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 제11장 간지의 변화 / 6. 음생양사(陰生陽死)의 이치(理致)

작성일
2017-03-11 07:02
조회
2117
[140] 제11장 간지(干支)의 변화(變化)

6. 음생양사(陰生陽死)의 이치(理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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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귀를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창이 적천수를 펴고 읽었다.

 

陰陽順逆之說(음양순역지설)


洛書流行之用(낙서유행지용)


其理信之有也(기리신유지야)


其法不可執一(기법불가집일)


 


음양(陰陽)이 순역(順逆)하는 이야기는


낙서(洛書)에서 유행(流行)되어서 쓰게 되었다.


그 이치(理致)는 믿을 만한 것이 있으나


그 이치를 집착(執着)하는 것은 불가(不可)하다.


“내용을 보니까, 우선 첫 구절은 육언절구(六言節句)로 쓰셨군. 무슨 뜻인지는 고월에게 부탁을 드려야지.”

“어디, 살펴볼까?”

“기대되네. 음양(陰陽)이 순역(順逆)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처음 들어보는 말인 걸.”

“음양(陰陽)은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봐서 그냥 넘어가도 되겠지?”

“당연하네만 그다음의 ‘순역(順逆)’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군. 이것도 이미 하나의 음양이라는 뜻인가?”

“물론 그렇게 봐도 되네만 여기에서는 좀 다른 의미인 것으로 보이네.”

“순(順)은 순응(順應)을 의미하고, 역(逆)은 거역(拒逆)을 말하는 것인가 싶은데 아닌가?”

“아니네. 왜냐면 그다음에 나오는 구절이 그와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는 까닭이지. 여기에선 단순하게 순행(順行)과 역행(逆行)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라네.”

“이러한 출처는 다음 구절의 ‘낙서유행지용’에서 나왔다는 뜻인가?”

“그렇다네. ‘낙서(洛書)’는 뭘 말하는지는 알겠지?”

“하도(河圖)와 낙서(洛書)의 낙서가 아니겠는가?”

가만히 듣고 있던 자원이 궁금한 것을 물었다.

“하도(河圖)는 무엇이고, 낙서(洛書)는 또 뭐죠?”

그 말에 우창이 간단하게 설명해 줬다.

“하도는 황하(黃河)에서 나온 용마(龍馬)의 등에 그려진 그림을 말하고, 낙서는 낙수(洛水)에서 나온 거북의 등에 써진 글자라는 뜻인데 신화적인 이야기라고 보면 될 것이고, 선천팔괘(先天八卦)와 후천팔괘(後天八卦)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네.”

“근데 왜 모두 물에서 나온 거예요? 여기에도 무슨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물론이지. 상징으로 본다면 수(水)는 모든 것을 저장하고 압축하고 있는 오행이니까 무엇이든 중요한 것이 나온다면 그곳에서 나온다고 보는 견해가 포함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을 해 보네.”

“정말 진싸부는 아는 것도 많고, 생각하는 상상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시네요. 호호~!”

“그럼 내친김에 하나 더 할까?”

“그건 또 뭔데요?”

“중요한 책을 모아놓은 것을 뭐라고 하지?”

“그야 도서관(圖書館)이라고 하잖아요?”

“그 도서(圖書)가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이제 알겠지?”

“예? 아하~! 하도의 도(圖)와 낙수의 서(書)를 모아서 도서관인 거예요?”

“아마도~!”

“정말 못 말리십니다. 그래도 말이 되네요. 호호호~!”

미소를 머금고 있던 고월이 우창의 물음에 답했다.

“우창의 말대로 낙서를 말하는 것이 맞네.”

“아, 그러니까 음양의 순역은 낙서에서 나온 말이라는 출처를 밝히는 것이로구나. 맞는가?”

“맞았네. 그래서 여기의 순역은 낙서의 순역이지 음양의 순역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라네.”

“그렇다면 낙서에서는 어떻게 음양이 순역 한다는 말인지를 알아야만 하겠는걸. 어디 설명을 부탁하네.”

“낙서(洛書)는 구궁(九宮)의 변화(變化)를 의미한다고 보면 되네.”

“구궁(九宮)은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아마도 그랬을 것이네. 구궁수(九宮數)를 배웠다면 말이지.”

“아, 거기에서 나온 이야기였군.”

“중궁(中宮)에 5를 넣고, 팔방에 숫자를 배열하는 것이라네.”

“맞았어. 양둔(陽遁)과 음둔(陰遁)으로 순역(順逆), 아하~!”

“감이 잡혔는가?”

“순역이 자연스럽게 나오는걸. 하하~!”

“낙서의 순역이 바로 음양순역지설이 된 것이라네.”

“듣고 보니 명료(明瞭)하게 답이 나오는군.”

“그렇다면 정리를 해 보시려나?”

“어렵지 않겠는걸. ‘낙서의 구궁도가 양둔(陽遁)과 음둔(陰遁)에 따라서 양둔에는 순행하고 음둔에는 역행하는 이야기가 있다.’는 뜻이로군.”

“잘 이해했네.”

“그러니까 여기에서의 음양은 음둔과 양둔에서 말하는 음양이었단 말이지?”

“그렇다네. 내가 이해하기에는 그렇게 봐야 할 것으로 생각이 되는군.”

“이제야 제대로 이해가 되었네. 그러니 선생이 없이는 어찌 혼자서 도를 깨닫는다고 하겠느냔 말이지.”

“그렇다면 다음 구절로 넘어갈까?”

“그래도 되겠어.”

“다음은 ‘기리신유지야’라고 했으니, ‘그 이치는 믿을 만하다.’는 뜻으로 보면 되겠지?”

“맞는 것으로 보이네.”

“다음은 ‘기법불가집일’이라고 했군. 풀이를 한다면 ‘그 방법(方法)에 대해서는 하나도 집착할 것이 없다.’는 의미로 보이네.”

“하나로 고집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봐도 될까?”

“아, 그것이 더 내용의 글자에 가까운 해석이라고 하겠네.”

“말하자면,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뜻이 아닌가?”

“맞았네. 왜 이런 말을 하셨을까?”

“아마도 당시에 명리학자들이 낙서의 순역에 대한 이치를 고집스럽게 수용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오호~! 예리(銳利)한 통찰력(統察力)이군.”

“칭찬하신 건가?”

“당연하지. 하하~!”

“그렇다면 명학자(命學者)들이 왜 음양순역설을 집착했다는 것인지도 고월은 알고 있으시겠지?”

“대략 그런 뜻이 아니겠는가 싶은 생각은 하고 있지.”

“명학자들이 집착하게 된 이야기를 좀 들어보세.”

“음양순역지설을 명학에서는 「포태법(胞胎法)」이라고도 하고, 「십이운성(十二運星)」이라고도 하는데 이름은 서로 달라도 의미하는 바는 같다네.”

“포태(胞胎)가 뭔가? 아기를 잉태한다는 것이 아닌가?”

“그것만 봐서는 그렇게 이해를 해도 되겠군.”

“그렇다면 전체를 보면 또 다른 뜻이 된단 말이겠지?”

 

우창은 고월의 이야기에 숨은 뜻이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고월이 궁금함을 못 참고 있는 우창에게 설명했다.

“원래는 ‘음생양사(陰生陽死)하고 양생음사(陽生陰死)한다’라는 말로도 불리는 것이라네.”

“오행의 생사라면 이미 이야기를 들었네만 음양이 생사라니.”

“아, 화(火)의 생사는 인(寅)에서 시작하여 오(午)에서 왕성(旺盛)하고 술(戌)에서 입고(入庫)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 말하는 것은 음양의 생사란 말이네.”

“그것은 또 무슨 이치인지 설명을 해 주셔보게.”

“천간에서 음양(陰陽)이 나뉘는 것은 잊지 않았겠지?”

“여부가 있나. 갑병무경임(甲丙戊庚壬)은 양이고, 을정기신계(乙丁己辛癸)는 음이라는 이야기를 말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야기를 들을 준비는 다 된 것으로 봐도 되겠네.”

“아마도 내용이 좀 어려운가 보군. 자꾸 뜸을 들이는 것을 보면.”

“맞아. 좀 혼란스럽기도 하고, 쓸모가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해를 위해서는 궁리가 좀 필요하다네.”

“알았네. 우선 순역지설(順逆之說)을 설명해 주고 논의해 보도록 하지.”

“알았네. 명학에서의 순역지리는 열두 가지의 공식을 적용시킨다네.”

“그게 뭔가?”

“잘 들어보게. 1. 포(胞) 혹은 절(絶), 2. 태(胎), 3. 양(養), 4. 장생(長生), 5. 목욕(沐浴), 6. 관대(冠帶), 7. 건록(建祿), 8. 제왕(帝旺), 9. 쇠(衰), 10. 병(病), 11. 사(死), 12. 묘(墓)라는 것이라네.”

“내용을 봐서는 아기가 잉태되어서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언뜻 살펴봐서는 일리가 있어 보이지 않는가?”

“그렇게 보이는걸.”

“그렇다면 차근차근 설명을 해 보겠네.”

“그렇게 해 보는 것이 순서에 맞지 싶네.”

“첫 글자를 어디에서 두는지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보통은 절(絶)에서 시작하네. 참 포(胞)는 절(絶)로 나타내기도 한다는 것도 참고로 일러두는 바이네.”

“절(絶)은 끊어졌다는 이야기군. 그러니까 무(無)에서 시작한다고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싶군.”

“그건 일리가 있는걸. 텅 빈 상태에서 시작한다고 보면 되겠군.”

“여기에서 간지(干支)를 대입하여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네.”

“어떻게 말인가?”

“갑(甲)이 있다고 가정하잔 말이네. 물론 이것은 음양의 순역에서 그대로 적용이 되는 공식(公式)이기도 하다네.”

“그게 좋겠군. 갑이 열두 단계의 흐름을 타고 간단 말이지?”

“맞아, 일단 갑(甲)이 신(申)을 만나면 절(絶)이라고 하네.”

“그럼 유(酉)를 만나면 태(胎)가 되는가?”

“눈치 하나는 10단이로군. 하하~!”

그러자 자원도 끼어들었다.

“그렇다면 그다음은 자원도 알겠어요. 술(戌)을 만나면 양(養)이 된다는 것이잖아요?”

“그렇지. 그렇게 따져보게.”

“알았어요. 해(亥)를 만나면 장생(長生)이 되고, 자(子)를 만나면 목욕(沐浴)이 되겠네요.”

“잘 설명했네.”

“그런데 말이 어느 정도는 되는 것 같은걸요.”

“해(亥)는 원래 목(木)의 생지(生支)잖아요? 생지에서 장생(長生)이 된다는 것은 앞뒤가 잘 맞는다고 봐도 되겠어요.”

“옳지. 그러한 논리로 인해서 이 이론의 타당성을 강조(强調)하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고 본다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그대로 수용해도 될 것으로 보이는걸요.”

“알았으니 또 계속해 보시게.”

“축(丑)을 만나면 관대(冠帶)가 되고, 인(寅)을 만나면 건록(建祿)이 된다는 말이네요.”

“또 말이 된다고 하고 싶은 거지?”

“맞아요. 이렇게 대입하는 것은 틀림이 없다고 봐요.”

“알았으니 또 계속하시게. 하하~!”

“묘(卯)를 만나면 제왕(帝旺)이 되고, 진(辰)을 만나면 쇠(衰)에 해당하고, 또 사(巳)를 만나면 병(病)이 되네요.”

“또 느낌이 있다는 말인가?”

“당연하죠. 사(巳)는 목생화(木生火)가 되어서 허약해진 목은 병이 들 수도 있다는 장면이 그려져요.”

“그럴싸하군.”

“계속할게요. 오(午)가 되면 사(死)가 되네요. 그야말로 불타서 죽어버린다는 말이 되잖아요?”

“그렇군.”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미(未)가 되면 묘(墓)가 되는데 이것은 고(庫)와 같은 의미로 보면 되겠죠?”

“그렇지. 그렇게 보면 될 것이네.”

“아니, 임싸부~! 뭐가 문제란 거예요?”

“일단 말이 되는 이야기를 먼저 논한다는 것이라네.”

“그래요? 그럼 또 다른 경우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죠.”

“그럴까? 그럼 갑(甲)을 논해봤으니 이번에는 을(乙)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 형평성(衡平性)에서도 맞겠지?”

“그렇겠어요. 그럼 대입을 해 보죠.”

“자원은 성품이 시원시원해서 좋군.”

“그럼요~! 머리가 따라주지 못하니 말이라도 시원해야 하잖아요? 호호~!”

“자원의 활발함이야말로 우리의 공부에 양념 같은 존재라네. 하하~!”

그 말에는 우창도 한마디 거들었다.

“누가 아니라나 적절하게 잘 물어주니 정리하는데 이보다 더 고마울 수가 없지 않은가. 하하~!”

“에구, 두 싸부님들 그만하시와요. 호호~!”

“그럼 을(乙)을 포태법에 적용시켜 보세.”

“알았어요. 을(乙)은 어디에서 절(絶)이나 포(胞)가 되는 거죠?”

“유(酉)~!”

“그러니까 을(乙)은 유(酉)에서 절(絶)이 된단 말이죠. 그럼 술(戌)에서 태(胎)가 된단 말인가요?”

“거꾸로~!”

“거꾸로라뇨?”

“음양순역이라고 했으니까,”

“아하~! 양은 순행(順行)하고 음(陰)은 역행(逆行)한단 말이에요?”

“그래서 음양순역이라네. 하하~!”

“그렇다면 신(申)으로 가야 하는 거죠?”

“맞아.”

“그럼 을(乙)이 신(申)을 만나면 태(胎)가 되네요?”

“그렇지. 제대로 이해를 하셨네.”

“다음으로 미(未)를 만나면 양(養)이 되고요?”

“왜 말이 그런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신 게지?”

“맞아요. 좀 이상해지는걸요. 다음은 오(午)를 만나면 장생(長生)이라야 하는 건가요?”

“왜 아니겠나.”

“정말 이상하군요. 오(午)에서 생(生)이 된다는 것은 오행생극(五行生剋)의 이치와 정면으로 대치(對峙)되는 것이잖아요?”

“그럼 어떻게 하지?”

“조금만 더 생각해 봐야죠. 다음으로 사(巳)에서는 목욕(沐浴)이 되고, 진(辰)에서는 관대(冠帶)가 되는데요.”

“그리고?”

“다음은 묘(卯)에서 건록(建祿)이 되고, 인(寅)에서는 제왕(帝旺)이 되니 이것은 그래도 말이 된다고 하겠어요.”

“그렇겠군. 다음은 또 어떻게 되나?”

“축(丑)에는 쇠(衰)가 되고, 자(子)에서는 병(病), 해(亥)에서는 사(死), 그리고 술(戌)에서는 묘(墓)가 되는 건가요?”

“틀림없이 대입하셨네.”

“아, 정말 머리가 아프네요. 이게 무슨 논리죠?”

“그것이 바로 음양순역지설이라네. 하하~!”

“그런데 이상하잖아요.”

“그렇게 생각이 되시는가?”

“물론이죠. 어떻게 을(乙)이 해(亥)를 만났는데 죽는다는 거예요?”

“아무래도 좀 이상하지?”

“좀이 아니라 바보 아녜요?”

자원은 말도 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