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 제4장 술수종횡(術數縱橫)/ 5. 후천팔괘(後天八卦)로 한 걸음 더

작성일
2017-01-0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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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 제4장 술수종횡(術數縱橫) 


5. 후천팔괘(後天八卦)로 한 걸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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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乾☰)은 높은 것입니다. 가장 높은 것은 하늘이라고 이해를 하면 되겠습니다. 양은 높고 음은 낮은 것이라고 한다면 높고, 높고 또 높은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곤(坤☷)은 낮고, 낮고 또 낮은 것이니 땅이 된 것입니까?”

“맞습니다. 그리고 천복지재(天覆地載)라고도 합니다. 하늘은 덮어주고 땅은 실어준다고 이해를 하면 됩니다.”

“그렇겠습니다. 곤괘가 음으로만 되어있어서 낮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실제로는 땅보다 더 낮은 곳에 바다가 있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합니까? 그것은 좀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아서 말입니다.”

“맞습니다. 우선 보기에는 바다가 가장 낮아 보입니다. 그런데 바다는 어디에 의지하고 있습니까? 바로 땅을 의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바다는 결국 땅에 고인 물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대해(大海)를 보진 못했으나 이치는 타당하다고 하겠습니다. 만약에 땅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어디론가 흘러가 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잘 이해하셨습니다. 그리고 낮은 땅인 지(地)에서 높게 보이는 것은 산이지요? 그래서 곤괘(☷)에서 위에 높은 모양으로 된 것이 간괘(☶)가 됩니다. 이것을 우리는 산(山)이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그래서 간괘가 산이 되었습니다.”

“아, 이치는 간단하군요. 그렇다면 감괘(坎卦☵)는 왜 물이라고 하는지요?”

“그것은 이렇습니다. 1효가 음(⚋)인 것은 땅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2효가 양(⚊)인 것은 그릇에 물이 가득 찬 모양입니다. 마지막으로 3효가 음(⚋)인 것은 땅에 구덩이가 깊게 파인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조그만 옹달샘에서부터 대해(大海)까지도 모두 포함되는 것입니다.”

“웅덩이나 호수를 생각해 보니 이해됩니다.”

“비록 망망대해(茫茫大海)라도 그것은 땅 위에 고인 물입니다. 물론 지상(地上)보다 낮은 곳에 고여 있는 물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 연유(緣由)로 해서 물이 된 것이지요.”

“오라~ 듣고 보니 참 일리가 있습니다. 재미있는데요.”

“무엇이든 모르면 재미가 없고, 알면 재미있는 법입니다. 공부가 잘되시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하하~”

“그런데 리괘(離卦☲)는 왜 불이라고 했습니까? 땅이 가운데 있고 하늘이 위아래에 있는 형상인데 말이지요. 아니면 가운데에 구멍이 나 있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것은 불타고 있는 형상에서 본뜬 것입니다. 간단하게 촛불을 보면 바깥쪽은 밝게 타오르고 그 중심부는 어둡게 보입니다. 그래서 가운데를 어둡다는 의미로 음효(⚋)를 표현하고 밖은 위아래로 양효(⚊)로 표현한 것입니다만 실제로 불에 대입한다면 이것을 세로의 모양으로 세워놓으면 더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그렇겠습니다. 그렇게 이해를 하면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진괘(震卦☳)는 어떻게 해서 벼락으로 상징을 따 왔을까요?”

“위의 2, 3효는 음효인데, 이것은 짙게 모여든 구름을 의미합니다. 그야말로 먹구름이지요.”

“그렇다면 1효는 번갯불이 되는 건가요? 번갯불이 없는 우레는 없으니까 말이지요.”

“맞습니다. 그렇게 이해를 하면 크게 벗어나지 않겠습니다. 잘 이해하셨습니다.”

“궁리를 해보면 나름대로 이치에 부합되는 이야기가 그 안에 들어있었군요. 이제 막연하게나마 ‘그런가보다....’했던 것들이 하나하나 명료하게 정리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해를 잘하시니 정리가 빠르시네요. 설명하는 저도 힘이 납니다. 하하~”

“너무 설명을 잘 해 주셔서 그렇지요. 그럼 손괘(巽卦☴)에 대해서도 설명을 듣고자 합니다. 이것은 어떤 연유로 바람이 된 것입니까?”

“이번에는 우창 선생이 한 번 추리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어렵습니다. 설명하시는 것을 듣고서 이해하는 것도 이미 힘에 겨운데 말이지요. 그래도 해 보라고 기회를 주시니 말이 안 되더라도 하수의 헛소리로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야 무슨 문제이겠습니까.”

“음.... 바람이라는 의미와 자연에서의 바람을 연계해서 뜻을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위의 2, 3효는 건괘(乾卦☰)의 하늘일 것으로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하늘에 바람이 일어납니다. 그것은 땅 위에서 일어나는 것이지요. 그것을 1효의 음이 의미한다고 보겠습니다. 그러니까 하늘의 아래에서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면 손괘(巽卦☴)의 1효가 양에서 음으로 바뀐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면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과연 학자의 총명함을 타고 나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정리한다면 틀림없다고 보겠습니다.”

“이게 다 낙안 선생의 가르침 덕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찌 이러한 궁리가 가능했겠습니까. 새삼 스승의 의미를 되새깁니다.”

우창이 거듭 고맙다는 뜻을 나타내자 낙안이 빙그레 웃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태괘(兌卦☱)에 대한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왜 태괘의 상징이 연못일까요?”

“음.... 하늘이 1, 2효에 있고, 그 위에서 뭔가 움직인다는 뜻으로 보면 손괘를 뒤집어 놓은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런데 연못으로 생각하기에는 만만치 않습니다. 아무래도 저의 능력은 여기까지인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우창 선생이 생각하기에는 연못은 어떤 형상으로 표시하면 좋겠습니까?”

“연못은, 땅 위에 물이 고여 있고 땅보다는 낮은 것이니까..... 그렇게 되면 감괘와 다를 바가 없겠습니다. 감괘의 물과 태괘의 연못이 어떻게 다를지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자 합니다.”

“역시~!”

문득 낙안이 탄성을 질렀다. 자기도 모르게 감탄한다는 뜻이었다. 평소에 낙안도 이 문제에 대해서 의문을 가졌는데 이제 막 입문한 우창이 짚어내는 것을 보고서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했다.

“낙안이 궁금했던 부분을 콕 짚어서 말 하셔서 놀랐습니다. 의문은 있었지만 마땅히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어서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이기 때문이지요.”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서책에는 어떻게 설명이 되어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서책에서 이에 대한 설명으로는 연못을 바라보니 하늘이 그곳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연못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땅의 깊은 곳에 고인 물에 하늘이 비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습니까? 음.... 그것은 감괘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감괘에서 의미하는 물에도 하늘은 반사(反射)될 것 같습니다만....”

“바로 그것입니다. 왜 이렇게 단순한 여덟 개의 천지(天地)에 대한 상징에서 중복되는 개념이 포함된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생겼던 것입니다. 그런데 처음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 부분을 짚어내셨습니다. 원래 선입견에 사로잡히면 그러한 자유로운 발상을 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거든요. 오히려 소아(小兒)의 순수한 관점으로 볼 적에 비로소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아니, 그러시다면 심곡자 스승님께 여쭤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오랜 시간을 혼자서 생각하신 것 같은데 왜 그러셨습니까?”

“그게.... 그리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그건 또 무슨 뜻입니까? 의문을 풀어가는 것이 학문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좀 이해가 안 됩니다.”

“대성(大聖) 공자(孔子)께서 그러한 언급을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감히 마음대로 고칠 수가 없는 불문율(不文律)이 있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스승님께서도 이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으실 뿐만 아니라 질문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결을 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과연~!”

우창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하면서 낙안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야말로 순수한 마음에서 진리를 향한 몸부림의 젊은 사내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선생께서 우창의 마음을 감동시키셨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하늘에 감격하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저의 학문에 대한 복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니, 갑자기 왜 이렇게 정색(正色)을 하십니까?”

“아닙니다. 누가 한 이야기라도 진리로 접근해서 타당하면 수용하고 타당치 않으면 거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같이 역경의 의미에 대해서 의혹을 가진 학자가 계셨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울 일이기도 하고 감동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말씀을 들으니 진리를 향한 열정이 그대로 전달이 됩니다. 존경스럽습니다. 우창 선생은 이미 제가 가르친다는 생각을 넘어서 계십니다.”

“그렇다면 선생의 생각에는 태괘의 상징으로 어떤 설명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셨는지 그 이야기가 더 궁금합니다.”

“옳다는 생각은 감히 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생각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니까 말씀입니다. 그 생각이 뭔지 얼른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이 궁금해서 안달이 났습니다. 하하~”

“그것은 구름이라고 생각을 해 봤습니다.”

“옛? 구름이라.... 왜 그렇게 생각하셨는지요?”

“바람은 하늘 아래에서 움직이고 구름은 하늘 위에서 움직이기 때문으로 생각을 했지요.”

“오호~! 정말 멋진 생각이십니다. 느낌이 팍~ 들어옵니다. 과연 낙안 선생의 지혜가 공부자(孔夫子) 보다 못하지 않으십니다.”

“그런 말씀은 마시고요. 하하~”

“그러니까 바람을 뒤집으면 구름이 되는 것이네요. 연못과 구름의 차이는 천양지차(天壤之差)라고 하겠습니다. 우창은 앞으로 태괘는 구름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시면 안 됩니다. 발설(發說)은 하지 말고, 그냥 생각만 그렇게 하시는 것으로 하지 않으시면 건방지다고 비난을 받을 것입니다. 그냥 태괘는 연못이라고 쓰고 구름이라고 읽으시는 것이 현명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아니, 왜 그래야 합니까?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도 학자가 해야 할 일이 아니던가요?”

“누가 아니랍니까. 그렇지만 그렇게 말을 한다면 수없는 적을 만나게 될 것이고, 그러한 문제로 천하는 또 한 번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극렬한 보수적(保守的)인 학자들의 반발을 받아서 목숨을 부지(扶持)하기도 어려울 수가 있습니다.”

“그런 사정도 있었습니까? 정말 저는 하룻강아지입니다.”

“네가 공자보다 더 잘났냐며 벌떼처럼 달려들 것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런 속사정이 있었군요. 참으로 경망스러운 우창입니다. 오늘 낙안 선생께 너무 많은 것을 배웁니다. 감격입니다. 과연 안다고 해서 모두 말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이렇게 깨우치다니 몸을 지키면서 학문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앞으로도 언행(言行)에 대해서 항상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세상은 넓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그들을 모두 설득시킨다는 것은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격입니다. 그러므로 때가 되기를 기다리면서 말 못 하는 이치도 있는 것입니다.”

“아하~ 이제야 왜 마음이 진실로 통하는 벗을 지기(知己)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낙안 선생을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이 아우의 절을 받아 주시고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서 넙죽 절을 했다. 그러자 낙안도 같이 맞절을 하고는 손을 잡았다. 두 사내의 이심전심(以心傳心)은 진한 감동의 물결을 이뤘다.

“현제(賢弟)를 얻게 되어 이루 말할 수가 없이 기쁘네~!”

“형님을 만나게 된 인연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지기가 되었다. 눈빛만 봐도 안다는 그 벗을 얻게 된 두 사람은 토론을 접고 산보에 나섰다. 산천의 풍경이 어제 보던 것과 달랐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빛은 오색의 무지개처럼 보였다. 아름다운 태산의 풍광에 젖어 들어서 말없이 오솔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