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9] 추운 겨울날 장자나 보자네요.

작성일
2010-12-15 09:32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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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추운 겨울날 장자(莊子)나 보자네요.


 


 


오늘 아침에는 과연 동짓달이라고 할만큼 싸~한 냉기가 만만치 않네요. 낮에는 그래도 퍽 따스합니다만 겨울은 겨울인 모양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모친의 건강을 돌보느라고 서울강의실을 열지 못한 화인이 모처럼 시간을 얻었다고 생각을 했는지 언제부터 한 번 제대로 보고 싶었던 <장자>를 설명해 달라고 보채는데, 마침 일년 내내 수능준비를 하느라고 나름대로 마음 고생이 많았던 딸래미도 장자의 이야기를 해 준다면 열심히 듣겠다고 바람을 넣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냥 내용만 읽어서는 아무런 여운이 남지 않을 것으로 생각을 한 낭월이 묘안을 생각해 냈습니다. 즉 장자를 보는 핑계로 한자공부와 한문공부를 겸해서 시키기로 계획을 꾸민 것이지요.


우선 처음에는 십여 자의 한자에 들어있는 뜻을 모두 한한대자전을 보면서 찾아 적으라고 했습니다.


 



화인의 노트입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글자들을 찾아 봤군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한자공부는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에 벗님께서도 한문을 좀 해 보려는 마음이 있으시다면 우선 이렇게 한자공부를 해가면서 한문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참고하실 수 있겠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처음으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장자의 소요유의 첫 구절을 풀어서 설명해 주기로 했지요. 한문을 풀이하는데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글자그대로만 풀이를 하는 직역(直譯)이고, 둘째는 글자와 글자 사이에 깃들어있는 뜻을 풀이하는 의역(意譯)이지요. 직역은 그야말로 한문을 풀이하는 것이지만 의역은 풀이하는 사람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직역]


北冥有魚其名為鯤鯤之大不知其幾千里也


북명에 고기가 있으니 그 이름이 곤이다. 곤의 크기는 몇천리가 되는지 알 수가 없다.


장자의 내편에 있는 처음의 편제목이 소요유입니다. 소요유는 '그냥 편안하게 놀아보자'는 정도의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러한 제목하에서 내용을 보면 언뜻 좀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글자대로만 풀이하여 이해하는 것이 직역이므로 이 정도로 만족을 해야 합니다만 글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무슨 뜻인지 궁금할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다시 숨은 뜻을 찾아서 궁리를 하기 마련이지요. 낭월도 그러한 과정에서 몇 가지의 재미있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의역]


북명의 북(北)은 수(水)를 의미하므로 지혜(智慧)의 바다를 상징하는 것이고, 水에서 태어난 것이 목(木)이니 고기는 목의 생명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래서 첫 구절의 의미는 지혜의 바다에서 고기가 한 마리 태어났다고 이해를 하면 된다. 그런데 그 물고기가 의미하는 것은 그냥 찌게를 끓여먹는 고기일리가 없다. 그것은 지혜의 바다에서 깨쳐서 도를 이룬 장자(莊子) 자신을 말한다


곤(鯤)은 원래 작은 물고기로 피래미나 밴댕이 정도의 물고기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작은 물고기의 이름을 구태어 사용한 것은 초야에 묻혀서 살아가는 보잘것이 없는 자신의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다. 장주라는 사람이 비록 보잘 것이 없는 작은 물고기와 같은 존재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지혜는 몇천리가 되는지 아무도 모를 정도로 광대한 깨달음이 있다. 그러니까 내 이야기를 들을 마음이 있다면 기다려 봐도 되겠지만 알량한 상식(곤은 작은 물고기라는 생각과 같은)에 갇혀서 명분에만 집착을 하는 유가(儒家)의 무리들은 애초에 일어나서 떠나라는 이야기이다.


북해(北海)가 아니고 북명인 것은 실제하는 북극해의 바다와는 인연이 없다는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 대단히 중요한 자신의 뜻을 적는 첫머리에 이렇게 황당하기까지 한 구절로 시작하는 것은 상투적(常套的)인 언어(言語)와는 소통을 하지 않을 요량임을 천하에 공표하는 것이기도 하다. 제목도 소요유이다. 그냥 신나게 걸림없이 놀아보자는 의미로 붙여진 것이다.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꺼냄으로 해서 떠나갈 사람은 떠나라는 법화경의 삼청이 생각난다.


어(魚)는 지혜를 싣고 천하를 유람하는 의미의 형상이다. 전(田)은 지혜의 덩어리이니 완벽한 음양(陰陽)의 조화(調和)를 의미하고, 화(灬)는 그것을 이동시키는 추진력(推進力)이 된다. 그리고 머리의 모양은 일정한 방향이 아닌 자유롭게 이동하는 사유의 방랑을 의미한다. 지혜를 실은 마사일이 바로 장자 자신이라는 의미로 해석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대략 이런 식으로 풀이를 해줬습니다. 무엇보다도 딸의 생각에는 과연 단 한 줄의 원문을 어떻게 1시간동안 설명해 줄 것인지가 궁금했다더군요. 물론 한시간이 넘게 이야기를 해 줬습니다. 왜냐하면 처음에 시작하는데 재미도 좀 있어야 흥미가 유지될 것이 아니겠느냐는 작전도 그 속에 포함이 되어 있었지요.


전(田)은 완전함을 의미하는 십(十)이 속에 가득한 상자를 의미합니다. 즉 지혜의 보고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지요. 왜 지혜의 보고가 되느냐면 음양이 균형을 이루고 아름답게 작용하는 것이 十이고 그것을 담고 있는 口는 지혜상자를 의미하는 것이니 지혜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갑(甲)에서도 발견을 할 수가 있고, 신(申)이나 인(寅)에도 있는데 모두 같은 뜻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음양학자의 의역이므로 그 속에 들어있는 내용도 음양오행의 바탕에서 이해가 된 것을 풀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니까 말이지요. 성경은 '태초'로 시작하고, 불경은 '여시아문'으로 시작하는데, 장자는 '북'으로 시작한다는 이야기부터 너스레를 떨면서 이야기를 해 줬습니다.


그 북(北)은 북방으로 지혜를 상징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반색하는 수강생 3인의 표정을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을 못 했다는 뜻이겠거니 했습니다. 더구나 바다해를 쓰지 않고 명(冥)을 쓴 것은 다분히 현실적인 바다와는 무관하다는 의미인 것으로 설명하고 다시 그러한 가상의 바다이므로 고기도 당근 물고기와는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와야만 아귀가 맞아떨어질 것이잖아요.


그렇게 아쉬운 듯하게 첫 시간을 마쳤습니다. 또 다음 줄을 찾아서 준비를 하면 이야기를 해 주기로 했으니 지금쯤은 열심히 자전을 뒤지고 있을 것 같네요. 무엇보다도 겨울에 장자를 읽는 것이 제격이네요. 아마도 올 겨울에는 최소한 장자의 내편 정도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설명해야 할 모양입니다. 물론 낭월도 차제에 귀한 어른의 지혜로운 말씀을 다시 음미하는 시간이 될 것 같아서 덩달아 즐겁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저녁에 풀어야 할 구절은 다음이 되겠습니다.


化而為鳥其名為鵬鵬之背不知其幾千里也


원문은 대만의 사이트에서 찾았습니다. 일일이 입력을 시키려면 그것도 일인데 어느 대학교의 사이트에서 잘 정리가 된 것을 찾을 수가 있었기 때문에 저장을 해 놓고 활용을 하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배우고자 하는 열정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교재가 없지 않은가 싶습니다.


사주공부도 잠시 심드렁하시다면 장자를 읽으면서 넓은 대자연의 광활한 초원을 유연하게 산보하는 여유를 얻어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 강추해 드립니다. 그 속에 깃든 의미가 종종 지혜의 샘을 자극시키니 그것을 찾아내는 것은, 숨음보물을 찾아내는 즐거움이 또 추가되네요.


한 해의 마무리를 이렇게 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 하루도 즐거운 시간으로 가득한 날이 되시기를 기원드리면서 이만 줄입니다. 고맙습니다.


                 2010년 12월 15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