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제9장 천간(天干)의 소식(消息) / 12. 빛과 열의 작용에 대한 이해

작성일
2017-02-02 06:34
조회
2029
[103] 제9장 천간(天干)의 소식(消息)

12. 빛과 열의 작용에 대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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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한 모금 마신 경순의 말이 이어졌다.

“오행의 화에서는 극단적(極端的)인 성향이라서 균형이 없이 치우쳐 있지만, 십간에서의 화(火)는 도를 이루고 음양으로 균형을 잡는다네.”

“그것이 오행(五行)과 십간(十干)의 차이로군요.”

“그렇지. 이제 비로소 화의 도에 대해서 논할 수가 있게 된 것이지. 하하~!”

“화의 음양에 대해서 생각해 보니까, 밥을 지을 적에는 음화(陰火)인 열(熱)을 쓰는 것이고, 책을 읽을 적에는 양화(陽火)인 광(光)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보겠습니다.”

“그것을 묶어서 광열(光熱)이라고 하면 되겠군.”

“맞습니다. 열에 빛이 포함되어 있다면 빛에서도 열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겠지요?”

“당연하지. 여름날의 빛은 얼마나 뜨거운지를 생각해 보면 알 일이지 않은가?”

“그러네요. 이러한 불의 마음은 어떻게 작용을 할까요?”

“오호~! 불의 마음에 관심이 생겼군.”

“불에 해당하는 마음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야 인생으로 놓고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네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귀띔을 해 주시지요.”

“인생에서 화의 계절에 해당하는 시기는 언제일까?”

“그야 혈기왕성(血氣旺盛)한 시절이라고 보면 불타는 청년기(靑年期)가 되지 않을까요?”

“틀림없네.”

“청년은 거칠 것이 없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당연하지. 그래서 양화에 해당하는 20대의 시기가 되면 생각도 빛과 같이 빠르고, 행동도 그만큼 민첩해지지.”

“그렇겠습니다.”

“그러니 두려울 것이 있겠는가?”

“없지요.”

“맞아, 모두 자기 생각대로만 하려고 하니, 그래서 난폭하다고 하는 말도 한다네.”

“그렇다면 병(丙)은 난폭하다는 의미도 가능하겠습니까?”

“거칠 것이 없다면 당연하지 않겠는가?”

“원래 난폭한 것은 나쁜 것이 아닙니까?”

“물론 좋고 나쁜 것만으로 단죄(斷罪)할 수는 없지. 좋게 말하면 열정이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지.”

“아, 그렇겠습니다.”

“여하튼 일생을 통틀어 본다면, 그 시기가 가장 활발한 만큼 또 난폭하다고 할 수가 있겠지?”

“이해가 됩니다. 거칠 것이 없다는 뜻으로 정리하면 되겠습니다.”

“이것이 양화(陽火)인 병(丙)의 마음이라네.”

“그렇다면 소년기(少年期)의 마음은 어떻습니까?”

“그야 갑을목(甲乙木)의 마음을 이해하면 되겠지.”

“갑(甲)은 열 살 이전을 보면 되겠습니까?”

“왜 안 되겠나? 하하하~!”

“영아(嬰兒)나 유아(乳兒)나 소아(小兒)는 항상 성장하는데 초점이 모여져 있습니다.”

“그야말로 무럭무럭 자라는 시기이지.”

“그리고 남의 말을 들을 줄도 모르고 자기 생각대로만 행동하려고도 합니다.”

“그래서 고인들이 교육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올가미로 뒤집어씌운 것이라네. 하하하~!”

“아하~! 아이들의 갑과 같은 성향을 누르는 묘책(妙策)이었군요.”

“그렇지. 그런데 불행하여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 되기도 하지.”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합니까?”

“너무 귀하게만 대접을 받고 자랐거나, 혹은 전혀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결과는 비슷하다네.”

“난감한 일이겠습니다. 큰일을 하려면 감정 조절을 잘해야 할 텐데 말이지요.”

“그래서 이러한 시기를 통제력(統制力)이 강력하다고 보는 거지. 사실 어린아이들은 부모의 말도 듣지 않고 자기가 최고인 줄 알고 있으니 말이지.”

“그렇다면 10대가 되면 어떻습니까?”

“이 시기는 을(乙)의 시기에 해당하지. 그러니까 몸도 많이 성장해서 이미 어른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의미한다네.”

“그렇지요. 조혼(早婚)할 경우에는 가정을 이루고 가장이 되기도 하니까요.”

“이 무렵에는 상벌(賞罰)로 다스리게 되네. 자기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올 것인지를 생각할 줄 알기 때문이지.”

“이해타산을 계산할 줄 안단 말이로군요.”

“그렇지, 이미 자신의 고집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계산을 해서 어떻게 하면 용돈을 더 받아낼 수가 있을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지.”

“일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을(乙)의 본질이 뭔가?”

“식물입니다.”

“식물이니 몸이기도 하지? 그래서 몸에 대해서 관심도 많고 성장도 무럭무럭 하는 것이라네.”

“성장은 갑(甲)도 하지 않습니까?”

“갑은 무조건 성장만 하지만 을은 구체적으로 몸을 갖춰간다고 할 수가 있겠지.”

“그렇군요. 정신이 성장하는 갑과 몸이 성장하는 을의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맞았네. 그렇게 정리하면 되겠네.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청년이 되는 20대라고 보면 심신이 강건해져서 두려움이 없어지게 되지.”

“아하~! 인생의 천간은 이렇게 진행이 되는 것이었군요.”

“그래서 오행은 금목수화토라고 하지만 천간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라네. 하하하~!”

“틀림이 없겠습니다. 하하~!”

“그러니 병화의 힘이 얼마나 강력하겠느냔 말이지.”

“당연합니다. 빛과 같은 총명함이 있어서 판단력도 빠르겠습니다.”

“생각이 빠르니 행동도 빛과 같이 빠르다네. 그래서 무예를 익히는 사람도 이 시기에 몰입해서 상승의 무공을 익힌다면 평생을 써먹을 수 있는 것이지.”

“공부도 이 시기에 해야 하는 것이었군요.”

“과거시험도 이 시기에 보지 않는가?”

“맞습니다. 최고의 역량(力量)을 보여줄 수가 있는 시절이로군요.”

“그렇다네. 이것이 바로 병(丙)의 본질이라네.”

“병의 심리에 대한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잘 사용하면 지혜로움으로 가는 다리가 되고, 잘못 사용하면 어리석음으로 가는 다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정(丁)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려나?”

“정의 마음을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정은 열이라고 했으니 은근하고 끈기 있게 타는 불을 생각해 봅니다.”

“인생으로 본다면 어떻게 될까?”

“30대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이 시기에는 순간적인 폭발력은 이미 약화되었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그래서 이성적으로 안정이 되지만 그래도 여전히 열정은 속에서 불타고 있다고 보겠습니다.”

“매우 타당한 관찰이로군.”

“저도 이제 보니 정(丁)의 단계였군요. 하하~!”

“그렇군. 열심히 공부하는 열정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하하~!”

그러자 조은령이 말했다.

“그럼 소녀는 병(丙)의 단계네요. 그래서 걷잡을 수가 없는 때가 자주 생겨나는가 봐요. 호호호~!”

“맞아, 령아는 가끔 불같은 때도 있어. 하하~!”

“그렇다면 형님, 병(丙)은 감정적이고 정(丁)은 이성적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요?”

“오호~! 그것을 감지했군. 대단하네~!”

“이것이 맞는 말이라면 양간(陽干)은 모두 감정적이고 음간(陰干)은 이성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까요?”

“왜 안 되겠는가? 당연히 가능하지.”

“아,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는데 그 마음은 이렇게 뿌리가 있었다는 것이로군요.”

“당연하지. 그래서 십간은 마음이라고 하지 않았나. 하하~!”

“그렇다면 수(水)의 마음은 어떻게 이해를 하면 될까요?”

“내친김에 수에 대해서도 마음을 들여다보잔 말인가? 하하~!”

“그렇습니다. 정리해 가면서 공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지요.”

“생각해 보는 것이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니 당연하지. 궁리해 보세나.”

“그럼 짧은 생각이지만 정리해 보겠습니다.”

“좋지~!”

“임(壬)은 양이므로 감정적이 되는 것이겠지요?”

“당연~!”

“감정적으로 기체(氣體)와 같이 마음을 표현한다고 정리를 해 봅니다.”

“어떻게 정리를 할 것인지 기대가 되는군.”

“사실 그것이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서 하충 선생은 무슨 설명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 대목에서는 ‘궁리(窮理)를 한다.’고 되어 있다네.”

“궁리라고요? 그렇다면 내면의 잠재의식에 있는 것을 밖으로 드러내기 위해서 방법을 모색한다는 의미인가요?”

“아마도 그렇게 볼 수 있지 않을까?”

“궁리하는 것과 감정적인 것이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요?”

“궁리는 남들과 타협(妥協)을 하는 것일까?”

“그건 아니지요. 스스로 자신과 싸우는 과정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자신과 싸우는 것은 감정인가, 아니면 이성인가?”

“자신과 경쟁하는 것은 당연히 감정적이겠습니다.”

“그렇다면 양간(陽干)은 감정이라는 것과 연결이 잘 되는가?”

“아, 그렇게 되는 것이었군요. 이제야 모든 것이 풀립니다. 그렇다면 계(癸)는 이성적이라는 이야기가 되겠네요.”

“맞아, 자신의 표현을 위해서 사람들을 동원하고 같은 소리를 내는 사람들과 어울린다면 이것은 이성적일까?”

“그렇겠습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서로 무리를 지어서 힘을 키워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면, 마치 액체가 서로 같은 성분끼리 모여서 세력이 커지는 것과 같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같은 액체라도 본질이 다르면 어울리지 않겠지?”

“그래서 물과 기름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오직 유유상종(類類相從)으로 같은 인연을 따라서 모여들겠습니다.”

“그렇게 모여서 세력을 만든 다음에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므로 액체라는 말과 묘하게도 딱딱 들어맞는 이야기지.”

“참으로 하충 선생의 통찰력은 입신지경(入神之境)의 경지라고 할 만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공기는 어떨까?”

“공기는 자기 멋대로 움직이고 무엇과도 잘 섞인다고 보겠습니다. 호흡을 봐도 들숨과 날숨이 같이 존재하는 것이니까 말이지요.”

“그래서 자기가 생각한 것은 끝까지 파고들지만 관심 없는 것은 본채도 하지 않는 것이라네. 통치자가 좋아할 사람에 속할까?”

“아마도 마음대로 다스려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문득 벼슬도 버리고 사라져 버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감정적이라고 하는 것이라네.”

“아하~!”

“이해가 잘 되셨는가?”

“당연하지요. 수의 음양에 대해서도 이해를 해 보니까 이해에 더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병(丙)은 난폭한 성향을 띠게 되고 정(丁)은 합리적인 열정을 갖게 되는 것이로군요.”

“그만하면 이해가 잘 되었군.”

“생각하면 할수록 참으로 오묘(奧妙)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이 천간의 소식(消息)이었군요. 이러한 것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야 어쩌겠는가? 그래서 자기가 아는 만큼의 세상에서 살다가 가는 것이라네. 어찌 공부에 게을리 할 수가 있겠느냔 말이지.”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실감이 납니다.”

“그런데 조 낭자가 또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이네? 하하~!”

“아녜요. 소녀도 아까 수와 목에 대한 말씀을 듣고 해서 이젠 생소하지가 않은걸요. 얼마든지 말씀하셔도 다 알아듣겠어요.”

“그렇다면 참으로 다행이지.”

“그런데, 병(丙)은 태양이라고 하고, 정(丁)은 촛불이라고 하는 말은 안 하셨어요.”

“아 그랬나? 그것도 형용사라고 보면 되겠지?”

“태양은 추울 적에는 따뜻하고, 더울 적에는 폭염이 되니 난폭하다는 말이 이해가 되기는 해요.”

“다만 정(丁)은 촛불이라고 하는 것은 열을 의미하지만 실로 그러한 것에 갇혀서 작고 무력한 것이라는 생각만 않으면 된다네.”

“알겠어요. 자꾸 반복하게 되니까 효과는 극대화네요. 호호~!”

“맞아~! 반복 수업이 최고지. 하하~!”

“령아도 오늘 귀가 많이 커졌겠는걸? 하하~!”

“귀도 커지고, 두뇌도 커졌어요. 두 배나. 호호~!”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토(土)에 대해서 공부해 볼까?”

“토는 항상 어렵습니다. 형님.”

“당연하지. 어렵지 않으면 토가 아니지. 하하~!”

“선생님, 도대체 토는 왜 어려운 거라고 하죠?”

“어려운 것이 아니라 복잡한 것이지.”

“그게 그거잖아요?”

“다르지.”

“뭐가요?”

“어려운 것은 궁리를 많이 해야 풀리지만 복잡한 것은 구조만 이해하면 특별히 어려울 것은 없거든.”

“전 그게 그거 같은걸요.”

“가령, 엉킨 실타래가 있고, 바늘로 수를 놓는다고 생각해 보셔봐. 하나는 복잡하지만 어렵진 않고, 하나는 복잡하진 않지만 어렵다면 이해가 될까?”

“그야 실타래는 복잡하긴 해도, 어려울 것은 없죠. 하지만 수를 놓는 것은 전후를 생각하면서 해야 하니까 어려워요.”

“그렇다면 구분이 되겠어?”

“그렇게 되는 것이로군요. 잘 알았어요. 선생님~!”

“형님의 비유는 달인(達人)의 경지입니다. 하하~!”

“그냥 그렇게 생각이 나면 말하는 것이지 특별히 달인이랄 것도 없지 뭘.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