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제4장 술수종횡(術數縱橫)/ 13. 검(劍)에 대해서 토론(討論)하다

작성일
2017-01-0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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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 제4장 술수종횡(術數縱橫)


13. 검(劍)에 대해서 토론(討論)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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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촌철(寸鐵)이란 혀를 말한다네. 세 치의 혀로 사람을 죽인다고 하는 뜻이라네. 말로 사람을 죽인다는 뜻이지.”

“말로요?”

“왕의 혀는 사람을 죽인다네.”

“오호~! 맞습니다. 역적(逆賊)에게 삼족(三族)을 멸하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칼뿐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두라는 이야기라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검법이기도 하다네.”

“말을 하는 것도 검법이란 말인가요?”

“칼은 한 사람을 상하게 하지만, 혀는 수천수만의 사람을 상하게 할 수도 있으니 검법이라도 무시무시한 검법이지.”

“그런 것은 배우고 싶지 않습니다.”

“아우는 평화주의자이니까 그런 것은 배우지 않아도 되네. 대신에 촌철활인(寸鐵活人)의 설검(舌劍)을 배우게나. 하하~!”

“아하, 역시 아우는 생각이 짧기만 합니다. 그렇게도 음양의 관법으로 살피라고 가르쳐 주셨건만 여전히 선악(善惡)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참, 이 도관에서는 검법은 배우지 않지요?”

“원래는 심곡문에서도 검법을 가르쳤다네. 그런데 학문과 무예가 같이 공존하는 것으로 인해서 늘 마찰이 끊이지 않았지.”

“그래서 없애버린 것입니까?”

“없애버릴 수가 있나. 활인검을 가르쳐야 할 것이 아닌가?”

“맞습니다. 저마다 타고난 사람에 따라서 문무(文武)의 길이 있을 테니 무인으로 태어난 사람은 무예를 연마해서 세상을 구해야 할 사명(使命)이 있겠습니다. 그러나 가르치지 않는다면서요?”

“그게 아니라 분리를 시킨 것이라네. 그 후로는 심곡문에서는 무예는 가르치지 않는다네.”

“그럼 어디에서 가르칩니까?”

“무당산(武當山).”

“무당파에 대해서는 들어봤습니다.”

“무당산에는 태극문(太極門)이 있고, 장삼봉 조사가 세운 무예 수련장이 있다네. 무당파에서 강호를 주도하고 있으니 무림인들에게 존숭(尊崇)을 받고 있기도 하다네.”

“소림파에 대해서는 들어봤습니다.”

“소림파는 달마조사가 창안한 무예가 전승되고 있고, 무당파는 삼봉조사가 창안한 무예가 있어서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그래서 심곡문은 언제나 조용하군요.”

“물론 여기에서도 검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설검을 연마하는 세객(說客)들이 많거든. 하하~!”

“말을 배우는 곳도 있습니까? 그건 금시초문(今始初聞)입니다.”

“말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야 입에서 나오잖습니까?”

“그 입은 누가 조종하는가?”

“음... 마음... 마음이 입을 조종하는군요.”

“마음이 예리하면 그가 하는 말도 예리할까?”

“당연합니다. 형님의 말씀도 예리하잖아요.”

“세치의 혀로 사람을 제압하는 무시무시한 사람들이지. 그들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네.”

“알겠습니다. 검법(劍法)을 들어보니 그것도 호감이 갑니다. 특히 설검에 대해서는 말이지요. 하하~!

“혀는 그냥 칼에 불과할 뿐이지. 실제로는 그 혀를 움직이는 마음의 주인에 따라서 불설(佛說)도 되고 마설(魔說)도 된다네. 그리고 그러한 것은 모두 사람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이니 명학(命學)을 배워서 그 사람의 선악(善惡)을 알게 된다면 또한 그것도 검법(劍法)이 된다네.”

“그렇겠습니다.”

“이것을 오행검(五行劍)이라고 한다네. 하하~!”

“예? 오행검이라고요……?”

“왜 그리 놀라는가? 이미 아우는 검법의 길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단 말인가? 그것도 깊숙하게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네. 하하~!”

“그렇게 되는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칼만 잡지 않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보다 몇 십 배는 더 무서운 검법이 있다는 것을 오늘 새삼 깨달았습니다. 오행검이라는 것은 무형의 자연이치를 깨달아서 지혜롭게 베풀어 주는 검이 될 수가 있겠습니다.”

“그래서 비인부전(非人不傳)이라고도 한다네. 여기에서 비인(非人)이란 무슨 뜻이겠는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니까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사람의 삼강오륜(三綱五倫)을 갖추지 못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맞네. 그래서 심곡문에 입문하게 되면 제일 먼저 그것부터 가리게 되지.”

“전 그냥 들어왔는데요?”

“그렇다면 이미 누군가 가려서 보냈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 아우를 누가 이곳으로 보냈는가?”

“그야 혜암 사부님께서지요.”

“그러니 심곡자께서 수고하실 필요가 없으셨던 거지. 신뢰할 신표(信標)를 들고 왔는데 달리 무슨 시험을 본단 말인가? 하하~!”

우창은 문득 첫날에 삼청궁에서 백발과 심곡자를 뵙던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 자신은 그냥 통과하였지만 동행한 백발은 시험을 치렀다는 것을 생각했다.

‘아, 그것이 심성을 알아보는 시험이었구나…….’

이제야 왜 시험을 치르게 되었는지를 명백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만약 그 시험에서 통과하지 못한다면 그의 혀는 사람을 상하게 할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그 시험을 담당했던 젊은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형님, 아우가 처음 심곡자를 뵈었을 적에 동행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에게 시험을 치게 했다는 것을 알기는 했습니다만 그 사람의 심성에 대한 시험이었다는 것은 미처 몰랐습니다. 오늘에서야 그것에 대한 의미를 명료(明瞭)하게 알겠습니다.”

“그 시험을 담당한 사람은 누구였나?”

“처음이라 너무 긴장해서인지 또렷이 기억납니다. 주기라고 했습니다.”

“주기였군. 그야말로 명검(名劍)의 소유자라네. 그래서 심곡자께서도 각별(各別)하게 아끼는 제자이기도 하지.”

“단지 말 몇 마디 했을 뿐인데 동행한 사람의 감정을 잘도 파고들었다는 생각이 납니다. 과연 설검의 위력이 그런 것이었군요. 겉으로 평온한 척을 해도 그것을 순식간에 벗겨버리고 본색이 드러나게 했습니다.”

“맞아! 이제 검법이 얼마나 다양한 것이며 얼마나 예리한 것인지를 깨달으셨겠군. 그러니 아우의 칼도 잘 간수해야 하네. 지금은 칼을 갈고 있는 시기란 말이네. 칼을 갈기도 잘 갈아야 하겠지만 그 칼의 바탕은 더욱 중요하다네.”

“바탕이라고 하심은.....?”

“당연히 칼의 주인인 심성(心性)이지. 칼날은 공부가 깊어질수록 예리해질 텐데 마음이 그에 미치지 못하면 사람도 다치고 자신도 다치게 되니 날이 갈수록 공부는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라네. 그래서 도고마성(道高魔盛)이라고 하지. 칼집에서 나온 칼은 악을 제거하는데 써야 하듯이, 혀에서 나온 말도 악을 제거하는데 써야 한다네.”

“그런데, 처음부터 악이 없으면 될 것이 아닙니까?”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자연은 그렇지가 못하다네.”

“그건 무슨 이치입니까?”

“음양~!”

“여기에서도 음양입니까?”

“그렇다네. 여태까지 주역을 배우면서 얻은 것이 무엇인가?”

“그야 음양을 읽는 방법이었지요.”

“세상의 모든 이치는 음양으로 돌아간다는 것도 배웠잖은가?”

“맞습니다. 음양으로 돌아가는 세상입니다. 그렇지만 악이 없이 선만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아우는 불을 켤 적에 그림자를 원하지 않나?”

“예? 갑자기 왜 불을 말씀하십니까?”

“불은 그림자에 비해서 양일까? 아니면 음일까?”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불이 양이고 그림자는 음이지요.”

“내 말이 그 말이잖은가. 불은 원하고 그림자는 원하지 않는다고 말을 한다면 아우는 어떻게 생각되나?”

“아, 역시 형님은 통변의 달인이십니다. 이제 알았습니다. 선이 생기면 원하거나 원치 않거나 그 즉시로 악은 생기게 된다는 가르침을 주시는 것이네요. 잘 알았습니다.”

“당연히 음이 있으면 양이 있고, 빛이 강하면 그림자는 짙은 법이라네. 도가 높으면 마장이 왕성해지는 것도 자연히 음양의 이치란 것을 알아야지.”

“공부가 깊어지면 장애물이 없을 줄만 알았습니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는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은 것이라네. 그래서 항상 마음가짐을 잘 다스려서 유혹에 흔들리지 말라고 하지 않는가?”

“하긴, 학문이 깊은 사람도 권력을 잡으면 변할 수도 있겠습니다.”

“강철(鋼鐵)로 검을 만들면 명검(名劍)이 되지만 돌로 검을 만든다면 아무리 갈아대더라도 명검이 되긴 어렵지 않겠는가?”

“당연합니다. 그래서 심곡문에 처음 들어오면 갈아서 명검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먼저 보는 것이었군요. 그러니까 일단 통과를 한 도사들은 모두 자질(資質)은 갖추고 있다고 봐도 되겠군요.”

“그렇다네. 아우도 품질이 매우 좋은 강철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물론 아무리 좋은 재료라고 하더라도 어떤 장인(匠人)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지.”

“물론 그 장인은 심곡자이시고, 형님이시잖아요. 이렇게 연마하고 있는데 명검이 되지 않을 수도 없겠습니다. 맞지요?”

“맞아~! 백 번 달궈야 강철이 되고, 천 번 두드려야 겨우 명검의 재료가 되고, 또 만 번을 갈아야 비로소 천하제일검이 된다네.”

“그런 것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건 바란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다가 보면 되는 것이라네. 만약에 오행을 배웠는데 오행에 대해서 어느 누구와도 토론에서 패하지 않는다면 어떻겠는가?”

“그야... 짜릿하겠습니다. 하하~!

“맞네. 그러자면 천하제일검은 싫다고 해서 적당히 공부하고 말겠는가?”

“아니지요. 절대로 그럴 수는 없습니다. 열심히 연마해서 오행의 이치든 음양의 이치든 수리의 이치든 모두 통달하고 싶습니다.”

“그게 자질이라는 것이네. 그러니 아우는 결국 오행검으로 천하제일좌(天下第一座)에 오르게 될 것이란 말이네.”

“언감생심이긴 합니다만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뭔가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열기가 느껴집니다. 이것은 탐욕(貪慾)일까요?”

“물론 탐욕이지. 그것도 엄청난 탐욕~!”

“그럼 나쁜 것이잖아요?”

“누가 탐욕은 나쁜 것이라고 하던가? 탐욕은 좋고 나쁜 것이 없다네. 탐욕을 갖고 있는 것은 진보(進步)를 나타내니 좋은 것이라네. 다만 노력을 한다면 탐욕은 현실이 되어서 성취(成就)로 보상을 받는 것이지만 노력은 하지 않고 욕심만 낸다면 그것이야말로 탐욕에 머무르니 문제라고 하는 것이지.”

“오호~! 과연 명료합니다. 형님의 가르침은 어디까지일지 상상을 불허(不許)하십니다. 이 아우도 천하제일검이 되기 위해서 오행검 연마에 더욱 힘을 쓰겠습니다. 그런데 음양검은 없습니까?”

“왜 없겠는가? 역경을 연마하는 것이야말로 음양검(陰陽劍)이지. 그리고 음경(陰經)과 양경(陽經)도 있다네.”

“음양경이 아니라 음경 양경입니까?”

“구음진경(九陰眞經)의 무공도 있고, 구양진경(九陽眞經)의 무공도 있다는 것을 못 들어봤군.”

“그런 것도 있다는 것은 듣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왜 구음(九陰)이고 구양(九陽)입니까? 원래 도(道)는 일음일양(一陰一陽)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매우 위험한 무공들이지. 자칫하면 자신을 죽일 정도의 맹렬함이 그 안에 있다는 것이니까.”

“그런 무공을 왜 연마합니까?”

“탐욕이라네. 천하의 고수들을 모조리 자기 발아래에 두고 싶은 동물적인 본능이기도 하지.”

“말씀만 들어도 무시무시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둘을 합친다면 정말 천하무적(天下無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 무공을 합친 기인(奇人)이 있었다네.”

“그렇다면 당연히 천하제일이 되었겠군요. 그것을 무슨 검법이라고 했습니까?”

“자오검이라고 한다네. 전에 지인을 만났을 적에 풍문으로 들었다더군. 자오검법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의 검이 마검(魔劍)에서 혜검(慧劍)으로 변했다는 거야.”

“칼이 달라졌다는 것은 아닐 것이고, 사람이 달라졌다는 것입니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그럴 수도 있다네. 죽을 만큼 고통을 겪고 나면 사람이 달라지기도 하지. 그래서 시련(試鍊)이라고 하지 않는가. 시련을 겪으면 단련이 되어서 지혜를 얻게 되기도 하거든.”

“그런 사람과는 대화를 나누어 봐도 되지 싶습니다.”

“하여튼 아우의 호기심은 못 당하겠군. 하하~!

“그렇습니까? 하하~!

두 사람의 맑은 웃음소리가 어둠이 깃든 산속으로 메아리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