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 제12장 풍수지리(風水地理) / 1. 비상식(非常識)과 초상식(超常識)

작성일
2017-03-20 06:38
조회
2011
[149] 제12장 풍수지리(風水地理)

1. 비상식(非常識)과 초상식(超常識)

=======================

자원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이야~! 드디어 간지총론을 마쳤어요. 우리 소풍가요~!”

자원의 제안을 듣자, 우창도 문득 경순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는데, 자원이 이렇게 말하자 마음이 동했다. 그래서 고월에게 의견을 물었다.

“고월은 어떤가? 경순형님을 뵈러 가볼까?”

“아, 좋지~!”

“그렇다면 바람도 쐴 겸 나들이를 해 보세.”

“알았어요. 얼른 준비하고 나올게요.”

이렇게 말하고는 자원이 자기 처소로 돌아갔다. 그렇게 해서 잠시 후에 세 사람은 간편한 차림으로 다시 모였다.

“참, 취현선생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먼젓번에도 경순형님을 뵙겠다고 했다가 그냥 갔는데 오늘은 동행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드는걸.”

문득 우창이 생각난 듯 고월에게 물었다.

“그렇군, 잊고 있었네. 참회객, 아니 일각 선생도 아직 노산에 계신 건가 알아봐야 하겠는걸. 한 번 가보세.”

“어디로 가면 되나?”

“객사의 지객도사에게 물어보면 알겠지.”

우창과 자원은 고월을 따라서 지객도사의 처소로 향했다. 마침 지객도사는 밖에서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이었다.

고월 일행을 본 지객도사가 알은 채를 한다.

“아니, 고월선생 오랜만이오. 어딜 나들이하시려고?”

“아닙니다. 지객도사님께 알아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말씀 중이신데 죄송합니다.”

“아, 이야기는 다 끝났소이다. 무슨 말씀이오?”

“예, 일전에 운산 스승님과 대화를 나눴던 두 분의 방문자가 계셨는데 어찌 되셨는지 궁금하여 문의 차 들렸습니다.”

“생각나오. 팔이 하나 없으신 분은 반도봉으로 가셨고, 또 한 분은 이내 하산하셨소이다.”

“아 그러셨습니까?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럼 이만 물러갑니다.”

“살펴 가시오.”

세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면서 상황을 추론했다. 우창이 대략 판단을 해 보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까 취현선생은 기어이 반도봉으로 가셨다는 이야기네. 그리고 일각 사형은 또 다른 일을 보러 하산하신 모양인데 이야기를 좀 더 나눌 것을 그랬다는 생각도 드는걸.”

“공부야 제각기 인연이 있는 것을 안타까워할 일이 아니네. 또 멀지 않아서 만나게 될 것인데.”

“그렇겠지? 그럼 반도봉으로 가 볼까?”

“그러세. 어떻게 하고 계신지 궁금하군.”

세 사람은 자연의 풍광을 감상하면서 그렇게 천천히 반도봉의 토굴로 올라갔다. 토굴에 이르자 안에서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딱 들어보니 걸걸한 취현의 목소리가 틀림없었다.

“어험~! 경순형님 계십니까? 고월과 우창이 문안드립니다.”

그러나 문이 확 열리면서 취현이 나왔다. 그러고는 세 사람을 알아보고는 반가워했다.

“아니, 상청궁에서 공부하시는 학자들께서 나들이를 하셨나? 어서 오시게 껄껄껄~!”

“취현선생님 문안드립니다. 편안하셨는지요?”

“반갑군. 자, 안으로 드시지~!”

취현의 안내로 세 사람은 방안에 들어섰다. 두 사람이 열심히 토론하던 모습 그대로 가운데에는 상이 펴져 있고, 책과 함께 여러 글자와 도형들이 그려져 있었다.

경순도 빙그레 웃으며 불청객들을 맞이했다.

“오랜만 일세~!”

“열띤 토론을 하시는데 폐를 끼쳤습니다. 우창이 형님을 뵙습니다.”

“잘 오셨네. 혼자서 취현에게 어찌나 시달렸는지 그렇잖아도 도망을 치고 싶었다네. 하하하~!”

“아니, 스승님. 뭐든 물으라고 하실 적에는 언제시고 또 갑자기 그렇게 말씀하시면 이 취현은 뭐가 됩니까? 껄껄껄~!”

고월이 웃으면서 말했다.

“두 분의 고담준론(高談峻論)을 함께 참석할 수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염치(廉恥)를 불고(不顧)하고 말석을 차지하고 앉겠습니다. 하하~!”

“자원도 인사드려요. 편안하셨지요?”

“암, 편안하고말고, 잘 오셨네. 자리에 각자 편안하게 앉으시게. 예의나 격식은 차리지 않으셔도 되네. 하하하~!”

“감사해요. 귀중한 자리에 함께 하게 되어서 영광이에요~!”

잠시 자리가 안정되길 기다려서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졌다. 그리고 관객으로 참여하게 된 세 사람은 온 이목을 집중해서 귀를 기울였다.

우창은 밖에서 들었던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라는 취현의 말이 무슨 이유로 나온 것인지도 궁금했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경순이 했다는 짐작을 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가?”

“어떻게 그러한 것을 알 수가 있단 말입니까?”

“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세상에는 누구나 이해하는 정도(程度)가 있는 것이 아닙니까?”

“초연수(焦延壽)는 그러한 것을 알려주지 않으셨나 보군?”

“그렇습니다. 그래서 듣고서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어허, 그렇다면 어쩌란 말인가?”

그러자 취현이 세 사람을 바라보고 말했다.

“젊은 친구들은 더욱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네만 한 번 들어보시려나?”

“예, 이미 귀를 씻었습니다. 어서 말씀해 주십시오.”

고월이 그렇게 말을 하면서 관심을 나타냈다.

“지금 풍수지리(風水地理)에 대한 가르침을 듣고 있었네.”

“아, 재미있는 공부를 하고 계셨네요. 경청하겠습니다.”

“원래 조상을 장사 지내고 나면 명당(明堂)에 모신 시신(屍身)은 발복(發福)한다고 하지 않는가?”

“맞습니다. 그런 이야기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신을 모시기도 전에 발복을 한다면 그걸 믿겠는가?”

“예? 그게 말이 됩니까?”

고월이 이렇게 말을 하고서는 빙그레 웃었다. 토굴에 막 다다랐을 적에 방에서 들렸던 취현의 말과 똑같은 말을 자신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말이 바로 그 말이 아닌가. 이런 일이 어떻게 있을 수가 있느냔 말이지.”

“경순형님께서 경위(經緯)를 설명해 주실 것으로 봅니다.”

그렇게 말을 하고는 고월이 경순을 바라봤다. 경순이 이야기를 꺼냈다.

“세상에는 말이 되는 이야기도 있지만 가끔은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도 있다는 것도 열어두시게나. 하하~!”

“그렇다면 형님께서는 실제로 그런 일도 있을 수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로군요. 어떤 이야기인지 듣고 싶습니다.”

“예전에 가난하게 살던 효자가 있었다네.”

“원래 가난해야 더 효자가 나오나 봅니다.”

“부친이 임종(臨終)하셨는데 형편이 가난하여 장지(葬地)를 마련할 수가 없었던 효자는 슬픔에 가득 잠겼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지.”

“그랬겠습니다.”

“아무리 방법을 찾아도 길이 없자. 부패하는 시신을 마냥 방에다가 둘 수가 없어서 산기슭으로 옮겨서 거적때기로 덮어놓고는 곡(哭)을 하고 있었다네.”

“참 안타깝습니다.”

“마침 왕이 지사(地師)를 대동하고 자신의 신후지지(身後之地)를 잡으려고 암행을 하다가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는 거야.”

이야기를 듣던 자원이 물었다.

“그런데, 신후지지가 무슨 땅인가요?”

그 말에 우창이 간단히 설명했다.

“자신이 죽어서 들어갈 자리를 말하는 거야.”

자원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고월이 말했다.

“왕과 지사가 그 자리를 목격했다면 뭔가 심상치 않은 변화가 생길 수도 있겠습니다.”

“왕이 자초지종을 들어보고는 자신이 죽은 다음에 묻힐 곳을 찾을 것이 아니라 이렇게 사정이 딱한 효자를 위해서 자리를 잡아주는 것이 그나마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마음이 생겼던 거지.”

“그렇다면 덕(德)이 참 많은 왕이셨습니다.”

“풍수를 시켜서 명당을 찾아보라고 하니까 바로 뒷산 언덕에 당대발복(當代發福)이 가능한 명당이 있었다네.”

“땅에는 저마다 임자가 있다고 하더니만 가까이에 길지(吉地)가 있었나 봅니다.”

“그러자 왕이 그 땅을 산주인에게서 묘를 쓸 땅을 사겠다고 하고는 거금을 치르고 서둘러서 장사를 지냈지. 그렇게 하관(下棺)을 하고 보니까 시간은 오시(午時)가 되었다더군.”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래서 그 명당을 오시(午時)에 하관하고 사시(巳時)에 발복(發福)하는 명당이라고 해서 유명한 풍수의 전설이 되었다네.”

“이야기는 감동적입니다만, 결과에 대해서는 심히 난감하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이 어찌 가능하단 말입니까?”

이야기를 듣던 고월이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말하자 경순이 답했다.

“그래서 세상의 이치는 참으로 알 수가 없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형님께서는 그것을 믿는단 말씀입니까?”

“당연하지.”

“그 까닭을 설명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우둔한 머리에 침을 한 방 놔주셔야 하겠네요.”

“고월는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지?”

“당연하죠. 하늘이 감동한다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풍수학(風水學)이라고 해서 이론적으로만 보지 말고 하늘을 감동시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볼 수도 있는 거라네.”

“이해는 됩니다만 그것이 풍수의 이론에서 거론할 만큼의 이치에 타당한 이야기가 됩니까?”

“세상의 이치에는 이론(理論)이 있으면 초이론(超理論)도 있는 법이라네. 어찌 책에서만 답을 찾으려고 한단 말인가.”

“그렇기는 합니다만, 공부하는 사람이 책을 의지하지 않고서 또 무엇을 의지하겠습니까?”

“물론 책을 의지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책 밖에도 진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란 말이라네.”

“그렇다면 오시하관에 사시발복의 이치는 어떻게 되는지요?”

“하늘이 감동했다고 봐야지.”

“그것을 어떻게 알 수가 있습니다.”

“효심(孝心)~!”

“효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비단 그 아들뿐만은 아닐 텐데 누구는 감동받고 누구는 무시를 당한다면 그것도 불공평이 아니겠습니까?”

“명학이든 지학이든 일반론은 참고만 하고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서 적용하는 것이라고 보네만.”

“그렇다면 과학(科學)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까?”

“과학? 그게 뭐지?”

“아, 서역 사람들이 세운 이론인데, 어떤 상황에 대해서 재연하여 설명할 수가 없으면 비과학(非科學)이라고 합니다.”

“그런가? 주로 어떤 분야에서 논하는 학문인가?”

“가령 집을 짓거나 다리를 만들거나 숟가락을 만들거나 할 적에 사용하는 공식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공학(工學)이라고 할 수가 있겠군. 만드는 데는 들쑥날쑥하면 안 되니까 통일이 된 논리가 필요하겠네.”

“그렇다면 명학(命學)은 과학(科學)으로 재단(裁斷)을 할 수가 없는 것입니까?”

“어찌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렇다면 서역 사람들이 볼 적에는 믿을 수가 없는 것을 믿는다고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할 수가 있겠네.”

“그것을 미신(迷信)이라고도 합니다.”

“그래? 고월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예? 무슨 말씀이신지요?”

“미신의 뜻이 뭔가 싶어서 말이네.”

“고월이 이해하기로는 믿을 수가 없는 미혹한 것을 믿는 것에 대해서 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를테면?”

“가령, 산소의 좋은 혈처(穴處)에 시신을 모셨는데 그 후로 자손이 잘 되었다고 하는 것은 과학적이라고 할 수가 있지만, 아직 산소도 쓰지 않았는데 복을 받았다는 것은 미신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이지요.”

“그렇다면, 좋은 터에 모셨는데도 그 후로 삼족(三族)이 멸(滅)하게 된다면, 그것은 어떻게 평가를 할 텐가?”

“그렇다면 풍수학 자체도 미신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오호~! 그렇다면 지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헛된 일을 하고 있다고 봐도 되겠단 말이지?”

“이치가 그렇지 않습니까? 그나저나 우둔한 제가 형님께 이렇게 바락바락 대들어도 되는 것인지 좀 걸립니다.”

“괜찮아. 공부하자는 것이잖은가? 고월이 지금 내 인격을 모독(冒瀆)하는 건가?”

“그럴 리가 있습니까? 절대로 안 그렇습니다. 다만 사시발복에 대한 이론과 이야기에 의혹을 갖고 여쭙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내 말도 그렇단 말이네. 대들어도 된다고. 하하하~!”

“그럼 맘 놓고 더 들이대 보겠습니다. 하하~!”

“아우는 과학만 알고 초과학(超科學)은 모르는 모양이군.”

“예? 그런 것도 있습니까?”

“서역인들이 사물을 만들고 계량하는 공식으로 세워놓은 과학을 정신세계에 인용한다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지를 생각해 보란 말이네.”

“과연 그럴까요?”

“그들이 말하는 비과학(非科學)에는 분명히 초과학(超科學)도 있을 것이란 말이지. 자신이 모른다고 해서 없는 것일까?”

“그건 아닐 것입니다.”

“그것 보게~!”

“그러니까 형님께서 저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달란 말입니다.”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면 틀린 것인가?”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학문은 논리적인 테두리는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맞으면 좋고 안 맞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지요.”

두 사람의 열띤 토론에 모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