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녹차(綠茶)와 보이차(普洱茶)

작성일
2010-01-1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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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녹차(綠茶)와 보이차(普洱茶)에 대한 이야기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요즘 낭월이 보이차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해를 하면 할 수록 한 잔의 차라도 함부로 하지 못하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간단하게나마 소개를 해 보려고 마음을 일으켰습니다. 물론 보이차를 마신 경력이 불과 몇 달에 불과한 사람의 얕은 지식이므로 참고하고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벗님께서는 이미 수년이상을 보이차에 대해서 경력이 있으시고 도움말씀을 주시고 싶다면 낭월에게 메일을 보내주신다면 또한 공부에 도움이 크겠습니다.


1. 녹차가 최고인 줄 알았음


절간에서는 항상 녹차를 마셨습니다. 그래서 녹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녹차에는 야생녹차와 재배녹차가 있는데, 지리산을 끼고 그 주변에서는 주로 야생으로 자라나는 차나무에서 잎을 채취해서 만드는 것이 특히 최상품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까 상당히 비싼 가격으로 인해서 개인적으로 풍족하게 차를 마신다는 것은 무척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는 대부분 커피로 차생활을 대신하게 되었고, 가끔 선물을 받으면 그때서야 향기로운 녹차의 맛을 즐기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여하튼 그렇게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 녹차사랑을 하고 있었습니다.


녹차에도 재배하는 차가 있다는 것은 다 아시는 것이지요? 제주도나 보성 등지에서는 다원이 있어서 사진찍는 사람들도 수시로 찾아가곤 하는 곳이어서 낭월도 둘러 본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재배하는 것은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래도 저렴한 차를 구입할 수가 있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만한 가격은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차는 생산지와 채취시기에 따라서 품질과 등급이 다릅니다만 생산지는 별도로 하고 채취시기에 따라서 등급이 나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우전(雨前)은 절기로 곡우 이전에 딴 차잎으로 가공을 한 것이고, 작설차(雀舌茶)는 소작, 중작, 대작으로 나누기도 하는데, 잎이 작을수록 상품으로 취급을 합니다. 물론 그에 따라서 가격도 달라지기 마련이지요.


보통 100그람 정도의 한 통에 고급의 경우에는 15만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근래에는 구입을 해 보지 않아서 정확하게 얼마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생산지에 따라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을 것이므로 상품의 차를 구입하려면 아마도 10만원은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차잎을 따서 가공하는 과정에서 녹차가 됩니다. 녹차를 만드는 방법은 차의 생잎을 달궈진 무쇠 솥에 넣고서 덖어서 멍석에다가 비빈 다음에 그늘에 말린 후에 포장을 하면 된다고 간단하게 이해를 해도 될 것입니다. 여기에서 덖는 과정에 필요한 온도는 대략 350도 정도라고 하네요.


이렇게 되면 차잎은 더 이상의 발효를 하지 않고 고소한 맛을 띠면서 먹기 좋은 음료가 됩니다. 영양성분이나 약리효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부분이고 전문적인 의견도 인터넷에는 있을 것이므로 방향을 전환합니다. 구체적으로 궁금하신 벗님은 자료를 찾아보시라고 떠넘기는 것이지요.


덖는 것은 보존을 하는데 더 이상 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겠고, 비비는 것은 뜨거운 물을 부었을 경우에 얼른 차가 우러나도록 하기 위한 효과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녹차는 끓은 물을 약간 식혀서 약 70~80도 정도로 식혀서 우려먹게 되는데, 여린 잎으로 만든 차이기 때문에 여러 차례를 반복하게 되면 싱거워지는데 대략 5차를 넘기면 더 마시기는 밍밍해 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보관은 항상 햇차를 위주로 합니다. 즉 유통기한은 표시하기는 2년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 해에 나온 차를 구입하는 것이 가장 맛있는 차를 먹는 방법이라고 알고 있으면 되겠습니다. 우선 이 정도를 이해하고 나서 보이차를 설명하면서 비교를 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혹시라도 이 정도를 모르실 경우를 생각해서 간단하게 언급을 해 봤습니다.


2. 보이차는 가짜만 있는 줄 알았음


항간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보이차는 더러워서 못마신다거나 썪혀서 만드는 것이라서 위험하다거나 혹은 가짜가 하도 많아서 조심하지 않으면 바가지와 건강에 고민을 해야 한다는 소문을 들은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마도 아직 인연이 되지 못하신 벗님들이라면 대략 이러한 정도의 풍문으로 보이차에 대한 상식을 위로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요즘 본격적으로 보이차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면서 인터넷으로 자료들을 뒤져보면서 이해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3. 자명스님의 인연


가끔 감로사에 오시면서 때로는 떡같은 차도 들고 오시고, 또 더러는 벽돌과 같은 차도 들고 오시고, 또 차호나 잔을 들고 오셔서 자꾸 보이차 마시기를 권유하는 바람에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받아뒀습니다. 언제 인연이 되면 마셔봐야지 하고만 있었지요.그렇게 흘러온 시간은 아마도 몇 년 되지 않았나 싶네요. 여하튼 갖다 줘도 모른다면 돼지목에 진주목걸이가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또 자명스님의 절에 가보면 차호(茶壺)가 수십개가 있는데도 부족하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욕심도 많으시다고 했는데, 그것이 과연 욕심이 아니라 차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릇에 따라서 차의 맛이 달라지는 것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그 의미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엇그제에도 차호 두 개를 들고 오셨는데, 나름대로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셨을 것 같은데, 선물이라고 가져오셨기 때문에 가격은 못 여쭤봤습니다. 그냥 새해 선물로 생각하고 열심히 차를 마셔서 보답(?)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여하튼 낭월은 복도 많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늘 주변의 인연에 감사드리게 되니까 말이지요.


4. 운남(雲南)의 차나무


운남은 중국의 남부에 위치한 한 성(省)의 이름입니다. 대단히 넓은 구역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보통 샹그릴라로 생각하는 상춘(常春)의 지역이 곤명이라고도 하는데, 언제 시간을 만들어서 여행을 가보고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차나무의 키는 보통 허리에 닿을 정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보성의 차밭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설마하니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원숭이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차잎을 따는 것인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지요. 네이버의 [구름의 남쪽]이라는 블로그 이름을 하고 있는 곳에서(http://blog.naver.com/whitepema) 많은 상식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곳의 운영자는 여성인데, 보이차에 빠져서 아예 운남의 농업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열혈여성이라서 언제 인연이 되면 만나서 삶의 이야기를 나눠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부산에 차용품점을 차렸다고 하는 것 같은데, 지나는 길에 차를 마시러 가도 된답니다.


여하튼 차에 대해서 그렇게 힘들여서 잎을 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시 바라보게 되었고, 그래서 요즘은 몇 잔 마셨다고 버리지 못하고 다음 날 아침에도 모닝차로 새로 우려먹어도 그대로 은은한 맛이 나오기 때문에 모르면 이 귀한 것을 버리게 되는구나 싶은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잎의 한 장도 모두 귀하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대부분 야생에서 자생하는 거대한 차나무들의 나이는 대략 100년 이상에서 1000년 정도가 대부분인 차산에서 자라고 있는데, 차밭이 아니고 차산(茶山)이라고 해야 한다는 점을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긴 야생이라면 이미 밭이라고 보기 어렵겠네요.


운남의 차나무는 베트남 쪽과 마찬가지로 대엽종(大葉種)의 차나무랍니다. 한국의 야생차와는 다른 품족이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다 자란 차잎의 크기는 글쎄.... 사진으로 봐서는 손바닥보다 훨씬 크게 보이더군요. 물론 차로 쓰는 것은 역시 어린 새싹이 재료가 되므로 그것은 해당이 없습니다.


5. 차를 만드는 방법에 따라서


같은 운남의 차잎으로 녹차도 만들고 생차도 만들고 숙차도 만듭니다. 녹차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 제조방법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 차이는 맛은 고소하고 유통기한이 짧다는 것이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사실은 낭월도 이것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차가 그냥 차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기도 했습니다만,) 녹차는 효모가 완전히 죽어버렸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눅눅해지고 먹을 수가 없는 상태가 된답니다. 예전에 묵은차라고 해서 버리는 것을 봤는데, 그래서였던 것이지요. 


그리고 생차(生茶)는 약 60도라고도 하고 200도라고도 하는데 여하튼 비교적 낮은 온도라고 한다면 60도가 맞을 것 같다고 보고, 이 정도에서 덖어서 비비는 것은 다 같은데, 온도차이가 다르다는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바람을 쐬어서 말린 다음에 덩어리로 만들기 위해서 다시 증기를 쐰 다음에 돌로 눌러두면 덩어리가 되는데, 이것은 운반의 용이성을 위해서 고안이 되었을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다.


차마고도라고 하는 다큐멘트리를 텔리비젼에서 보셨다면 그들이 말 등에 싣고 다닌 것이 바로 이 차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그래서 차마고도의 시발점이 그 곳에 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덩어리로 만들어 두면 계속해서 발효가 된다는 것입니다. 이 차이는 처음에 가열하는 온도의 차이에 의해서 일어나는 변화과정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생차는 이렇게 해서 보관을 하게 되는데, 재미있는 것은 녹차와는 정 반대로 오래 묵을수록 그 맛이 달라지면서 감칠맛이 높아지기 때문에 처음에 3만원을 했던 차라면 이것이 약 10년 정도 묵은 다음에는 수백만원의 가격이 된다는 것이지요. 이로 인해서 차붐이 일어나서 투자의 가치로 주목을 모았던 것이라고도 합니다.


숙차(熟茶)는 발효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것은 아마도 홍차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기는 합니다만 지금도 운남의 차 생산하는 주민들은 생차잎을 물에 삶아서 마시는 것을 보면 먼 곳에 사는 사람들일수록 숙차를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문득 뭔가 생각나는 것이 없으신가요?


그렇습니다. 안동간고등어가 떠오르셨다면 정답입니다. 바닷가의 사람들은 신선한 회를 즐기지만 내륙으로 들어가면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소금으로 간을 하여 발효가 된 생선을 먹을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이 간고등어지요. 물론 그 맛에 빠지게 되면 생고등어에서는 얻을 수가 없는 묘미가 나온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만 생차와 숙차의 관계도 이렇게 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하튼 우리는 고추장과 된장을 갖고 있는 민족입니다. 그리고 된장과 고추장은 오래 묵을수록 맛이 좋아지고, 약효는 높아진다고 알고 있는 것으로 봐서 우리는 발효에 대해서 상당히 발전이 된 체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래서인지 보이차를 관심갖고 마시기 시작하면서 바로 빠져버리게 되고 이제 녹차는 그냥 가끔 심심해서 마셔보는 정도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6. 보이차의 누명은 숙차에서


차에서 두엄 썩은 냄새가 난다는 경험이 있으셨다면 이 대목이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성급한 제조자들이 너무 온도를 높여서 발효시키다가 과숙이 되어서 부숙(腐熟)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이러한 것을 싼 값으로 판매하게 되고 중국에 여행을 갔다가 오면서 보이차가 좋다고 하니까 한 덩어리씩 사갖고 와서 선물을 받았던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7. 마무리


어제는 일없이 그 동안 자명스님 외에 방문하는 지인들이 들고 온 차들을 보면서 인터넷으로 족보를 뒤져 봤습니다. 그랬더니 가짜를 보는 법과 각각의 특징들이 다 나와 있더군요. 그래서 또 안심하고 마셔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선물을 할 당시에 받는 사람의 수준을 봐가면서 잘 모른다고 싸구려를 선물했다가는 나중에 맘이 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봤네요. 하하~



 



 



 



 



 



이번에 오름여행을 다녀오면서 뭘 챙겼는지 아세요? 바로 다구와 찻잔을 챙겼다는 것 아닙니까!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저녁에 셋이 둘러앉아서 보이차를 마시기 위해서 소형커피포트도 하나 챙겨넣었고, 라면이라도 끌여 먹자고 남비도 하나 넣었는데, 그것으로 퇴수그릇 삼아 맛있게 차를 즐겼습니다. 이만하면 이제 메니아라고 해도 될까요?



예전에 자명스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나네요.


"스님께서는 사진을 하시니까 카메라도 남고, 사진도 남아서 뭔가 생산적인 취미생활을 하시는데, 소승은 차를 하니까 마셔서 다 없애버리고, 음악을 하니까 남는 것이 없으니 이렇게 소모되는 취미를 하는 셈이네요."


라고 하면서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만 차를 조금 이해하면서 느끼는 것은 결코 이것은 소모적인 취미가 아니고 정신적인 충만감을 얻는 생활이라고 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재 낭월은 이 정도의 차에 대한 이해를 갖고서 계속해서 이해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뭔가 관심을 갖게 된 부분은 그래도 준 프로의 수준까지는 가야 직성이 풀리는 천성으로 인해서 당분간은 차에 대해서 관심을 버릴 수가 없겠네요.


이 정도면 기초적인 차에 대한 이해는 될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관심이 생기셨다면 구름의 남쪽 블로그에 있는 글들을 읽어보시는 것으로 많은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또 즐거운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2010년 1월 17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