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제10장 간지의 세계/ 19. 만물을 소생케 하는 정임(丁壬)

작성일
2017-02-24 06:56
조회
2113
[125] 제10장 간지(干支)의 세계(世界)

19. 만물(萬物)을 소생케 하는 정임(丁壬)

=======================

우창은 계속해서 글을 읽었다.

“자, 그럼 다음 대목을 보겠네. ‘강중지덕’이라고 했군. 강(剛)은 굳세다고 하는 뜻을 담고 있으니, ‘굳센 중에도’라고 할 수가 있겠는데. 그러한 것의 덕(德)이라면 그게 뭐란 말이지?”

“원래 덕(德)은 음(陰)의 요인이 되는 것이라는 점에 착안(着眼)을 해 볼 수가 있겠네.”

“그러니까 임(壬)은 양수(陽水)이지만 음의 덕을 갖고 있다는 말인가?”

“딱 그 말이로군.”

“왜 하필 임수(壬水)만 그럴까?”

“오행(五行)에서 생각해 보지 않았던가? 수화(水火)의 위치에 대해서 말이네.”

“그야 극양(極陽)은 화(火)가 되고, 극음(極陰)은 수(水)가 된다는 이야기는 알지.”

“비록 임(壬)이 양수(陽水)이긴 하지만 기본적인 본질은 수(水)이기 때문에 양이면서도 음의 덕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가 되네.”

“아, 그런 뜻이었군. 이해가 되었네. 그러니까 풀이를 한다면, 강강(剛强)한 경(庚)을 다독여서 설기(洩氣)를 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이야기로 보이는군.”

“맞아. 잘 이해하셨네. 하하~!”

“그렇다면 다음 구절로 넘어가네. ‘주류불체’라고 했으니 두루두루 흐른다는 뜻의 주류(周流)와 막힘이 없다는 불체(不滯)의 뜻이니 두루 흘러서 막힘이 없다는 말이로군.”

“기체(氣體)는 어디에도 막힘이 없다는 관점을 깨달은 하충 선생의 통찰력은 여기에서 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단 말이야.”

“아하~! 그러니까 고체(固體)는 움직일 수가 없고, 액체(液體)는 길을 따라서만 움직일 수가 있는데 기체는 어디라도 걸림 없이 움직일 수가 있다는 뜻인 거지?”

“틀림없는 이야기로군.”

“그래서 은하수까지도 막힘이 없이 통해져 있단 뜻인가?”

“당연하지.”

“정말 경도 스승님의 천간론은 참으로 심오(深奧)하군.”

“아마도 현금(現今)의 천간에 대한 풀이 중에서는 최상(最上)이라고 봐도 될 것이네. 이에 필적할 만한 주장은 본 적이 없으니까. 하하~!”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경도 스승님이 원문을 쓰고, 하충 선생이 주석을 붙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

“잘 판단하셨어.”

“식견이 깊어야만 멀리 볼 수도 있다는 것은 지당(至當)한 말이라고 봐야 하겠군. 게으름을 피울 겨를이 없으니. 하하~!”

“다음 구절로 넘어가도 되겠지?”

“다음은, ‘통근투계’로군. 통근(通根)은 뿌리를 통한다는 의미이지. 지지(地支)에 해자(亥子)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거나 신유(申酉)까지도 포함할 수가 있겠는데 어떤 것이 맞을까?”

“그야 둘 다 맞는 말이라고 보면 되지. 고향도 뿌리가 되고 사는 곳도 뿌리가 되니까 말이네.”

“투계(透癸)라는 것은 계수(癸水)가 천간(天干)에 있다는 말인가?”

“그렇지.”

“아마도 간지에 금수(金水)의 세력이 무리를 지어 있을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를 하면 되지 싶군.”

“잘 생각하셨어. 그 뜻이야.”

“그렇게 되면 하늘을 치고 땅을 휩쓴다는 말이 ‘충천분지’라고 봐야 하겠지? 이것은 아마도 바닷물이 범람하여 포구(浦口)를 휩쓸어 버리는 해일(海溢)과 같은 느낌이 나는걸.”

“그렇게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네.”

“어찌 보면 무력해 보이기조차 한 공기가 이러한 힘을 내재하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래서 주변의 분위기에 따라서 천변만화(千變萬化)한다는 이야기 되는 것이라네.”

“음중지음(陰中之陰)에서도 이러한 역동적(力動的)인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주지(周知)하라는 것이지.”

우창이 문득 병화가 떠올라서 말했다.

“놀랍군. 병화맹렬(丙火猛烈)과는 또 다른 느낌의 맹렬함일세.”

“아, 그렇지 병화맹렬도 있었구나. 임과 병이 대치(對峙)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문득 드는걸. 그러고 보니까 우창도 복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겠군. 하하~!”

“충천분지가 천하를 휩쓸고 다닌다고 보면 이것은 마치 폭풍우(暴風雨)를 연상시키는데, 그것과도 연결을 시켜 볼 수가 있을까?”

고월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설명을 했다.

“만약에 이렇게 휩쓸고 다니려면 적어도 갑(甲)의 작용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해 볼 수가 있겠는걸.”

“갑이 필요하다면, 바람의 작용이 추가되어야 한단 말인가?”

“그렇지. 그런데 수생목(水生木)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 보면 임(壬)에 계(癸)가 강력하게 추가된다면 자연히 소용돌이가 일어나고 그 자리에서 바람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긴, 물이 흘러가게 되면 그중에서 바람이 발생하는 것도 가능하겠는걸. 오호~! 이건 참으로 재미있는 말인데~!”

자원도 흥미가 생겼는지 덩달아서 말한다.

“그렇다면요. 다른 오행도 강한 힘이 생긴다면 저절로 생동하는 기운에 의해서 생하는 오행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까요? 지금 수생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그것도 가능할 것 같단 말이에요.”

고월이 잠시 생각하고는 다시 말했다.

“자원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까 그것도 궁리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이네. 우선 무기토(戊己土)의 기운이 왕성해진다면 토의 중심에서 경(庚)의 기운이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바람이 세차게 불면 목생화의 이치도 발생하여 불이 생길 수도 있겠는걸. 산에서도 까닭 없이 산불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말이야.”

“맞아요~! 자연적인 구조에서도 생(生)하는 현상이 생길 수가 있을 것으로 봐도 되겠어요. 멋진 생각이에요.”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니 이렇게 엉뚱한 곳에서도 자연의 이치가 발견되는 것이 신기하군.”

고월의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인 우창이 다음 구절을 읽었다.

“다음 구절도 마저 보세. ‘화즉유정’이라고 했는걸. 여기에서 화(化)는 합화(合化)일까? 변화(變化)일까?”

그 말에 고월이 답을 했다.

“합화에 대한 이야기라면, 정임합목(丁壬合木)의 이야기라고 할 수가 있겠지. 다만, 동의하기 어려운 것은 정(丁)과 임(壬)이 합해서 목(木)으로 변화한다는 이야기라네. 그 말에 대해서는 논하지 말기로 하고, 단순하게 서로 합을 한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세.”

가만히 듣고 있던 자원이 갑자기 말했다.

“잠깐만요~!”

“아니, 자원이 무슨 소식을 받았나 보군.”

“정임합목이요. 문득 임(壬)의 공기(空氣)가 정(丁)의 열기(熱氣)를 만나면 대류(對流)가 생기지 않겠어요?”

“그야 당연하지. 뭘 깨달았단 말인가?”

“바로 그 대류는 흐름이잖아요? 흐름은 갑(甲)이라는 이치를 생각해 보면 정임합목의 이치가 전연 없다고는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말이 되기는 한 건가요?”

“오호~! 과연 여인의 예리한 통찰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로군.”

고월이 자원의 말에 감탄했다.

“적어도 다른 간합은 몰라도 정임합은 목의 기운이 발생하는 이치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호호~!”

“자, 그렇다면 기존의 개념에 구애를 받지 말고 풀이를 해 봐야지. 우선 정(丁)은 열기(熱氣)라고 했고, 임(壬)은 공기라고 했으니, 공기가 움직이려면 바람도 가능하지만 열기도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 수가 있겠지.”

“아, 그러니까 스스로 움직임이 생기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맞아, 공기에 열기가 닿으면 팽창해서 상승(上昇)하고, 반대로 차가운 공기는 그 힘에 떠밀려서 하강(下降)한다는 말이 된단 말이지.”

“이러한 작용으로 인해서 ‘유정(有情)’한 현상이 생길 수가 있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그렇게 함으로 유정한 일이 생길 가능성이 있단 말인가?”

“어허~! 서두르긴. 하하~!”

“그야 궁금하니까 그런 것이 아닌가. 어서 설명을 해 주셔보게.”

“따뜻한 공기가 필요한 것은 왜일까?”

“그야 모든 곡식이 자라기 위해서도 온기(溫氣)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그렇다네. 냉기(冷氣)와 온기(溫氣)의 차이는 뭘까?”

“아마도 단순하게 공기가 움직이는 것은 냉기가 될 가능성이 많겠지. 열기가 포함되어서 움직이면 온기가 될 것 같은걸.”

“맞아~!”

이 말을 듣고서 자원이 손뼉을 쳤다.

“짝짝짝~! 멋져요~!”

그것을 보고 고월이 말했다.

“오호, 자원도 생각이 있는 모양인데 어디 한번 들어 볼까?”

“말이 될지는 들어보시고 판단해 주시와요~! 자원이 생각하기에는 봄날의 따사로운 바람은 정임합(丁壬合)이고, 가을의 서늘한 바람은 갑임합(甲壬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호~! 그럴싸한걸.”

“더구나 겨울이 깊어갈수록 정임합은 점차로 어려워지고, 대신 그 자리에 갑의 바람이 더욱 맹위(猛威)를 떨치게 되는 것으로 생각해 봤어요.”

“과연~! 자원의 통찰력은 매우 예리하네. 놀라워~!”

고월이 감탄을 하자 우창도 동의하면서 말을 거들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화즉유정이라는 말은 매우 타당한 논리라고 할 수가 있겠는걸. 멋진 말이로군.”

“우창도 그렇게 생각이 된단 말이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네. 그렇다면 다음 구절을 봐도 되겠어.”

“재미있는걸. 다음의 구절은 마지막으로 ‘종증상제’라고 했네. 종(從)이라는 글자는 자칫하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도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고민을 많이 했을 고월의 이야기가 필요하네.”

“종(從)은 쫓는다는 의미가 아닌가. 그러므로 무엇인가를 따른다는 말이라고 이해를 할 수가 있겠네. 공기가 열기를 받아서 따른다면 그게 무엇일까?”

“아니 그렇다면 ‘정임합목’이라는 말을 자원이 설명한 그대로가 아닌가?”

“어디 설명을 붙여 보시게.”

고월의 말에 우창이 설명을 붙였다.

“열기인 정(丁)과 공기인 임(壬)이 서로 합(合)을 하여 바람인 갑(甲)을 따르게 되니 이로 말미암아 지상(地上)의 생명체들이 활기(活氣)를 얻게 된다는 줄거리가 한 줄에 꿰어진단 말이잖은가?”

“역시~! 우창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그렇다면 다른 의미로 보는 종(從)은 의미가 없는 것일까?”

“그 문제는 다음에 다시 거론할 기회가 올 것이니 여기에서는 생략하도록 하지. 하하~!”

그러자 눈치 빠른 자원이 웃으면서 말을 받았다.

“고마워요. 임싸부~! 자원의 마음을 깊이 헤아려 주셔서 멍하게 될 것을 미리 방지해 주셨어요. 호호~!”

“알았네. 마음이 급하기만 하고 자원을 헤아리지 못한 우창의 생각이 짧았네. 하하~!”

“우창은 아직 모르겠지만, 종(從)이라는 문제는 적천수에서 대단히 큰 영향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네. 이것은 다음에 차차로 논하게 될 것이니 급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네.”

“그런가? 어쩐지 뭔가 담고 있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네. 종화(從化)의 이야기는 다음에 소상하게 들려주기 바라네.”

“당연하지~! 이 정도라면 임수(壬水)에 대한 풀이는 만족스럽다고 봐도 되겠는가?”

“그러니까, 임수의 특징이라면 ‘강중지덕’과 ‘주류불체’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군. 이것은 하충 선생의 논리로 대입하면 궁리하는 본성이라는 의미로도 적용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네.”

“음수(陰水)의 기능(機能)과 역할(役割)에 대해서 이 정도의 단순한 구절(句節)로 표현할 수가 있다는 것도 참으로 놀라운 일이지 않겠는가?”

“이제 마지막으로 한 글자만 남겨놓았군. 계(癸)에 대해서는 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경도 스승님일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를 말인가~! 과연 어떻게 마무리가 될 것인지도 무척이나 궁금하다네.”

“저도요~! 어서 다음 구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어요~!”

자원의 애교 어린 말에 고월과 우창도 같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