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5] 상식은 발이요,지식은 손이라.

작성일
2010-10-2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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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상식은 발이 되고 지식은 손이 된다.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상식(常識)과 지식(知識)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 둘의 음양을 본다면 상식은 음이 되고 지식은 양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식은 자꾸만 넓혀가는 것이고, 지식은 자꾸만 깊어가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바라보니까 그렇게 보이기도 하네요.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이 되겠습니다.


상식(常識) - 음 - 그런것까지 알 수 있는 것.
지식(知識) - 양 - 거기까지 알아 가는 것.


이렇게 생각을 해 봅니다. 오늘 아침에 이상벽씨가 방송에 나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상식과 지식을 언급하는 바람에 문득 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깊은 지식보다는 얕은 상식을 필요로 한다는군요.


이것저것 아는 것은 많은데 정작 제대로 아는 것은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연 그러한 것이 상식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분도 다양한 분야에 자신의 삶을 즐겁게 꾸려오신 분이라는 것은 다 알고 계실 겁니다. 그림도 그리고, 기자도 하고, 방송 진행도 하고, 또 사진도 배워서 작품전까지도 했던 사람이니까요.


아마도 그 정도의 경력이라면 단순히 상식만으로는 이를 수가 없었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니까 겸손한 이야기였으리라고 짐작을 해 봅니다. 사진을 찍어서 작품전을 하려면 배워야 할 것이 상식으로는 될 리가 없으니까 말이지요. 나름대로 삶을 즐겁게 살아가는 분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분야에서 독보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 보면 대부분 참으로 해박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문득 자신도 모르게 던지는 말이 있지요.


"아니!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고 계십니까?"


그러니까 의외라는 듯이 말이지요. 아마도 이러한 생각이 들게 되는 것도, 그 사람은 한 분야만 파고 들었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을 해 봅니다. 그렇게 질문을 던지면 답변은 참 맥없이 돌아옵니다.


"예? 그정도는 상식 아닌가요?"


상식, 그러니까 누구에게는 놀라운 지식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냥 간단한 상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또 놀라게 된다는 것입니다. 벗님께서도 그렇게 가끔은 사람들을 놀래키기도 하시겠지요? 물론 스스로 놀랄 뿐이고 놀래킬 의사는 전혀 없이 말이지요.


그래서 생각해 봅니다. 상식에도 등급이 있고, 지식에도 등급이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여하튼 사람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가 보면 참 의외로 다양한 분야에 상당히 깊은 지식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어서 얼마나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인지 짐작을 하기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1. 상식은 발


상식을 인체로 놓고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적당한 것은 발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네요. 발은 위나 아래로 갈 수가 없어서 계속 옆으로만 움직이는 것이니까 왠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식을 얻으려면 빨빨거리고 돌아다녀야 합니다. 예전에 어려서 라디오 방송으로 김찬삼교수라고 하는 분의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분은 여행가였던 모양입니다. 전 세계를 누비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들 중에는, 정말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많이도 알고 있어서 참 부러워했던 초등학교 4학년 짜리의 마음을 헤아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자신도 그 분처렴 걸림없이 돌아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꿈틀거리다가는 어느 산골화상의 '어느 절을 가더라도 재워주고 먹여준다'는 기가 막힌 이야기에 넘어가서 절집에 인연이 되기도 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아이는 넓은 곳으로 보내라는 말이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닌가 싶습니다.그러니까 넓은 곳에서 성장하게 되면 많이 보고 많이 듣게 되면서 생각의 발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지요. 가령 지도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벗님은 지도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상식을 갖고 계시는지요? 적어도 남한의 시도 안에 시군의 명칭 정도는 대략 꿰고 계시는지요? 면단위 까지는 모르더라도 시군의 단위는 대략 알고 있어서 무슨 시나 무슨 군에서 왔다고 하면 대략 그 위치가 남한의 어느 정도 되는 지점인지는 감이 잡히시는지요?


뭐 가능하면 그 지역에서는 무슨 볼꺼리가 있고, 특산물은 대략 무엇인지도 알고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그러다가 같은 지명이 나오게 되면, '넓은 광인가요? 아니면 빛광인가요?'도 물어보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것을 상식이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냥 지도 책만 봐서는 다 얻기 어려울 것도 같습니다. 최소한 발품을 팔고 돌아다녀야 할 것 같지요?


방문자가 낭월에게 묻습니다. "스님은 고향이 어디세요?" 그러면 답하지요. "예 청도입니다." 라고 말이지요. 그렇게 되면 그 손님의 지리상식에 바로 튀어나옵니다.


"운문사는 가 봤습니다만...."  60점


"사과, 복숭아의 고향이잖아요. 반시도 끝내주는데요~!" 90점


그런데 낙제점도 있습니다.


"예? 청도가 어디 붙어 있나요? 음..... 청주인가요?" 10점


아는 것이 그것 뿐이라면 애초에 묻지를 말았어야 한다고 낭월은 속으로 생각한답니다. 그래서 웬만해서는 어디에 사시느냐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가끔은 뚱딴지 같은 사람도 만납니다.


"한국은 언제 오셨어요?"


무슨 말이냐고요? 농담하자는 것이지요 무슨 말은요. 하하~


중국에 칭다오가 있는데, 그것이 한자로는 청도(靑島)여서 경북의 청도(淸道)와 같으니까 농담을 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또 낭월도 멍군으로 받습니다.


"예, 노산에 살다가 54년 전에 왔습니다."


노산은 칭다오의 주산이라고 할 수 있는 산인데, 언제 여행을 갔었기 때문에 알게 된 곳이어서 이렇게 받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산에는 도관이 있거든요. 그 사람이 마당발이라면 그 정도는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말은 이어지지요.


"아하~! 전생에 도사셨군요. 그래서 오행으로 방향을 잡으셨군요."


뭐 아니면 어떤가요? 그냥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주객은 서로 지기가 되어서 또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은 틀림없지 않겠느냐는 것이지요. 이러한 곳에 써먹으라고 상식이 있는 것이고, 그 상식은 발로 연마하는 것이라고 이해를 하면 되겠습니다. 물론 지금 낭월은 운남성에 가보려고 잔뜩 벼르고 있습니다. 내년 봄에는 시간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희망으로 기다리고 있답니다.


 


 


2. 지식은 손


누구나 나름대로 깊이 알고 있는 세상이 있기 마련이지요. 아마도 그것은 생업과 연결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남들보다 더 많이 알아야지 남들처럼 알아서는 밥먹고 살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지식을 접하다가 보면 저절로 상식의 세계가 넓어지면서 늘 감탄하곤 합니다.


그리고 지식의 세계를 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써먹는 것은 상식이고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은 지식이라고 하면 되겠지요? 손이 없는 사람은 평생을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발로 만들면 되지요. 문득 구족화가를 떠올려 봤습니다. 발과 입으로 그림을 그리지요. 그러한 경우에는 그것이 손이지 어디 발이라고 하겠느냐는 생각을 하면 되겠습니다.


손이 있으면서도 자신의 세계를 파고들어서 새로운 관찰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지식인이라고 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래서 항상 깨어있는 시각으로 파고들어야 하겠다는 생각도 이 가을에 짐짓 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 봐도 지식인들은 상식의 세계도 놀랍도록 넓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을 해보면, 상식으로 땅을 다져놓고서 그 위에 손으로 자신의 탑을 쌓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땅이 넓은 사람은 탑도 그만큼 높이 쌓을 수가 있겠고, 땅이 좁으면 탑도 돌맹이 서너 개 얹어 놓으면 그만일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다. 물론 볼품이 없어서 아무도 눈여겨 봐주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계속 정진하는 것이겠지요. 그것은 아마도 숨이 끊어지기 전까지도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낭월도 항상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면 속에서 치고 올라오는 질문의 욕구들을 참을 수가 없답니다. 그것은 아마도 평소에 궁금했지만 누구에게 물어 볼 수가 없었던 것들을 전문가를 만난 김에 몽땅 풀어놓으라고 다그치는 기분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사실 상식은 다른 분야의 전문가에게 이야기를 들으면 바로 쌓이는 것이니까 말이지요.


이렇게 해서 상식과 지식의 관계를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데 손발이 인체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또 드네요. 그렇다면 뭘 하나 더 추가해야 할까요? 머리를 만들어 볼까요? 그러지요. 그렇다면 머리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3. 지혜는 머리


그러니까 지혜(智慧)는 정수리에서 밝은 빛을 비추고 있으니까 그렇게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든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지가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아마도 유전인자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DNA는 뇌세포에 저장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해 봅니다.


지혜는 상식으로 쌓은 땅위에서 지식으로 만든 자신의 탑 속에 영롱하게 반짝이는 구슬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지혜가 없다면 탑은 탑이로되 광채가 나지 않는 탑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말을 하지 않아도 느낌이 전해지고, 우기지 않아도 사람들이 다 순응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지혜로운 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식은 뒤섞이는 것이고, 지식은 서로 경쟁하는 것이라면 지혜는 하나로 융화가 되어서 유유자적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도 되지 싶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새상을 관조하면서 살아가고 싶은 영혼의 이상향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또 생각합니다. 지(知)와 지(智)의 차이에 대해서 말이지요. 知는 알고 있는 것이고, 智는 지혜로운 것이니까 뜻이 분명히 다릅니다만, 이것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으면,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남에게 배풀어주는 것의 차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 보네요. 소위 말하는 성자(聖者)인 것이지요. 그러니까 '知+曰'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말할 왈이니까요. 어쩌면 일(日)자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태양처럼 밝게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되겠군요.


 


이렇게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마당을 내다 보면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그렇게도 지혜를 얻어야 한다고 설파하는 부처의 마음은 무엇일지도 생각해 보고,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뛰어다니는 어린아이와 부처 중에 누가 더 행복할 것인지도 생각해 봅니다. 물론 답이야 없지요. 그냥 둘 다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만 하면서 고개를 끄덕여 봅니다. 하하~


                 2010년 10월 22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