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4] 작년엔 그래비티, 올해는 인터스텔라

작성일
2014-11-25 07:07
조회
4210

[654] 작년엔 그래비티, 올해는 인터스텔라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어제 저녁에 영화를 한 편 봤습니다. 장안의 화제가 아니라, 한국의 화제가 되어버린 인터스텔라입니다. 그러고 보니까 작년 이맘때(2013-11-3)는 그래비티를 보면서 중력에 대한 공부를 했는데 딱 1년이 지난 올해에는 상대성이론을 공부하게 되네요. 그래서 또 행복한 낭월입니다. 이제 초끈에 대한 공부만 하면 기본적인 물리학이 바라보는 우주에 대해서는 대략 정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관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생각나는대로 정리를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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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터스텔라를 보기 위한 준비


대만에서 공부하고 있던 딸이 영화 표를 예매하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꽤 괜찮은 영화가 있으니 학기가 끝나고 귀국하면 같이 보러 가자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알게 된 영화가 인터스텔라였습니다. 그러자고 했는데 일단 정보를 들었으니 그게 뭔지 알아봐야 할 것이 아니냐는 생각에 검색을 해 봤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서로 상반된 듯한 느낌의 후기가 나타나네요. 그야말로 극과 극이라고 해야 할지.... 감동과 실망이 교차하는 감상평도 쉽지 않을텐데 말이지요. 그래서 더욱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한 편의 영화를 보기 위해서 무슨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그냥 가서 보기에는 좀 아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판적인 감상평에서 그러한 느낌을 받기도 했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극찬과 비난이 교차한다는 것은 그 사이에 흐르고 있는 넘지 못할 큰 강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지식의 강이라고 생각한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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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서가에 꽂혀있던 엘러건트 유니버스를 읽기로 했습니다. 누군가 인터스텔라를 제대로 즐기려면 봐야 할 세 권의 책을 소개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이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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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머지는 이 두 권의 책입니다. 다음에 천천히 읽어보기로 하고 우선은 엘러건트 유니버스부터 읽기로 했습니다만, 그 책이 또한 쉽게 쓴 책이면서도 쉽지만은 않은 책이기도 하더군요. 저자인 브라이언 그린의 생각을 좀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책장만 펄럭펄럭 넘겨서 될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혹 동영상이라도 있는가 싶어서 유튜브를 검색해 봤습니다. 그리고는 꽤 괜찮은 자료를 찾았습니다. 책보다 훨씬 쉽다고  해야 할까요. 여하튼 머리가 안 따라주면 꾀라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하하~




동영상으로 감상하셔도 좋습니다. 책을 읽다가 보니까 멋진 말이 한 구절 나오기에 이미지로 만들어 봤습니다. 항상 하고 있던 생각인데 이렇게 만들어 놓고 보니까 또 느낌이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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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한 준비 치고는 꽤 호들갑 스럽군요. 사실 인지할 수 없는 세계를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요. 쉬운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기도 하겠습니다. 낭월도 무형의 음양과 오행을 초보자가 이해 할 수 있도록 설명한다는 것을 생각하다가 보니까 공감이 가는 이야기더군요. 왜냐하면  기본적인 상식이 부족한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에서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하는데 그들의 세계가 너무 협소하다는 것이 설명하는 사람을 힘들게 하거든요.

그래서 높은 산에서 홀로 떠들다가는 아무도 못 알아듣는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깨닫고는 눈높이를 맞춰서 설명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인가 봅니다. 브라이언 그린도 자신이 알게 된 물리학의 세계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많이도 고민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래서 더욱 대단한 과학자라고 하겠습니다. 아무도 느껴보지도 못하고 생각하지도 못한 세상을 설득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생각해 보면 그의 고민에 대해서도 공감이 될 것 같았습니다.

우주영화로 누군가 추천을 한 것도 있었습니다. 콘텍트, 그래서 올레 영화보기로 그것도 찾아 봤습니다. 꽤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이 영화의 느낌이 인터스텔라에서 조금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감독도 콘텍트를 봤을 것이라는 생각이 짐짓 들기도 했습니다.

 

2. 영화는 2D 아이맥스로


그래비티도 그랬습니다만, 우주영화는 역시 대화면이 압권입니다. 서울로 영화를 보러 갈까 하다가 마침 전주에 큰 극장이 있다는 것을 금휘가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되었지요. 청주도 있는데 전주가 더 크다더군요. 마침 전주에서 공부하러 오시는 서 선생님에게 극장 이야기를 했더니 저녁을 대접하겠다잖아요. 그래서 또 맛있는 저녁을 대접받았습니다. 역시 식후경(食後景) 이잖아요. 하하~ 다음에 공부하러 오시면 저녁을 얻어먹은 값을 해 드려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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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맥스 영화관의 화면 크기에 대한 규격이 다 다르구먼요. 아마도 건물의 크기에 따라서 만들어진 까닭이지 싶습니다. 원래 아이맥스사에서 정한 규격은 가로 24m에 세로 18m라는 군요. 이 기준으로 본다면 국내 최대 영화관도 가로는 규격에 들어가는데 세로가 안 되는 것으로 봐야 하겠습니다. 아마도 앞으로 세로가 더 긴 화면을 장착한 극장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만 현재로 봐서는 울산과 전주에 있는 것이 가장 큰 화면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겠습니다.

내친 김에 아이맥스 공부도 해 놓습니다. 아이맥스(eye MAX)는 ‘사람의 눈이 갖는 최대치의 시각 폭으로 스크린 사이즈가 제공된다’라는 뜻의 ‘eye’와 ‘maximum’가 합쳐진 합성어가 ‘IMAX’라는 군요. IMAX 영화는 두  눈을 가진 사람이 시각적으로 볼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초대형 고화질 상영관이랍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65밀리 네거 필름으로 촬영하고 편집된 영화를 1570필름(70밀리15천공)에 프린트하여 롤링 루프방식을 통해 미국의 아이맥스 사가 디자인한 영화관 내의 초대형 화면에 영사하는 기술을 말한다네요.

아이맥스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촬영 단계에서부터 전용 카메라에 대형 필름(70mm x 48.5mm)을 사용하여  선명한 화질을 만들어 내는데, 특히 아이맥스 영사기의 특징 중의 하나는 화면 사이즈를 최대한 크게 하기 위해 70밀리 필름의 폭을 화면의 세로로 이용함으로써 수평 영사 방식(1.43 : 1)을 택한답니다. 또한 음향에 있어서도 고출력 6채널로 구성하고 4웨이 스피커 시스템 그리고 서브베이스를 별도로 마련하고, 관객이 객석에 앉은 상태에서 수평방향 60°, 수직방향 40°를 볼 수 있도록 시계를 재현하여 최고의 화상과 음질을 통한 음향 효과, 분위기, 안정성 등을 확보하게 된답니다. 국내에서는, CGV가 IMAX와 독점 계약을 맺어서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다는 군요.

실은 어제 계룡산에 하루 온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쉬임없이 내리던 빗줄기는 저녁까지도 이어졌지요. 그래서 빗속에 영화구경을 간 셈입니다. 무슨 큰 일이나 하는 것처럼 온 가족이 운세편 교정을 보던 것도 접어놓고 빗길을 달렸습니다. 참 정성도 지극하지요? 여하튼 내일보다는 오늘이 중요하니까요. 하하~

극장, 꽤 괜찮았습니다. 앞의 사람이 방해되지 않을 만큼의 높직한 자리와 탁 트인 화면을 보면서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교도소에서 10년 만에 정든 아내를 만나게 되는 순간과 같다고나 할까요? 과장입니다. 그런데 그런 느낌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물리학에 대한 공부를 한 편의 영화로 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대감을 갖게 만들더군요. 영화는 세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섯 시간은 필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시야가 넓다 보니까 앉는 자리도 중요하겠더군요. 금휘가 예매를 한(그것도 대만에서ㅎㅎ) 자리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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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열 15, 16번은 부모님께 양보하고, J열 14, 15번은 이모님 내외분께 양보하고, 자신은 I열 14번을 선택했네요. 너무 가까워서 조금은 불편했다는 말을 듣고 자리배치를 보니까 이렇군요. 딸아이의 마음씀이 느껴졌습니다. 웬만하면 자기가 젤로 좋은 자리에서 보고 싶었을텐데 말이지요. 딸자랑입니다. 하하~

세 시간이나 영화를 봤다는 것은 정말 실감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시간은 상대적으로 흐르는 것일까요? 시간여행을 종횡으로 하고 다니다 끝나서 그런지 감독의 마음도 아마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았습니다. 할 이야기는 많은데 관객이 지루해 하지 않을 만큼의 이야기를 추리느라고 고심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타협을 본 것이 세 시간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학습버전과 오락버전으로 나눠서 만들었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해 봤네요.

귀가하니 자정이 넘어서 다음 날이 되었네요. 같이 영화를 본 일행들과 간단간단한 소감을 나누면서 뒷풀이를 하다가 보니 어느 사이 집이었습니다. 금휘는 블랙홀로 들어가는 장면이 감동이었다는데 낭월은 서재에서의 딸과 교감이 감동이었습니다. 그렇게 제각기 느끼는 포인트는 다를 수밖에 없는가 봅니다. 이제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고자 합니다. 별 수 없는 기억력이지만 생각나는대로 몇 장면을 떠올려 보려고요.

 

3. "가지마"


귀여운 딸 머피가 우주여행을 떠나는 아빠에게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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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은 아닌 것 같은 존재가 보낸 메시지를 받은 딸 머피가 아버지에게 가지말라고 합니다. 그런 메시지가 왔다고 말을 합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자신과 떨어지기 싫어서 그런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의 불타는 사명감으로 결국은 먼 길을 떠납니다. 물론 지구의 인간을 구제하기 위한 엄청난 책임이 주어졌지요. 원래 나사에서 우주비행훈련을 받았던 아빠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작물들이 말라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옥수수 농장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정말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는 옥수수를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옥수수를 보면서 떠오른 생각은 저마다 자신의 우주를 갖고 있는 모습의 은유는 아닐까 싶은 생각도 해 봅니다. 옥수수 하나하나에 박힌 알알은 또 하나의 은하계와 같기도 하니까 말이지요. 너무 나갔나요? 하하~

참, 옥수수 밭에 대한 일화가 있더군요. 감독이 그림(CG)으로도 옥수수 밭을 만들 수가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30만평이나 되는 밭에 씨앗을 뿌려서 밭을 만들었답니다. 그러니까 도저히 어쩔 수가 없는 것은 할 수없이 CG로 작업을 해야 하지만 가능한 것은 제대로 하겠다는 열망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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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우주비행에 나서게 된 것도 딸이 받은 메시지를 좌표로 그려서 찾아가게 된 나사의 지하본부였네요.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뭔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딸의 말을 하나는 믿고(나사로 안내한 메시지), 또 하나(가지마)는 짐짓 모른 채 하는 모습에서 자기 생각대로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그래서 지구에는 지구인 만큼의 종교가 있다고 하는 말이기도 하지요.

기술과 감성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라고나 할까요? 지구의 인간이 전멸하게 될 상황을 앞두고서 자신의 어깨에 주어진 막중한 사명감을 거부할 수가 없다는 것은 미국 정부의 모습이기도 한가 싶습니다. 그야말로 지구의 구석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에 개입하고 간섭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그래도 세상은 머피의 법칙처럼 미리 설계된 흐름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딸은 자기 이름이 맘에 안 든다지요. 재수없는 일에 쓰이는 의미이기 때문에.

그런데 아빠는 그게 아니라고 합니다.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나게 되어 있다는 뜻이라고요. 낭월도 그 말을 듣고서야 의미가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과연 모든 것은 딸의 생각대로 진행이 되더군요. 그래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딸이고, 곧 머피의 법칙이라는 생각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여하튼 참 귀여운 딸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장면이 비슷하게 겹치는 영화 콘텍트가 떠올랐던 것이기도 하네요.

 

4. "웜홀을 통과하라."


주인공 쿠퍼는 브랜든 박사를 만나서 외계로 가는 방법을 듣습니다. 그리고 지구를 구할 두 가지의 방안을 갖고 길을 떠납니다. 하나는 살아갈 방법을 갖고 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여의치 못할 경우에는 지구인의 유전자를 외계에 이식하는 것, 낭월은 그렇게 이해를 했습니다. 그리고 실상은 첫번째 안은 이미 불가능하다는 것을 브랜든 박사는 알고 있었던 것이고, 자신의 딸인 아멜리아를 지구에서 구출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됩니다만, 항상 그렇듯이 모든 일은 진실과 거짓이 서로 어우러져서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요.

나사를 출발한 우주선이 토성의 부근에 있는 웜홀에 접근합니다. 웜홀을 설명하는 장면을 보면서 '종이 한 장을 겹쳐서 볼펜으로 뚫는 장면을 이해하기 위해서 미리 엘러건트 유니버스를 읽었구나' 싶었습니다. 책을 보지 않아서 웜홀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경우에는 '뭔 소린가....' 싶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여하튼 그렇게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는 웜홀에 접근하여 통과합니다.

앗, 잠깐~! 이렇게 그냥 웜홀을 지나가면 오행학자인 낭월이 섭하지요. ㅎㅎㅎ

웜홀이 왜 토성 옆에 있었을까요? 감독은 그것을 알고 구멍을 토성 옆에다 팠을까요? 물론 낭월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필이면'입니다. 수성도 있고 목성도 있는데 하필 토성 옆에다가 구멍을 판 이유가 뭐겠느냔 말이지요. 물론 오행 공부를 하신 벗님들이야 간단히 알겠네요. 종이를 접어서 웜홀을 설명해도 고개를 끄덕이듯이 말이지요. 그렇지만 뭔소린가.... 싶은 벗님을 위해서 간단히 뱀다리를 그리고 넘어갑니다.

토(土)는 모든 기운이 전환되는 지점이 됩니다. '토'는 '도'이고 도는 '돈다'는 뜻이니까 말이지요. 윗팔과 아랫팔의 사이에는 관절이 있고, 가을과 겨울의 사이에는 환절이있듯이 태양계와 외계로 이어지는 통로는 토성(土星)에 있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토는 통한다는 뜻이고, 통하는 것은 관절, 관문, 통관이 모두 이와 같은 의미가 되는 것이 오행학자가 바라보는 土의 의미입니다. 심지어 토요일은 한 주를 마감하고 다음 주를 준비하는 날이기도 하잖아요? 하하~ 예? 일요일이 마지막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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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의 고리띠를 생생하게 보네요.

토성과 지구

지구와 토성은 이만큼 차이가 나는 모양이군요. 그림이 실감납니다. 토성은 우주로 들어가는 관문이라고 생각하니 또 크리스토퍼 논란에게서 한 수 배웁니다. 그렇게 2년을 동면상태로 이동하는 것은 신선했습니다. 웜홀을 앞두고 모두 본격적인 준비태세에 돌입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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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우주선에 타고 있었다면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곳을 향하는 마음이 얼마나 설레고 또 두려울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봅니다. 감정이입이지요. 그래서 더욱 몰입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지구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야 대충 짐작을 한다손 치더라도 우주의 일이야 간접경험이라도 할 기회가 그리 흔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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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홀............. 벌레구멍이란 뜻이라면서요? 이름도 참 모양다리없이 지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이름은 이름일 뿐이니 그런 것으로 마음 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냥 수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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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여기의 1시간은 지구에서 7년이다."


웜홀을 통과한 우주선이 사전에 조사팀을 파견했던 세 개의 행성 중에서 가까운 하나를 골라잡고 착륙, 아니 착해(着海)합니다. 표면이 물로 되어 있는 행성이니까 말이지요. 그렇지만 잔해만 발견하고 아까운 시간만 허비하고 우주선으로 돌아오지요. 그 순간이 우주선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에게는 23년이 흘러버렸다는 군요. 주인공은 항상 딸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시간을 허비하는 만큼 딸이 나이를 먹어 갈 것이라는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 마음은 한정없이 급하기만 하네요. 그럴만도 하지요?

끈끈한 가족의 감정이 전편에 격하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헛된 일들로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그에 비례해서 또 속절없이 늙어가는 지구인들, 아니 지구의 가족들..... 그 안타까움이란, 시간은 과연 2차원이나 3차원의 공간으로 해석해도 될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구에서 느끼는 시간은 과거와 미래 밖에 없는 것처럼 흐르는데 우주공간에서는 입체적으로 흘러가기도 하고 흘러오기도 하여 약간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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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거대한 파도로 인해서 시간을 허비하다가 보니 아버지 쿠퍼의 마음은 더욱 조바심으로 가득하게 되는데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고 각자의 계산대로 움직이려고 하는 바람에 다음 행성을 결정하는데 언쟁도 일어나곤 하네요. 결국 아멜리아 박사는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가 있는 행성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만 박사가 있는 곳으로 갈 것인지를 놓고 다투게 되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쿠퍼는 확률로 계산해서 만 박사가 있는 행성으로 선택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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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얼음 뿐인 행성에서 만 박사를 만났습니다만, 또 한번 기가 막힌 속임수에 빠져들게 되는군요. 죽음의 별임을 알고서 실제로 상황을 알리면 지구에서 자신을 구하러 올 까닭이 없다고 생각한 머리좋은 박사는 땅이 있다고 조작하게 됩니다. 살기 위해서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인간적인 면으로 본다면 이해를 못할 바도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허탕을 칩니다만 이것이 허탕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버리고 만 박사가 홀로 탈출을 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이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게 되네요. 물론 그 과정에서 우주선도 큰 손상을 입습니다만 우여곡절 끝에 블랙홀로 빨려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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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의 모양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아무도 보지 못했지요. 이렇게 생기지 않았다고 할 사전 정보도 없는 것이고 보니 그렇게 이해를 했다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로봇의 도움을 받아서 블랙홀에 떨어지지 않고 진행을 합니다만 결국은 브랜드 박사라도 살아서 돌아가야 할 상황으로 만들게 되니 쿠퍼는 스스로 알아서 죽어주는 장면... 이것은 바로 그래비티에서 본 매트가 스톤 박사를 구하기 이해서 우주로 떠나가는 장면과 흡사하네요.

한참을 황홀한 영상과 우주선 깨어지는 소리가 교차하면서 화면에 몰입하게 될 즈음에 갑자기 반투명체로 자신의 서재가 나타납니다. 낭월은 여기에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타임머신의 속으로 빨려들어온 쿠퍼라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타임머신의 패러독스, 할아버지 살해문제를 떠올리게 만드네요.

자신이 비행을 떠나려고 할 적에 딸 머피가 먼지바람 속에서 모스부호를 읽습니다. "가지마" 그래서 가지말라고 그렇게 말렸지만 자신은 어린 딸이 잘 살아 갈 방법을 얻는 길은 떠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지금 상황이 바뀌어서 그 상황에서 전개되는 일을 바라보는 입장이 되어버리고나니 절대로 떠나서는 안 될 일이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절대로 놓아주지 말고 못가게 하라고 혼자서 외치고 책을 던지면서 소통을 위해서 안달을 합니다. 결국은 자신이 보낸 신호를 수십 년 전에 자신이 접했던 셈인가요? 이런 시간적인 차이를 접어놓은 공간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고, 영적인 존재(혹은 귀신이라고 해도 좋고)들이 늘 들락거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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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된다는 결론을 벗어날 방법이 크리스토프 놀란 감독에겐 없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자신이 딸에게 준 시계바늘을 갖고 신호기로 삼아서 자신이 전해야 할 블랙홀의 정보를 로봇에게 받아서 다시 전송해 주는 교신의 성공을 얻게 되네요. 이 장면이 가장 아름답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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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딸 머피는 브랜드 박사의 제자가 되었군요. 박사가 죽기 전에 사실을 머피에게 고백합니다. 물론 분노를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그래서 아버지는 살아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잊어가고 있을 즈음에 해답을 얻기 위해서 아버지의 서재로 들어갔고 그 과정에서 두 부녀는 교감을 하게 되었으며, 자신이 어려서 본 것은 유령이 아니라 아버지가 보낸 신호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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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멋진 장면의 이미지가 없어 아쉽네요. 시공을 꿰뚫고 삼시(三時-과거 현재 미래)가 한 자리의 지점에 만나는 장면을 나타내는 이미지가 있었으면 좋을텐데 말이지요. 여하튼 인터스텔라의 백미는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과거의 모든 업, 즉 행위들이 그대로 한 공간에서 제각기 자신의 위치에서 흐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설명이 좀 부족한 것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여기에서 감독의 고민이 읽혔다고나 할까요? 이야기를 더 풀어서 들어가야 하겠는데 관객과 시간의 줄다리기에서 감독이 양보를 하고 계획을 다음으로 미룬 것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왜냐하면 이야기가 갑자기 급진적으로 전환되는 것을 보면 그 사이의 행간에서는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생략되었을까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6. 전송받은 신호를 풀어내는 머피


물리학자가 된 머피는 자신이 아버지로부터 시계의 초침을 통해서 전달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삼고서 열심히 이론을 전개하면서 새로운 블랙홀의 공식을 풀어내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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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을 받고서는 칠판에 가득한 공식들을 마구 지우면서 새로운 공식들을 써내려 가는 모습에서 아주~ 신명이 났어요. 물론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가슴 속은 방망이 질을 했지 싶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장면을 보면서 문득 영계(靈界)일 수도 있는, 혹은 유령일 수도 있는 메시지의 제공자가 어딘가에서 낭월에게도 뭔가를 전하려고 애쓰고 있지는 않을까 싶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을 소크라테스는 '내면에서 들리는 소리'라고 했던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과학자나 발명가들이 그렇게 애를 쓰다가 어느 한 순간에 '문득~!' 대오각성하여 연구하던 것을 마무리 하는 것에서도 누군가가 그 일이 마무리 되도록 돕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낭월도 오행의 이치를 궁리하다가 어느 순간에는 문득 한 생각이 빛처럼 파고 들어서 몰입했던 나날이 있었거든요. 그러한 느낌을 잘 생각해 보면 또한 다른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가능하지 않겠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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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결국 토성의 근방에서 지구인들이 자리를 잡고 잘 살고 있더라는 이야기로 서서히 마무리를 해 갑니다만 아직 해야 할 이야기는 많다는 암시를 슬쩍 남겨놓은 것은 혹 2편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네요. 왜냐하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으면서 초끈이론에 대해서는 건드리지 않고 넘어간 것도 그러한 생각을 해 보게 되는 실마리가 되지않을까 싶었습니다. 다음에는 더 엄청난 이야기를 갖고 돌아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의 여지를 남겼습니다.

 

7. 또 한 명의 시간 속에 갖힌 여인


깜빡 할 뻔 했네요. 아멜리아 말입니다. 물의 행성에서 망가진 우주선의 조각들을 챙기느라고 시간을 까먹기도 했습니다만, 여하튼 얼음의 행성에 갖혀있는 그녀도 늙지 않는 여인이 되었으니 124세의 젊은 쿠퍼는 아무래도 그녀를 데리러 가야 할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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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이에 웜홀로 블랙홀로 누비고 다니는 사이에 가족과 같은 사랑이 생기지 않으면 그것도 이상하지 싶네요. 그것도 80평생을 함께 했으니 말이지요. 아 지구시간으로 그렇다는 거지요. 임종을 맞이한 딸 머피도 부모가 자식 죽는 것을 볼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고 내 보낼 적에 그 친구가 가야 할 곳은 딱 한 군데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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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아를 데려와야지요. 그런데 감독은 그녀를 데리러 갈 시간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데리러 갈 준비만 하다가 끝내고 말았으니 말이지요. 그래도 막간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당연히 데려와서 오손도손 나머지 백년을 잘 살았을 것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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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님께서는 어떤 감상으로 영화를 보셨는지요? 나름대로 자신의 세계에서 바라 본 영화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자연을 이해하는 한 방법으로 꽤 괜찮았다는 생각을 하셨다면 영화보느라고 지불한 비용과 투자한 시간은 본전 생각이 나진 않았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고맙습니다.

 

2014년 11월 25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