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제10장 간지(干支)의 세계(世界) / 10. 만물관리(萬物管理)의 능력(能力)
작성일
2017-02-15 09:14
조회
3210
[116] 제10장 간지(干支)의 세계(世界)
10. 만물관리(萬物管理)의 능력(能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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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은 고월의 깨달음을 향한 열정에 찬사를 보냈다.
“고월도 참으로 대단한 학자적인 열정이 있어서 무토에 대해서는 바로 경순형님의 의견을 들어볼 생각을 하셨군. 대단하네.”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스승은 항상 기다려 주지 않고, 학문은 오늘 깨닫지 못하면 내일도 보장할 수가 없으니까 말이네. 하하~!”
“참 멋진 말이야. 우창도 동감이네. 하하~!”
두 사람의 너스레를 못 들은 척한 경순이 다음 구절을 읽으면서 말한다.
“다음은 ‘만물사명’인걸. ‘일체 만물의 목숨을 관리한다.’는 말이 아닌가? 과연 앞의 ‘정흡동벽’과 짝을 이루는 명언이로군.”
“토의 작용이 이렇게도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습니다. 형님.”
고월이 감동하면서 말했다. 그러자 우창이 나섰다.
“그런데, 형님. 무토가 만물을 사명한다는 것은 대기의 모든 공기를 포함해서 생명을 관장(管掌)한다는 의미가 아닙니까?”
“물론이네.”
“음양의 순환(循環)에 따라서 열고 닫는 것은 생명의 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어떻습니까?”
“당연하지, 생명의 문을 열면 만물이 소생(蘇生)하고 닫으면 만물이 사멸(死滅)하니 이렇게 순환하는 것을 만물사명이라고 보면 되겠군.”
“이러한 이치를 모르고 단순하게 ‘무(戊)는 산(山)’이라고만 알고 살다가 돌아가신 고인들은 참 안타깝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야 상관없지. 그냥 그만큼 알고 누리다가 떠난다면 또한 그만큼의 세상을 인식하고 살아간 것이니까 딱히 억울하다고 할 것은 아니겠지.”
“그럴까요?”
“물론, 다시 이 시대에 태어나서 자신이 공부한 것과 새롭게 연구되어서 알게 된 이치를 비교하게 된다면 아마도 자괴감(自愧感)이 들 수도 있겠지.”
“그렇겠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요. 하하~!”
“그래서 눈코를 쥐어뜯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라네.”
“그렇겠습니다. 어제 몰랐던 것을 오늘 알게 되어 이렇게도 즐거운데 모르고 그냥 살았다는 생각을 하면 안타깝지 싶습니다.”
“자, 다음 구절을 보세나. ‘수윤물생하고, 화조물병이라’고 했네. 이것은 고월도 해석하는데 어렵지 않아 보이는걸?”
“예, 그것은 해 보겠습니다. ‘대기에 습기가 촉촉하여 윤택하면 만물이 잘 자란다.’고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열기가 많아서 건조하게 되면 만물은 가뭄으로 인해서 병이 든다.’고 해석을 하겠습니다.”
“정확히 해석했네. 그렇다면 수화(水火)는 무(戊)의 역사(役事)를 보조하는 역할에서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이로군.”
“맞습니다. 역시 혼자서 되는 일은 없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무토가 관리자(管理者)가 되어서 만물의 목숨을 담당하는 자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목금(木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 않나?”
“목금은 생명을 자라게 하는 목(木)과 숙성하게 하는 금(金)이 서로 균형을 이룬다고 보면 될까요? 흡사 정흡동벽은 목금(木金)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당연한 말이네. 그러니까 목은 자라고 금은 결실하는데 그 과정에서 수화가 적절하게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되면 비로소 도화낙원(桃花樂園)이 된다는 말이로군.”
“도화낙원이라면 아름다운 세상이 그려집니다. 그러면 굶주림도 없는 세상이 되겠습니다.”
“다음은 ‘약재간곤이면 파충의정하라’고 되어 있군. 이건 무슨 말일까?”
우창이 나름대로 생각이 들어서 말했다.
“간곤(艮坤)은 팔괘(八卦)의 명칭이 아닙니까?”
“그렇군. 무슨 뜻이지?”
“간(艮☶)은 산을 말하고, 곤(坤☷)은 땅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간(艮)과 무(戊)의 연결도 생각해 보고, 곤(坤)과 기(己)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고월이 그 말을 받아서 의견을 개진(開陳)했다.
“고월이 생각하기에는, 지지(地支)의 방위와 충돌(衝突)에 대한 의미가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 봅니다.”
“어떻게 말인가?”
“간방(艮方)은 동북(東北)의 축인(丑寅)이 되고, 곤방(坤方)은 서남(西南)의 미신(未申)이 됩니다. 여기에서 인신(寅申)에 대해서 말하는 것인지 축미(丑未)에 대해서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형님의 의견이 필요합니다.”
“보통은 인신충(寅申沖)이 있으면 무토(戊土)가 흔들리니까 나쁘다고 하는 설이 있기는 하지.”
고월이 말했다.
“저도 그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무가 산이라면 혹 지진으로 무너진다고 걱정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으나, 허공이라고 한다면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맞습니다. 그렇다면 인신충(寅申沖)은 해당이 없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축미충(丑未沖)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면 되겠네요. ‘충이 두렵다’는 말은 아무래도 그 외에 다른 뜻으로 보기는 어렵지 싶어서입니다.”
“이렇게 보기에 따라서 의견이 둘로 갈리는 경우에는 최대한으로 논리적인 관점으로 대입을 해 보고 그래도 답이 나오지 않으면 보류(保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네. 또 후일에 지혜로운 후학이 등장해서 명쾌하게 풀어 줄 수도 있으니까.”
“과연 그렇겠습니다. 무리하게 억지로 풀지 말라는 말씀이시죠?”
“당연하지. 대기권의 존재를 서역의 학자들이 알려줘서 무토의 의미가 좀 더 명료해지는 것과 같다고 하겠지.”
고월이 다시 경순에게 물었다.
“형님께 다시 여쭙겠습니다. 무(戊)를 자연의 현상에서 작용하는 존재로 놓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까? 아니면 인간이 무토(戊土)의 일간(日干)으로 태어난 것까지 고려해서 직접 대입을 해도 되는 것입니까? 적용의 범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것은 가감(加減)해서 판단하면 된다고 보네. 무토의 독립적인 심리구조를 보면 고독(孤獨)하다고 하지 않았나?”
“맞습니다.”
“그렇다면 왜 고독한지도 생각을 해 볼 수가 있단 말이지.”
“어떻게 대입하여 이해합니까?”
“허공에서 보이지 않는 힘으로 골고루 작용하고 있건만 아무도 그것에 대한 존재(存在)는 잊고 있으니 그로 인해서 고독하다는 말도 나오지 않겠느냔 생각을 해 보는 것이지.”
“오호~! 멋집니다. 과연 그렇게 볼 수가 있겠습니다.”
“그래서 같이도 보고, 또 따로도 보면서 이해를 하는 것이 좋다고 보네. 어느 한곳에 집착해서 다른 것으로 향하는 가능성조차 막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겠네.”
“이해가 됩니다. 그러니까, 형님의 말씀인즉, 일간에도 적용을 시키지만 자연의 현상에서도 관찰하라는 말씀이지요?”
“그렇다네. 어느 한 가지로만 단정해서 이해해야 할 것은 없는 것도 또한 자연이니까. 하하~!”
우창이 대화를 들으면서 말했다.
“과연 오늘의 공부는 또 이렇게 멋진 지혜로 가득한 만찬에 초대를 받은 것처럼 지식의 향연(饗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그러자 경순이 말을 받았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끼리 모여 있다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무슨 개가 풀 뜯어 먹는 소리를 하느냐고 하지 않겠나? 하하~!”
“맞습니다. 형님. 하하하~!”
“령아도 지혜로운 가르침에 감사드려요. 앞으로 더욱 열심히 공부해서 대화에 끼어들고 싶어요. 호호~!”
“암, 당연히 그렇게 되고말고. 하하~!”
경순도 흐뭇한 미소를 짓고 젊은이들을 바라봤다. 앞으로 이들이 음양오행의 세상에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에 대한 상상을 하는 것이었다. 우창이 의견을 말했다.
“무(戊)에 대해서 완전한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기(己)와 같이 정리를 하는 것이 음양의 짝을 맞추는 의미에서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 말인가. 그렇다면 기토(己土)에 대해서도 살펴보면 되겠군. 어디 누가 읽어보겠는가?”
“고월이 읽어보겠습니다.”
“그러시게.”
기토비습 중정축장(己土卑濕 中正蓄藏)
불수목성 불외수광(不愁木盛 不畏水狂)
화소화회 금다금광(火少火晦 金多金光)
약요물왕 의조의방(若要物旺 宜助宜幫)
기토(己土)는 낮고 습하며
중심(中心)에 바름을 축적(蓄積)하여 내장(內藏)한다.
목(木)이 왕성(旺盛)해도 근심하지 않고
수(水)가 발광(發狂)해도 두렵지 않다.
화(火)가 적으면 어두워지게 하고
금(金)은 많아도 빛나게 한다.
만물(萬物)을 왕성(旺盛)하게 하려거든
조력(助力)하고 협력(協力)함이 옳다.
기토(己土)에 대한 항목을 천천히 읽은 고월은 경순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 나올 것인지에 대해서 의식을 집중했다.
“어디 보자. ‘기토비습’이란 말이군. 직역(直譯)하면, ‘기토(己土)는 비천(卑賤)하고 축축하다.’는 말이로군. 여기에 대해서 혹 의견들이 있으면 말들 해 보셔봐.”
“형님, 무토(戊土)는 고중(固重)이라고 한 것과 너무나 극에서 극으로 달라지는 것 같지 않습니까? 비천하다는 말까지 나온다는 것은 뭘 의미할까요?”
“그러니까, 왜 기(己)는 비천하다고 했을까?”
가만히 듣고 있던 우창이 말했다.
“생각해 보니, 온갖 동물들이 밟고 다니고, 벌레들이 누비도 다니고, 대소변도 뿌리고 온갖 더러운 것을 다 토양에 버리니 이보다 비천할 수가 없다고 하는 뜻일까요?”
“맞았군. 인간이 볼 적에는 비천하지만, 기(己)의 입장에서는 비하(卑下)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 그렇겠습니다. 스스로 잘났다고 하지 않고 항상 낮은 곳에서 묵묵히 수용하고 있는 모습에서 비천보다는 비하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높고 높은 것은 양토(陽土)이고, 낮고 낮은 것은 음토(陰土)라는 말이로군. 그렇게 합의를 보면 되겠는가?”
“가능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동의하자 다음 구절로 눈을 돌렸다.
“다음은 ‘중정축장’이라고 했으니 풀이를 해 보면, ‘중심(中心)이 바르고, 압축(壓縮)하여 저장(貯藏)한다.’는 말이 되겠네.”
“무토에서도 ‘기중차정’과 같은 말로 대입을 해도 되지 않을까요?”
“맞아~! 무토는 겉으로 드러난 기중차정이기 때문에 사람이 반듯하게 서 있는 것으로 확인을 할 수가 있지만, 땅은 그 속을 알 수가 없으니까 저장(貯藏)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
“토(土)에도 음양(陰陽)의 차이가 매우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자 애를 썼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기(己)의 특성을 그대로 갖고 있는 네 글자라면, 비습축장(卑濕蓄藏)으로 요약을 할 수가 있겠는걸.”
“아, 그렇다면 무(戊)의 특성도 네 글자로 요약할 수가 있을까요?”
“당연하지. 네 글자로 요약을 한다면, 만물흡벽(萬物翕闢)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이렇게 무기토(戊己土)의 의미를 요약해 놓으면 그 차이점이 드러날 수도 있겠군.”
“다시 정리를 해 보면, 무토는 만물을 관장하여 열어주고 닫아주는 주재자가 되는 것이고, 기토는 무토의 행사(行事)에 보조를 맞춰서 비습(卑濕)하여 하늘의 뜻에 따라서 땅에다가 모든 것을 저장한다는 것으로 볼 수가 있겠습니다.”
우창의 요약에 의해서 모호하던 뜻이 더욱 명료해졌다. 고월이 말했다.
“우창의 정리가 분명하군. 그대로 이해하면 되겠어. 다음은 비교적 쉬운 것 같으니 고월이 의견을 붙여 보겠습니다.”
고월의 말에 세 사람은 그를 응시했다.
“다음은, ‘불수목성’입니다. 형님. ‘나무가 왕성해도 근심하지 않는다.’는 말의 뜻은 목극토(木剋土)가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 마음 쓸 필요가 없다는 뜻이겠지요?”
“당연하지~!”
고월의 풀이에 대해서 만족스럽다는 듯이 경순이 동조(同調)했다. 그런데 이러한 말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 있었으니 조은령이다. 오행의 생극에 대해서만 이해를 하고 있는 그녀의 관점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걸요.”
그 말을 듣고 우창이 물었다.
“령아는 뭐가 이해가 되지 않는 거지?”
“목극토(木剋土)를 근심하지 않는다는 말은 오행의 생극(生剋)도 무용지물(無用之物)이라는 말이잖아요?”
“그건 아니지.”
“지금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나무가 아무리 왕성해도 걱정하지 않는다는 말은 목극토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 분명해 보이는데요?”
조은령의 그 말에 경순이 답을 했다.
“그건 오행전도론(五行顚倒論)에 대한 부정(否定)이지. 하하~!
“예? 오행이 거꾸러진 논리라고요?”
10. 만물관리(萬物管理)의 능력(能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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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은 고월의 깨달음을 향한 열정에 찬사를 보냈다.
“고월도 참으로 대단한 학자적인 열정이 있어서 무토에 대해서는 바로 경순형님의 의견을 들어볼 생각을 하셨군. 대단하네.”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스승은 항상 기다려 주지 않고, 학문은 오늘 깨닫지 못하면 내일도 보장할 수가 없으니까 말이네. 하하~!”
“참 멋진 말이야. 우창도 동감이네. 하하~!”
두 사람의 너스레를 못 들은 척한 경순이 다음 구절을 읽으면서 말한다.
“다음은 ‘만물사명’인걸. ‘일체 만물의 목숨을 관리한다.’는 말이 아닌가? 과연 앞의 ‘정흡동벽’과 짝을 이루는 명언이로군.”
“토의 작용이 이렇게도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습니다. 형님.”
고월이 감동하면서 말했다. 그러자 우창이 나섰다.
“그런데, 형님. 무토가 만물을 사명한다는 것은 대기의 모든 공기를 포함해서 생명을 관장(管掌)한다는 의미가 아닙니까?”
“물론이네.”
“음양의 순환(循環)에 따라서 열고 닫는 것은 생명의 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어떻습니까?”
“당연하지, 생명의 문을 열면 만물이 소생(蘇生)하고 닫으면 만물이 사멸(死滅)하니 이렇게 순환하는 것을 만물사명이라고 보면 되겠군.”
“이러한 이치를 모르고 단순하게 ‘무(戊)는 산(山)’이라고만 알고 살다가 돌아가신 고인들은 참 안타깝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야 상관없지. 그냥 그만큼 알고 누리다가 떠난다면 또한 그만큼의 세상을 인식하고 살아간 것이니까 딱히 억울하다고 할 것은 아니겠지.”
“그럴까요?”
“물론, 다시 이 시대에 태어나서 자신이 공부한 것과 새롭게 연구되어서 알게 된 이치를 비교하게 된다면 아마도 자괴감(自愧感)이 들 수도 있겠지.”
“그렇겠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요. 하하~!”
“그래서 눈코를 쥐어뜯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라네.”
“그렇겠습니다. 어제 몰랐던 것을 오늘 알게 되어 이렇게도 즐거운데 모르고 그냥 살았다는 생각을 하면 안타깝지 싶습니다.”
“자, 다음 구절을 보세나. ‘수윤물생하고, 화조물병이라’고 했네. 이것은 고월도 해석하는데 어렵지 않아 보이는걸?”
“예, 그것은 해 보겠습니다. ‘대기에 습기가 촉촉하여 윤택하면 만물이 잘 자란다.’고 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열기가 많아서 건조하게 되면 만물은 가뭄으로 인해서 병이 든다.’고 해석을 하겠습니다.”
“정확히 해석했네. 그렇다면 수화(水火)는 무(戊)의 역사(役事)를 보조하는 역할에서 절대로 빠져서는 안 될 존재라는 것이로군.”
“맞습니다. 역시 혼자서 되는 일은 없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무토가 관리자(管理者)가 되어서 만물의 목숨을 담당하는 자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목금(木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지 않나?”
“목금은 생명을 자라게 하는 목(木)과 숙성하게 하는 금(金)이 서로 균형을 이룬다고 보면 될까요? 흡사 정흡동벽은 목금(木金)의 이야기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당연한 말이네. 그러니까 목은 자라고 금은 결실하는데 그 과정에서 수화가 적절하게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되면 비로소 도화낙원(桃花樂園)이 된다는 말이로군.”
“도화낙원이라면 아름다운 세상이 그려집니다. 그러면 굶주림도 없는 세상이 되겠습니다.”
“다음은 ‘약재간곤이면 파충의정하라’고 되어 있군. 이건 무슨 말일까?”
우창이 나름대로 생각이 들어서 말했다.
“간곤(艮坤)은 팔괘(八卦)의 명칭이 아닙니까?”
“그렇군. 무슨 뜻이지?”
“간(艮☶)은 산을 말하고, 곤(坤☷)은 땅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간(艮)과 무(戊)의 연결도 생각해 보고, 곤(坤)과 기(己)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고월이 그 말을 받아서 의견을 개진(開陳)했다.
“고월이 생각하기에는, 지지(地支)의 방위와 충돌(衝突)에 대한 의미가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 봅니다.”
“어떻게 말인가?”
“간방(艮方)은 동북(東北)의 축인(丑寅)이 되고, 곤방(坤方)은 서남(西南)의 미신(未申)이 됩니다. 여기에서 인신(寅申)에 대해서 말하는 것인지 축미(丑未)에 대해서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형님의 의견이 필요합니다.”
“보통은 인신충(寅申沖)이 있으면 무토(戊土)가 흔들리니까 나쁘다고 하는 설이 있기는 하지.”
고월이 말했다.
“저도 그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무가 산이라면 혹 지진으로 무너진다고 걱정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으나, 허공이라고 한다면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맞습니다. 그렇다면 인신충(寅申沖)은 해당이 없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축미충(丑未沖)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면 되겠네요. ‘충이 두렵다’는 말은 아무래도 그 외에 다른 뜻으로 보기는 어렵지 싶어서입니다.”
“이렇게 보기에 따라서 의견이 둘로 갈리는 경우에는 최대한으로 논리적인 관점으로 대입을 해 보고 그래도 답이 나오지 않으면 보류(保留)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네. 또 후일에 지혜로운 후학이 등장해서 명쾌하게 풀어 줄 수도 있으니까.”
“과연 그렇겠습니다. 무리하게 억지로 풀지 말라는 말씀이시죠?”
“당연하지. 대기권의 존재를 서역의 학자들이 알려줘서 무토의 의미가 좀 더 명료해지는 것과 같다고 하겠지.”
고월이 다시 경순에게 물었다.
“형님께 다시 여쭙겠습니다. 무(戊)를 자연의 현상에서 작용하는 존재로 놓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까? 아니면 인간이 무토(戊土)의 일간(日干)으로 태어난 것까지 고려해서 직접 대입을 해도 되는 것입니까? 적용의 범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것은 가감(加減)해서 판단하면 된다고 보네. 무토의 독립적인 심리구조를 보면 고독(孤獨)하다고 하지 않았나?”
“맞습니다.”
“그렇다면 왜 고독한지도 생각을 해 볼 수가 있단 말이지.”
“어떻게 대입하여 이해합니까?”
“허공에서 보이지 않는 힘으로 골고루 작용하고 있건만 아무도 그것에 대한 존재(存在)는 잊고 있으니 그로 인해서 고독하다는 말도 나오지 않겠느냔 생각을 해 보는 것이지.”
“오호~! 멋집니다. 과연 그렇게 볼 수가 있겠습니다.”
“그래서 같이도 보고, 또 따로도 보면서 이해를 하는 것이 좋다고 보네. 어느 한곳에 집착해서 다른 것으로 향하는 가능성조차 막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겠네.”
“이해가 됩니다. 그러니까, 형님의 말씀인즉, 일간에도 적용을 시키지만 자연의 현상에서도 관찰하라는 말씀이지요?”
“그렇다네. 어느 한 가지로만 단정해서 이해해야 할 것은 없는 것도 또한 자연이니까. 하하~!”
우창이 대화를 들으면서 말했다.
“과연 오늘의 공부는 또 이렇게 멋진 지혜로 가득한 만찬에 초대를 받은 것처럼 지식의 향연(饗宴)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그러자 경순이 말을 받았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끼리 모여 있다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무슨 개가 풀 뜯어 먹는 소리를 하느냐고 하지 않겠나? 하하~!”
“맞습니다. 형님. 하하하~!”
“령아도 지혜로운 가르침에 감사드려요. 앞으로 더욱 열심히 공부해서 대화에 끼어들고 싶어요. 호호~!”
“암, 당연히 그렇게 되고말고. 하하~!”
경순도 흐뭇한 미소를 짓고 젊은이들을 바라봤다. 앞으로 이들이 음양오행의 세상에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에 대한 상상을 하는 것이었다. 우창이 의견을 말했다.
“무(戊)에 대해서 완전한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기(己)와 같이 정리를 하는 것이 음양의 짝을 맞추는 의미에서도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 말인가. 그렇다면 기토(己土)에 대해서도 살펴보면 되겠군. 어디 누가 읽어보겠는가?”
“고월이 읽어보겠습니다.”
“그러시게.”
기토비습 중정축장(己土卑濕 中正蓄藏)
불수목성 불외수광(不愁木盛 不畏水狂)
화소화회 금다금광(火少火晦 金多金光)
약요물왕 의조의방(若要物旺 宜助宜幫)
기토(己土)는 낮고 습하며
중심(中心)에 바름을 축적(蓄積)하여 내장(內藏)한다.
목(木)이 왕성(旺盛)해도 근심하지 않고
수(水)가 발광(發狂)해도 두렵지 않다.
화(火)가 적으면 어두워지게 하고
금(金)은 많아도 빛나게 한다.
만물(萬物)을 왕성(旺盛)하게 하려거든
조력(助力)하고 협력(協力)함이 옳다.
기토(己土)에 대한 항목을 천천히 읽은 고월은 경순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 나올 것인지에 대해서 의식을 집중했다.
“어디 보자. ‘기토비습’이란 말이군. 직역(直譯)하면, ‘기토(己土)는 비천(卑賤)하고 축축하다.’는 말이로군. 여기에 대해서 혹 의견들이 있으면 말들 해 보셔봐.”
“형님, 무토(戊土)는 고중(固重)이라고 한 것과 너무나 극에서 극으로 달라지는 것 같지 않습니까? 비천하다는 말까지 나온다는 것은 뭘 의미할까요?”
“그러니까, 왜 기(己)는 비천하다고 했을까?”
가만히 듣고 있던 우창이 말했다.
“생각해 보니, 온갖 동물들이 밟고 다니고, 벌레들이 누비도 다니고, 대소변도 뿌리고 온갖 더러운 것을 다 토양에 버리니 이보다 비천할 수가 없다고 하는 뜻일까요?”
“맞았군. 인간이 볼 적에는 비천하지만, 기(己)의 입장에서는 비하(卑下)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 그렇겠습니다. 스스로 잘났다고 하지 않고 항상 낮은 곳에서 묵묵히 수용하고 있는 모습에서 비천보다는 비하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높고 높은 것은 양토(陽土)이고, 낮고 낮은 것은 음토(陰土)라는 말이로군. 그렇게 합의를 보면 되겠는가?”
“가능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동의하자 다음 구절로 눈을 돌렸다.
“다음은 ‘중정축장’이라고 했으니 풀이를 해 보면, ‘중심(中心)이 바르고, 압축(壓縮)하여 저장(貯藏)한다.’는 말이 되겠네.”
“무토에서도 ‘기중차정’과 같은 말로 대입을 해도 되지 않을까요?”
“맞아~! 무토는 겉으로 드러난 기중차정이기 때문에 사람이 반듯하게 서 있는 것으로 확인을 할 수가 있지만, 땅은 그 속을 알 수가 없으니까 저장(貯藏)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
“토(土)에도 음양(陰陽)의 차이가 매우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자 애를 썼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기(己)의 특성을 그대로 갖고 있는 네 글자라면, 비습축장(卑濕蓄藏)으로 요약을 할 수가 있겠는걸.”
“아, 그렇다면 무(戊)의 특성도 네 글자로 요약할 수가 있을까요?”
“당연하지. 네 글자로 요약을 한다면, 만물흡벽(萬物翕闢)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이렇게 무기토(戊己土)의 의미를 요약해 놓으면 그 차이점이 드러날 수도 있겠군.”
“다시 정리를 해 보면, 무토는 만물을 관장하여 열어주고 닫아주는 주재자가 되는 것이고, 기토는 무토의 행사(行事)에 보조를 맞춰서 비습(卑濕)하여 하늘의 뜻에 따라서 땅에다가 모든 것을 저장한다는 것으로 볼 수가 있겠습니다.”
우창의 요약에 의해서 모호하던 뜻이 더욱 명료해졌다. 고월이 말했다.
“우창의 정리가 분명하군. 그대로 이해하면 되겠어. 다음은 비교적 쉬운 것 같으니 고월이 의견을 붙여 보겠습니다.”
고월의 말에 세 사람은 그를 응시했다.
“다음은, ‘불수목성’입니다. 형님. ‘나무가 왕성해도 근심하지 않는다.’는 말의 뜻은 목극토(木剋土)가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 마음 쓸 필요가 없다는 뜻이겠지요?”
“당연하지~!”
고월의 풀이에 대해서 만족스럽다는 듯이 경순이 동조(同調)했다. 그런데 이러한 말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 있었으니 조은령이다. 오행의 생극에 대해서만 이해를 하고 있는 그녀의 관점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걸요.”
그 말을 듣고 우창이 물었다.
“령아는 뭐가 이해가 되지 않는 거지?”
“목극토(木剋土)를 근심하지 않는다는 말은 오행의 생극(生剋)도 무용지물(無用之物)이라는 말이잖아요?”
“그건 아니지.”
“지금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나무가 아무리 왕성해도 걱정하지 않는다는 말은 목극토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 분명해 보이는데요?”
조은령의 그 말에 경순이 답을 했다.
“그건 오행전도론(五行顚倒論)에 대한 부정(否定)이지. 하하~!
“예? 오행이 거꾸러진 논리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