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6] 특검의 창과 어떤 이들의 방패

작성일
2016-12-20 08:17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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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6] 특검의 창과 어떤 이들의 방패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동지가 내일로 다가 왔습니다. 그야말로 태양의 시간은 이제 막바지의 시점을 향해서 도달하고 있는 시간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요즘은 어찌 지내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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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대부분의 벗님들께서는 의욕상실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의 변화를 겪으면서 하루의 시간을 보내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세상의 풍파는 풍파로 흘려보내고 오직 평정심으로 부동의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도인도 계실 것입니다.

낭월의 마음은 조석지변입니다. 어제는 창의 날카로움에 감탄하다가, 오늘은 방패의 두터움이 놀라기도 하면서 본격적인 드라마를 보는 마음, 피할 수가 없으면 즐기라는 어느 고인의 가르침에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도고마성(道高魔盛)의 가르침이 진리인가 싶습니다.

국가의 명운을 걸고 한바탕 벌어지는 진실찾기 드라마를 보면서 과연 어떻게 이 결말을 보게 될 것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진실이 거짓을 낳고, 거짓은 다시 진실에게 발리는 시시각각의 정황들이 긴박감을 자아내기도 하네요.

여하튼 중요한 것은 심증과 물증의 사이에서 공중그네를 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 마음.... 그렇게 거짓을 파고 들어가는 마음, 또 드러내는 실체에 대한 의혹.....

흑백논리는 더 말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생각을 합니다. 토요일의 소중한 시간을 광화문에서 분노와 갈등으로 보내면서 자신의 시간을 헌납하는 국민의 모습.... 가족과의 시간보다 더 중요한 무엇을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시절을 당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인지도 생각해 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의 성향은 그대로 드러나는 것으로 봅니다. 허탈과 좌절로 힘들어 하는 성향도 있고, 반드시 밝혀내고 말겠다는 열혈의 성향도 있습니다. 주진우, 김어준과 같은 사람은 참으로 대단한 집중력을 갖고서 파 들어가는 광부들 같습니다. 그러다가 보석을 하나씩 캐어 내면서 희열에 잠기는 것 같기도 합니다.

목적이 분명하니까 행위도 명료합니다. 세상의 거짓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서 수장된 생명들의 억울함을 밝혀내는 것이 목표가 되어버린 이상 모든 것은 백일하에 드러나야 한다는 목표를 향해서 한 발 한 발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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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또한 도고마성입니다.

창이 날카로워질수록 방패는 더욱 두터워집니다. 그래서 싸움은 시간이 흐를수록 처절해지고 추잡해질 수도 있겠습니다. 거지와 싸우면 명지바지 찢어진다는 바둑판의 속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피할 수도 없게 되어버린 니전투구의 한판승부는 절정을 향해서 치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쪽은 명예를 걸었습니다. 명예는 이름 앞에 있을 적에 광채가 납니다. 명예를 걸고, 그러니까 자신의 이름 석자에 명예를 걸고 파고 들어 갑니다. 목숨도 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자신은 절대로 자살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미리 남겨놓을까요.....

손석희도 명예를 걸었습니다. 명예로운 이름을 얻기 위해서 발을 벗었나 봅니다. 진실을 캐 들어가는 사람은 명예의 에너지를 먹고 버팁니다. 그렇지 않으면 힘들고 고된 싸움에서 버틸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누가 명예로운 창을 들고 있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가면서 점차로 창을 든 사람들이 밝혀집니다. 여당은 모두가 방패인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라는 것이 서서히 밝혀집니다. 여당 중에서도 창을 갈기 시작한 사람이 있다는 것.....

이름 앞에 명예를 붙이고 싶어진 것이지요. 명예란 무엇일까.... 인간다움이 아닐까.... 물론 거창하게 생각해 보면, 도덕적(道德的)이라는 말로 대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의지력을 갖고서 거대한 명예의 그룹에 자신의 이름을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매진합니다. 여기에서 개인의 존재는 작은 의미가 됩니다.

이것이 바로 창을 든 쪽에서 생각하는 존재의 의미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 봅니다. 누가 봐도 그래야 하고, 그래서 박수를 받습니다. 아마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대부분의 국민도 생각할 것 같습니다. 명예는 그래서 빛난다고 말을 합니다. 그러한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어둠 속에서의 표창(鏢槍)이 두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자칫 빛에 취해서 어둠을 간과하지 않도록 자신의 몸도 지켜야 하겠습니다. 그러다가 몸을 너무 생각하게 되면 움츠려들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것을 노리고 있는 것이 방패 팀의 목표 중에 하나이기도 하겠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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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를 든 사람은 이미 이름은 버렸습니다. 명예에 대해서는 돌아다 볼 겨를이 없다고 판단을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명예가 되면 좋지만, 그것은 이미 창을 든 쪽과 비교해서 너무나 극명한 열악함을 안고 있습니다. 태생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방패가 되었을 까닭이 없기 때문입니다.

빛나고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명예 대신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죽지만 않으면 기회는 온다는 처절한 생명력에 모든 것을 걸고 일전불사를 외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곧바로 무너질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그나마 눈꼽만큼의 명예에 대한 미련도 있었을 때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러기에는 너무나 늦었지 싶습니다. 문득 소진(蘇秦)과 장의(張儀)가 떠오릅니다. 고인의 글에서 생각해 보는 힌트를 얻기가 삶의 모습을 관조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까닭입니다. 무한으로 반복되는 데자뷰와 같은 현상으로 인해서지요. 여기에서 소진은 악역을, 장의는 선역을 맡았다고 생각을 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냥 자신의 배역에 충실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아서입니다.

동문수학하던 소진을 찾아갔다가 죽지 않을 만큼 두들겨 맞았던 장의와, 권력의 힘에 억눌려서 상처를 받을 대로 받은 창을 든 쪽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장의로 대신되는 사람은 옳은 것을 옳다고 하지 못하고, 억눌려서 신음하던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을 수도 있습니다. 원래 뜻이 있는 곳에는 기다림이 존재합니다.

광화문광장의 퇴진에 대한 외침은 명예의 창날을 날카롭게 해 주는 에너지가 됩니다. 밥이고 국입니다. 그것을 먹고 흔들렸던 두려움에 다시 새로운 에너지가 충전됩니다. 그리고 이미 그러한 효과로 상당한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힘이 아니었다면 권력의 주체를 감옥에 유폐시킬 수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자신의 집이었지만, 오늘은 감옥입니다. 그리고 밤마다 들려오는 외침을 들으면서 저 외침은 어제의 외침보다 소리가 줄어들었기를 바라고 있는 나날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목숨을 건 쪽은 무엇이든 다 할 수가 있습니다. 목숨만 지켜진다면 못할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남은 것은 목숨 뿐이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반전이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공격자의 약점을 파고 드는 것이 수비자의 목표입니다. 특히 태블릿이 가장 두려운 명예쪽의 핵폭탄 무기입니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서 무력화시킬 방법을 강구합니다. 새누리의 두 청문의원들과 함께 전략을 짠 것이 들통난 모양입니다. 자신의 팀에게도 막대한 상처를 준 것 같습니다.

그만큼 무서운 것이 태블릿의 진실이었던가 봅니다. 빛이 밝을수록 어둠에 숨어야 할 무리들에게는 두려울 수밖에 없는 일이겠습니다. 그래서 그 불을 꺼야만 다른 일을 할 수가 있겠다는 판단을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네요.

그래서 JTBC가 그것을 훔쳤다고 하는 시나리오를 통과시킨다면 다음단계는 훨씬 더 강력한 무기로 공격의 틈새를 찾을 수가 있다고 봤지 싶습니다. 이것은 마치, 정윤회문건이 세상에 드러났을 적에, 문건의 진실의 앞에 나타난 방패, 누가 문건을 유출시켰느냐는 단죄를 보면서 섬뜩한 느낌이었습니다만.....

다시 그것은 무한반복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태블릿에게 폭격을 당하고 정신을 못차리면서 죽을 죄를 지었다는 둥, 국민께 죄송하다는 둥, 갈팡질팡 하다가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것을 없애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나 봅니다. 그래서 청문회에서도 소유주를 뒤집고, 손석희를 묻어버릴 궁리를 하고 있었던가 봅니다.

그런데 그러한 음모가 백일하에 들어나면 이것도 어쩔 수가 없는 일입니다. 어차피 목숨만 건지면 다음 기회를 도모하려고 하는 목적에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미 찢어질 때로 찢어진 명예인 까닭입니다. 방패를 잡은 측에서 내어놓은, 방패에 대한 울타리가 헌재에 제출되었다고 했을 적에 다들 궁금했을 것입니다.

뭐라고 둘러붙여서 빠져나갈 구멍, 위기를 전환의 계기로 만들 기회를 찾아냈을까에 대한 궁금증과 얼마간의 두려움이기도 하지요. 40년의 권력을 누려 온 왕실장의 머리에서는 어떤 음모와 간계가 나타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그 답변서에는 의외로 구멍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이제 다시 창을 든 쪽에서 구멍 속에 숨어서 목숨을 부지하려는 자들을 파내야 할 차례인가 봅니다.

처음에는 99대1의 싸움을 볼 줄만 생각했습니다. 2016년 10월 24일 저녁을 기점으로 해서 말이지요. 원래 숫자나 날짜를 기억하지 못하는 낭월입니다만, 딱 두 날은 어쩌다보니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2014년 4월 16일도 말이지요. 관련 자료들을 뒤져보면서 홀로 분개하고 안타까워하면서.....

그런데, 시간이 점차로 길어지면서 80대20의 싸움이 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한쪽은 단기전으로 가고 싶어하고, 또 한쪽은 장기전으로 가고자 합니다. 원래 성을 지키는데는 에너지 소모가 30%라고 했습니다. 공격하는데는 70%의 에너지 소모가 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불안합니다.

철옹성에 들어앉아서 규합하고 반격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모습들.....

여기에 힘을 보태주는 박사모......

그래서 반전의 기회가 올 것이라는 희망을 먹고 목숨을 연장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마도 광장의 에너지가 줄어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모두가 지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목숨만 붙어 있다면 시간은 무한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김상중 톤입니다. 하하~!

자꾸 자꾸만 지쳐가는 창 팀에게 기름을 부어주고 있는 조짐들이 참으로 신기롭기만 합니다. 행여라도 빛을 잃고 꺼지게 되어서 암흑천지가 되지 않도록 천지신명이 배려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래서 또 놀랍습니다. 반전의 반전이죠.

김진태가 처음에 부은 기름이 다 말라갈 쯤이 되니까, 이만희와 이완영이 다시 또 기름을 부어줍니다. 그것도 아군에게 매우 치명적인 기름을 말이지요. 웬만하면 실명거론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만, 이제 전 국민의 스타가 되셨으니 그래도 되지 싶습니다.

어제는 또 김정일 위원장 앞으로 보낸 편지가 불을 당겨주고, 순실의 법원 등장 모습이 바람까지 불어줍니다. 아마도 한 동안은 연료 걱정없이 활활 잘도 타오르지 싶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대해서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 싶습니다. 다시 어제부로 싸움은 88대12로 기울어 가는 모습이어서입니다.

문득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소중한 자신의 삶. 얼마 되지 않는 그 순간들을 나와 무관할 줄만 알고 있었던 문제들을 살피느라고 일손을 놓고 있을 많은 국민들의 마음이 안타까워서입니다. 특히 두려움에 가득한 외침은 자꾸만 머릿속을 맴돕니다.

 

"내일 내 자녀가 세월호를 탈 수도 있다~!"


참으로 무섭고 두렵고 공포스러운 말입니다. 이미 아득한 옛날부터 그래 왔겠습니다만, 오늘 이 순간만큼은 창을 든 쪽에서 제대로 마무리를 지어 줬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서 빈자일등(貧者一燈)을 보태봅니다.

음양의 이치 앞에서 이번만큼은 양승(陽勝)이기를 바라는 중생심입니다. 변변치 못한 이야기를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2016년 12월 20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