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4] 환지본처(還至本處)

작성일
2011-03-01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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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환지본처(還至本處)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3월의 첫 날에 이슬비가 촉촉이 내리네요. 오늘만 같아서는 봄비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그렇지만 꽃샘추위가 있을 예정이라고 하니까 그대로 얼어 버릴까봐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2월 추위가 장독을 깬다.’고 하잖아요. 아마도 한 바탕 추워야 매화가 피어날 것 같습니다.




며칠 동안 많이 분주했습니다. 3년의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계룡산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지요. 어제까지 완전히 이사를 마치고 몸은 파김치가 되었습니다만, 그래도 정신은 말똥말똥해서 이른 아침에 상쾌한 빗소리를 들으면서 차를 마셨습니다. 화인은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니까 무척이나 힘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랬겠지요.




짐을 정리해 보니까 서울살림을 잘 살았다는 것을 비로소 알겠습니다. 처음에 서울로 올라갈 적에는 1톤짜리 포터에 싣고 갔던 짐들인데, 귀가를 할 적에는 4.5톤 트럭으로 2대로 싣고서도 다 못 실었으니 말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들이 새끼를 치고 번식을 하는 바람에 짐이 늘었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충 풀어서 여기저기 자리를 잡아놓고 보니까 또 한 번 흐뭇한 느낌이 드네요.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까 참 많이 분주하게 살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논산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는 약 150km정도입니다만, 매주 두어 번씩 움직이는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고 해야 하겠지요. 이제 여러 가지로 판단을 한 끝에 화인과 의논하여 서울에서의 시간들을 정리하기로 하고 나니까 큰 숙제를 하나 끝낸 듯한 홀가분함이 마음을 가득 채우는 것 같습니다.




다만 미안한 것은, 그 동안에 가끔 서점으로 찾아와주시는 독자들께 불편함을 드릴 수밖에 없겠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논산까지 와서 책을 보시려면 여간 큰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3년여를 운영한 인터넷의 쇼핑몰이 어느 정도 안내가 되었다고 봐서 필요한 책은 인터넷으로 구입을 하면 언제라도 받아 보실 수가 있어서 그나마도 다행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 동안 서울의 삼명서점을 이용해 주신 독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정진하시는 벗님들의 면학(勉學)의 열기(熱氣)에 최대한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라도 대만을 다니면서 새로운 서적들을 찾아서 소개해 올리도록 할 예정입니다.




또 많은 인연들과의 만남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이 필요하셔서 방문하셨던 벗님이나, 상담이 필요해서 방문해 주셨던 손님들은 물론이고, 특히 음양오행의 이치를 깨달아 보려고 여건이 허락하는 한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셨던 수강인연의 벗님들께 더욱 큰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개인의 사정에 의해서 미처 강의에 참석하지 못하셨던 벗님들께는 많이 미안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어느 분께서 전화를 주셔서 하시는 말씀이, ‘기회가 왔을 적에는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서 공부를 못하고, 이제 여건이 허락하고 나니까 강의실이 없어져버려서 기회가 사라졌다.’는 말씀을 들으면서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겨우 드린 말씀입니다.




“또 인연이 되면 만나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세상의 모든 일들은 인연에 의해서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연이 있으면 산골에 숨어있어도 다 만나게 되고, 인연이 없으면 코앞에 있어도 만날 수가 없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러니까 항상 중요한 것은 좋은 인연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인연이 되면 언젠가 반드시 결과로 나타나 줄 것이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좋은 인연이 많이 발생하는 신묘년이 되시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계룡산이 먼 길임을 불구하고 책을 보러 찾아오실 벗님을 위해서 옆에다가 조촐하게 차탁을 꾸몄습니다. 차도 마시면서 책도 볼 수가 있도록 말이지요. 산골의 조용한 분위기에서 마시는 차는 또 다른 느낌이 듭니다. 특히 천년의 세월을 쌓아놓은 고인들의 지혜가 가득한 책들을 바라보면서 차를 마시다가 보니까 그 스승님들과 동석(同席)을 한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아마도 옮겨 온 상품들이 완전히 제 자리를 잡으려면 이번 주는 지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놓고 봄을 찾으러 지리산이라도 나가보고 싶습니다. 매화(梅花)의 꽃망울이 제법 커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올 한 해는 또 어떤 인연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항상 설레는 마음이 드네요. 이번 추위가 지나가면 향기를 터뜨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또 다음 일정에 마음이 바쁜 낭월입니다. 하하~


 


또 좀 쉬었다가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득 밖을 내다보니까 이슬비가 눈발로 변해서 펑펑 쏟아지고 있네요. 묘하게도 좋은 날을 가려서 이사를 잘 했던 모양입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신 을묘일이 되시기 바랍니다. 일진을 보니 아무래도 낭월은 행복하기 힘든 일진처럼 보이네요. 어흐~!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또 행복한 하루가 될 것이니까 세상은 공평하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1년 3월 1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