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5] 동춘지간(冬春之間)의 나무풍경

작성일
2011-03-1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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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동춘지간(冬春之間)의 나무풍경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며칠간 냉랭했는데, 오늘은 햇살이 제법 따스한 것이 양지쪽에서 해바라기를 하기 딱 좋은 햇살이 아닌가 싶어서 마당을 배회하다가 나무에 눈길이 닿았습니다. 이 나무도 바라보고, 저 나무도 살펴봤는데, 재미있는 것은 모두 제각기 삶의 리듬이 다른 것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한 여름이라면 잘 알기 어려울 것도 이렇게 겨울과 봄의 사이에서는 뚜렷하게 구분이 된다는 것이 재미있어서 몇 장 담아 봤습니다.


 



언뜻 봐서는 아직도 긴 겨울 점에서 깨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멀리 안개도 자욱하고 말이지요.



이 나무도 칡덩쿨과 함께 여름을 나려면 고생깨나 할 것 같습니다. 그것도 운명이라고 체념을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낫이라도 들고 주변을 정리해 줘야 할 것인지 또 생각에 빠지게 만드네요. 아마도 정리를 해 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습니다. 오후에는 낫을 좀 찾아봐야 하겠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칡덩쿨은 어쩌느냐는 비명을 들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그냥 못 들은 채 해야하겠지요?



자목련 나무에서는 아직 아무런 기별이 없어보입니다. 그냥 지난 가을의 모습 그대로 버티고 서있는 것으로 보이네요.


 



개나리도 아직은 급해 보이지 않습니다. 눈이 보일락말락하니까 말이지요. 어찌보면 쪼매 커진 것도 같고, 그냥 그대로인 것도 같습니다. 남녘에서는 피었다는 말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만 계룡산자락에서는 아직도 겨울인가 싶습니다.



꽤 일찍 꽃이 피는 것으로 되어있는 벗나무도 아직은 별로 감흥이 없네요. 아마도 급한 성질 만큼이나 어느 순간에 화다닥 잠에서 깨어나서 기지개를 켜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법당 앞의 백목련입니다. 오호라~! 이 친구가 가장 빨리 봄의 소식을 전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분위기로 봐서는 제일 먼저 꽃을 피울 기세네요. 물론 출발이 빠르다고 해서 결과도 빠를 것이라는 단언은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것도 삼라만상이 다 그러하듯이 말이지요.


우선 눈으로 보이는 풍경은 이렇다는 말씀이지요. 사실 절기는 경칩이 지나갔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목기가 왕성한 계절이라고 해야하겠는데, 나무의 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과 머릿속의 느낌이 서로 어긋난다는 것을 놓고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러니까 절기를 생각한다면 지금쯤 무성한 나무의 모습이어야 하는데, 실은 그렇지가 못하고 앙상한 채로 있는 나무에게서 무엇을 찾아야 할 것이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것을 생각해 보면, 절기는 역시 기운(氣運)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겠습니다. 기운이 흐르는 것을 적어놓은 것이지 실제하는 자연의 모습을 눈으로 보고 붙여진 이름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겉으로 보기에는 이렇게 가을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습니다만 실상 그 속에서는 왕성한 봄의 에너지가 용솟음을 치고 있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마치 다이나마이트의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도화선에 불이 붙었으므로 필시 언젠가는 폭발을 하겠지만 그러기 전까지는 아는 사람만 알고 일반사람은 모르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러다가 다이나마이트가 폭발을 한 순간, 일반 사람들은 비로소 폭발을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도화선에 불을 붙인 사람에게는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인식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역학인은 도화선에 불을 붙인 사람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그래서 이 적막해 보이기만 하는 주변의 나무들을 보면서 곧 폭발하게 될 꽃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미 한 달 전에 불을 붙였던 사람을 봤던 것입니다. 그리고 곧 터지게 될 꽃망울들을 떠올리면서 귀만 막고 있으면 되겠습니다. 폭발음으로 고막이 터질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앞으로 한 달 후에 폭발할까요? 아, 물론 그것도 저마다의 도화선의 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동시에 모두가 폭발하지는 않겠네요. 벗나무와 개나리나무가 먼저 폭발을 하고 배롱나무는 도화선이 더 길어서 여름이 되어야 폭발하겠기 때문입니다.


우선 눈에 보이는 것들을 보면서 그 이면에 흐르는 기운을 생각하는 것이 순서라고 한다면 이것은 사람의 관점이고, 이미 흐르는 기운을 생각하면서 눈에 보이는 것들을 통해서 변화를 관찰하는 것은 도인의 관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 봅니다. 여하튼 중요한 것은 이미 속으로는 목의 기운이 충전되고 있다는 것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볼 적에 틀림이 없다는 것이라고 보겠습니다.


이렇게 마당을 한 바퀴 둘러 볼 정도의 여유는 생긴 모양입니다. 사실 이사를 한 뒷처리를 하느라고 며칠간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화인은 아직도 도서의 정리가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문량을 처리하느라고 하루에서 한 나절은 온통 그 일에 매달려 있군요. 다른 사람에게 맡겨 놓았을 적에는 그래도 편안했는데, 이제 도리없이 직접 나서서 다 처리해야 하므로 마음도 많이 분주하리라고 짐작만 해 봅니다.


그런데 잘 나가던 소설의 흐름이 딱 끊긴 모양입니다. 그래서 원고를 들여다 보면서도 다음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 것인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흐름을 다시 찾기 위해서는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 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핑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하~!


             2011년 3월 10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


 


아침에 대전에 일이 있어서 나갔던 연지님이 오후에 들어왔는데, 어떻게 봄 냄새를 맡았는지 꽃을 가득 싣고 왔습니다. 그래서 참 사람의 마음은 같은 것인가보다 싶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 왜냐하면 아침에 낭월이 느낀 봄의 감정을 연지님도 느겼기에 그 동안 전혀 꽃을 사오지 않았던 상태에서 갑자기 사온 것을 보면 뭔가 같은 것을 느꼈던 모양인가 싶네요.



낭월은 주변의 나무들이나 둘러보면서 봄의 냄새를 맡아보려고 생각했지, 훨씬 빨리 봄을 볼 수가 있는 꽃가게를 가볼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지요. 아마도 그것이 생각의 차이인 모양입니다. 우중충한 나무를 보면서 자연을 생각하고 있는 화상과 적극적으로 노력하여 바로 꽃을 보고 싶은 여심의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그대가 꽃보다 더 아름답소~~!"


란 말이 사람을 즐겁게 한다면 아낄 이유가 없지요. 그래서 꽃을 사고 싶었던 마음에 기쁨을 추가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저물어 가는군요. 오늘은 화인이 책 정리하는데 뒷치닥거리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갑자일의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