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0] 제3장 노산의 인연/ 7. 삼원(三元)의 이치(理致)

작성일
2017-01-0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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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 제5장 노산(嶗山)의 인연(因緣)


7. 삼원(三元)의 이치(理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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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이 곰곰 되새기면서 그 뜻을 찾기 위해서 골몰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삼원(三元)’은 뭘까? 세 가지의 으뜸..... 이것은 모르겠는걸. 여기에서 콱 막히네.”

“그것 봐. 쉽지 않지? 그렇다니까.”

“우선 세 가지로 말을 할 수가 있는 으뜸이 뭘까?”

우창은 첫 구절이 잘못 풀어지면 계속해서 해석이 꼬일 수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제대로 풀어보려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신중하게 접근을 하고자 했다. 별로 깊은 생각도 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고월이 답했다.

“상원(上元), 중원(中元), 하원(下元)이 삼원이라네. 그것은 기본적인 이야기인데 잘 모르는가 보군?”

“처음 들어보네. 무슨 의미인지 설명을 해 줘봐.”

기문에 대해서는 역시 고월의 지식이 한 수 위였다. 이에 대해서 술술 풀어가는 이야기에 우창은 귀를 기울였다.

“둔갑(遁甲)에는 음둔(陰遁)이 있고 양둔(陽遁)이 있어.”

“아, 그곳에서도 음양은 그대로 작용을 하겠군. 뭐가 음둔이고 뭐가 양둔인지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해보게.”

“한 해의 시작은 언제부터인가?”

“그야 동지(冬至)가 아닌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야기를 묻다니, 이거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닌가? 하하~!”

“아닐세. 뭔가 아는 것이 없는 것 같아서 하하~!”

“별로 아는 것은 없지만 그건 안다네. 동지(冬至)에서 시작하고 하지(夏至)에서 반극(反極)이 되어서 다시 동지로 돌아오지 않는가?”

“맞네, 그러니까 동지부터 하지까지의 날짜는 며칠인가?”

“6개월이면 180일이지 않는가?”

“그것을 60일로 나누면?”

“세 번이 되는군.”

“그것을 순서대로 상원, 중원, 하원이라고 붙인다는 거야.”

“아하, 이것을 양둔이라고 한단 말이지?”

“맞아, 그리고 다시 180일은 음둔으로 동지까지 가는 거야.”

“간단하군. 그래서 삼원이다..... 그것도 일리가 있는걸.”

“여하튼 이 삼원이 그 삼원인지는 몰라도 분명한 삼원인 것은 틀림이 없어. 이건 내가 확실히 배워서 알거든.”

“그런데, 앞의 책 이름에서 ‘삼명기담(三命奇談)’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것도 뭔가 해답을 의미하는 단서가 될 것 같은데? 그냥 적천수라고 하지 않고 삼명기담이라고 한 것을 보면 이 책의 내용에는 이러한 것이 들어있다는 암시가 될 것으로 보인단 말이야.”

“참, 그랬었지. 삼원과 삼명이 서로 연결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삼원은 상중하원이라지만 삼명이라고는 하지 않는가?”

“그렇게 말하는 것은 듣지 못 했는걸? 그렇다면 삼원은 삼명에 대한 말이군. 그렇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걸.”

“어쩌면 삼기(三奇)가 될 수도 있지.”

“삼기라면 을병정(乙丙丁) 말인가?”

“아니, 기문도 공부하셨나? 그걸 바로 알아듣다니 대단한걸.”

“이름만 공부했네. 그것도 엊그제 저녁에.”

“아무렴 어떤가? 알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하하~!”

“그런데 삼기(三奇)와 삼원(三元)은 뭔가 격이 좀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가?”

“무슨 격?”

“풀이하면 ‘세 가지의 기이함’과 ‘세 가지의 근원’이라는 것인데, 근원은 핵심의 뿌리를 말하는 것으로 느껴지고, 기이함은 그러한 근원으로부터 발생하는 기능을 말하는 것으로 느껴져서 말이야.”

“그렇다면, 삼학(三學)을 말하는가?”

“삼학? 그런 말은 못 들어봤는데. 무슨 뜻인가?”

“기을임(奇乙壬)을 말하지 뭐긴 뭐야.”

“기을임은 또 뭔 말이지?”

“기(奇)는 기문둔갑, 을(乙)은 태을수(太乙數), 임(壬)은 육임(六壬)을 말하지. 이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는 게로구나. 이것을 묶어서 삼식(三式)이라고 해서 술수(術數)의 제왕(帝王)으로 군림한다네.”

“삼식(三式)이라. 그것은 세 가지의 법칙이라는 말이니까 그래도 연관이 있어 보이는걸. 그럼 그 뜻으로 정리를 하고 진행해 보자.”

그렇게 말을 하고서는 갑자기 뭔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듯이 우창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것을 본 고월은 참 복잡하게도 생각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좀 이상하긴 하네.”

“뭐가?”

“그렇게 되면 ‘욕식심식만법종’이라고 썼을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아, 예리한 직관인걸. 맞아. 그러니까 그것도 적절하지 않은 해석이라는 의미로군. 그렇다면 혹 천지인(天地人)은 아닐까?”

“그것은 말이 되는걸. 하늘의 이치와 땅의 이치와 인간의 이치를 세 가지의 근원이라고 한다면 우주의 모든 것을 포함한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어. 역시 고월의 직관력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는걸.”

“칭찬을 다 듣다니 다행이군. 그렇다면 삼원의 의미는 해결이 되었네. 다음에는 ‘만법종(萬法宗)’의 세 글자야.”

“만법은 모든 진리로 보는 것에 이견이 없지 싶은데?”

고월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했다.

“동의하네.”

“종은 뿌리도 되고 핵심도 되고 조종(祖宗)도 되지 않는가?”

“맞아~!”

“그럼 이렇게 정리하세. 「천지인의 삼원이 모든 이치의 핵심이 된다는 것을 알고자 하는가.」라고 풀이를 하면 무난할 듯싶군.”

“여하튼 삼원을 알면 모든 법의 근본이고 핵심인 이치를 알게 된다는 이야기니까 세상의 이치가 되는 거야.”

“고월 덕에 음둔과 양둔도 알고, 상중하원은 덤으로 얻고, 삼기에다가 삼학까지 알게 되었으니 소득이 쏠쏠하네. 하하~!

“그 정도야 약과지. 하하~! 이제부터가 문제거든.”

첫 번째의 구절을 정리한 후에 다음 줄을 살펴본 우창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先觀帝載與神功(선관제재여신공)」

먼저 봐야 할 것은 제재와 신공이니라

 

글자는 알겠는데 그 글자가 뜻하는 의미는 도무지 가늠되지 않아서였다. 이것이야말로 앞의 구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풀이가 난해하겠다는 느낌이 쫘악~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초에 쉽게 풀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차근차근 들여다보기로 했다.

“그러니까 앞의 구절과 연결을 시킨다면, ‘삼원이 만법의 핵심인 것을 알고자 한다면 먼저 제재와 신공을 보라.’는 말이 아닌가?

우창의 이 말을 듣고는, 역시 성급한 고월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니까 제재(帝載)와 신공(神功)의 의미를 알게 된다면 삼원을 알 수가 있다는 말도 되는 셈이잖아? 그게 뭐지?”

“애초부터 경도선생은 쉽게 풀어갈 마음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걸. 좀 꼬아놔서 읽는 사람들이 지레 겁을 먹거나 질려서 포기해도 좋다는 생각을 했을 거라는 이야기지. 그리고 정말 이것에 대해서 차근차근 풀어가는 학자라면 앞으로 이에 대해서 할 이야기도 깨닫게 될 것이라는 의미 같아.”

“이봐 우창. 그러니까 안 될 놈은 애초에 포기하란 뜻이란 거지?”

“말하자면 시험을 치르는 거지. 이것을 통과하면 다음으로 들어가고 통과하지 못하면 애초에 헛고생하지 말고 그만두라는 경고일 수도 있겠지.”

우창은 서둘지 않았다. 서둘 이유도 없었다. 어쩌면 이 책이 우리의 손에 들어온 것은 인연이 있어서일 것이고, 그렇다며 최대한의 노력으로 풀어보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뜻을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투덜대는 고월을 달래야 하는 것도 있었지만 그래도 의외의 상식이 풍부한 고월이 큰 도움을 줄 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재의 뜻은 ‘제왕(帝王)을 싣는 것’이니까 수레잖아? 고월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게 볼 수가 있겠네. 임금의 수레는 임금이 타는 거지. 그래서 뭘 어쩌란 말인지 도통~!”

“이렇게 시구(詩句)를 글의 앞에 실어놓은 것은 「삼국연의(三國演義)」에서 사용하는 방법과 비슷하군. 삼국연의를 보면 시작하는 첫머리에 시가 한수 등장하지 않는가.”

“난 그런 책은 본 적이 없는걸.”

“삼국연의 제1장의 서막을 예고하는 시가 등장을 하지.”

 

곤곤장강동서수(滾滾長江東逝水)

랑화도진영웅(浪花淘盡英雄)

시비성패전두공(是非成敗轉頭空)

청산의구재기도석양홍(青山依舊在幾度夕陽紅)

 

“이렇게 시작을 한 다음에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단 말이야. 적천수도 이러한 형식을 취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멋진 시로군. 이것도 그렇게 쉬운 글로 써놨으면 얼마나 좋겠냔 거지. 글자 수는 몰라도 내용은 참 만만치가 않더란 말이야.”

“말하자면 앞에 써놓은 시구들에서 이 내용의 흐름을 파악할 수가 있다는 말도 되는 거야. 영웅호걸들이 장강의 파도처럼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를 얼마나 많은 세월을 보냈느냐는 구절에서 삼국연의는 영웅전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이야기야.”

“여하튼 참 대단한 우창이야. 그러니까 적천수는 삼원의 이치를 알려주는 것이 핵심이고 그 요지(要旨)는 앞의 시구에서 다 드러냈을 수도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좀 더 참고서 연구를 해야겠네. 하하~!”

“임금을 싣는다는 것은 맘대로 바꿀 수가 있는 것인가?”

고월이 우창의 질문에 화답했다.

“그야 불가능한 일이지.”

다시 우창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신과 같은 공력은 고정된 것일까?”

또 고월이 대꾸를 했다.

“변화무쌍한 것은 고정된 것과는 상반된 이치로 봐야지.”

고월의 답을 들으면서 또 잠시 생각에 잠긴 우창이 정리를 해 봤다.

“말하자면, 고정된 것과 변화하는 이치를 먼저 보라는 이야기가 되는 거잖아?”

그 말을 듣더니 고월이 무릎을 치면서 감탄했다.

“아니, 그것이 어떻게 생각난단 말인가? 참으로 놀라운 머리로군. 이제 이 문제는 해결을 거의 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해도 되겠네.”

우창이 의아해서 고월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오행이야. 원래 제(帝)는 오제(五帝)를 말하거든. 그러니까 제재는 오행을 말하는 거야, 만약에 황재(皇載)라고 했더라면 삼황(三皇)을 말하는 것이었겠지. 천황(天皇), 지황(地皇), 인황(人皇)이라고도 하고, 수인씨(燧人氏), 복희씨(伏犧氏), 신농씨(神農氏)라고도 한다지만 그야 뭐 중요한 일이 아니니 생략하고, 적어도 오제는 다섯의 임금이 되는 것이니까 오행으로 본다면 이에 필적할 만한 것은 음양뿐이라는 이야기네.”

“오호~! 기가 막히는군. 그래서? 어서 계속해 보게.”

우창이 다음 말을 채근했다.

“아하~! 이번에는 친구가 맘이 급해졌구나. 말이 되는지 들어봐. 그러니까, 신공은 신기한 공력이잖아. 그러니까 신기(神技)는 신의 기술이라고 할 것이고 공력은 엄청난 위력을 의미하는 것이 거의 틀림없다면 이것은 주역의 핵심인 음양을 제외하고 또 무엇을 논하겠느냔 말이지.”

그제서야 모든 것이 명백해졌다는 것을 이해한 우창.

“정말 대단한 식견이군. 결론은 오행의 이치와 음양의 변화를 먼저 보라는 이야기를 이렇게도 어렵게 했단 이야기였어. 하하~! 왠지 경도선생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 같은걸.”

“당연하지. 음양은 주역에서 공부하면 되고 오행은 나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본 듯이 알 수가 있단 말인가. 그것이 문제로군.”

“오행에 대해서는 내가 설명을 할 수가 있을 것 같으니 잠시 들어보게.”

이렇게 해서 낙안과 함께 토론했던 오행의 기본에 대한 이치를 설명해 줬다. 그 이야기를 들은 고월은 손뼉을 치면서 좋아했고, 그래서 둘은 또 의견에 일치를 보게 되었다는 것에 즐거웠다.

오행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고월이 말했다.

“결국은 오행과 음양에 다 있다는 이야기였잖아? 이렇게 기본적인 것에 대해서 몰입하지 않으면 다른 것은 모두 사상누각(沙上樓閣)이 된다는 것을 서두에 큰 못으로 쾅쾅 박아뒀으니 괜히 엇길로 들어가서 아까운 인생을 허비하지 말라는 이치를 보여줬단 이야기였네. 과연 존경스러운 선생이었다는 이야기야.”

우창은 새삼 오행공부를 그만큼이라도 한 것에 대해서 감사하고, 음양의 이치를 겨우 이해할 정도라도 알고 있었던 것이 이렇게 심오한 글을 해석하는데 큰 도움이 될 줄은 몰랐기에 공부의 힘에 대해서 감동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