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 제6장 적천수 입문 / 2. 지지(地支)에 깃든 하늘의 뜻

작성일
2017-01-0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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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 제6장 적천수(滴天髓) 입문


2. 지지(地支)에 깃든 하늘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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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한잔 마신 두 사람은 촛불을 세 개 더 밝혔다. 침침하던 방안이 환하게 밝아졌다. 두 사람은 적천수를 펼쳤다. 그리고 적천수를 펼쳐서 다음 구절의 내용을 옮겨 적었다. 책이 하도 낡아서 글자만 옮겨오는 용도로 사용하고는 다시 잘 보관해야 했기 때문이다. 소중한 것은 함부로 대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틈이 나면 일삼아서 배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분량은 얼마 되지 않아서 며칠만 쓰면 되지 싶었다.

‘지도(地道)’라는 제목 아래의 글이다.

 

「坤元合德機緘通(곤원합덕기함통)」

땅의 으뜸은 덕과 부합하여

은밀한 곳에 통하는 것이니

 

두 사람은 잠시 글귀의 뜻을 음미하다가 고월이 먼저 입을 열었다.

“곤원(坤元)이 또 나오는걸. 삼원(三元)과 곤원(坤元)이 서로 다른 것일까?”

삼원에서 하도 애를 먹은 고월이 다시 곤원이 나오자 문득 미간을 찌푸렸다. 그 모습이 하도 재미있어서 우창이 웃었다.

“이 대목에서 곤원(坤元), 즉 땅의 으뜸이라고 하는 것으로 봐서 앞의 두 구절은 건원(乾元)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

“건원? 그렇다면 하늘의 핵심이란 말인가 보네. 건원과 곤원이라. 그렇다면 자연히 뒤를 따를 나머지 하나는 인원이 되겠군.”

“맞아, 학문도 눈치가 반 보살이라니깐.”

“그건 또 무슨 말인가? 반 보살이라니?”

“전에 스승님과 동행할 적에 스승님께서 다른 분과 대화를 나누시는데 이치에는 맞지 않더라도 눈치로 대충 위기를 모면하고 밥을 얻어먹은 적이 생각나서 해 본 말이네. 하하~!”

“재미있는 말인걸, 눈치가 밥을 먹여 주니까 보살과 같다는 말이잖은가? 나도 다음에 써먹어 봐야겠군.”

“그러니까 다음 구절에서 인원(人元)이 나온다면 틀림없는 해답이 되겠는데, 문제는 건원 곤원 인원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난 잘 모르겠다는 것이지.”

“그건 내가 알고 있다네.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다시 글귀의 뜻을 찾아서 생각에 잠긴 두 사람의 사이로 천장에서 거미가 한 마리 내려왔다가 올라갔다. 그러나 생각에 몰입하느라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곤원(坤元)에 대해서 알고 있다니 어서 설명을 해 봐. 삼원(三元)이 그렇잖아도 명료하게 정리가 되지 않는 감이 있었는데 이제야 그 실마리를 찾은 것 같아서 반가운걸.”

“그대는 아직 간지(干支)에 대해서 공부를 못한 거지? 간지만 알면 이것은 날로 먹을 수가 있는 건데.”

“날로 먹을 만큼 쉽단 이야긴가 본데, 내가 배운 것에는 간지는 없었지. 그나마도 숫자로 변환하는 것에 대해서만 약간 알고 있을 뿐이니까.”

“어떻게?”

“갑기자오는 9요, 을경축미는 8이 되는 것 말이네. 하하~!”

“아, 태현수(太玄數)의 수리법이로군.”

“태현수라고? 전에 듣기에는 다른 수리공식이라고 하던데...”

“맞아, 간지범위선천수(干支範圍先天數)라고도 하지.”

“또 다른 이름도 있었는데....”

“대연수(大衍數)라고도 하고 구궁변수법(九宮變數法)이라고도 하니 이름이야 아무렴 어떤가 그것은 알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하하~!”

“참으로 다양하게 쓰이는 것이었구나. 수리학은 공부하면 할수록 서로 엉켜있다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군.”

“결론은 그대가 아직 간지의 의미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잖아?”

“맞네, 결론은 그걸 모른다는 것이지. 설명해 주게.”

“간지(干支)는 간(干)과 지(支)를 말하는 것이야.”

“그 정도는 우둔한 우창도 알겠어.”

“간에다가는 천간(天干)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지에다가는 지지(地支)라는 이름을 붙여서 부르지.”

“천(天)을 더해서 천간(天干)이 되고, 지(地)를 넣어서 지지(地支)가 되는군.”

“그래서 천간을 다른 말로 천원(天元)이라고 하니 천원은 건원(乾元)과 같은 말인 줄은 알겠지?”

“그야 팔괘의 기본이니까.”

“지원은 뭐가 되겠어?”

“지(地)는 곤위지(坤爲地)니까 곤원이.... 아하! 그래서 곤원~!”

“이제 이해가 되었군. 그래서 곤원은 십이지(十二支)를 말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으면 되는 거야.”

“말하자면 앞에서 말한 삼명(三命)이나 삼원(三元)은 간지(干支)를 말한 것이라고 봐도 된다는 것이지?”

고월은 모처럼 자기도 뭔가 하나 찾아냈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쭐했다. 참으로 단순 명료한 심성의 소유자였다.

“맞아, 앞에서 풀리지 않는 것이 뒤에서 풀리기도 하는 것이 공부하는 이치가 아니겠어? 하하~!”

“다음의 구절도 만만치 않은걸. 합덕(合德)이라니 덕에 합하는 것이 뭘까?”

“덕(德)자를 보면 함께 생각나는 글자가 있지 않을까?”

“글쎄.... 덕을 보면 뭐가 생각나지?”

고월이 다시 신나게 설명을 했다.

“아무래도 우창은 아직 적천수를 공부할 수준이 아닌 것 같아. 하하~!”

“나도 알고 있으니 그러지 말고 쉽게 설명이나 해 줘봐.”

“음양의 이치로 봐야지. 덕은 무슨 의미가 될까?”

“베푸는 거잖아? 덕을 베푼다고 하니까.”

“맞는 말이야.”

“근데 뭘 베풀지?”

“도(道)를 베풀지 뭘 베풀겠어?”

“엉? 도라고? 그렇다면 도덕(道德)?”

“당연하지, 도를 깨닫고 덕을 베풀면 그를 일러서 도덕군자(道德君子)라고 한다는 말도 못 들어 봤어?”

나름대로 음양의 이치를 안다고 생각했던 우창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했다.

“도덕군자란 말은 들어본 것도 같군. 근데 그게 왜 음양이 되지?”

“생각을 해봐, 도는 얻는 거잖아? 그래도 오도(悟道)라고 하는 것은 알 텐데?”

“도를 깨닫는 것이 오도지. 그것쯤은 알아. 그렇다면 도는 얻어서 깨닫는 것이고, 덕은 그것을 도에 따라서 베푸는 것이다?”

“조금만 보여주면 전체를 찾아내는 능력은 우창도 만만치 않군. 직관력이 탁월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하하~!”

“도는 근본이 되니 음이고 덕은 응용이 되니 양이겠네?”

“참 훌륭한 학생이로세. 하하~!”

“이제야 이해가 되네. 고마워.”

“언제까지 일일이 고맙다고 할 텐가? 이제 그런 말은 하지 않아도 한 것으로 간주할 테니 다음 이야기나 해봐. 하하~!”

“그건 그렇고 ‘덕에 부합한다.’는 것은 곤도(坤道)를 드러낸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자연의 실제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군.”

“건도(乾道)의 이치는 춘하추동(春夏秋冬)이라고 할 수가 있지. 하늘의 기후에 따라서 일어나는 조화이니까 말이지. 그리고 이에 따라서 곤도(坤道)는 봄에는 새싹을 돋게 만들고 백화(百花)가 만발하게 만들지. 이것이 천도(天道)에 부합하여 지도(地道)를 실행하는 것이니 지덕(地德)이라고 말하는 것이야.”

“어쩌면 고월은 그리도 아는 것이 많은가? 세상을 살아온 날은 같은데 환경이 다르니 얻은 소득도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겠어.”

우창이 감탄을 하자 고월은 더욱 우쭐댔다. 그것을 보면서 우창이 다시 물었다.

“내용은 명서(命書)라고 했는데 하늘의 이치와 땅의 이치를 논하는 것은 또 무슨 까닭일까?”

“당연하지 않은가?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말이지 뭐겠어?”

“아하~! 이렇게 생각이 짧아서야.”

그러면서 우창은 자기 머리를 퍽퍽 쥐어박았다. 그것을 보고 고월은 또 유쾌하게 웃는다.

“그렇다면 마지막 세 글자의 뜻은 대략 느낌이 오는 걸. 기함통(機緘通)은 천기(天機)를 감춰서 봉함(封緘)하기도 하고 소통하기도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어떤가?”

“오호~! 이번에는 그대가 한 건 한 것 같은걸. 대단하군.”

우창은 고월의 그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결국은 하늘의 천간과, 땅의 지지가 각기 거래하고 있다는 이야기로군. 따로 각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은 가르치고 땅은 베풀면서 하나의 도를 완성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경청하네.”

“하늘은 양이 되고 땅은 음이 되어서 교류를 한다는 자연의 이치를 이 몇 글자에 모두 담았다는 것을 보니 과연 경도선생의 혜안은 조사(祖師)라고 해도 되겠어. 글자를 이렇게도 쓸 수가 있었다는 것이 놀라워.”

“우창의 감탄을 듣고 보니 과연 대단한 필력일세. 이게 뭔 뜻인가 싶어서 시큰둥했는데 이제 정신이 번쩍 드는걸. 제대로 공부를 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것이 의욕이 충만이야. 그런데 장간(藏干)은 알고 있어? 그것조차도 모르지 싶은데.”

“장간이라니? 천간(天干)을 감춘다는 뜻인가?”

“아, 그것도 모르고 있군. 곤원(坤元)에서 기함(機緘)을 거론한 의미를 생각하다가 문득 지장간(支藏干)의 소식이겠구나 싶었는데 우창이 그 장간을 모르고 있으니 생각이 미치지 못할 수밖에 없겠군.”

“기함의 뜻에는 천지의 조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그 안에 깃들어 있다는 뜻인 줄은 알겠는데 난데없이 뜻도 모를 말을 하니까 얼떨떨한걸. 그러니까 차근차근 설명해 줘야 무슨 말인지 알 것이 아닌가.”

“아무리 그렇지만, 지장간도 모르는 친구에게 적천수를 들이댔으니 저족진주(猪足眞珠)로군.”

“엉? 그건 또 무슨 고인의 가르침인가?”

“아, 별것은 아니고, 돼지 발에 진주라고 하는 뜻이라네. 크크크~!”

“돼지 발로 진주를 만든다는 뜻은 아닐 게고..... 어려운 걸.”

“그냥 잊게~! 웃자고 한말에 그렇게 죽자고 달려드니 원 참내. 흐흐~!”

“아, 농담을 한 것이었어? 그렇다면 내 수준은 돼지 발과 같고, 적천수는 진주와 같다는 의미인가? 그것은 말이 되니 전적으로 수용함세. 그리고 진주를 만나서 너무나 신이 난 돼지의 발이라는 것도 얹어주게나. 하하~!”

“에구~ 됐다니깐. 자 또 책이나 보세.”

“아니지, 지장간에 대해서 말을 해주기로 하지 않았나? 그것을 알아야 기함(機緘)에 대한 뜻을 헤아릴 수가 있다면 지금이 그것을 설명해 줄 때라고 생각이 되네만.”

“실은 합덕(合德)의 구절에서부터 지장간의 뜻이 포함되었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필시 그 말을 꺼내면 우창이 그냥 넘어가지 못할 것만 같아서 슬쩍 넘어갔는데 기어이 여기에서 걸려들었군. 그럼 잘 보게.”

“여부가 있겠는가. 고마울 따름이지.”

고월은 우창이 알아보기 쉽도록 글을 썼다.

 

子中有癸 丑癸辛己(자중유계 축계신기)


寅中丙甲 卯中有乙(인중병갑 묘중유을)


辰癸乙戊 巳中庚丙(진계을무 사중경병)


午中有丁 未乙丁己(오중유정 미을정기)


申中壬庚 酉中有辛(신중임경 유중유신)


戌丁辛戊 亥中甲壬(술정신무 해중갑임)


 

고월이 글을 쓰는 붓끝을 따라서 우창의 눈도 같이 움직였다. 붓을 놓고 우창을 바라보자 우창도 궁금증을 물었다.

“자(子) 가운데에는 계(癸)가 있다는 말이 뭔가? 자는 지지(地支)이고 계는 천간(天干)이잖은가? 간지(干支)가 범벅이 되는 것 같아서 혼란스러운걸.”

“지지는 천간의 다른 모습이라고 보면 되네. 물과 같다고 할 수 있지. 물이 하늘에 있으면 수증기(水蒸氣)가 되고, 땅에 있으면 물이 되는데, 땅 위에 있거나 땅속에 있거나 그릇 안에 있더라도 그 본질은 수분(水分)이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네.”

“아하~!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네. 좀 복잡한 것은 아마도 지지라서 그렇겠거니 하면 되겠군.”

“차차로 자세한 설명을 하기로 하고 우선은 그냥 기함(機緘)에 대한 의미로 지지에는 천간의 기운이 깃들어 있는 것으로만 정리하고 넘어가면 되겠어. 물론 통(通)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당연히 천간과 지지가 서로 막힘없이 소통(疏通)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적천수에 전혀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니 이제 보니까 고월도 적천수를 잘만 풀이하네. 괜히 공부하기가 싫었던 것은 아닌가? 하하~!”

“됐고~! 연결이나 시켜 봐.”

“그럼 정리를 해 보자. ‘땅의 이치는[坤元] 하늘의 뜻에 따라서 때론 밀봉하고, 때론 소통하여[機緘通] 공덕을 베푼다.’고 하면 이치를 통한 것 같네.”

그 말을 듣고는 고월이 손뼉을 쳤다.

“아주 좋아~! 멋지군. 이제 그 한 줄의 의미는 정확하게 정리가 되었어.”

“글을 읽어보니까 천지자연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마치 하늘과 땅도 마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단 말이지? 그것이 자연과 교감하는 과정이라네. 그렇게 되면 천지가 말을 해주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어야만 점쟁이로 입문한 것이랄 수가 있는 거야.”

고월이 점쟁이라고 말하자 우창이 발끈했다.

“점쟁이라고? 그런 모양 빠지는 이야기가 여기에서 왜 나오나?”

“무슨 소리야? 점쟁이는 하늘과 땅의 뜻을 인간에게 전해주는 전령사(傳令司)인 것도 몰랐나? 사람들이 점쟁이라는 이름으로 무시한다고 해서 점쟁이의 본래 뜻과 역할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그 말을 듣자 우창은 문득 한 글자가 떠올랐다. 무(巫)였다. 하늘과 땅의 중간을 이어주는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울러서 사람들에게 하늘과 땅의 뜻을 전하는 모습과 그것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보게 고월, 하늘의 뜻을 전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땅의 뜻을 전한다는 것은 또 무엇인가? 땅이 뭘 어쩐단 말인가?”

“어허~! 이런 화상을 봤나. 풍수지리(風水地理)는 뭘 하는 학문인가? 땅의 이치를 공부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아는 것이 땅의 마음을 사람에게 전해주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참 내~!”

“과연~! 여태 그것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군. 하늘과 땅의 이치를 전달해 주는 것이 점쟁이였군. 과연 말이 되네.”

“원래 공(工)은 하늘과 땅의 이치를 따라서 기술을 배워서 발휘하는 것이야. 말하자면 이렇게 공부를 하는 수도자들이라고 할 수가 있지. 그렇게 해서 공부가 되면 사람들이 도움을 받으려고 모여들지 않겠어? 그것이 무(巫)가 되는 거야.”

“오호~! 말이 되는걸. 멋지네.”

우창이 이렇게 맞장구를 쳤다. 그것을 본 고월은 더욱 신이 났다. 그래서 내친김에 더 설명을 이어갔다.

“사람들이 찾아오면 말을 해야 하지 않는가? 하늘이 어떤 마음으로 당신에게 말해 주라고 한다던가, 뭐든 있겠지? 그것을 무(誣)라고 하는 거야. 이것은 하늘과 땅의 뜻을 말한다는 뜻인데, 어리석은 인간들이 그 깊은 이치를 모르니까, ‘무고한다.’ 무고(誣告)의 죄를 지었다고도 하지. 물론 실제로 그런 사람도 있기야 하겠지. 다만 본래의 뜻은 그게 아니란 걸 알아둬.”

고월의 말에 우창도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서 거들었다.

“무(巫)는 공(工)이 있으니 하늘의 뜻을 인간이 배우는 것을 나타내고, 인(人)이 좌우에 있는 것은 하늘의 뜻을 말해 주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을 보면 거의 틀림이 없을 것이네. 또 쫒을종(从)의 뜻도 되는데, 하늘의 뜻을 전해주는 무당(巫堂)의 말을 따른다는 의미로 봐도 되겠군.”

“옳지~! 내 말이 바로 그 말이네. 하하~!”

“잘 알겠네. 참으로 멋진 설법이었어.”

“이제 기함은 다 우려먹었으니 다음 구절을 보자고.”

우창은 다음 구절을 살펴봤다.

 

「오기편전정길흉(五氣偏全定吉凶)」

다섯 기운이 치우치고 균형이뤄

길함과 흉함이 정해지는 것이니라

 

이것은 뭔가 쉽게 풀릴 것 같았다. 먼저 해석을 했다.

“오기(五氣)는 오행(五行)이 변화하여 생기는 기운(氣運)을 말하는 것이겠지? 편전(偏全)은 치우치거나 온전한 것을 말하겠고, 그로 인해서 길흉(吉凶)이 정(定)해진다는 말인 것으로 보이는걸?”

“내가 봐도 틀림없이 그 뜻이로군.”

“그렇다면 오기편전은 뭘 말하는 거지?”

“천지자연의 기본적인 요소가 오행이잖은가?”

우창이 그 말에 동의했다.

“그야 당연하지. 목(木)은 봄을 의미하고 그것의 기운을 받아서 꽃도 피고 잎도 피고 새도 알을 낳는 것이라고 보겠네.”

고월의 신나는 설명에 우창도 고개를 끄덕였다. 고월이 우창의 표정을 살피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여름이 되었을 적에 적당히 더워야 하는데 가뭄이 이어지거나 폭염이 지속되거나 혹은 여름답지 않게 저온(低溫)이 이어진다면 이것은 편(偏)이라고 하겠지. 그래서 천지의 오행은 균형을 이뤘느냐 그렇지 못하냐에 따라서 길흉은 정해지기 마련이라는 말이야.”

“그러니까 길흉은 오행의 편전에 따라서 드러나는 결과라는 말인가?”

“당연하지~!”

우창은 그 말을 듣고서 또 생각해 봤다. 인간의 삶에서 길흉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알고자 한다면 오행의 편전을 보면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오행의 이치는 참으로 중요해서 인간의 길흉까지도 관장(管掌)한다는 이야기이다. 참으로 깊이 공부해야 할 오행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깨달았다.

“오행은 참으로 대단하군.”

“오행이야말로 시작이자 끝이거든.”

“세상의 모든 책이 서로 잘났다고 지식의 자랑을 하지만 그것을 다섯 글자로 모으면 금목수화토에 불과한 것이란 걸 모르고 잘났다고 한다는 이야기도 되고.”

“과연 일리가 있는 말이네. 하하~!”

“오늘은 그만하고 쉬자고. 내일 또 공부해야지. 이것도 음양에 충실한 삶이라고 할 수가 있지. 그런데 이렇게 촛불을 밝히고 공부하는 것은 음양을 벗어난 것이기도 해. 원래 도인은 어둠이 깃들면 그냥 잠드는 것인데 말이지. 하하~!”

“괜찮네, 우리는 아직 도인이 아니고 도를 배우는 자들이니까. 하하~!”

깊어가는 밤. 두 사람은 각기 잠자리에 들어서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