서 여쭙고자 합니다.”

“뭐든 기탄(忌憚)없이 말해보시게.”

“실은 예전에 들었던 말인데. 뒷산이 수형(水形)이었습니다. 그 풍수가는 그러한 형을 다른 말로 일자문성형(一字文星形)이라서 그 산의 기슭에는 대학자(大學者)가 살고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산속이어서 인가(人家)도 없는 산이었는데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확언(確言)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것은 일리가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만약에 그렇다면, 다른 곳으로 떠돌면서 공부할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움막이라도 치고 공부하면 큰 학자가 될 수가 있는지 궁금했었거든요.”

우창의 말에 지광이 큰 소리로 웃었다.

“으하하하하~!”

“우제의 생각이 참 우습지요?”

“아닐세, 아우님의 그 말이 공감되어서 그런다네. 그런 말을 듣고서 그 정도의 생각도 해 보지 않았다면 어찌 학자라고 하겠느냔 말이지.”

“예? 그렇다면 일자문성형과 대학자의 연관성이 있는 것입니까? 우선 이치에 합당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알고 보면 이치는 참으로 단순하다네. 수(水)의 오상(五常)은 무엇인가?”

“그야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에서 지(智)에 해당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네. 지(智)는 대학자(大學者)에게 어울리는 말이지 않은가?”

“아하~! 그러니까 수형의 산은 일(一)을 의미하고 일자(一字)는 천지(天地)를 나누는 기준점이 되기도 하니 그러한 산형의 아래에서 살게 되는 사람도 그 영향을 받아서 지혜(智慧)로운 사람이 될 것이므로 그 수기의 기운을 받고 살아가는 사람은 대학자가 된다는 말입니까?”

“왜 아니겠나. 그러한 이유에서 나온 말이라네.”

“그렇다면 일리는 있지 않습니까?”

“일리는 무슨 일리~!”

“예? 그럴싸한데요? 무슨 문제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면 백(百) 명의 사람들을 그 기슭에 살게 한다면 모두가 대학자가 되겠는가?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일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네만.”

“그건..... 좀 어렵지 않겠습니까?”

“어렵다면 그것은 허언(虛言)이라는 이야기지 않은가?”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과연 그렇겠습니다.”

“그렇다면 오형(五形)의 산 이야기는 신빙성(信憑性)이 없으므로 그냥 한 번 웃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알겠지?”

“맞습니다. 그게 맞겠습니다. 정말 오랫동안 싸여있던 궁금증이 봄바람에 눈이 녹듯 사라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지광도 미소로 답했다. 그러는 사이에 점심을 먹으라는 주인의 말을 듣고서야 이야기는 중지되었다. 모두 식탁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생각은 저마다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