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제10장 간지의 세계/ 26. 천하유람의 역마살(驛馬殺)

작성일
2017-03-03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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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제10장 간지(干支)의 세계(世界)

26. 천하유람의 역마살(驛馬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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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은 잠시 마음을 가라앉힐 겸해서 마당을 한 바퀴 돌았다. 그 사이에 자원은 과일을 깎고 차를 만들었다. 고월은 신살(神殺)의 이야기를 해 주려고 문서 보따리를 풀어헤치고 자료를 찾았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 찻잔을 앞에 놓고 다시 세 사람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 과일도 먹고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한 다음에 다시 고월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우선 살(殺)이라고 하면 대표적이라고 할 수가 있는 역마살(驛馬殺)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오, 역마살은 떠돌아다닌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렇다네. 이름에서도 알 수가 있듯이 역마(驛馬)는 파발마(擺撥馬)를 말하지. 그러니까 그런 말과 같이 일평생을 떠돌아다니게 된다는 것이지.”

“그런 것이 하나쯤 있으면 좋지 않겠나?”

“그럴까? 그게 없다고 해서 못 돌아다닐까?”

“아, 그렇긴 하군. 하하~!”

우창의 참견으로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 버릴까봐 조바심이 난 자원이 얼른 말리고 나섰다.

“에구~! 진싸부님, 잡음 넣지 말고 경청해 주세요. 호호~!”

“이런 눈치도 없이 주책을 부렸군. 어서 역마살 이야기를 듣고 싶네. 하하~!”

“그럼 잘 들어보고 이치에 맞는지도 궁리해 보시게.”

“알았네.”

“역마살(驛馬殺)은 역마와 같은 인생을 살게 된다는 공식인데, 여기에서 살(殺)은 살(煞)이라고도 한다네. 여하튼 좋은 뜻은 아니로군.”

“그런데, 살(殺)과 신살(神殺)은 같은 말이겠지?”

“아, 그것은 좀 다르네, 좋은 작용을 하면 길신(吉神)이라고 하고, 나쁜 작용을 하면 흉살(凶殺)이라고 한다네.”

“그렇다면 신살이란 말은 길신흉살의 줄임말이로군.”

“맞았네.”

“그런데 왜 길신(吉神)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흉살에 대해서만 말을 해 주려는가?”

“그야 원하신다면 말을 해 줄 수도 있네만 대표적인 의미만 파악하고 나중에 관심이 생기거든 각자 알아서 찾아보라는 의미라네.”

“그렇다면 길신의 대표적인 이름이라도 한 번 알려주면 나중에 찾아볼 적에 참고라도 함세.”

“그럴까? 천을귀인(天乙貴人), 문창귀인(文昌貴人), 금여록(金輿祿), 태극귀인(太極貴人), 복덕귀인(福德貴人) 등등이라네.”

“오호,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겠는걸. 하하~!”

“그래서 가끔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사주를 볼 적에 아부용으로 첨부(添附)하기도 하지. 하하~!”

“일리가 있는걸. 기왕이면 좋은 것이 좋다고 그런 말을 해서 좋은 느낌이 들게 해 주면 나쁘지 않겠군.”

“그러나 또한 허망한 이야기일 뿐이라네.”

“알았네. 경도 스승님이나 고월이나 학문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군. 대단한 학자임을 인정하겠네. 하하~!”

“예끼, 무슨 망발(妄發)을 하는가. 감히 경도 스승님에게 견주는 것은 선학에 대한 모독(冒瀆)이니 행여 꿈에서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말게나.”

“알았네. 농담한 것을 갖고서 정색을 하기는. 하하~!”

“농담도 정도(程度)가 있으니까 하는 말이지.”

“두 싸부님들의 학문에 대한 열정에 경의(敬意)를 표하나이다. 호호~!”

“자, 이제부터 역마살에 대해 설명할 테니 일단 듣기나 잘 들어보시게.”

“암, 여부가 있겠나. 어서 이야기를 해 보시게.”

“우선 역마살의 공식을 알려 주겠네. 이것은 외워놨다가 시골 아낙을 만났을 적에는 이치를 벗어나지 않는 정도에서 사용하는 것은 소통(疏通)의 의미로 봐서도 나쁘지 않을 것이네.”

“그럼 우창에게도 역마살을 써먹어 보란 말인가?”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이치를 알면 모든 풀은 다 약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가?”

“모든 풀이 다 약이 된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군. 그게 말이 되는가?”

우창이 이렇게 고월의 말을 듣고서 동의하지 않자, 자원이 나섰다.

“진싸부, 그것은 임싸부의 말이 맞아요.”

“뭐라고? 모든 풀이 다 약이 된단 말이야?”

“그럼요. 못 믿으시는군요?”

“아무래도 그 말은 동의할 수가 없는걸. 잡초도 있고 약초도 있는 것이 자연의 모습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야기를 하나 해 드리죠.”

“어디 이야기는 들어봐 줄 수 있지.”

“예전에 명의(名醫)에게 의술을 배우던 제자가 있었대요.”

“어디 그런 사람이 한둘이겠나.”

“십 년 세월을 열심히 치료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더랍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승께서 불렀다는군요.”

“하산시켜 주려나 보다.”

“왜 아니겠어요. 한 가지 조건을 내 세웠더랍니다.”

“스승이 말하기를, ‘제자야, 그동안 공부가 잘되었는지 내가 시험을 할 터이니 지금부터 산에 가서 약이 되지 않는 풀 하나만 찾아오면 귀가시켜 줄 것이니라.’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그 제자는 집으로 갈 마음에 하루 온종일 산을 누비고 다녔지만 약이 되지 않는 초목은 하나도 찾을 수가 없었더랍니다. 그래서 빈손으로 귀가했죠.”

“집에 가긴 다 틀렸군.”

“스승님께 말을 했습니다. ‘제자는 아직 집에 갈 때가 덜 되었나 봅니다.’라고 말이죠.”

“그렇지.”

“그랬더니 스승께서 껄껄 웃으면서 말씀하셨대요. ‘이제 그만하면 하산하여도 된다. 모든 풀이 약이 되는 줄을 알았으니 더 배울 것이 없느니라.’하셨다죠.”

우창이 자원의 이야기를 듣고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과연 그 말대로라면 약이 되지 않는 풀이 없단 말이로군.”

“당연하죠. 그러니까 어떤 풀이든 알고서 약으로 쓰면 약이 되듯이 역마살도 제대로 오행의 이치를 알고서 쓴다면 무슨 허물이 있겠느냐는 임싸부의 말씀에 공감이 백배예요. 호호~!”

고월도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의미로 역마살을 이해한다면 해로울 일은 전혀 없지. 하하~!”

“알았어요. 그럼 어떤 것을 역마살이라고 하는지 설명해 주세요.”

고월은 먹을 찍어서 역마살의 공식을 썼다.

 

인오술신마(寅午戌申馬)


사유축해마(巳酉丑亥馬)


신자진인마(申子辰寅馬)


해묘미사마(亥卯未巳馬)


 

“이해가 잘되지 않을 것이네만, 이것이 공식이네. 공식은 ‘삼합의 첫 자를 충하는 것이 역마’라고 하는데 이러한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깊지 않을 테니 말이지.”

우창이 그 말을 듣고서 처음 듣는 말이라서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삼합(三合)의 공식은 어떻게 되나?”

“그래서 내가 지금 막 역마살타령을 시작한 것에 대해서 후회를 하고 있는 중이라네. 괜히 말을 꺼냈다 싶어서 말이네. 하하~!”

그렇게 말하면서 삼합에 대해서도 적었다.

 

인오술화국(寅午戌火局)


신자진화국(申子辰水局)


사유축화국(巳酉丑金局)


해묘미화국(亥卯未木局)


 

“생왕고(生旺庫)의 의미이므로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네. 다만 이 세 글자가 모여 있으면 합이 된다는 이치는 무시해도 그만이라는 점만 알고 있게.”

“그래도 내친김에 이해는 잘해야죠. 어떻게 적용하면 되는지 설명해 주세요. 한 번쯤은 써먹을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아요. 호호~!”

“옛날에는 연지(年支)를 위주로 적용시켰는데 점차로 명학의 기준이 일주(日柱)가 되면서 신살도 자연히 학문의 흐름에 따라서 이동을 하게 되었던 까닭에 일지(日支)를 위주로 적용시킨다네.”

“알았어요. 우선 저의 사주를 좀 찾아주세요. 적용시켜 보게요.”

“아, 그럴까? 자원은 무슨 생이지?”

“경자(庚子)년에 태어난 것을 말씀하시는 거죠?”

“생일은?”

“4월 열 하루예요. 시간은 신시(申時)라고 들었어요.”

만세력(萬歲曆)을 찾아서 뒤적이던 고월이 자원의 명식(命式)을 적었다.

“경자(庚子)년, 신사(辛巳)월, 갑오(甲午)일, 임신(壬申)시로군.”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사주를 적었다.

 

壬 甲 辛 庚


申 午 巳 子


 

“그럼 역마살이 있어요?”

“명식의 표시는 이렇게 하는 거야.”

“왜 명식이라고 하죠?”

“여러 가지로 불러. 명반(命盤), 명조(命造), 사주(四柱) 등등, 뭐라고 하거나 이것을 의미한다고 보면 되는 거지.”

“그러니까 저는 일평생의 암시가 이 여덟 글자에 포함되어 있단 말이죠?”

“그렇다고 할 수가 있지. 여하튼 지금은 역마살이 있는지를 살펴보려는 것이 목적이니까 그것부터 대입해 보자.”

“네~!”

“보자. 연지를 기준해서 본다면.”

“연지가 자(子)니까 신자진(申子辰)에 소속된단 말이죠?”

“그렇지. 그리고 인(寅)이 역마라고 했으니까 월일시의 지지에 인(寅)이 있으면 역마가 되는 것이라네.”

“없는데요?”

“그럼 다시 일지(日支)에서 바라보기도 한다는 말을 했지?”

“맞아요. 일지는 오화(午火)예요. 그렇다면 인오술(寅午戌)에 속해서 인신충(寅申沖)으로 대입하면 신(申)이 역마인 거네요?”

“맞아. 신(申)이 사주에 있으면 역마라고 하는 거지.”

“와~! 찾았어요. 시지(時支)에 신시(申時)니까 이것이 역마란 말이죠?”

“그렇지, 그럼 시에 역마가 있다고 말하면 되겠군. 하하~!”

“그럼 자원은 떠돌아다니는 거예요?”

“그렇지 특히 노년에 떠돌아다닌다는 해석도 할 수가 있지.”

“그래서 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나요?”

“오, 자원은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

“그럼요.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호호~!”

“그럼 역마살의 작용이 있는 것으로 볼까?”

“그래도 되겠는걸요. 호호~!”

그러자, 우창도 끼어들었다.

“고월, 나도 역마살이 있는지 봐 주시려나?”

“그야 뭐 어려운 일이겠는가.”

 

庚 戊 丁 癸


申 辰 巳 巳


 

“우창은 역마살이 없군.”

“그래?”

“따져보면 알 것이 아닌가. 아무리 봐도 없군. 연지에서 봐도 해(亥)가 없고, 일지에서 봐도 인(寅)이 없으니까 말이지.”

“그런데 왜 이렇게 떠돌아다닌단 말인가?”

“그러기에 역마는 필요 없는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아니, 임싸부. 필요 없는 것을 왜 만들었대요?”

“그야 난들 아나? 아마도 그래야 할 필요가 있었겠지.”

“그런데 이론적으로는 어떻게 봐야 하죠?”

자원의 말에 고월이 답을 했다.

“이론적으로는 삼합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나서 그 삼합은 한 덩어리로 움직인다는 것까지 인정한다면 비로소 첫 글자를 충동하니까 역마처럼 돌아다닌다는 말이 가능할 수도 있지.”

“아하~!”

“느낌이 와?”

“네. 이해가 되네요. 그런데 삼합이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면 적용을 할 의미도 없다는 뜻이잖아요?”

“그렇지.”

“아무래도 명학에서는 쓸모가 없는 연장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되네요.”

“그렇다면 이제 경도 스승님의 주장이 얼마나 과감(果敢)한 것인지를 이해할 수도 있으시겠군.”

“당연하죠. 과연 대단한 용기를 갖고 말씀하신 거네요.”

“만약에 억지로라도 적중을 할 가능성은 없을까?”

이번에는 우창이 그냥 말기가 아깝다는 듯이 어떻게라도 맞을 수가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묻자 고월이 답했다.

“만약에. 연지나 일지에 신(申)이 있고, 월지에 인(寅)이 있다면 신(申)의 역마는 인(寅)이 되므로 인신충(寅申沖)으로 동(動)하는 작용이 생긴다고 할 수가 있겠지.”

“오호~! 그렇게 따져서 본다면 역마로 인해서 요동(搖動)한다고 볼 수도 있겠군.”

“그런데 역마를 논하지 않더라도 이미 충동(衝動)을 받는 것이니 의미로 본다면 괜히 했던 말을 또 하는 꼴이라고 해도 되겠지?”

“임싸부, 그러니까 이나저나 역마살은 논할 필요가 없단 말이죠?”

“당장 우창의 팔자를 봐도 바로 증명이 되지 않는가?”

“그렇기도 하네요. 호호~!”

“있어도 그만이고 없어도 그만이라면 없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지.”

“정말 임싸부의 설명을 듣고 보니까 과연 역마살은 생각보다 의미가 없었네요. 다른 것도 마찬가지일까요?”

“하나만 보고서 단정할 수가 없다는 생각인 모양인가?”

“맞아요. 혹시 모르니까 하나만 더 예를 들어서 설명해 주세요~!”

“그럼 또 살펴봐야지. 뭘 볼까?”

“도화살(桃花殺)이요~!”

“왜 도화살이 궁금하지?”

“도화살이 있으면 이성(異性)에게 인기가 있다고 하잖아요.”

“오호~! 어디서 그런 이야기는 주워들었어?”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요. 호호~!”

“그게 궁금하다니까 또 살펴봐야지. 하하~!”

“고마워요. 임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