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 팔공산에 다녀 온 흔적들입니다

작성일
2008-03-03 16:08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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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1화 팔공산 갓바위에 다녀 왔습니다.


 



오랜만에 팔공산 갓바위를 다녀 왔습니다. 정월방생법회를 어디로 가면 좋겠느냐고 하기에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팔공산 갓바위로 잡았습니다. 날은 화창했는데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새로 생긴 포항간 고속도로를 달렸습니다. 반가운 와촌(약 2년 정도 머물렀던 고을 이름입니다)의 이름을 보고 쉬어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버스로 바람막이를 삼고 준비한 점심식사를 푸짐하게 나눴습니다. 소풍나온 기분도 느끼면서 말이지요.




와촌으로 나가면 갓바위나 은해사로 가는 길이 된다는 것을 보면서 시간이 단축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경산IC를 나가서 하양을 거쳐서 와촌으로 들리게 되어있었는데 바로 와촌으로 나가게 되니까 대략 30분 정도는 단축을 할 수가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비교적 사람이 적은 갓바위 올라가는 길입니다. 산에는 그대로 잔설이 남아있었습니다.



죽은 것처럼 보여도 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는 이끼를 보면서 호된 겨울을 잘 견디는 강함을 느껴봤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산을 올랐습니다.


참고로 갓바위는 예전에 와촌에 살면서 백일동안 매일매일 올라다니면서 기도를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 기도를 마치고서 계룡산으로 이동을 했으니까 기도에 대한 영험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팔공산은 시원하면서도 힘찬 모습을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하겠습니다.




약간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보면 또 하나의 능선이 보입니다. 그 앞 산의 중턱 쯤에 절이 하나 있는데 용주암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곳은 낭월의 어린 시절(16세)의 한 겨울을 수행하면서 보냈던 추억이 담겨 있기도 한 곳이지요. 언젠가 들려봤더니 예전에 모시고 있었던 스님은 세상을 떠나시고 다른 사람이 주인이 되었더군요.



기도를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공간을 매우고 있었습니다. 감로사에 인연이 있는 불자님들의 가내 평안을 기원하는 시간입니다. 절도 좀 해야지요.



거룩한 약사여래부처님 전에 기도를 합니다. 예전에는 장소도 그야말로 멍석하나 깔만 했는데 이제는 엄청나게 넓어졌지요. 추억 속의 모습은 그대로 있는데 풍경은 시시로 변해 갑니다.



가족들을 한 번 읽어주면서 잠시나마 행복한 가정이 되시라고 기원을 합니다.



근엄하게 앉아계신 약사여래불입니다. 보물431호던가.....




낭월의 컴퓨터바탕화면으로 깔았습니다.



오랜 세월 속에서 얼굴과 몸에 바위버섯이 피었습니다만 꿋꿋한 자태는 여전하네요. 어린 동안의 애숭이가 처음에 참배를 했을 때나, 초로의 허연 머리가 되어서 찾아왔을 때나 조금도 다름이 없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잠시 그 시간들의 속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생각하면서 36년의 세월을 반추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소원을 담고 촛불은 타오르고 있습니다. 바람에 꺼진 것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암시가 될 수도 있을까요? 촛불 하나에 온 정성을 기울이는 사람에게는 억장이 무너지는 장면이겠지만 여행객의 눈에는 그냥 하나의 음양으로만 보이는가 싶습니다.


모두 무사히 하산을 하여 안전하게 차를 출발시킨 다음에 몇몇이서는 샛길로 나섰습니다. 인원이 부풀어서 감로사의 자동차도 동행을 했는데, 일단 일을 끝낸 낭월은 작은 차로 옮겨탔지요. 사실 이제부터는 음악을 음미하면서 몸운동들을 하시는 시간들이라서 낭월이 할 일은 없기도 합니다.



영천 돌할매라고 들어보셨는지요?



내력을 읽어보시면 되겠습니다.



모양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무게는 대략 15kg정도 되려나 모르겠네요.



소원하는 바를 말하고 힘차게 들어봅니다. 들리면 꽝이고 안 들리면 성공이라고 합니다. 언제 지나는 길에 한번 들려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동행한 일행 중에 한 사람은 두 가지를 물었는데, 한 가지는 들리고, 한 가지는 안 들렸다고 하네요. 나름대로 반응이 있는 것으로 생각을 해 봅니다.


특히 낭월의 소견으로는 두 가지의 원인을 생각해 볼 수가 있겠는데, 하나는 돌덩어리가 무거워지는 현상이 생기는 것이고, 또 하나는 돌을 드는 사람의 힘이 빠져버리는 것입니다. 그 둘 중에 하나의 현상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 봤습니다만 정확한 것이야 아무도 알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냥 들어보는 것이지요.



"할매할매~!!! 멋진 선생을 만나서 학문의 발전이 있겠능교????"



"그렇겠네 좋은 인연 많이 만나서 올 해도 공부 많이 하시구랴~!!"


아마도 그렇게 화답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끙끙대면서 들어봤지만 움직이지를 않아서 말이지요.


영천을 지나서 국도로 경주방면으로 가다가 고경에 접어들면서 만불사에 가기 전에 빠지는 길이 있습니다. 참고하시고요.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달랑달랑 들리는 사람도 신기하기는 마찬가지고요.


참고로 하나 알려드리는 것은, "내가 성불 하겠습니까?"라거나 난해한 질문을 하면 돌은 여지없이 그대로 들려버린다는 것입니다. 즉 회답이 없다고 보면 되겠네요.


이렇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제 내일부터는 학교에 나가야 하겠네요. 또 봄의 생활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벗님의 무자년에 소원하시는 모든 것들도 잘 이뤄지시기를 기원드립니다. 행복하소서.


                        2008년 3월 3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