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9] 사진공부로 깨어지기

작성일
2008-09-24 07:55
조회
6552

아래 글은 사진공부하다가 선생님한테 억수로 걱정을 들은 수업후기입니다. 공부를 한다는 것이 사진 뿐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다 그렇겠지요. 일정 수준에 도달하기 까지에는 겪어야 할 과정이 반드시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것을 짚지 못해서 버벅대고 있는 낭월입니다. 함께 살펴보면서 웃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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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2일 수업후기] “그 우에서 머하노~!!”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싸늘한 바람이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상쾌한 아침입니다.




선배님이나 도반님께서는 즐거운 사진생활로 하루하루를 충만 된 순간으로 즐기고 계시는지요? 아니면 좌절과 절망감으로 뒷골목을 배회하면서 고독을 질겅질겅 씹고 계신지요? 뭐, 아무렇거나 시간은 흘러 갈 것이고, 그러노라면 하드에 사진은 쌓일 것이며, 그러다가 보면 1만 장의 사진 중에서 한 장 정도는 건질 수가 있으려니....... 하시지요.




추석 연휴로 인해서 두 주 만에 만난 도반님들의 모습을 뵈니 좋았습니다. 만나는 즐거움에는 함께 길을 가는 벗이 있다는 위안감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홀로 가는 길은 아무래도 고독하기 마련이거든요.




사부님께서도 예전보다 훠얼~씬 일찍 등교하신 것으로 봐서 아마도 16기 제자들을 보구 싶으셔서 조바심이 일어나셨을 것이라는 짐작을 했습니다. 그리고 휴식을 많이 취하신 다음의 활기찬 모습을 뵐 수 있어서 더욱 반가웠습니다.




다들 아시지요? 사부님께서 등장을 하시면 왠지 모를 위압감으로 분위기가 무거워지면서 긴장감이 슬슬 감돈다는 것 말입니다. 절대로 앞자리에 앉지 않으려고 하는 노력이라거나, 혹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해 봅니다.




다른 때 같으면 바로 불 끄고 이야기를 시작하셨을 텐데, 어제 저녁에는 시작부터 자못 심각한 일장연설이 무겁게 강의실 공간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왠지 모를 불안감이 슬슬슬~ 일어나는 것은 아마도 모두의 가슴에 찍히는 ‘땜빵싸인’의 느낌이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거..... 예감이...... 않..... 좋....아......’




“이것저것 하다보면 죽도 밥도 안 돼~~!!”




이것 보세요. 이렇게 시작되는 가르침에 어찌 혼비백산이 되지 않겠습니까? 음, 뭔가 하실 말씀을 단단히 벼르고 오셨구나..... 그런 느낌이 파악~ 왔습니다.




“이제 3개월~ 앞으로 두 달이 후딱 지나고 나면 포토폴리오를 만들면서 마지막 한 달을 보내야 하는데 말이야~~”




말씀을 잇지 못하시는 실망감, 실망감을 넘어서 비장감, 그러한 말로도 설명이 되지 않네요. ‘이대로는 희망이 없다’는 정도의 느낌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 이면에서는 ‘너희들이 답을 내지 못하면 내가 욕먹는단 말이야~~!’가 깃들어 있는 것도 같았습니다. 천하의 일우도장에서 6개월을 연마한 내공이 겨우 그것밖에 안 되느냐고 강호인들이 비웃는다면 견딜 수가 없다는 느낌?




그런데 그 말씀을 들으면서 자꾸만 제출한 과제가 맘에 걸리는 겁니다. 도둑이 제발저리다고, ‘뭔가 사고를 쳤군......’ 싶었지요. ‘그래도 설마.....’ 했다는 것 아닙니까. 적어도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추석도 지났고 하니까 심기일전해서 다시 열심히 공부하라고 침을 한 방 놓으시는 걸꺼야....’ 했지요.




“우에서 부터 볼까. 아래에서 부터 볼까?”


“어 디 부 터 볼 까 한 번 알 아 맞 춰 보 세 요. 하나 둘 세엣~!”


아시지요. 선택을 하기 어려울 적에 해 보는 점이지요. 위와 아래를 왔다 갔다 하면서 한 글자씩 넘기다가 떨어지는 곳에서 결정을 하는 것 말이지요. 일찍이 그러한 것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어쩌면 ‘정말 오늘은 클릭하기 싫어~~~’가 그 안에 깃들여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낭월의 사진이 당첨되었습니다. 즉 위부터 보기로 결정하신 것이지요. 사진이 화알짝 열렸습니다. 그리고는 한 숨이 바로 나왔습니다. 다시 또 한 번 더 듣는, 남모호랭교의 교주가 찍었다는 사진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그 이야기의 내용은 자기 수준에서 자기 맘대로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지요.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적에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제 3개월이 된 다음에 들어보니까 그게 상당한 꾸지람이더군요. 그리고 다시 나이 든 사람들이 자기 생각 속에 갇혀서 도무지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로 이어지고, 그 이야기는 서두에서 일장연설과 함께 연결이 되면서 바로 느낌이 화악~ 왔다는 것 아닙니까.




[낭월] 아까제 그 말씀 낭월에게 하신 거네요?


[사부] 그래 니보다 더 둔한 곰이 이 중에 어딧다고...


[낭월] 뭔가 조짐이 이상하기는 했습니다만, 그러셨구나.....


[사부] 우짤라카노? 언제까지나 이카고 있을끼고?


[낭월] 낭월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억울합니다.


[사부] 열심히 하면 머하노 맨날 삼식이 사진을 들고오니..... 에구~~~


[낭월] 그 사진들 멋있지 않으십니까?


[사부] 뭐가 말이고? 그것도 사진이라고 설명할라카나?


[낭월] 설명을 할 것도 없지예.........??? 죄송합니더...


[사부] 도대체 언제 내려 올끼고?


[낭월] ...............


[사부] 그 높은 곳에서 혼차 머하노. 와 몬 내려오노?


[낭월] 내려가는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사부] 아이구~ 두야~ 내가 맨날 머카더노~


[낭월] 느끼는 대로 찍으라고 하셨지요...


[사부] 그래서 느끼는 대로 찍었나?


[낭월] 하모요. 느낌이 팍~ 오길래 찍었습니다. 그럼요~




[사부] 벌써 시간이 3개월 아이가.... 이기 뭐꼬 말이다.


[낭월] 사부님 그카시지 마시이소. 저도 하느라고 합니데이~


[사부] 그런데 사진이 와 이렇노. 사진을 갖고 와바라 말이야~


[낭월] 낭월의 느낌과 사부님의 느낌에 오해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사부] 내~ 참말로 니같은 곰은 보다가도 첨본다카이~ 두야~~


[낭월] 낭월도 사부님같은 호랭이는 보다가 첨봅니다.


[사부] 이기 뭐꼬? 동물원 버전으로 가보자 이기가?


[낭월] 못 갈 것도 없지요 뭐. 이나저나 스타일도 구겼고......(흐~)




[사부] 그래 뭐가 억울한지 이야기나 들어보꾸마 해 보거라.


[낭월] 코스모스를 통해서 인생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싶었습니다.


[사부] 그래 내가 설명하라카더나? 사진이 말하게 하란 말이야.


[낭월] 지금 하시는 말씀은 이야기 못하게 막으시는 거지요?


[사부] 들어보나마나 뻔한 이야기 아이가.


[낭월] 뭐가 뻔합니까. 심오한 인생의 깊이가 느껴지는 사진인데......


[사부] 그래 내가 설명해 주꾸마.


[낭월] 예? 정말요? 그렇게 하시지요......


 





[사부] 1번, 그래 화분의 한 귀퉁이에 코스모스가 나서 자랐네.


[낭월] 예 맞습니다. 맞지요.


[사부] 참으로 하잘것없는 인생이 이렇게 태어났다 이거 아이가?


[낭월] 그렇지요. 그 화분을 보는 순간 그러한 느낌이 팍~ 왔습니다.


[사부] 그렇게 태어났지만 이렇게 꽃을 피웠으니 올매나 장하노 이기제?


[낭월] 보시이소. 사부님도 느낌을 받으셨잖아요.


 



 


[사부] 2번, 그래 햇살이 화사한 날은 꽃도 방글방글 웃고 있다 이기가?


[낭월] 하모요~ 이제 뭔가 대화가 되네요.


 



 


[사부] 3번, 그러다가는 태풍이 불어서 마구마구 흔들리는 인생도 있다 이기지뭐.


[낭월] 예, 김영갑 선생님의 바람을 담았습니다. 형이상학적이지요.


[사부] 아이구~ 그리십니껴~! 대단하십니더 그런 심오한 뜻이~~!!


[낭월] 뭘요~ 다 사부님 덕택으로 이만큼이나마 발전을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부] 4번, 또 폭우가 쏟아지네. 가냘픈 인생이 비를 맞고 목이 수그러지는구마....


[낭월] 짝짝짝~! 빙고~ 그 장면을 찍으려고 옷과 카메라가 목욕을 했습니다.


[사부] 그래 프로는 몸을 아끼지 않아야제, 카메라를 버리고 사진을 얻는단 말이야.


[낭월] 낭월말이~~ 정말 감기가 들어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장면을 위해서....


 



 


[사부] 5번, 날이 들고 나니 지난 고통에 눈물이 한 방울 맺혔구만.


[낭월] 그렇습니다. 인생의 모습들이 그대로 적나라하지요.


[사부] 그래서 제목도 ‘사노라면’으로 정한 거 아이가.


[낭월] 아, 정말 감동입니다. 사부님께서 제대로 이해를 해 주셨습니다.


[사부] 이해하고 말고지.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거 잘 알지.


[낭월] 그럼.... 하이.....파...?


[사부] 참말로 꿈도 야무진기라~ 낭월이 아니라 사진이 불쌍해서 쪼매 위로했다.


[낭월] 그럼 사부님의 의견을 경청하겠습니다.


[사부] 한마디로 유치원생의 이야기를 널어놓았다 아이가~ 지겨워 죽겠다.


[낭월] 시.....무......룩......




[사부] 그렇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 했잖아. 설명하지 말라고~~


[낭월] 설명을 하지 않으면 누가 알겠습니까..... 그래서....


[사부] 어허~ 그래도 말 대꾸는~ 알 사람은 다 안다카이 쓸데없는 걱정을~


[낭월] 도대체 뭐가 문제입니까 그걸 알려 달라니까요~~(발악발악~)


[사부] 제발 쫌 내려오소. 그 높은데에서 고고~하게 앉아서 법문만 하지말고~


[낭월] 고고하게 앉아있는 것 아닌데.........


[사부] 토굴에서 20년 참선을 하고 저자거리에 내려 온 도인에 법문을 우찌하노?


[낭월] 그야.....뭐.......




[사부] ‘부처는 똥젓는 막대기야~ 마음이 부처야~ 할~’ 이카면 누가 알아들어?


[낭월] 못 알아 듣겠지요....


[사부] 그럼 어떻게 해야 하겠어?


[낭월] 수준에 맞춰서 이야기를 해야지요.


[사부] 그러니까 수준을 좀 낮추란 말이야. 너무 수준이 높잖아~~


[낭월] 정말요~~? 수준이 높기는 한 거지요? 맞지요~~?


[사부] 그럼 수준이 너무 높아서 하늘을 찌르네~ 아이구 눈이야~


[낭월] 사부님의 어투로 봐서는..... ‘유치해서 봐 줄 수가 없잖아....’ 인데요?


[사부] 눈치만 3단이다. 사진 실력은 유치원이고~


[낭월] 그렇게 형편이 없습니까?


[사부]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우야마 좋노~


[낭월] .....................




[사부] 와? 할 말이라도 있나?


[낭월] 암만캐도......


[사부] 응? 뭐꼬?


[낭월] 담달에는 낭월이 못 나올 지도 모릅니다.......


[사부] 이기 와이카노, 그라이까네 내 말은..... 열심히 해 보자꼬.....


[낭월] 즐겁게 사진 찍으라고 하셔서 즐겁게 찍었을 뿐인데 그카시니.....


[사부] 그래서? 삐쳤나? 사나자슥이 그래 옹졸해서 오대다 쓰것노.


[낭월] 그러니까 좀 알려 주시지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사부] 간단하지. 바로 내려 오라 안카나.


[낭월] 내려가는 길을 모르겠습니다. 그게 문제인가 보네요. 어떻게 내려가지요?


[사부] 흐흐~흥~ 그건 내가 못 가르쳐 주지.


[낭월] 그럼 이 달이 마지막인 줄로 아시고.....


[사부] 아~ 그기 아이고..... 선배한테 붙잡고 물어야 되는기라~


[낭월] 선배님께도 물어봤지만 사진은 이 모양이잖아요......


[사부] 그래도 자꾸자꾸 물어야제~




[낭월] 일우제일 지하신공 선배께도 물었지만 진보가 없는 걸요 뭐.....


[사부] 내가 비법을 한 수 알려 줄테니 잘 듣고 그대로 하거라.


[낭월] 그게 뭔데요?


[사부] 속닥속닥 우물쭈물 거시기 뭐시기.... 알았제?


[낭월] 그러면 되겠습니까? 좀 더 해보다가 포기를 할까요?


[사부] 그래 틀림없이 효과 있을끼다.


[낭월] 그러면 속는 셈치고 그렇게 해 볼랍니다.


[사부] 그래그래~ (아이구~ 골치 아픈 놈~)


[낭월]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 보겠습니다.




[사부] 그런데 저렇게 ‘속닥속닥 우짜고’ 하고 써 놓으면 도반들이 알겠나?


[낭월] 예? 사부님 ‘비법’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껴?


[사부] 그래 비법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후기 보면서 공부하는 도반....


[낭월] 공개 안 할랍니다. 낭월도 뭔가 챙겨야지요.


[사부] 그래도......


[낭월] 비법 공개는 사진으로 해야 안 되겠습니껴?


[사부] 그렇기는 하지만서도......


[낭월] 설명하지 말라매요? 설명을 해서 되겠습니까?


[사부] 쳇~ 주**이만 늘어가지구서는....


[낭월] 도반 중에 낭월보다 못한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사부] 상처 받았나?


[낭월] 낭월에게는 비법이지만 도반들에게는 평법입니다. 걱정하지 마시소~


[사부] 그러면 공개를 해도 그만 아이것나?


[낭월] 아이구 사부님도 참~ 창피스러버서 그카지요. 그것도 모르시고~


[사부] 그래도 적어 놓는 것이 대인낭월 다운데.....




[낭월] 사부님요, 낭월도 한다카마 합니더, 경상도 문디에, 청도 촌놈입니더.


[사부] 청도 촌놈이 어떤데?


[낭월] 청도 소싸움도 못 보셨능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