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7] [펌] 아내에게 바치는 차

작성일
2010-03-09 08:54
조회
5733

[제457화] 공감이 가는 글이 있어서 퍼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여전히 눈이 내리네요. 때가 어느 때라고 말이지요. 계룡산에는 허연 눈이 밤새 내렸던 모양입니다. 아침에 글을 읽다가 함께 봐도 좋을 것 같아서 주인장의 허락도 없이 퍼왔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보고 싶으신 벗님께서는 맨 끝에 연결고리를 달아뒀으니 따라가 보시기 바랍니다.


보이차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하나 둘 안개 속에 있던 것들이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30년 차마시고 연구한 사람이 알아 갈수록 모르겠다는 말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않네요. 아마도 가야할 길이 아직 멀었다는 뜻으로 이해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만드는 것을 보지 않았으니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게 뭐냐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은 차잎을 볼 줄 알아도 상당부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이 집의 주인장이 찍어놓은 차잎의 모양과 설명은 간결해서 이해에 도움이 되기도 하네요.


중요한 결론은 한 가지입니다.


"좋은 차를 많이 오래 드시면 좋습니다~~!!"


          2010년 3월 9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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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아내에게 바치는 차


 


 


이전 봉급쟁이 시절 차가 참 좋았습니다. 마시다 보면 너와 나의 구분도 없어지고, 맘이 편해지고, 또 무엇보단 숨겨놓았던 나의 내면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참 좋았지요.


차를 마시니 제가 좋아지고, 제가 좋아지니 옆 사람도 이뻐보이고, 그러니 함께 잘 어울려서 사이좋게 지내고…….




그 당시 명덕은 차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싫어했지요. 싫어한 이유는 단 하나. 제가 미우니 제가 좋아하는 것도 다 미운 거였지요.^^ 제가 차와 차호를 좋아하고 사 모으니, 자기가 공감되지 않는 부분에 쓸데없이 돈 쓴다고 무척이나 차를 싫어하고 저를 미워했지요. 그 당시 받았던 그 박해와 수모와 구박을 생각하니 눈물이 태평양만큼은 될 듯 싶습니당^^




그 당시 그렇게 구박을 받았지만 그래도 저는 차가 참 좋았습니다. 소비자일 때도 참 좋았고 판매자인 지금도 역시 무척이나 즐깁니다. 그냥 좋습니다. 차를 마시면 몸과 마음이 편해지고, 맘 맞는 사람과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게 너무나도 좋습니다.




그 당시 저는 차가 너무 좋아서 아침에 일어나면 꼭 차 한 잔을 우려먹었습니다. 마누라가 비록 찻자리에 앉아 있지는 않았지만 혼자 차탁에 앉아 차를 우리면서 차를 나누고자 했습니다.




아내의 잔에 차를 한잔 따르고는 아내에게 말합니다. “여보~ 차가 참 맛있다. 한잔 먹어보지?~”




아~ 허공에 뿌려진 메아리라고나 할까? 반응이나 대답은 전혀 없습니다. 마치 영하 40도에 육박하는 시베리아 벌판의 냉랭한 찬바람이라고나 할까? 많이 슬펐습니다-.-




아내에게 바치는 차 공양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매일 아내의 찻잔에 차를 따르고 아내가 찻자리에 있으나 없으나 똑같이 그녀의 찻잔에 따뜻한 차를 정성껏 따라놓았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가고 반년이 갔습니다. 명덕은 끄떡도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강철 같은 천하무적 그레이트 마징가 로봇 태권브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매일 찻잔에 차를 따라놓았고 명덕은 여전히 냉담하게 무시했었고... 그런 세월이 어느덧 일 년이 되어갈 무렵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침, 명덕이 차 한 잔을 마시더니 “차가 참 맛있네. 내가 왜 이렇게 맛있는 것을 그 동안 먹지 않았지?”하며 차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명덕이 차를 마시기 시작한 첫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매일 조상님 제사상에 술 한 잔 올려놓는 심정으로 일 년 빠지지 않고 매일 아침 정성들였더니 일 년 만에 아내를 찻자리에 동참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명덕이 한 마디 합더이다. “당신 참 지독하더이다. 일 년 동안 나를 위해 차를 따른 당신의 정성이 기특해서 특별히 차를 마셔준다.”


제가 속으론 이랬습니다. “치~ 문디 가스나 아이가? 차 먹으면 지 좋아지지 내가 좋아지나?” 그래도 이게 얼마 만에 온 절호의 기회이냐? 싶어서,




그냥 “여보~ 고마워. 우리 알콩달콩 사이좋게 차 마시면서 지내자.”하고 애교를 떨며 그녀를 찻자리에 동참 시킬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정성을 들인다는 것은 생각보단 오래 마음과 노력을 해야 된다는 것을 지나고 나서 저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주윗분들께 차를 전할 때 얼마동안 전해보셨는지요?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 없다는 마음으로 그냥 꾸준히 마시고 자기가 먼저 좋아 지면은 주위사람도 절로절로 차생활에 물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희 가족이 차를 마신지는 대략 십삼 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명덕이 조금 늦게 찻자리에 합류했지만 딸 경화와 아들 경훈이는 아빠의 권유와 협박과 압력(?)에 못 이겨서 찻자리를 함께 한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아이들의 학년이 높아지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상대적으로 찻자리를 함께 하는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지만, 그래도 그 세월동안 찻자리에서 아이들과 나눈 공감대는 오래된 것 같습니다. 그 세월동안 찻자리에서 함께 나눈 이야기들이 지금 아이들과 잘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귀한 원동력이라고 믿습니다.




보통 차를 마시면 기본적으로 삼십분에서 한 시간 정도는 마시지요. 그 시간동안 차만 마실 리는 없겠지요.^^ 이런저런 오만가지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초등학교 시절 경화의 담임선생님에 대한 ‘앤티카페’ 이야기부터, 버디버디 채팅하면서 오가는 이야기들.




저희 집 찻자리엔 보이지는 않지만 그 세월동안 우리 가족이 나눈 이야기가 녹아있습니다. 친구 이야기, 담임선생님 이야기, 학원 친구와 원장님 이야기, 아빠 찻집 이야기, 중국여행 이야기, 경화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좋아했던 ‘동방신기’에서부터 요즘은 경훈이가 좋아하는 2pm 재범이가 불미스런 일로 탈퇴한 이야기와 슈퍼스타k 최후의 10인 중에서 이번에 탈락한 이진씨 이야기까지 함께 나눕니다.




그 세월 안엔 차와 에니어그램과 브아걸(브라운 아이즈 걸)같은 유명 아이돌 그룹들과 메이폴스토리 리니지 같은 게임과, 패떳(패밀리가 떴다) 태삼(태양을 삼켜라), 나루토와 도라에몽 같은 만화캐릭터, 중고교 교복의 패션 등 오만가지 대화가 함께 녹아있습니다. 그 찻자리에 녹아있는 관용과 소통 및 공감이 있기에 저는 아이들과 잘 놀고있습니다. 그 소통과 공감의 과정이 있어야 아이들이 저희들과 공감하면서 함께 놀아준다고 봅니다. 그런 과정과 공감없이 갑자기 어느 날 문득 의지만 가지고 다가갈 때 느끼는 아이들과 공감의 격차는 아마도 엄청나겠지요^^ 부모가 먼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을 하면 좋습니다. 그들의 관심사와 힘듬을 먼저 공유하고 이해하려는 노력과 과정이 있어야 아이들과 공명할수 있습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니까요~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참 재미가 있습니다. 찻자리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함께 차와 더불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최근에는 경화의 대학 진학시 학과선택부터 경훈이의 영어단어 외우는 방법까지요...




때로는 경화가 차를 우려 줍니다. 예쁜 딸이 섬섬옥수로 정성껏 우려 주는 차는 참 맛있고 저를 행복하게 해줍니다. 경훈이도 종종 차를 우려 줍니다. 두꺼비 같은 손으로 차를 우리면서 두 손으로 공손히 따라 줄땐 참 듬직하고 믿음직스럽습니다. 차와 차호와 함께 한 세월이 제법 되기에 경화와 경훈이가 차를 우릴 때 어떤 기품과 품격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차 도구를 어릴 때부터 다루게 되면 알게 모르게 어떤 기품이 아이들의 몸에 베여간다는것을 저는 느낄 수가 있습니다. 밝음이 함께 베여있습니다.




저희 가족이 병원에 가서 주사나 약을 먹지 않은지가 대충 13여년 되어가는것 같습니다. 지금은 오래된 진년보이차 가격이 너무 올라서 마시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종종 마실 수가 있었고 그 때 지금을 위해 조금 준비해둔 차들이 있지요. 몸이 많이 피곤하거나 감기 몸살 기운이 있으면 저희 가족들은 무조건 한 마디 합니다. “차 드세요~” 이 한마디가 처방전이자 몸을 치유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입니다.




긴 시간 차를 접해왔고 그 동안 저는 수천 명의 사람들과 차 마신 후 몸의 반응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 경험에 기인해서 말씀드리자면 사실 진년보이차는 몸과 마음에 놀랄 만큼 귀한 효능과 공능이 있습니다. 조금 오래된 차 마시면 금새 몸과 마음이 회복됩니다. 신기한 일이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그게 사실입니다.




차를 혼자 마실 때도 참 좋습니다. 찻물 올려놓고 생각에 잠깁니다. “오늘은 어떤 차를 어떤 차호에 우려먹어볼까?” 참 행복한 고민입니다. 여유가 있을 때는 향 한 자루 피워놓고 좋아하는 음악 틀어놓고, 창문을 열고 신선한 바람을 느끼면서 따뜻한 차 한 잔 마십니다. 아~ 이럴 땐 신선이 따로 없습니다. 겨드랑이에 바람이 솔솔 일고 하늘을 나는 듯 하다 상청경의 즐거움을 맛봅니다.




혼자 차 한 잔 마시면서 철없던 어린 시절의 저를 봅니다. 또 한잔 마시면서 가슴속에 깊이 묻어두었던 상처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또 한잔 마시면서 잘못과 부끄러움을 고백하고, 또 한잔 마시면서 참회와 용서를 배웁니다. 그렇게 찻자리는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정산과 반성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밖으로만 치우쳤던 나의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면서 지금 현재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진심으로 나와 정성껏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참으로 귀하고 고마운 자리입니다.




차를 마시면서 많은 것이 좋아졌습니다. 너그러움과 편안함도 많이 느꼈고... 맘과 몸이 맑아지고 가벼워지는 것도 알수가 있습니다. 마실때는 몰라도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면 여러 방면에서 좋아진 게 많다는 것도  차가 가진 여러 가지 德 중의 하나이기도 하지요.




요즘 저는 가족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차는 몸의 인프라 망을 정비해주지만 몸을 구성하는 원재료는 아니다. 몸을 구성하는 물질은 외부로부터 섭취해야만 하는 것들이므로  좋은 먹을거리를 잘 먹어야 한다. 라면을 먹으면 내 몸은 라면이고, 두부를 먹으면 두부의 성분이 몸으로 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좋은 구성성분이 몸에 잘 녹아들려면 적당한 운동이 필수적이므로 적당한 운동과 적당한 휴식을 병행하면 크게 아플 일이 없을것이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집안의 가장이며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방향성과 비전을 제시하는 게 아버지라는 말의 원래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집에서 아버지는 빛과 같은 사람입니다. 비전을 제시하고 밝음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그 빛이 되어가는 사람이 아버지란 것을 차를 마시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차는 부족한 것은 채워주고 모르는 것은 느끼게 해주고 절로 조화와 평화를 찾아가게 해줍니다.




차를 마시니 몸과 마음이 좋아집니다. 찻자리를 가족이 함께 하려는 의지를 내시면 가족 간의 단란함이 깊어갑니다. 이 좋은 것을 나만 마실 수 없다고 생각이 드시면 주변의 사람들과 나누시면 됩니다. 이런 걸 ‘차보시’라고 하지요.


차를 나누실 때는 귀하게 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냥 마음만 앞서서 무조건 차를 드리시는 것보단, “정말로 귀하고 좋은 것이니 꾸준히 드시면 몸과 마음이 많이 편해질겁니다. 잘 드십시오" 라고 말씀하시면서 전달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차를 전달하시는 분이 차를 통해서 몸과 마음이 좋아진 것을 직접 입증해 보이시는게 제일 전달력이 좋습니다.




람가헌에서 주창하는 “차 즐기기 생활화”를 통해서


내가 좋아지고, 많은 가족이 행복해하고, 우리 사회가 밝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맘으로 따뜻한 차 한 잔 올립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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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가져 온 곳은 아래의 링크에 붙어있습니다.


http://cafe.daum.net/ramgahun 람가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