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7] 바둑(碁)과 장기(棋), 그리고 마작(雀)

작성일
2018-02-19 05:39
조회
5877

[727] 바둑과 장기, 그리고 마작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설은 잘 쇠셨는지요? 초사흘까지 많이 분주하다가 이제 잠시 짬을 내서 한담 한 편 써 봅니다. 마작에 입문하고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보고 있습니다. 바둑 공부도 나름 열심히 했던 적이 있습니다만, 이론은 3단급인데, 실력은 8급 언저리를 맴돌았었지요.

장기도 잘 하지는 못하지만 말들이 어디로 가는 것인지에 대한 방법은 알고 있는 정도입니다. 여기에 마작을 추가하고 보니까 이 셋의 관계와 특성에 대한 궁리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잡기(雜技)라면 잡기인 인간의 놀이에 불과하지만 그것도 누가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약간의 사유(思遊)꺼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것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신 벗님이라면 어디에 가서 안주꺼리 삼아 한두 마디 써먹을 것도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하하~!

 

1. 바둑(碁)은 지도(地道)


세 가지의 놀이에다가 천지인(天地人)을 붙여 봤습니다. 그래야 뭔가 좀 있어보이겠더란 말씀이죠. 그리고 이렇게 놀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놀이의 천지인」이라고 이름을 붙여도 되겠습니다.

글자를 보면 돌(石)로 논다는 의미가 깃들어 있습니다. 바둑돌, 바둑알이라고 부르는 것이 놀이니까요. 그런데 바둑을 땅의 이치라고 할 근거가 있느냐는 말씀을 하고 싶으시다면, 충분히 그럴 까닭이 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나름대로 얻어들은 잡학사전을 뒤적여 보면 몇 가지의 그럴싸 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1) 바둑판은 땅이다.


바둑알을 들고 노는 곳은 바둑판입니다.

ban-honkatura-40

바둑판이 노란 색으로 되어 있는 것은 땅이라는 이치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땅 위에서 놀아보는 것이지요. 그러니 지도(地道)라고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각인 것도 땅의 모습이랍니다.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이치에 따른 것이라고 합니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라는 말을 바둑판에 접목시킨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땅이 네모졌다는 것은 해석의 오류라고 생각하는 낭월입니다. 옛 사람들이 지방(地方)이라고 한 것을 두고 땅은 네모졌다고 생각하고 멀리 가면 낭떠러지에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은 너무도 짧은 판단이라고 여기고 있는 까닭입니다.

왜 방(方)이 네 방향일 것이라고 단정했을까요? 8방도 있고, 10방도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고서를 읽고 해석을 할 적에는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하게 되는 채찍이 되기도 합니다. 자기 생각으로 해석하고 그림까지 떡~하니 그려놓으면 후학은 그런가보다.... 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낭월이 해석하는 방(方)은 울퉁불퉁하다는 의미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방에는 정방(正方)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여하튼 지구를 본땄다고 한대서 무슨 큰 일이 나는 것은 아니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 됩니다.

그러한 땅은 360일을 순환의 주기로 변화를 합니다. 계절은 우주의 이치가 아니라 이 땅의 이치라고 보면 되겠고, 바둑의 4등분은 그러한 의미에서 춘하추동을 나타낸다고 하니까 서로 연관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DSC_0246a

이것이 바둑판입니다. 혹 모르시는 벗님도 계실까 하여 이렇게 보여드립니다. 바둑판을 보면 땅 위에서 일어나는 한 해의 흐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잘 구분이 되라고 테두리를 만들었습니다. 각각의 테두리에는 바둑 돌을 놓을 수가 있는 지점이 90개가 있습니다. 이것은 한 계절의 3개월은 90일이라는 것과 일치한다고 하네요.

편인의 성분이 있으신 벗님은 아마도 세어보실 것 같습니다. 그러셔도 됩니다. 아무리 세어봐도 90개의 교차점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에서 새로운 것은 찾을 수가 없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하하~!

춘삼삭(春三朔)은 봄의 세 달을 말합니다. 정월, 이월, 삼월이 되겠네요. 나머지도 그렇게 보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바둑판은 땅의 이치를 담고 있는 모양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해는 360일이 되므로 바둑알을 놓을 수가 있는 지점도 360군데가 되는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아, 이건 틀린 말입니다. 실은 테두리의 중앙에  포함되지 않은 1점이 있죠. 이것은 별도의 이름이 있는 자리입니다. 천원(天元)이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참 재미있죠? 바둑판에 하늘의 이치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하셨다면 말이죠.

img02a16e8azikdzj

바로 이 자리입니다. 아무래도 낭월이 지어낸 것 같다고요? 뭐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낭월을 아시는 벗님이라면 그렇게 자신이 지어낸 것을 거짓으로 말씀드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정도는 알고 계실 것으로 믿습니다. 하하~!

banmen

이렇게 떡~! 하니 천원이라고 써 놓은 이미지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설마 이것을 낭월이 만들었다고 생각하시지만 않으신다면 말이죠. 그렇다면 바둑판이 땅의 이치만이 아니라 하늘의 이치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야 물론이죠. 하늘이 없는 땅이 어디 있겠남요. 그래서 360+1이 되는 것입니다. 하늘의 비중은 360분의 1이라는 의미입니다. '하늘의 작용을 모르는 바는 아니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지 싶습니다.

사실 우리는 하늘을 그리 의식하지 않고 이 땅에서 살아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바둑판은 참으로 오묘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2) 바둑 돌은 주야(晝夜)의 순환이다.


낮이 한 번 되고, 또 밤이 한 번 됩니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가 되네요. 그런데 바둑을 두면 어느 돌을 먼저 두나요? 밤이 먼저냐 낮이 먼저냐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바둑의 규칙에서 그것을 규명해 놓았으니 이런 일로 싸울 일은 없겠습니다. 세상의 이치는 음양(陰陽)이니 음이 먼저이고, 그래서 바둑 돌도 당연히 밤에 해당하는 흑돌이 먼저가 되는 것이랍니다.

1247341

1번이 흑(黑)이죠? 처음 뒀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바둑을 두는 방법은 논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또 나중의 이야기이니까요. 이렇게 흑이 먼저 시작하고, 그 자리는 봄에 해당한다고 여겨도 된다는 정도로만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전문가든 아마추어든 기본적인 바둑의 규칙을 배웠다면, 대부분은 이렇게 네 귀퉁이에 한 점씩 놓는 것이 공식입니다.

어디다 둬도 자유지만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은 그것이 최선이라고 하는 것을 오랜 세월을 통해서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원래 공식은 시행착오 끝에 얻어지는 것이니까요. 물론 가끔은 아주아주 드물게 천원에 먼저 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고사가 있는데 들어보실랍니까? 낭월도 줏어들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므로 근거와 시기는 전혀 알 바가 없습니다.

조선의 사신이 중국의 황제를 뵈러 갔던 모양입니다. 황제를 뵙고 물러나면 대신을 만나야죠. 그 중에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초청을 받고 갔더니 생전 처음보는 바둑판을 놓고는 한 수 두기를 청하는데 거절하는 것은 외교사절에서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던 모양입니다.

손님 대접을 한다고 그 대감이 먼저 흑돌를 잡고 천원에 놓았더랍니다. 그렇게 두는 것이 실제로 있는지 궁금하실 식신성분의 궁금이 벗님을 위해서 실제로 둔 바둑의 판을 보여드려야 하겠네요.

격언47.2

1번이 어디인가요? 맞습니다. 중앙의 천원에 떡 하니 놓아버린 1번돌입니다. 그 다음부터는 상대가 놓는 대각선상의 지점에 놓으면 됩니다. 그야말로 날로 먹는 것이죠. 결과적으로는 중앙을 차지한 만큼의 유리함이 얻어진다는.....

좀 비겁하다고요? 그런 설도 있습니다. 그러나 바둑은 어디에 놓아도 된다는 이치를 보여주는 것이니 너무 비난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도 자유니까요. 그럼 이렇게 상대가 두어 올 적에 백을 잡은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도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만약에 그것이 통했다면 이런 바둑그림(棋譜)가 많았을텐데 그렇지 못했던 것을 보면 대략 짐작이 되네요.

다시, 중국으로 간 사신의 이야기입니다. 중국의 대감이 천원에 한 점을 떡 하니 놓고서 다음 수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 조선의 사신은 바둑을 잡기라고 생각했는지, 처음 보는 물건이었는지는 자세한 설명을 못 들었습니다 다만....

바둑판의 한 가운데 떡하니 놓인 흑돌을 한참 바라보다가 백을 하나 집어서 그 흑돌을 내리 쳤습니다. 그러자 아래에 있는 흑은 박살이 나버린 것이지요. 그것을 보고 중국의 대신이 앙천대소를 하면서 말했답니다.

"껄껄껄~! 내가 졌소이다~~!!"
진위는 모르지만 이미 기세로 이겼다고 봐도 되겠네요. 실제로 그런 바둑은 없지만 있었을 법도 한 이야기여서 기억해 뒀나 봅니다. 하하~!

 

(3) 바둑은 반드시 두 사람이 둔다.


서로 마주 앉아서 바둑을 둡니다. 두 사람이 교대로 한 수씩 나누는 것이죠. 그래서 수담(手談)이라고도 합니다. '손으로 나누는 이야기'라는 정도가 되겠네요. 이 땅에서 살아가려면 땅의 이치를 많이 알아야 합니다. 그러한 이치를 연구하는 것이 지리학(地理學)이겠습니다. 어떤 땅에서는 큰 집을 짓고 살고, 또 어떤 땅에서는 오막살이를 할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라고 가르치기도 합니다. 여하튼 두 사람이 둔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바둑을 땅에서 노는 놀이라는 정도를 설명하는 것으로는 이 정도면 충분하지 싶습니다. 구체적인 대국으로 들어가면 그것은 이미 논외가 됩니다. 물론 자신이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갑니다.

실은 바둑을 좀 잘 배워보겠다고, 한국기원에도 가보고, 기원에서 독한 담배연기도 마셨습니다만, 결국은 포기했습니다. 놀이하려다가 폐암 걸리겠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고 하면 거짓입니다. 그야말로 재털이를 옆에 놓고 시작하는 상대와 더불어서 한 수 배우겠다는 마음은 붙잡을 수가 없었거든요. 하하하~!

 

2. 장기(將棋)는 인도(人道)


바둑이 땅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이라면, 장기는 전쟁에서 살아남는 게임입니다. 그야말로 피터지는 생존의 전략이라고 해야 하겠네요. 벌써 초한전(楚漢戰)임을 장기판의 말들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빨간 색의 한(漢)은 유방의 진영이고,  초록 색의 초(楚)는 항우의 진영입니다. 여기에 무수한 전장터의 영웅들을 상징하는 차포마상(車包馬象)과 졸개들이 싸움판을 누비고 다닙니다.

20180219_061818

장기에는 왕이 있고, 2개씩의 차포마상과 5개의 병졸, 2개의 호위병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그야말로 왕을 잡는 게임입니다. 모든 말이 살아있더라도 왕만 잡으면 끝나는 게임입니다. 어떻게 해도 왕이 살아날 수가 없는 상황을 '외통수'라고 하죠. 죽거나 항복하거나 둘 중에 하나 밖에 선택을 할 수가 없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5191732_174106015122_2

애초에 진지를 구축하고 시작하는 게임입니다. 바둑은 광활한 땅 위에서 시작하는 것과 큰 대비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상(象)이 상(相)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렇게 자료를 찾다가 발견하기도 합니다. 중국장기입니다.

107661

한국의 장기입니다. 초한을 직접 나타낸 것과 달리 중국에서는 장수(將帥)로 표시한 것이 다르네요. 왕을 감히 놀이터에 내어 보낼 수가 없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이것은 인간의 경영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바둑은 땅만 차지하면 됩니다. 그야말로 땅의 이야기죠. 그런데 장기에서는 땅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싸움을 해야 하는 전쟁터에 불과한 것이죠. 장기의 목적은 왕을 잡는 것에 있기 때문입니다. 왕은 인간이니까 인간의 놀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요.

그래서 장기는 인도(人道)라고 생각해도 되겠습니다. 물론 싸움이 무슨 도(道)냐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금도 총칼만 들지 않았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생존의 전쟁터라는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취업의 전쟁터, 시험의 전쟁터, 직장의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궁리과 묘수를 찾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알 일이죠?

사실 장기에 대해서는 별로 흥미를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정도 밖에 모르지만 대략 그 의미하는 바는 이 상식을 넘어가지 않을 것으로 봐도 되지 싶습니다. 치열하게 싸워서 반드시 승패를 내야만 하는데 그 기준은 왕을 잡았느냐로 판단한다는 것이 바둑과는 크게 다른 점이라고 봐서 인간의 삶을 놀이화 시켜놓은 것이라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3. 마작(麻雀)은 천도(天道)


그러니까 바둑은 지(地), 장기는 인(人)으로 놓고 보니까, 필연적으로 마작이 들어갈 곳은 하늘 밖에 없기도 합니다만, 그럴싸한 이유를 붙여야 꼼꼼하고 논리적이신 벗님의 동의를 구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20180219_063718

이것이 마작판에서 패를 받아놓은 모습입니다. 물론 실제로는 남의 패는 볼 수가 없지만 다 끝난 다음에 보여주는 패보(牌譜)에서는 이렇게 상대방들이 어떤 패를 받았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앞서, 낭월의 마작입문기를 읽으신 벗님은 대략 짐작을 하시겠습니다만, 약간의 설명을 드린다면, 마작은 넷이서 하게 되어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셋이 할 수도 있고 혼자 놀 수도 있습니다만 공식적으로 넷입니다.

2급은 낭월입니다. 그 짧은 사이에 2급이 되었느냐고요? 그냥 하다가 보면 됩니다. 바둑을 배울 적에 3급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꿈은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마작에서 2급이 되었으니 꿈을 이뤘나요? 하하하~!

왼쪽의 사람은 2단이고, 오른쪽 사람은 5급이네요. 또 마주 앉은 사람은 2단입니다. 단과 급으로 논하는 것은 장기나 바둑이나 같습니다. 그런데 특이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급수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죠. 만약에 바둑판에서 2급과 2단이 한 판을 두려면 적어도 바닥에 4점의 흑돌을 먼저 깔아놓고 시작해야 합니다. 부족한 기력(棋力)을 그것으로 보완하는 것이죠. 장기는요? 물론 장기도 실력차를 조절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차(車)를 떼고 둘 것인지, 차포(車包)를 떼고 둘 것인지를 합의하는 것이죠.

그것은 분명한 개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조정을 거친 다음에 시작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세 게임에 대한 차이점을 생각하게 만든 원인이기도 합니다만.

어제는 마작의 고수들이 한 판 겨루는 인터넷마작을 관전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작은 천운(天運)으로 노는 것이라는 점을 발견(?)한 낭월입니다. 그것을 본 순간, 깨달았습니다.

'마작은 팔자와 같은 것이로구나~!'

그렇게 우연처럼 주어진 패를 받아야만 하고, 그 패는 성공할 수도 있지만 성공하기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패를 주는 자가 하늘이고, 그것을 받는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사주팔자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노력으로 어느 정도 개선은 할 수가 있겠지만 안 되는 것을 되게 할 방법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해야 하겠네요. 하하~!

사주쟁이 눈에 팔자와 같은 마작을 만났습니다. 모든 것은 하늘에 달렸습니다. 아무리 지식과 경험을 쥐어짜도 결과적으로 안 되는 것을 되도록 하는 묘수는 없습니다.

20180219_064805

여기는 고수들의 놀이터입니다. 7단 8단들이 보이죠? 이 온라인 마작은 「천봉(天鳳)」이라는 일본의 마작사이트에서 노는 곳입니다. 링크가 궁금하시면 네이버에서 '천봉마작'을 치면 바로 나옵니다.

판을 보니 한참 진행이 되어서 중반전에 돌입했네요. 마작은 대략 17번 정도의 패를 가져 올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놓인 패를 봐서 몇 순이나 돌아갔는지를 짐작할 수가 있겠네요. 두 번째의 줄에 놓인 패를 보니까 중반전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겠습니다. 세번째 줄에 쌓이면 종반전이겠네요.

아랫쪽 8단은 대략 40%를 완성시켰네요. 다섯쌍을 만들어야 하는 23333게임의 공식에서 본다면 두 개만 완성시킨 상태라고 하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은 입문기를 참고하시라고 얼버무립니다. 하하~!

하가(下家)라고 칭하는 오른쪽의 7단은 90%를 완성했네요. 이제 하나만 더 들어오면 100%가 되겠습니다.

상가(上家)라고 칭하는 왼쪽의 7단은 60%를 완성시켰습니다. 그리고, 대가(對家)라고 칭하는 맞은 편, 그러니까 위쪽의 8단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이네요. 30%를 완성시켰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자, 이 네 사람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확률로만 본다면 당연히 하가의 상황이 매우 유리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이길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늘의 일은 모르듯이, 운명은 내일을 모르듯이, 마작의 최종승자는 아무도 모릅니다. 최종적으로 승자는 99%가 아니라 100%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본가(本家)라고 하는 아래의 8단도 아직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것이 인생입니다. 금메달 유망주가 반칙으로 실격되기도 하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하죠. 이러한 것을 사주의 운으로 알아 낼 수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낭월은 모른다고 말씀드립니다. 그 이유는 공부가 부족해서이거나, 아니면 그것조차 사주팔자의 수치라고 할 수가 없는 이유라고 하겠습니다.

노력을 한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올림픽에 나갈 정도라면 노력하지 않았다는 말은 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의 결과는 그야말로 천운(天運)이고, 행운(幸運)일 따름입니다. 그리고 운명이라고 얼버무리기도 하죠. 하하~!

그런 점에서 마작은 천명(天命)에 해당한다고 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제 막 기본적인 완성판을 만드는 법만 배운 깡초보가 수십년을 마작으로 먹고 살아 온 고수를 이길 수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식상이나 재성이 없는 사람이 찾아와서 사업을 하려면 어떻겠느냐고 묻거나, 사주를 배우면 상담을 잘 할 수가 있는지를 물었을 적에 난감한 것과 같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천명에서 '그런 것은 인연이 없다'고 찍힌 사주판을 받아서 태어났는데 그것을 해 보겠다니 그만두라고 할 수도 없고, 해보라고 할 수도 없는 난감함이라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아마도 그러실 것입니다. 문득 모차르트와 샬리에르가 생각납니다. 타고 난다는 것과 노력한다는 것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영화 『아마데우스』였습니다.

경건하고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샬리에르가 보기에는 방탕한 삶을 살아가는 모차르트의 천부적인 재능에 대해서 부러움과 질투를 함께 품지 않을 수가 없었으리라고 짐작해 봅니다. 아무리 뛰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베토벤의 마음을 알기 전에는 말이죠.

그런 때에 신을 원망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노력도 했는데 나는 왜 안 되고 그는 되는지를 신이 아니고서야 하소연을 할 대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작을 보면서 딱, 그 생각이 들었습니다. '억지로는 안 되는 구나....'

하늘이 13개의 숙명패를 줍니다. 마작은 처음에 13개를 갖고 시작해서 노력으로 짝을 맞추는 게임이니까요. 그런데 그 후로 주어지는 17개를 합하면 30개가 되네요. 사주를 알면 그래도 무술년이 힘든 해가 되겠구나, 재미있는 해가 되겠구나 하는 정도라도 알 수가 있겠지만 마작은 투명으로 만든 패가 아닌 이상은 불가능합니다.

앗, 그러고 보니까 투명하게 만든 마작패도 있었네요. 구경이나 하시죠.

a2879de5

이 패는 마작만화인 『투패전설 아카기』라는 내용에서 와시즈라고 하는 사람이 만들어서 대국하는 장면에서 나오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실제로 제작한 마작패입니다. 그런데 100%의 투명이 아니고 75%만 투명입니다. 나머지는 불투명입니다. 나도 남의 패를 알 수 있고, 남도 내 패를 알 수가 있는 상황에서의 한 판..... 재미있겠습니까?

실제로 이 투명패로 마작을 쳐보면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고 합니다. 일반 마작은 내 것만 보면서 치면 되는데, 상대방의 패가 보이는 마당에서는 무심할 수가 없으니까요. 나중에 재미삼아서 한 세트 구입할 지도 모르겠네요. 하하하~!

여하튼 알 수가 없는 천운을 의지하고 자신에게 선택의 기회는 오로지 버리는 패를 선택하는 것밖에 주어진 것이 없다는 것. 이것이 인생을 닮았다는 것입니다. 선택을 할 수는 없고 포기만 할 수가 있는 것이 인생이라면 말이죠. 공감이 되십니까? 그러시다면 인생에 대해서 살아온 연륜이 배어난다고 하겠습니다.

바둑을 배워보신 벗님은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바둑에서 지고 잠자리에 누웠는데도 잠이 오지 않는 경험을 말이죠. '글마(상대)가 끊은 수를 그렇게 받지 말고 저렇게 받았으면 지는 상황은 아니었을텐데 바보같이 뭘 한 거야~~ '

이렇게 자책하는 것은 성공도 실패도 자신에게 달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놀이로 시작한 바둑은 스트레스를 듬뿍 줍니다. 열이 받히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다시 책을 보면서 죽자고 공부해도 막상 실전에서는 또 맘대로 되지 않습니다. 책에서 나온 대로 판이 등장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좌절하게 됩니다.

이것은 장기에서도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자신이 말들을 잘 운용하지 못해서 진 것이니까요. 그래서 다음에는 꼭 이기겠다고 박보장기도 풀고, 연장군묘수도 연구합니다만 그것도 냉큼 변화를 가져오진 않죠. 그래서 스트레스는 더욱 쌓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건 놀이가 아니라 극심한 정신적인 노동과 피로감이 겹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마작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것은 패가 섞여서 패산에 쌓일 적에 끝이 났고, 내가 가져온 손패에서 끝이 났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약간의 노력으로 어느 패를 버릴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만 자신의 몫으로 남겨지게 됩니다. 그래서 마작공부란 버리는 공부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버린다는 것.

때론 다 버리고 싶고, 때론 하나도 버릴 수가 없는 상황에 처합니다. 이것이 마작이더구먼요. 다음에 저것이 들어온다면 이것을 버린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고, 이것을 버렸다가 상대가 가져가서 완성시킨다면 어쩌나.... 항상 이렇게 생각하기로 든다면 역시 스트레스가 겹겹이 쌓일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14-1

이것이 마작놀이입니다. 13개에서 하나를 더 가져왔습니다. 그러면 14개의 패가 모아집니다. 그리고 완성이 되지 않으면 또 하나를 버려야 합니다. 그 중에 어떤 것을 버려야 할까요? 아니, 어떤 것을 남겨야 다음에 들어올 패와 연결시켜서 하나의 몸통을 완성할 수가 있을까요?

비록 벗님이 마작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하시더라도 무슨 뜻인지 의미는 이해하실 것입니다. 이렇게 17회를 반복하면서 더 이상 버릴 것이 없을 적에 외칩니다.

 

"쯔모(自摸)~~!!"


스스로 찾았다는 이야긴가요? 찾을 모(摸)이니까요. 그야말로 자력으로 완성시킨 경우입니다. 그럼 상대방은 90%를 완성했든, 마지막 하나만 들어오면 13판짜리 거물이 되건, 아무런 상관이 없이 쓰레기가 되어버립니다. 이것이 마작의 묘미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또 하나의 완성법이 있습니다. 남의 쓰레기로 완성시키는 방법이죠. 인생이 원래 그렇잖아요. 스스로 완성하는 자수성가도 있지만 남의 불행을 기회로 삼아서 성공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이렇게 남이 버린 패로 14개를 완성하여 더 버릴 것이 없을 적에는 외치는 말이 다릅니다.

 

"론(榮)~~!!"


일본 말입니다. 일본마작이니까요. 다른 말로는 리치마작(立直麻雀)이라고도 합니다. 상대방으로 인해서 영예(榮譽)를 얻게 되었다는 뜻일까요? 대략 그렇게 이해를 했습니다. 이렇게 완성하는데는 자력과 타력이 있습니다. 자력은 스스로 수행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타력은 기도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제발 그것을 버려 주슈~~!!'라는 주문이 되겠네요. 그리고 그 패를 버린 사람이 모든 점수를 지불합니다. 그야말로 한 방에 거덜나기도 합니다. 이것이 인생이고 마작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이것은 원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강요한 것은 아니므로 '네탓'일 뿐입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밥이 되는 패를 버리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는 것이 마작공부라고도 합니다. 어떻게 버리느냐.... 원래 인생도 어떻게 버리는 것이 잘 버리는 것인지를 공부하는 것이 최상의 공부라고 하던가요?

마작의 재미는 하늘 탓이라는 편리한 해결책이 있습니다. '내탓'이 아니라 '하늘탓'이거든요. 그래서 사람도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면 하늘을 보고 울부짖잖아요.

"하늘이시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하늘이 무슨 마음이 있겠어요. 그냥 스스로 자신을 설득시키는 방법일 뿐이겠지요. 아무렇거나 그렇게 하늘이라도 원망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수가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약 40여 가지의 점수 내는 방법만 알면 됩니다. 그 안에서 운용은 스스로 하지만 아무리 방법을 통달해도 패가 들어오지 않으면 안 되기에 그것은 천운에 맡긴다고 합니다.

어쩌면 마작은 운칠기삼(運七技三)이 아니라, 운구기일(運九技一)일 것같기도 합니다. 약간의 노력만으로 즐길 수가 있기에 3단과 9급이 같이 어우러져서 한판의 인생을 즐길 수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말이지요.

바둑을 두는 사람을 일러서 일본에서는 기사(碁士)라고도 하는 모양인데, 우리는 구분하지 않고 그냥 기사(棋士)로 한자표시를 하는 것 같습니다. 마작을 두는 사람을 일러서 작사(雀士)라고 하는데, 장기를 두는 사람은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장사(將士)라고 하기도 이상하고, 기사(棋士)라고 하려니 바둑기사와 구분이 어려운데 어떤 호칭이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이렇게 마작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삼대 놀이를 비교해 봤습니다. 출세지향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장기가 제격이고, 스스로의 숨은 재능을 찾아내어서 노력하면 된다는 사람은 바둑에서 빛을 발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마작 한 판도 좋지 싶습니다. 하하하~!

 

2018년 2월 19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