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4] 제7장 명학의 기초공사/ 9. 갑목은 참천하고, 을목은 해우니라

작성일
2017-01-0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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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4] 제7장 명학(命學)의 기초공사


9. 갑목은 참천(參天)하고, 을목은 해우(解牛)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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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이 지지(地支)와 월령(月令)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다가 나름대로 혼신(渾身)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이해가 쌓인 것을 확인한 고월은 다시 적천수를 공부해도 될 것으로 보여서 우창에게 말했다.

“어떤가? 이만하면 적천수를 다시 들여다봐도 되지 싶은데.”

“당연하지. 나도 그다음의 내용이 궁금하거든. 그러니까 갑목참천, 탈태요화, 춘불용금 추불용토까지 하고는 화치승룡에서 멈췄던 거지?”

“기억력이 대단하군! 그럼 그다음의 대목에 대해서 읽어보고 생각해 보도록 하세.”

“화치승룡(火熾乘龍)이라, 불이 치열하면 용을 타야 한다는 이야기잖아? 이제 용은 진토(辰土)를 말한다는 것은 알겠고, 불이 치열하다는 것은 뭔 말이지?”

“가령 사주에서 병정(丙丁)과 사오(巳午)가 많은 경우라면 화기(火氣)가 치열(熾烈)하다고 하겠지? 그걸 말하는 것이라네.”

“오호, 그렇게 되면 나무는 불타버릴 수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겠군. 그러니까 습기를 포함하고 있는 진토가 있어야 나무가 말라 죽는 것을 면하고 잘 자랄 수가 있다는 말이지?”

“참 많이 좋아졌군. 정확하게 해석했어.”

“다음은, 수탕기호(水蕩騎虎)로군. 화치(火熾)와 상대되는 이야기인 모양인데? 물이 질펀하면 호랑이를 타라는 말은 인목(寅木)이 필요하다는 뜻이로군. 맞나?”

“맞아~!”

“그런데 갑(甲)이 화치하면 오히려 수극화(水剋火)의 이치를 포함해서 갑자(甲子)가 더 좋은 것 아닌가? 경도 스승님은 무슨 마음으로 진토가 화생토(火生土)로 열을 받으면 어차피 술토(戌土)처럼 될 수도 있는 것을 알면서도 진토를 이야기한 걸까?”

“그래서 경도 스승님이 고수(高手)라는 거지. 그분인들 어찌 자수(子水)를 생각하지 않았겠는가? 당연하지만 자수가 들어오면 수화상전(水火相戰)이 일어나서 사주가 얼마나 시끄러워질 것인지를 내다 본 거지. 그래서 최선이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소란만 피울 것을 감안하여 부득이 차선책으로 진토를 가져다가 화생토로 만든 다음에 어차피 진토는 수고(水庫)이니까, 한편으로는 열기를 냉각(冷却)시키면서 또 한편으로는 수생목(水生木)으로 갑(甲)을 돕게 되는 이치를 택한 것이라고 보이는데.”

“과연, 고월의 안목은 탁월하구나. 감탄이야~!”

“물이 질펀할 적에 술토(戌土)를 찾지 않고 인목(寅木)을 거론한 것도 마찬가지 관점이지. 술토는 토극수(土剋水)로 혼란을 만들게 되지만, 정작 뿌리가 튼튼하게 하지는 못하는 열토(熱土)라는 것을 감안한 거지. 그래서 인목(寅木)을 가져다 놓음으로써 수생목(水生木)을 한 다음에 다시 목을 의지하는 형태로 삼았던 것으로 보이네.”

“물이 질펀하다는 말은 수생목(水生木)이 잘 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런데 왜 걱정을 해야 하지?”

 

“아, 기본적인 생극(生剋)의 다음 단계에서 논의(論議)하게 되는 이야기지. 이제는 균형에 대해 생각할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라네. 명학(命學)의 목표는 바로 균형에 있기 때문이거든. 수(水)가 너무 많으면 화(火)를 생각하는 것은 역학의 관점이라고 할 수가 있지. 그런데 명학에서는 수가 많으면 수의 기운을 흘려서 다른 오행으로 변화해 가는 것을 선호한단 말이지. 그래서 화(火)를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흡수를 잘하는 인목(寅木)을 내세워서 균형을 이뤄가는 평화주의자라고 할 수가 있어. 이것이 명학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라네.”

고월의 상세한 설명을 듣고 있으니 저절로 이해가 되는 듯한 우창이었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좋은 이야기로군. 나도 그러한 평화가 좋은 까닭이겠지.”

“세상의 이치는 대립과 균형을 반복하면서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명학의 핵심이라네.”

“잘 알겠어. 그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느껴지는 것을 보면 공감이 된다는 이야기기로군.”

“다음은 뭔가?”

고월은 우창에게 다음 구절을 읽어보라고 독촉(督促)했다.

“다음은, 지윤천화(地潤天和) 하면 식립천고(植立千古)라고 되어있는데? 그러니까 땅은 윤택(潤澤)하고, 하늘은 화창(和暢)하면 곧게 심어져서 천년의 세월을 잘 살아간다는 의미로 보이는데?”

“그렇겠네. 이런 관점으로 본다면 갑(甲)은 충돌이나 급변하는 상황을 선호하지 않고 고요하고 편안하게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좋다는 뜻이겠군. 이때에는 바람이라는 의미보다는 나무로 생각을 해도 된다고 보겠지. 아마도 앞의 부분은 수준이 높은 학자를 위해서 써놓은 것이고, 뒷부분은 다소 수준이 낮은 사람을 위해서 쓴 것으로 생각되네.”

“오호~! 그러한 배려까지 했단 말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앞에서는 ‘탈태요화(脫胎要火)’라는 멋진 말을 해 놓고, 뒤에서는 화치승룡과 같은 말로 수준이 떨어지는 이야기를 했을 까닭이 없단 말이지.”

“자네는 정말 글을 뜯어보는 능력이 탁월하구나. 놀라워~!”

우창은 혀를 내둘렀다. 이렇게 문장의 사이에 흐르고 있는 의미를 찾아내는 고월의 학문에 대한 안목은 존경심이 우러나올 지경이었다.

“갑목에 대해서는 여기까지로군. 어떤가? 혹 이해가 되지 않거나, 설명이 미진(未盡)한 부분이 있으면 말해 보게.”

“갑(甲)에 대해서는 그만하면 이해가 되었다고 보겠네. 물론 앞으로 또 다른 갑목(甲木)을 만나게 될 테지만 그때에는 또 다른 해법(解法)을 배우게 될 것으로 보네. 우선 지금의 수준으로는 더 깊은 이치를 물어볼 줄도 모르겠지만, 설명을 해 준다고 해도 모두 이해하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봐서 지금은 이 정도로 마무리해도 만족하겠네.”

“그렇겠지? 다음에는 을목(乙木)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 내용이군. 우선 전체적인 내용을 한 번 읽어보게나.”

우창은 고월의 지시대로 을목(乙木)편에 대해서 읽으면서 내용을 적었다.

 

乙木雖柔 刲羊解牛(을목수유 규양해우)

懷丁抱丙 跨鳳乘猴(회정포병 과봉승후)

虛溼之地 騎馬亦憂(허습지지 기마역우)

藤蘿繫甲 可春可秋(등라계갑 가춘가추)

 

을목(乙木)은 비록 유연(柔軟)하지만

양도 찌르고 소도 해체(解體)한다.

정(丁)이 품고 병(丙)이 감싸면

봉황(鳳凰)도 걸터앉고 원숭이도 올라탄다.

땅이 허약(虛弱)하고 과습(過濕)하면

말을 타더라도 또한 근심스럽다.

등 넝쿨과 담쟁이넝쿨이 갑(甲)에 얽히니

봄이나 가을이나 잘 지낼 수 있다.

 

“을목수유(乙木雖柔)라고 되어 있는건 유연(柔軟)하다는 뜻인가? 아니면 유약(柔弱)하다는 뜻인가?”

“음양의 이치로 보면 되지. 양이 강(强)이면 음은 약(弱)인가? 유(柔)인가?”

“그야 강유(剛柔)가 아닌가? 당연히 유연이 되겠구나. 참 알려주는 것도 기술적이로군. 하하~!”

“그렇다면 ‘을목은 비록 유연하지만’으로 해석을 하면 적절해 보이는군. 비록이라고 한 것은 그다음에 반전이 기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암시하는 것이니까.”

“어디, 규양해우(刲羊解牛)라는 군. 그렇다면 양을 찌르고 소를 해체한단 말인가? 참으로 대단한 을목이로군.”

“동물이 다시 등장했군. 양과 소로군. 이건 무슨 뜻인지 어렵지 않겠지?”

“아, 그렇구나. 양은 미토(未土)이고, 소는 축토(丑土)가 아닌가. 그 말은, 을미(乙未)나 을축(乙丑)에 마음대로 뿌리를 내려서 찌를 수가 있다는 의미로 이해를 하면 될까? 육갑을 외워놓으니까 이런 경우를 당하여 매우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당연하지 제대로 이해한 것으로 보이네. 그러니까 유연해 보여도 찌를 적에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힘으로 단단한 토양도 뚫는다는 뜻이네.”

“그런데 왜 축미토(丑未土)만 뚫나? 진술토(辰戌土)도 마찬가지로 토양(土壤)이잖아?”

“엉? 육갑을 외웠다더니 제대로 외운 것이 맞나?”

“왜?”

“육갑에 을미, 을축은 있어도 을진(乙辰), 을술(乙戌)은 없다는 것도 생각이 안 나던가?”

“아, 그런 뜻이었어? 그건 몰랐군. 이제 이해가 되었네.”

“다만, 월지(月支)에 있을 적에는 그러한 개념을 도입해도 안 될 것은 없다고 보면 된다는 것은 참고로 알아둬.”

“월지가 무엇인가?”

“아, 사주의 위치마다 이름이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군. 사람이 태어난 태세(太歲)의 간지(干支)를 연주(年柱)라고 하고, 다시 연간(年干), 연지(年支)라고 위치를 지정하거든.”

“아, 그 이야기였구나. 그렇다면 월주는 월간(月干), 월지(月支)가 되고, 일주라면 일간(日干), 일지(日支)가 된단 말이지? 시주도 마찬가지로 시간(時干), 시지(時支)가 되겠군. 그런가?”

“맞아. 이제 이해가 되었으면 다음 대목을 살펴보자고.”

“알았어. 회정포병(懷丁抱丙)이라.... ‘정(丁)이 품어주고 병(丙)이 감싸주면’이란 말인데? 아무래도 뒷말과 연결이 되어야 완성이 될 문장이지?”

“그렇군. 살펴보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하하~!”

“과봉승후(跨鳳乘猴)라고 되어있네. 봉황을 걸터앉거나 원숭이를 올라탄다는 말이로군. 동물이 나왔으니 지지의 이야기란 것을 알겠어. 그럼 봉황은? 봉황띠도 있었던가? 왜 기억이 안 나지?”

“비유법이라네.”

우창은 고월의 비유법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생각해 보니 봉황이라고 할 만한 동물은 없었다. 다만 날개가 있다는 것으로 말한다면 닭이 있는데 이것이 타당한 것인지는 또 확인을 해 봐야 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봉황이란 닭을 말하는 건가?”

“맞았어. 닭을 일명 봉황이라고도 한다네. 왜냐하면 뱀에서 용을 창조했듯이 이번에는 닭에서 봉(鳳)을 만들어 낸 거지.”

“설명을 들으니 이렇게도 쉽고 간단한데 말이지. 그렇다면, 닭을 걸터앉는다는 말은 을유(乙酉)가 된다는 뜻이군. 원숭이는 을신(乙申)이란 말일 것이고.”

“그래 바로 그 이야기로군. 그렇다면 앞의 구절과 붙여서 풀이를 해 봐야 온전한 말이 되겠네.”

“보자, 병정화(丙丁火)가 있다면 신유금(申酉金)이 있어도 두렵지 않다는 의미인가? 이렇게 간단히 말을 해 주면 좋을 것을 에둘러서 어렵게 설명을 해 놓았다는 생각도 드는걸.”

“뭐 다른 뜻이야 있겠어? 직접 이야기하면 재미가 적으니까 이야깃거리가 많게 해 주려고 그렇게 둘러 가는 것이지. 하하~!”

“참 자상하신 경도 스승님이시구나. 그래서 또 공부하다가 잠시 웃어도 좋다는 배려라고 보면 된다는 말이지?”

“그렇다네. 하하~!”

바로 그 순간, 밖에서 큰 소란이 일어났는지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야기에 몰입하고 있던 두 사람도 바깥의 공기가 궁금하여 무슨 일인가 싶어서 밖으로 나갔다. 마침 아래쪽에서 사람들이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원래 싸움 구경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 두 사람도 궁금하여 공부는 잠시 접어두고 소리를 따라서 아래로 내려갔다.

계단의 아래에 있는 넓은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중간을 보니까 한 여인이 덩치가 큰 사내와 마주하고 있었는데 이미 구경꾼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에 소리가 커졌던 모양이다. 사내가 칼을 뽑아 들고 여인을 꼬나보고 있었는데 여인은 태연하게 합죽선(合竹扇)을 들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마주 보고 있었다. 풍경이 이와 같으니 고요하기만 하던 경내(境內)가 갑자기 큰 혼란에 빠졌고, 무료하게 책과 씨름하고 있던 산중의 도사들도 잘 되었다는 듯이 모두 계단의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고 풍경을 관람하고 있으니 흡사 연극을 관람(觀覽)하는 듯한 풍경이기도 했다. 우창이 나직이 말했다.

“어떻게 된 건가?”

“잠시 기다려 보세.”

고월도 상황의 판단이 얼른 되지 않았던지 곁에서 싸움을 보고 있던 젊은 도사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아무리 싸움이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경위를 알아야 그 재미를 두 배로 즐길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가 답했다.

“아마도 사내가 누굴 찾으러 왔던 모양이네. 그런데 여인을 희롱하여 일이 커지고 말았다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내가 장검을 꼬나들고 여인을 찔러 들어갔다. 이제 피를 보는구나 싶은 순간, 여인은 제비처럼 몸을 움직여서 가볍게 비켜나면서 사내의 뒤통수를 부채로 내리쳤다. 그 순간.

“퍽~!”

마치 고목이 쓰러지듯이 힘없이 나가떨어지는 사내. 구경꾼들은 ‘와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 여인은 아리따운 자태로 미소를 지었다.

잠시 엎어져있는 사내는 엉거주춤 일어나더니 주변을 휘둘러보고서는 창피스러운지 제대로 매무새도 갖추지 못하고는 비틀거리면서 계단을 달려갔다. 여인은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더니만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고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표연히 사라졌고, 구경꾼들도 싱겁게 끝난 싸움을 아쉬워하면서 제각기 흩어졌다.

그것을 본 우창도 뭔가 화끈한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는데 싱겁게 해결이 되어버리자 고월과 함께 돌아와서는 다시 앉았다.

“거, 참 아쉽게 되었는걸. 한바탕 일이 터지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남의 싸움 구경은 재미있는 건데 아쉽군.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하하~!”

“그럼 계속하자고. 보자, 을(乙)은 비록 연약하지만.... 아니, 흡사 좀 전에 봤던 여인 같지 않은가? 덩치가 큰 사내를 두려워하지 않고 제압해 버리는 모습에서 과봉승후라고 할 만하겠는걸. 어떤가?”

“그럴싸한걸. 그렇다면 회정포병(懷丁抱丙)은 무슨 소식인가?”

“아마도 그 여인의 무공이 아닐까? 목생화(木生火)로 기술을 발휘하게 되니까 그 기술이 화극금(火剋金)을 해서 사내를 제압한 것으로 보면 되겠는걸. 말이 되지 않는가?”

“말이 되고도 남겠네. 잠깐의 소란에서도 공부거리를 찾아내다니 우창의 공부가 나날이 일취월장이로군.”

“아마도, 무공이 없었더라면 회정포병과는 무관한 을이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꼼짝없이 금극목으로 희롱을 당하고 말았겠지?”

“당연하지. 자기 하나는 지킬 정도의 무공이 되니까 그렇게 홀로 강호를 유람하는 모양이네. 여걸(女傑)이야. 하하~!”

“다음은 허습지지(虛濕之地), 그러니까 허약하고 축축한 지지를 말하는 게로군. 역시 이야기가 끝이 없으니 다음 구절도 봐야 한다는 뜻이겠고, 다음 구절은 기마역우(騎馬亦憂)라, 말을 타도 근심스럽다? 을이 말을 타면 을오(乙午)가 되는데... 그런 것이 있나?”

“육갑에 없으면 월지를 말한다고 생각하면 돼.”

“아, 그러니까 오월(午月)을 말하는 것이란 뜻이지. 그렇다면 지지가 습하고 술미의 단단한 토양이 없다면 오화(午火)만으로는 의지처를 삼기가 어렵단 말이로군.”

“의미심장한 이야기로군.”

“왜? 난 잘 모르겠는데.....”

우창은 고월이 말하는 의미가 전달되지 않아서 되물었다. 그러자 고월이 웃으면서 설명했다.

“오화(午火)를 만나면 을목은 목생화(木生火)가 되어서 기운이 빠져버리지 않겠느냔 말이지. 축진토(丑辰土)와 같은 글자들이 해자수(亥子水)와 섞여 있으면 수생목(水生木)이 된다고 좋아하다가 큰코다친다는 의미가 그 안에 감춰져 있는 것이 보여서 말이야.”

“단순하게 생(生)이 된다고 해서 좋아하지 말라는 뜻이로군. 그런가?”

“그렇다네. 항상 경도 스승님의 생각에는 중화(中和)가 깔려 있었던 거야.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다 쓸데없는 부담이 될 뿐이라는 이야기지.”

“그런데도 보통은 생(生)은 좋은 것이고, 극(剋)은 나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가?”

“생극의 이치가 전부인 줄로만 알고 ‘생즉극(生卽剋)하고 극즉생(剋卽生)’하는 말귀를 못 알아듣는 무리들에게 일갈(一喝)을 하시는 거야. 그래서 의미심장하다는 거지 뭐겠나. 하하~!”

“오호~! 과연 그렇게 말을 해 주니 의미를 알겠네. 생이 항상 생이 아니고 극도 항상 극이 아니란 말이지 않은가? 그러니까 생을 해야 할 경우에는 생을 하는 것이 생이지만, 극을 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생을 해 준다면 그것은 극과 다를 바가 없다는 뜻인 거지?”

“그렇다네. 경도 스승님께서 우창과 같은 제자만 있었다면 얼마나 행복했겠나? 하하~!”

그 말에 우창은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럼 마지막 구절도 살펴보세. 등라계갑(藤蘿繫甲)이라, 덩굴식물이 갑(甲)에 얽힌다는 말인가? 음 다음 구절까지 봐야 하겠네. 가춘가추(可春可秋)라, 봄가을이 다 좋다는 뜻이로군. 여기에서 덩굴식물이 갑에 얽힌다는 것은 무슨 말이지?”

“그야 을과 같은 성질을 덩굴식물에 비유하고, 양에 해당하는 갑을 거대한 교목(喬木)에 비유한 것으로 보면 되겠네. 물론 내용이 좀 유치하긴 하지만 수준이 낮은 사람을 상대로 쓴 부분이니 그렇게 알면 되겠지.”

“과연 그 말을 듣고 보니 앞의 과봉승후와는 급이 다른 것 같아. 그 말이 맞는 것 같은걸. 대단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경우에도 앞의 갑목과 마찬가지로 앞의 네 구절과 뒤의 네 구절이 약간 차이가 난다는 것으로 이해하기에는 과히 어렵지 않아 보이는 거지. 이해가 되셨지?”

“되고 말고. 을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이해하면 된단 말인가?”

“물론 기본적인 개념은 이 정도라도 충분하지 안목이 더 깊은 다음에 또 연구를 해 본다면 다른 의미도 찾을 수가 있을 것이네. 그것은 자네가 궁리해 봐.”

“그래야지. 깊은 이치를 찾아서 또 궁리해 볼 것이네.”

비로소 고월의 설명에 대해서 어느 정도 말귀가 트인 듯한 기분이 들어서 우창의 마음도 상쾌했다. 갑을목(甲乙木)이 같은 목이지만 음양의 차이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의미로 이해를 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렇기 때문에 단지 열 개의 천간이지만 그 변화는 다시 변화막측(變化莫測)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고월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숙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