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6] 오주괘 조작사건 (난이도-최상 ㅋㅋ)

작성일
2016-07-13 07:07
조회
4604

[696] 오주괘 조작사건 (난이도-최상 ㅋㅋ)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낮에는 뜨거워서 볶일 지경일지언정 새벽은 그래도 상쾌한 기온입니다. 그래서 한담도 주로 새벽에 작성하게 되는가 싶기도 하네요.

오늘은 어제 상담을 하러 방문했던 오랜 단골에 대한 이야기를 해 드리려고 합니다. 어딘가에서는 약간의 재미를 추가했습니다만 기본적인 상황은 실제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상담객을 받다가 보면 이런 경우도 있더라는 경험담이기도 합니다.

다만 점괘의 내용은 활용의 수준이 아니라면 좀 어려울 것이므로 이점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읽으시다가 괜히 혈압이 상승하실까봐 미리 예방주사를 놓는 낭월입니다. 그러니까 모르는 것은 모르는 대로 편안하게 읽으시라는 말씀이네요. 하하~

상담예정시간은 2016년 7월 12일 오후 3시 정각입니다.

하도 더운 날이라서 조용히 들어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카메라 들고 궁남지라도 갔을지 모르겠지만 상담예약이 잡혀 있는지라 차제에 책이나 읽자고 맘을 잡고 있었던 것이지요. 뭔 책을 보고 있었는지도 궁금하실랑가요?

20160713_071238

《상처받지 않는 삶》이네요. 참 좋은 이야기지요?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상처들을 받고 살아가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런 제목을 쓴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승려와 철학자》를 읽다가 승려인 마티유 리카르의 저서를 찾는 과정에서 검색이 된 책이기도 합니다. 세 사람이 공동으로 한 시골 구석에서 토론하면서 저술한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 중의 한 사람인 알렉상드르 졸리앙이라는 사람은 철학자인데 태어나면서부터 뇌성마비의 장애였지만 불굴의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이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방송에서도 나왔다고 해서 또 일없이 KBS에 회원가입을 하고 지난 영상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 자료는 사람과 사람들의 2015년 12월 19일자 방송자료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만, 화질이 너무 심하더군요. 여하튼 보기는 다 봤습니다. 가수 최백호 씨가 해설하더구먼요. 구수한 탁음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묘한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첨에는 좀 상투적인 이야기들인가.... 싶었습니다만, 점점 세 사내들의 수다에 몰입하다가 보면 저절로 기분이 유쾌해져서 덩달아 박수를 키게 되기 일쑤입니다. 나름대로 살아온 진솔한 이야기들은 읽는 이의 마음도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그렇게 나름 집중해서 책을 읽고 있는데, 사실 이 책은 집중하지 않으면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밖에서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예약한 시간은 아직도 한 참 남았는데.... 대략 2시 25분 정도...? 아마 그 쯤이었을 겁니다.

원래 한두 번 왔던 단골들이 아니기 때문에 아는 길이라서 빨리 도착했나보다 했습니다. 그래서 읽던 책은 밀쳐놓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컴퓨터에서 과거의 상담 자료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들어와야 말이지요.

첨에는 흡연갈증으로 인해서 줄담배라도 피우느라고 안 들어오시는가 했습니다. 왜냐하면 차에서 내리자마자 오소리를 잡느라고 불을 붙이기에 여념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담배 한 개피가 소진되는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안 들어와서 혹 3시까지 기다리느라고 그런가보다 하면서 그냥 기다렸습니다.

왜냐하면 예약은 시간을 맞춰서 합니다만 실제로 찾아와서 상담을 하는 시간은 그것과 일치하지 않거든요. 때론 일찍 오고 또 때론 늦게 오기 때문에 점괘는 미리 예정되었다고 할 수가 없음을 생각해도 됩니다. 대략은 잡아주지만 실제적인 것은 점기에 따른다고 봐도 되지 싶습니다.

드디어 들어와서 자리에 앉는 것을 보고는 손님과 마주 앉았습니다. 이미 상담을 한 자료들이 있어서 상담지를 작성하는데도 3분이 걸리지 않았지요. 그렇게 해서 얻은 점괘입니다.

 

壬癸乙乙丙
戌未未未申


"아흐~~"
방문자의 입에서 비명이 절로 터져 나옵니다. 왜나고요? 이미 그들도 자평법을 공부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웬만한 용신은 찾아내는 고급의 수준에 도달한 실력을 갖고 있었던지라 이 점괘를 보고서 탄식을 저절로 하게 되었던 겁니다. 알면 보이는 것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입을 열었습니다.

낭월 : 아니, 일찍 왔길래 얼른 들어올 줄 알았는데....
손님 : 점괘를 보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낭월 : 뭘 기다렸단 말이지요?
손님 : 좋은 조짐이 나오는 점괘의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낭월 : 아~ 그러셨군요. 근데 왜 하필이면...?
손님 : 아니, 다른 때는 스님께서 10분 이상 기다려야 나오시더니...
낭월 : 그야 오늘은 미리 준비하고 있었으니깐요...
손님 : 10분 이상 기다리는 시간까지 감안해서 들어왔거든요.
낭월 : 그러면 무슨 분을 얻고 싶었던 거예요?
손님 : 계해(癸亥)가 저에겐 필요했던 겁니다.
낭월 : 아하~! 이거 미안하게 되었네요. 좀 더 있다가 나올껄 그랬네요.
손님 : 뭐 어쩌겠습니까? 그게 또한 점기일테니까요.
낭월 : 그렇긴 합니다. 바로 들어왔더라면 경신(庚申)을 얻을 수가 있었는데..
손님 : 금이 놓이면 일간이 부담스러울까봐 그 시간을 피했습니다.

그러니까 금이 놓이면 일간이 부담된다는 것은 점괘가 다음과 같이 되기 때문입니다.

 

庚癸乙乙丙
申未未未申


이렇게 되면 일간의 을목(乙木)은 분주의 부담을 받게 될 것이라는 염려를 했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사업에 순조로운 마무리를 내기가 어렵겠다는 판단을 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그럴싸 하긴 합니다. 그러나 임술(壬戌)보다 훨씬 나은 것은 사실입니다. 금생수(金生水)를 해서 시간(時干)의 귀인이 탄력을 받을 수가 있을테니까요. 앞의 점괘가 부담이었다면 다음 점괘는 더욱 부담이었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辛癸乙乙丙
酉未未未申


경신도 부담인데 신유는 더 말을 할 필요도 없겠지요. 오주괘에서 가장 꺼리는 것이 편관이라는 것 정도는 익히 알고 있는 수준이거든요. 그래서 그 더운 날의 오후 시간에 밖에서 서성이면서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사실 임술의 분주는 계획에서 보고 싶지 않은 글자였습니다. 그보다는 그 다음의 시간인 계해(癸亥)에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림이 제법 쌈빡하고 그러지거든요.


癸癸乙乙丙
亥未未未申


당장은 목마른 을목이지만 계미의 계수로 목을 축이다가 계해를 만나게 되면 태평양을 만난 듯이 물을 빨아들일 수가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조짐은 앞뒤를 살펴봐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낭월 : 그랬으면 조금 더 있다가 50분에 들어왔으면 되었잖아요?
손님 : 그러니깐요. 다른 때는 10분 이상 꿈지럭대던 스님께서....
낭월 : 아하~! 그것까지 계산에 넣었는데... 어긋나 버린 거군요. 거 참.....
손님 : 오늘 엄청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낭월 : 깨달음도 사업 성공 후가 되어야 할텐데 말이지요...
손님 : 아닙니다. 점신의 영험함은 익히 알고 있었으니까요.
낭월 : 차라리 정시에 들어왔더라면 그래도 나을 뻔 했는데 말이지요.
손님 : 그러게나 말입니다. 오늘따라 길이 잘 뚫리더라구요.
낭월 : 점신을 원망하고 싶으셨겠습니다.
손님 : 순간 그런 생각이 들기는 했습니다. 너무 하시구나... 하구요.
낭월 : 낭월도 오늘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손님 : 스님께서는 늘 깨달으시잖아요? 무슨 말씀이세요?
낭월 : 점괘를 조작해 보려고 해도 맘대로 안 되는 구나..
손님 : 그러게 말입니다. 하하하~
낭월 :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그 수밖에 없네요. 하하하~


3시에 들어왔으면 얻을 점괘는 다음과 같이 되겠습니다.


甲甲乙乙丙
子申未未申


이렇게 되면 투자를 받아서 힘들게 꾸려가지만 투자자들이 점차 늘어나서 마침내 자리를 잡는다는 기가 막힌 점괘가 등장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욕심을 부렸던 것이지요. 50분에 들어와서 계해가 된다면 더 없이 좋지만, 3시가 되어서 갑신(甲申)시의 갑자(甲子) 분이 되더라도 또한 좋다는 생각을 했으면 되었을텐데 반드시 계해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만큼 목이 말랐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탄식하는 손님에게 상담지에다가 그림을 하나 그렸습니다. 필요하면 그림도 재미있는 설명 수단이 될 수 있거든요. 물론 수준은 형편없습니다.


20160713_075304


점괘의 설명입니다. 투자를 받는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판단하려고 얻은 점괘인데, 물이 적어도 너무 적습니다. 미상계수(未上癸水)와 술상임수(戌上壬水)의 상황을 이해하기 쉬우라고 다이빙 틀을 그려서 설명해 본 것이지요.


위에서 볼 적에는 물이 있어 보입니다만 실상은 세수나 해야 할 정도의 극소량이라고 해야 하겠는데 여기에서 뛰어 내리겠다고 준비운동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실적인 상황인 것이지요.  그래서 뛰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점신께 물었던 것입니다.


점신 : 물이 없잖아? 그냥 뛰어 볼라고?


단호합니다. 손님이 말하기를, "노자왈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고 말씀하시기에 낭월은 "낭월왈 점괘역부자(占卦亦不慈)"로 받았습니다. 적어도 도덕경을 읽은 손님이라는 것을 알겠네요. 주객이 이렇게 수작을 나누는 순간은 상담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다고 해도 좋지 싶습니다. 그야말로 남의 이야기처럼 담소하면서 관조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좋구먼요. 하하~


손님 : 그럼 어떻하지요? 그냥 뛰어 내려야 할 상황인데요...
낭월 : 뭐, 그야 누가 말리겠어요. 점신은 그냥 뛰어 내릴 거라고 하시네요.
손님 : 그런데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낭월 : 궁금하시면 뛰어내려 보시면 되겠지만 권하진 않겠습니다.
손님 : 그럼 어떻하지요?
낭월 : 도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면 되지요 뭘.
손님 : 아, 그러니까 투자를 받지 않으면 된단 말씀이시군요.
낭월 :그런 것을 판단하려고 점괘를 보는 것이니까요.


그러면서 다시 그림에 하나를 추가 했습니다.


20160713_075339


투자를 받아 버린 상황에서 찾아왔다면 보여드릴 그림이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사망이거나 그에 준하는 중상이 예견됩니다. 아, 그림 아래의 연기 같은 것은 뭐냐고요? 누수(漏水)입니다. 물이 계속 새 나가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괜히 공포감을 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술토와 미토의 작용을 설명하느라고 추가한 것입니다. 동행한 일행이 그 설명을 듣고는 손뼉을 치면서 감탄합니다. 뭔가 공감이 가셨나 봅니다.


이렇게 해서 새로운 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을 내리겠다고 합니다. 25억을 투자 받아서 사세를 확장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돈을 대겠다는 사람도 나타났는데 뭔가 꺼림칙한 것이 있었던가 봅니다. 그리고 문제가 말끔히 해소 되었다면서 웃었습니다.


낭월 : 근데, 이미 공부한 것으로도 얼마든지 해석이 가능하잖아요?
손님 : 아닙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낭월 : 뭔 겸손이래요? 그만하면 충분하지 싶은데...
손님 : 아직 자신의 떡이 작아보이는 수준입니다.
낭월 : 그럼 남의 떡이 커 보이겠군요.

손님 : 그래서 욕심이 앞을 가리나 봅니다.
낭월 : 그건 경험이 더 쌓이면 해결이 되겠네요.
손님 : 아무리 객관적이 되려고 해도 그게 쉽지 않습니다.
낭월 : 그렇기는 합니다. 그게 해결되면 도인입니다. 하하~
손님 : 그래서 오가면서 생각도 할 겸 나들이를 합니다.
낭월 : 그렇다면야 뭐 할 수 없지만서도 말이지요.
손님 : 그리고 그 과정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얻는 것이 있습니다.
낭월 : 여하튼 3년은 뵙지 않도록 하십시다. 
손님 : 아닙니다. 찬 바람 불면 또 찾아뵙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낭월 : 여하튼 참고 하셔서 잘 꾸려가 보시기 바랍니다.
손님 : 고맙습니다. 스님도 건강하십시오.


결과론이긴 합니다만, 3시 정각에 들어왔더라면 아마도 투자를 받아도 된다고 해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의 상황이 그와 같지 않을 것으로 판단을 한 점신께서 이 손님의 마음을 움직여서 서두르게 만들고, 그래서 임술이라는 분주를 얻음으로써 사업의 확장을 해 놓고 고통에 빠지는 상황을 방지하려고 했을 것입니다.


모든 경우가 이렇게 명료하기야 하겠습니까만, 어제의 경우는 전후의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한담으로 소개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은 점괘의 마법으로 인해서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는 것도 학문의 즐거움이라고 봐도 되지 싶습니다. 하하~


즐거운 하루 되시기 바라면서 부산~한 이야기는 마무리 짓습니다. 모쪼록 열심히 정진하셔서 알찬 가을의 수확이 풍성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또 책 마저 읽어야 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6년 7월 13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