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5] 인천공항, 되돌아 오지 못하는 길도 있다.

작성일
2014-09-14 09:45
조회
3879

[645] 인천공항, 되돌아 오지 못하는 길도 있다.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일전의 한담에서 말씀드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딸래미 유학 보내는 이야기 말씀이지요. 그리고 결정이 된 다음에 구체적으로 알아보러 가야 하겠기에 지난 9월 10일 오전에 대만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연지님도 궁금하실 것 같아서 셋이 동행을 했지요. 그 동안에는 낭월이 선생을 만나 공부하느라고 대만을 갔습니다만, 이번에는 딸이 선생을 찾아서 공부하러 가는 길이니 소감이 좀 다르네요.

아비 노릇을 잘 해야 하는데 뭔가 도움을 줄 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었던가 봅니다. 내 공부를 할 적에는 나만 생각하면 되었는데 이번 여행길에는 뭔가 잘 알아봐야 한다는 부담감이 두 배였던가 싶습니다. 여하튼 일정을 잡고 화인에게는 집 보라고 해 놓고서 일찌감치 출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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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터미널에서 공항버스를 타기로 하고 미리 예약을 했습니다. 새벽 6시에 출발을 한다기에 일찌감치 나섰는데 제대로 공주터미널에 도착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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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버스비가 19300원이네요. 적다고도 못하고 많다고도 못할 만큼의 비용인 것 같습니다. 정시에 잘 달려서 공항에 데려다 주니 고맙기만 하네요. 그래서 인천공항을 밟았습니다. 봄에 다녀왔으니까 그리 오래 되진 않았습니다만, 항상 공항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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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형 드렁크를 하나도 챙기지 않고 가볍게 배낭만 짋어지고 나섰으니 홀가분하긴 하네요. 짐없는 승객의 줄에 설 때도 있으니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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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은 순조로웠습니다. 낭월도 잠시 후에 일어날 후덜덜~한 일에 대해서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한 채로 그렇게 흐름을 따라서 공항 세관을 통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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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도 챙겨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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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까지 실어다 줄 비행기는 짐을 싣느라고 바쁘게 작업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기다리는 것 밖에는 할 일이 없지요. 그래서 가장 지루한 시간이고 기다리는 것을 제일 힘들어 하는 낭월은 홀연히 자리를 떨치고 일어났습니다. 여기까지야 무슨 문제가 있겠느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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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한두 번 오는 것도 아니고 항상 그 풍경이지만 여행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두리번거리는 것이 그냥 앉아 있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카메라를 목에 걸고는 빈둥거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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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봐도 그 모습들의 분주한 여행객들입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붉은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탑승동, 셔틀트레인 타는 곳 101에서 132게이트까지 가는 손님들이 가야 할 곳이라는 정도는 항상 봐서 알고 또 예전에 타이항공을 이용했을 적에도 가 봤기 때문에 잘 아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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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퀴 돌아서 다시 일행이 기다라는 곳으로 왔습니다만, 다들 잘 기다리고 있으며 아무도 낭월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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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탈 시간도 아직 남아있으니 더 지루해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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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시간은 오전 10시 35분입니다만, 탑승시간은 10시 05분까지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시간은 09시 50분입니다. 그러니까 딱 15분 남았다는 이야기네요. 그 순간 빨간 안내판이 기억을 때렸습니다.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지요.

왜냐하면, 그쪽 탑승구에서는 또 다른 풍경의 사진을 찍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악마들은 그런대로 잘 견디는데 사진귀신의 속삭임에는 홀딱 넘어가고 마는 낭월입니다. 그야말로 취약한 부분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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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는 표를 확인하는 직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애써 외면하고 첫 발을 내 디뎠지요. 첫발자욱, 이것이 참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1000번은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돌아오지 못할 길로 들어섰던 것이지요. 그렇지만 여유 만만이었습니다. 시계를 보다가 시간이 얼추 되면 얼른 되돌아 오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교훈을 하나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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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눈치를 챘어야 했습니다. 에스컬레이트가 두 가닥이라서 오고 가는 것인줄만 알았지 두 개가 모두 한 방향으로 되어있다는 것은 살피지 못했던 것이지요. 그야말로 외길이었던 것입니다. 그것을 알게 되었을 적에 느낀 그 섬찟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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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지하철도에서 문이 열리고 트레인이 왔고, 그래서 탔고, 101게이트가 있는 곳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눈치를 챘습니다. 돌아가는 길이 없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래도 끝까지 가면 무슨 연결 통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원래 조금 낙천적인 데가 있기는 하지요. 근데 시간이 얼마 없다는 생각을 하고 시계를 봤습니다.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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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은 5분이 남았는데 되돌아 갈 길은 보이지 않는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아마도 삶이 거의 마무리 되어 갈 적에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여하튼 철학자는 철학자입니다. 하하~ 그 순간에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말이지요. 여하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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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람들의 뒤를 따라서 면세점이 늘어선 곳까지 도달하지 않을 수도 없었고 또 그래야만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일말의 희망은 있었지요. 열차를 타는 반대쪽으로 가면 다시 되돌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말이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러나 어디에도 그러한 길은 없었습니다. 굳게 닫힌 두꺼운 유리문 너머로 철길만 야속하게 있었을 뿐입니다.

면세점의 점원에게 물었습니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네~!"
"저쪽 게이트로 가려면 어떻게 하지요?"
"그곳으로 가는 길은 없습니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없습니다. 손님~~~!!"


이렇게 들렸습니다. 헉~~~!!! 이런 느낌..... 아니,이보다 백배를 곱해야 할것 같네요.

아뿔싸..... 이거 큰일 났다....... 이미 비행기를 탈 시간이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인간이 또 어디로 돌아다니느라고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안 오느냐는 궁시렁거림이 귓가를 때렸습니다만 지금 문제는 그게 아니잖아요. 되돌아 가는 길이 없는 길.......

혹 벗님께서는 그러한 길을 가 보셨는지요?

어쩌면 태어났다는 것이 되돌아 갈 수 없는 길을 가는 것이기도 하네요. 하하하하하하하~~~ 웃습니다. 안 웃으면 우짤낀데요~~~!! 흑흑흑~~~!!

급하게 비행기 타는 곳으로 뛰었습니다. 그리고는 소리를 쳤지요.

"게이트를 잘못 들어와서 다시 27번으로 가야 하는데 어쩌지요?"
참 뻔뻔하기도 합니다. 사진이나 하나 찍어 볼까 하고 왔건만 어느 사이에 이렇게 씩씩한 거짓말을 하고 있는 자신이 남들이 봤다면 교활하기조차 했겠습니다만, 그래도 그 순간에는 기특했습니다. 흐흐~

얼른 항공권을 보여달라더군요. 보여 드렸지요.

"혼자서는 되돌아 가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 말이 어찌나 반갑던지요.... '혼자서는?' 그렇다면 돌아가는 방법이 있기는 있다는 이야기로구먼. 그 다음 말은 당연하지요.

"그럼 어떻하지요?"
"직원하고 같이 가셔야 합니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직원이 옵니다. 위에 있는 안내데스크로 가서 말씀하시면 됩니다."
천하의 점잖은 예의를 갖춘 낭월이라도(!) 이 순간에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수월찮이 높은 계단을 마구 내달렸습니다. 그 순간에 참말로 '오만 생각들이' 마구마구 스쳐지나가더군요. 아마도 10초 만에 윗층의 안내소까지 뛰었지 싶습니다. 누군가 그 시간을 재어 줬더라면 낭월의 일생일대 신기록이 될뻔 했을텐데 말이지요. 하하~ 이제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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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소의 예쁜, 예뻐도 너무~ 예쁜 여성이 말했습니다.

"잠시 기다리시면 직원이 올 거예요."
"비행기 시간이....."
"우선 비행기 표를 주세요. 탑승수속처에 연락해 놓겠습니다."
그 말들 들으니 고맙긴 한데.... 이제 낭월의 이력에 하나가 추가되나보다 싶었습니다.

'멍청하게 돌아다니다가 비행기를 지연시킨 놈이라고 말이지요. '

그런데.... 웃음이 나왔습니다. 왜냐하면 잘못 들어온 일행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게 웃을 일은 아닙니다만, 왜 그 있지 않습니까. 못된 짓도 같이 하면 덜 죄스럽다는 거잖아요. 흐흐~ 그 친구는 7세쯤 되어 보이는 아들까지도 데리고 있더군요. 그 친구는 진짜 모르고 들어온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모르고 한 짓이므로 낭월보다 죄는 적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긴급한 순간에 그딴 생각이나 하고 있었으니 낭월도 아마 온전하다고 보기는 어렵지 싶습니다.

물론 그 동행이 고맙지는 않았습니다. 마음은 급해 죽겠는데 어린 아이까지 데리고 여유만만으로 뒤따라 오는 녀석을 몇 번이나 뒤돌아 봤는지 모릅니다. 직원은 앞에서 저만치 가고 있는데 저 녀석만 아니면 더 빨리 비행기 탑승장에 도착할낀데... 정말 일진이 사나워도 너무 사납구나 꿍얼꿍얼......

다시 검색대에서 모자와 조끼를 벗었습니다. 그 바쁜 중에도 검색은 시키고 보내주더군요. 그래도 비행기를 놓치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감지덕지였습니다. 검색대는 백개라도 통과할 용의가 있었지요. 고노메 잘 못된 첫 발아욱 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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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반대편의 승차대에 도달할 수가 있었습니다. 안내원을 대동하고서 말이지요. 그렇지만 비행기 시간은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젠 시간은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냥 다들 비행기에 앉아서 늦게 들어오는 놈에게 강렬한 레이저로 발사할 눈길만 견디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또 검색대를 거쳤습니다. 환승객이냐고 묻는데, 그렇다고 했습니다. 뭐 바쁜데 사실대로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었지요. 비로소 동행자는 급하시면 먼저 가셔도 된다고 하더군요. 급하지요. 급해도 한정없이 급하지요. 그래서 또 내달렸습니다. 비로고 27번 게이트의 번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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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비행기가 발판이 준비되지 않아서 연착해서 들어가게 되었다면서 아직 마지막 줄의 서너 명이 들어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낭월이 생각하기에는 발판을 옮기는 담당자가 감로사 신장님의 부탁으로 화장실에서 꿈지럭거렸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웃었습니다.

"아이구.... 다 들어가고 우리만 남는 줄 알았지 뭐여~~~!!"
다행이라는 안도의 말이겠거니 싶었습니다. 그래서 비행기를 탈 수가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제목이 잘 못 되었나요?

 

"아무리 막다른 길에서도 통하는 길은 있다."


그렇군요. 이것이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벗님께서도 혹 막다른 길이라고 생각되시더라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어딘가에 돌파구는 있을 것입니다.

여하튼 딸래미의 대만유학은 이렇게 부산스러운 사건으로 시작이 되는군요. 혹시라도 낭월같이 호가심천국의 벗님이 계셔서 허둥거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안내해 드리는 것이니 부디 이러한 일이 없으시기를 기원드립니다.

대만 이야기는 정리해서 소개 말씀 드리겠습니다. 방을 얻는 과정도 이야기 한 마당이 될 겁니다. 하하~

 

2014년 9월 14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