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4] 제4장 술수종횡(術數縱橫)/ 16. 오행검법(五行劍法) 제이초(第二招)

작성일
2017-01-04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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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4] 제4장 술수종횡(術數縱橫) 


16. 오행검법(五行劍法) 제이초(第二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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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3일간 목(木)에 대한 명상(瞑想)을 통해서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생각하면서 꾸준히 궁리를 해나갔다. 단순히 나무의 의미만이 아닌 목에 대한 여러 사유(思惟)를 통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다음에 생각을 해 봐야 할 오행으로 자연스럽게 화(火)를 떠올렸다. 왜냐면 계절의 의미로 생각을 한다면 봄의 뒤를 이어서 여름이 들어온다는 것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름과 화를 연관시키자 더위, 폭염(暴炎), 불볕의 생각들이 떠올랐으나 더 이상 깊이 들어가는 것에는 또 한계가 있어서 오히려 답답하기만 했다. 문득 낙안의 말이 떠올랐다.

‘궁리하다가 의문(疑問)이 쌓이거든 또 찾아오게.’

아마도 이러한 상태가 다가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일까? 아무리 생각을 하려고 해도 암벽(巖壁)이 앞을 막고 있는 것처럼 진척은 없고 답답한 것만 증폭되자 다시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어야겠다는 생각만 간절하여 아침에 산보를 나갈 겸으로 낙안의 숙소를 향했다.

“형님 계십니까? 우창 문안드립니다.”

인기척을 들었는지 낙안이 문을 열고 반겨 맞는다.

“그래, 그렇잖아도 오늘쯤은 찾아오지 않을까 싶었지. 궁리하다가 뭔가 막히셨나 보군?”

“역시 족집게십니다. 바로 그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여 귀한 가르침을 받으려고 한마음을 일으켰습니다. 하하~!”

“그래 오늘은 뭘 물어보고 싶으셨는가?”

이미 화로에서는 물이 끓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차를 마시려고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잠시 차를 만들기를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차가 향기롭습니다.”

“그래 공부를 할 적에는 차만 한 것도 없지. 들자고.”

“혼자 화(火)에 대해서 궁리를 해 봤는데 아무리 궁리를 하려고 해도 워낙 밑천이 없다 보니 찾아낼 자료가 없다는 것만 확연히 깨달았습니다. 어떻게 궁리를 해야 합니까?”

“그런데 왜 화에 대해서 생각을 하셨던가?”

“그야 목은 봄이니 그 뒤를 이어서 여름에 해당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화를 떠올렸습니다.”

“그렇다네, 순서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 다만 자연스럽게 여름을 생각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자연과 오행의 연관성을 익혀가고 있음을 알 수가 있는 것이라네. 하하~!”

“그럼 여쭙겠습니다. 화는 무엇입니까?”

“원 급하시기는 하하~!”

“순간순간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마음은 급해지고 생각도 그 뒤를 좇느라고 바빠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 아우가 생각하는 화는 무엇인가?”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여름의 더위만 떠오릅니다.”

“그것만으로도 기본은 된 것이나 다름없지. 다만 목(木)에 대해 궁리하듯이 풀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다 보니까 뭔가 좀 더 그럴싸한 연결고리를 찾고 싶었던 것이겠지?”

“바로 그것입니다. 뭔가 푸짐한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저의 생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하하~! 알겠네. 그렇다면 어디 한 번 살펴보도록 하세.”

“진작부터 학수고대(鶴首苦待)하고 있습니다.”

“먼저 화(火)에는 도가 보이는가?”

“아,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요? 당연히 이렇게 풀어가야 하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특별히 무슨 방법이 정해진 것은 없다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그렇게 흐름을 타고 가는 것이 자연의 공부거든.”

“그런데 화에는 도가 안 보이지 않습니까? 아무리 봐도 도(十)가 안 보입니다.”

“그런가? 아우가 안 보인다면 나에게도 보일 턱이 없지 않은가? 하하~!”

“이건 또 무슨 소식입니까? 어떻게 다 같은 오행의 하나인 화(火)에는 도가 보이지 않을 수가 있습니까?”

“그럴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오행 중에서 도가 보이는 것은 무엇인지부터 생각해 볼까?”

“음... 목(木)과 토(土)와 금(金)은 도가 보입니다. 그러나 수(水)와 화(火)는 도가 없다고 해야 하겠는걸요.”

“오, 그런가? 그것참 재미있군. 다섯 개 중에서 두 개는 도가 없고 세 개는 도가 있다니 말이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습니까? 오행이 도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할 수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글자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글자에 대해서 의심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러나 좀 더 궁리를 해 본 다음에 글자를 의심해도 늦지 않을 것이네. 하하~!”

“음, 아무래도 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으로 말씀하신다는 느낌이 확~ 듭니다. 그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어찌 정해진 이치가 있겠는가? 자연은 이미 만들어졌고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데, 고인들께서는 그것을 보고서 오행을 만들지 않았겠는가? 그렇다면 오행으로 자연에 대입해서 이해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뿐이라네.”

“맞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군요. 자꾸만 자연의 현상을 글자에 끌어다 맞추려고만 끙끙대었던 것인가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무한(無限)의 자연현상을 유한(有限)의 글자 뜻에 가두는 우(愚)를 범하게 될 위험이 있다네.”

“정말 중요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보다 유연한 관찰력을 갖고 살펴야 하겠습니다. 먼저 목(木)을 통해서 너무 깊이 있는 말씀을 듣고 보니까 그것에서 충격을 받았던가 봅니다.”

“물론 다각적(多角的)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네. 좁은 안목에 갇혀도 안 되지만, 너무 광활한 생각으로 허황한 관점을 갖게 되는 것도 또한 경계해야 할 부분이거든.”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여쭙습니다. 화에 도가 없는 이치가 무엇입니까?”

“화는 여름과 연결이 된다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보통 그렇게 생각하지 싶습니다만…….”

“그래, 일반적인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자연의 현상을 바로 이해한 것의 결론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그렇기에 민심이 천심이라고 하는 말도 나왔을 테니까.”

“맞습니다. 그렇다면 여름에는 도가 없다는 말도 가능할까요?”

“생각해 보게. 여름은 어떤가?”

“여름은 너무 덥습니다.”

“오호~! ‘너무’라고 했는가?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물론 지나치게 더워서 나온 말입니다. 앗~! 그렇다면... 지나친 것은 도(十)가 아니라는 뜻도 되는 것입니까?”

“옳지! 궁리를 잘하고 있군. 하하~!”

“그냥 생각이 나는 대로 말씀드린 것뿐인데 제대로 말씀을 드렸나 봅니다. 그렇다면 지나치게 더워서 도가 없다는 말씀이지요?”

“당연히 치우친 것은 도가 아니라네. 왜냐면 음양의 균형을 얻지 못한 까닭이지. 여름엔 왜 음양의 균형을 잃었을까?”

“그것은 너무 더워서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양[丨]은 강력한데 음[一]은 허약해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맞아!”

“이제야 화(火)에 도가 없다는 것에 대한 느낌이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여름에는 양기(陽氣)만 있고 음기(陰氣)가 소멸된 것이로군요. 그러니까 도[十]가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제 글자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은 하지 않을 텐가?”

“당연하지요. 도가 없을 이유가 충분해졌으니까 좀 더 살펴봐야 하겠습니다만 여름에는 화의 기운이 지나쳐서 음기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도가 없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일음일양이 아니라 무음이양(無陰二陽)이 된다는 이야기로군. 이것은 결코 도가 아니지. 사상(四象)으로 본다면 무엇과 같은가?”

“태양(太陽⚌)입니다. 역시 여기에도 도는 없습니다.”

“오호! 그것도 보이는가? 태양에서 무도(無道)가 보인다니 다행이군. 하하~!”

“그것참 신기합니다. 목에 대해서 공부했을 뿐인데 사상에서도 안 보이던 것이 보이네요.”

“그래서 도를 통하고 보면 만법귀일(萬法歸一)이라는 이치를 알게 된다네. 열심히 하나만 물고 늘어지면 결국은 자연의 이치를 모두 통달할 수도 있다고 보겠네.”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오히려 희망이 보입니다. 우둔한 저도 노력을 하면 핵심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여하튼, 화(火)는 도가 없고 너무 치열(熾烈)해서 폭발할 지경이니 그 안에는 도가 없는 것이 매우 정상이라고 할 수가 있겠지.”

“그렇다면 인생(人生)으로 본다면 어느 단계라고 할 수가 있습니까?”

“아우의 생각은 어떤가?”

“아마도 청년에 해당하는 시기라고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왜?”

“혈기(血氣)가 왕성한 젊음이니, 힘은 넘치고 세상의 경험은 부족하지만 대신에 열정은 가득해서 물불을 안 가리고 날뛸 수가 있는 시기라고 봐서입니다.”

“맞는 말이네.”

“도가 없다는 말과 청춘의 열정이 연결됩니다.”

“그렇다면 제대로 이해를 한 것이네. 그것이 화(火)의 본질(本質)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네.”

“그런데 여전히 의혹은 남아 있습니다.”

“뭔가?”

“오행은 주체적인 핵심이라고 했는데 도가 없다는 것이 아무래도 좀 찜찜한 마음이 듭니다.”

“그것도 선입견(先入見)이라고 할 수가 있지.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생각하면 될 일이 아닌가?”

“말씀인즉, ‘화는 그래서 도가 없는 상태의 오행 중에 하나구나.’라고 하라는 것이지요?”

“정 그렇게 정리가 안 되는 모양이니 팔괘를 살펴보도록 하세. 팔괘에서의 오행은 어떻게 배열되어 있는지 정리해 봤는가?”

“당연하지요. 오행을 공부하면서 겨우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팔괘뿐인지라 당연히 오행으로 배당을 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목은 진괘(震卦)와 손괘(巽卦)가 되었습니다.”

“맞아. 또?”

“토는 간괘(艮卦)와 곤괘(坤卦)이더군요.”

“그것도 맞는 이야기지.”

“금은 건괘(乾卦)와 태괘(兌卦)가 되는 게 맞지요?”

“맞았네.”

“그런데, 감괘(坎卦)와 리괘(離卦)는 하나씩만 배당이 되어 있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것이 오행으로 둘씩 짝을 지으려면 열 개가 있어야 하는데 모두 합해봐야 여덟 개밖에 되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만 하필이면 물과 불에 해당하는 괘는 하나씩만 있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아직도 그 소식이 무엇인지를 모르겠나?”

“예? 아직도... 아, 그러니까 팔괘에서도 수화(水火)는 하나밖에 없다는 것과 오행에서 화는 도가 없다는 것과 연결이 된다는 의미인가요? 제가 맞게 이해를 한 것입니까?”

“하하~! 이제야 아우답군.”

“막혔던 머리가 뻥~ 뚫리는 기분이 듭니다. 그랬었군요. 그러니까 화는 도가 없어서 생각도 막혔던 모양입니다. 하하~!”

“이런,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는 법은 또 어디서 배웠는가? 하하~!”

두 사람은 유쾌하게 마주 보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