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 제4장 술수종횡(術數縱橫)/ 15. 활발(活發)한 기운의 목(木)

작성일
2017-01-0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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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 제4장 술수종횡(術數縱橫) 


15. 활발(活發)한 기운의 목(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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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생각에 잠겼던 우창이 다시 낙안에게 물었다.

“아니, 그런데 형님의 말씀을 듣고 생각해보니 이러한 궁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어떻게 그런 궁리까지 하셨습니까? 목(木)이라는 간단한 글자를 보통은 ‘나무’라고 이해하면 그것으로 만족하는데, 그 안에서 도가 나오고, 부부가 나오고, 부모도 나오는 것이 가능하냔 생각을 해보니까 형님의 탐구력(探究力)은 타의 추종(追從)을 불허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하~! 그렇다면 아우도 뭔가 하나 추가해 보시게.”

“아니? 여기에 또 추가할 이야기가 있단 말입니까? 저의 소견(所見)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어서 다음 이야기를 들려주시지요.”

“원래 어린아이는 양친(兩親)의 보살핌을 받고 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또 정상이기도 하겠지?”

“당연합니다. 그것도 음양의 도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런데 한쪽 부모가 없을 적에는 어떻게 되는가?”

“그렇게 되면 편부(偏父)나 편모(偏母)의 슬하(膝下)에서 성장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성장을 하는 것이 그렇지 못한 경우에 비해서 어떻겠는가?”

“물론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짐작을 할 수가 있겠습니다. 편부라면 끼니를 챙겨 주기가 어려울 것이고, 편모라면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부유한 경우라면 제외로 하겠습니다만.”

“그렇다네. 그렇게 성장을 해서 출세한 사람에게는 뭐라고 하는지 아는가?”

“자수성가(自手成家)라고 하지 않습니까?”

“자수성가도 가능은 하네만 지금 주제가 뭔가? 목(木)이 아닌가 말이네. 이 언저리에서 답을 찾기를 바라네. 하하~!”

“음, 도무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실망시켜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닐세, 혹시라도 재(才)라는 글자가 떠오르는가 싶어서 물어본 것이라네. 평소에 생각하지 않으면 쉽지는 않은 것이기도 하지.”

“옛? 재...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닙니까? 그런데 목을 먼저 떠올리고 바라보니까 과연 한 부모 아래에서 불완전한 도움을 받으면서 성장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습니다. 역시 대단하신 형님이십니다.”

“동의(同意)한단 말인가? 하하~!”

“동의하고말고요. 그러니까 재사(才士)나 재인(才人), 혹은 천재(天才)라고 할 적에는 이러한 역경에서 잘 성장해서 자신의 영역에 문패를 번듯하게 세운 사람이라는 것이 눈에 쏙~ 들어옵니다. 멋진 이야기입니다. 그러고 보니까 양친의 아래에서 훈육을 받는 아이는 다복(多福)한 경우라는 것도 능히 이해가 되고도 남습니다.”

“온전한 목(木)은 정상적(正常的)으로 성장하는 상태의 아이라고 한다면, 재(才)는 비정상적(非正常的)인 환경에서 성장하는 아이라고 이해를 하면 되겠지. 이렇게 한 글자 속에 들어 있는 의미는 최대한 우려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나지 않겠느냔 말이지. 하하~!”

“이미 너무 많이 우려먹었습니다. 그래서 배가 많이 부릅니다. 하하~!”

“그래서 목(木)은 ‘어린도 목’이라고 이름을 붙여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네. 도는 틀림없는 도인데 아직은 어려서 더 키워야 한다는 의미가 되는 거지. 아이는 분명히 만물의 영장(靈長)이라는 사람이지만 모든 기관이 미숙해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으로 보면 될 것이네.”

“과연, 멋지십니다. 틀림없는 말씀이십니다.”

“그런데 목(木)의 주변에는 또 비슷한 글자도 있지 않을까?”

“그야 당연히 많아도 너무 많지요. 미(未)도 있지 않습니까? ‘아직’의 뜻인데 이것도 형님의 설검(舌劍) 한 방이면 멋진 작품으로 탄생하지 싶습니다. 그에 대한 궁리도 분명히 해 보셨겠지요?”

“아, 그 글자가 생각났는가? 그렇다면 한 번 생각을 해 볼까? 도(道)가 아직은 능력을 발휘할 때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겠네. 그러니까 부모의 슬하에서 공부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많이 미숙(未熟)하다고 보는 것이지.”

“갈 길이 멀다는 의미로 전해집니다.”

“물론이지, 그러나 결국은 도달할 것이라는 점을 전제(前提)로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네. 미완성(未完成)은 앞으로 완성이 될 것을 전제로 현재는 미완성이라는 것이고, 미성년(未成年)은 아직은 성인이 아니지만 앞으로 자라서 성인이 될 것이라는 의미가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말이네.”

“역시 물어야 답을 얻습니다. 우제(愚弟)의 안목을 훤하게 열어주시는 형님의 능력에 탄복(歎服)을 하고 있습니다.”

“괜한 비행기는 태우지 말게. 누구라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얼마든지 생각이 미칠 수가 있는 이야기를 갖고 너무 그러는 것도 아니라네. 하하~!”

“어찌 그게 누구나 생각을 한다고 해서 알 수가 있는 일입니까? 오늘 목에 대해서 공부하는 과정에서 이렇게도 주변의 소식들을 많이 접하게 될 줄이야 꿈엔들 생각했겠습니까? 또 있지 싶습니다. 미(未)를 보니 말(末)도 생각이 납니다. 이것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건 목과는 무관(無關)하고 나무와 연관(聯關)이 있으니 언급할 필요가 없지 싶네.”

“그건 또 왜 그렇습니까? 잘 모르시면 얼버무리고 넘어가시는 것은 아닐 테고 말이지요.”

“원, 그럴 리가 있겠는가. 진심으로 알고자 하여 질문을 할 적에는 모르면 모른다고 하지 얼버무리지는 않는다네.”

“형님도 참 웃자고 드린 말씀에 너무 정색하시면 민망하지 않습니까. 그게 아닌 줄 빤히 아시면서 말이지요. 하하~!”

“그래도 공부를 할 적에는 허언(虛言)보다는 진언(眞言)이 중요하다네. 그래서 앞으로는 행여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이.”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말(末)은 왜 목과 상관이 없다고 하시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게 그것 같은데 말이지요.”

“그것이 생각의 차이라는 것이네. 말(末)은 미(未)와 비슷한 것 같지만 의미가 나무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나무가 다 자랐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종말(終末)을 의미한다네. 그런데 목은 성장하는 의미가 있는데 종말을 나타내는 글자가 등장하면 그것은 목의 이야기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지.”

“참으로 사려(思慮)가 깊으시다는 것을 저절로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비슷하다고 해서 같은 것이 아니란 걸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본(本)은 어떨까요? 이것은 나무와 무관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만…….”

“그건 참 좋은 질문이네. 근본(根本)을 나타내는 본은 도의 뿌리가 묵직하게 잡혀있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네. 뿌리가 굵다는 의미도 된다네. 그러니 근본이 튼튼하여 여간 바람이 불고 혼란이 겹쳐 와도 너끈히 견딜 것이라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네. 그러니 본(本)은 당연히 목과 연결이 있다네.”

“참으로 글자 하나 놓고서 분석하는 것이 참 재미있습니다. 덕택에 문자의 공부도 절로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야 화(禾)는 목(木)이 아니라 나무와 연관되었다는 것도 알겠습니다.”

“그런가? 어디 설명을 해 보게나.”

“이 글자는 벼를 나타냅니다. 그러니까 벼가 자라서 고개를 숙였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목의 성숙과는 무관하므로 나무와 연관된 것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형님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은 것인가요?”

“당연하네. 이제부터는 글자 하나라도 허투루 생각하지 말고 기본적으로 붙어 있는 의미만 생각하지도 말고 그 내용에 대해서 차근차근 살피면서 궁구(窮究)를 한다면 의외로 그 안에 많은 도리(道理)가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네.”

“참, 글자는 누가 만들었습니까? 이렇게 오묘한 글자를 만든 사람의 지혜는 도대체 얼마나 높을까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글자를 만든 것이야 이미 오래되었으니 얼마나 많은 스승님의 심혈(心血)로 이뤄졌는지는 말만으로 헤아릴 수가 없을 것이네. 다만 그것을 정리한 분은 창힐(倉詰)이라고 전하니 나도 그런가 보다 할 뿐 자세히 알 수는 없다네. 그리고 그것이 뭐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고 말이네.”

“중요한 것은 본질이라는 뜻이지요? 잘 알겠습니다.”

“글자 하나를 통해서 생각하다가 보니까 목(木)의 의미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셨지 싶은데 어떤가?”

“맞습니다. 어떤 모습이 목에 해당하는지를 능히 짐작하고도 남겠습니다. 그러니까 뭔가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 아직은 덜 성장한 모습, 부단히도 움직이는 모습, 어린 사람의 모습 등에서 목을 읽으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바람은 목이라고 할 수가 있겠는가?”

“바람은 부단히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까? 그럼 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참, 팔괘에서도 손위풍(巽爲風)이 있지 않습니까? 손괘(巽卦)도 그래서 오행으로 목이라고 하는 것입니까?”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네.”

“같은 것은 무엇이고 다른 것은 무엇입니까?”

“같은 것은 움직인다는 것으로 인해서 목이 되는 것이고, 다른 것은 목의 음양으로 들어가면 알게 될 일이네만 팔괘에서의 손괘(巽卦)는 음목(陰木)으로 보는데 오행에서는 양목의 기질을 갖고 있다고 봐서 다르다고 하는 것이네.”

“그런데 팔괘에서 왜 손괘가 음목입니까?”

“벌써 잊었는가? 손괘(☴)는 가족에서 어떤 위치가 되던가?”

“아, 장녀가 아니었습니까? 그래서 음목이라고 하는 것이었네요. 또 깜빡하고 잊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짚어주셔야 자꾸 기억하게 됩니다. 또 하나 배웠습니다.”

“그래서 팔괘를 공부할 적에는 팔괘답게 공부하고, 오행을 공부할 적에는 오행답게 하는 것이 옳다네. 서로 뒤섞어 놓으면 나중에는 그것을 가려내느라고 또 한바탕 혼란을 면치 못할 테니.”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음양도 역학의 음양과 명학의 음양에 대한 관점이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는 것을 명확히 알게 되면 서로 뒤섞일 일이 없겠네요. 섞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앞으로 배워야 할 것도 마찬가지네. 감괘(坎卦)의 수(水)와 오행의 수, 리괘(離卦)의 화(火)와 오행의 화도 마찬가지라네.”

“그렇겠습니다. 글자가 같다고 해서 뜻도 같은 것으로 알았다가는 필시 혼란의 소용돌이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확연히 들었습니다.”

“그만하면 오행검법(五行劍法)의 제일초(第一招)에 해당하는 목초식(木招式)은 웬만큼 정리가 되었다고 봐도 되겠네.”

“아니, 겨우 글자 하나 알려주시고 다 알려줬다고 하면 됩니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될 뿐입니다.”

“당연하지, 일단 초식은 배웠단 말이네. 이제부터 연마하는 것은 아우의 노력에 달렸다는 말이네. 하하~!”

“그 뜻이었습니까? 깜짝 놀랐습니다.”

“오행을 다 깨닫고 나면 비로소 다섯 가지의 검법을 하나로 만들어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네. 그때가 되면 자연 오행검의 위력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걸세.”

“지금껏 형님께서 하신 말씀은 오행 중에서 목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들었을 뿐인데 적어도 보름 동안은 궁리해도 부족할 식량을 확보한 느낌입니다. 열심히 파먹고 살을 찌우도록 하겠습니다.”

“왜 아니겠나. 또 질문이 산처럼 쌓이거든 언제 찾아오시게. 난 이만 가네~!”

“형님,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길 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