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 2007봄 대만-1 (철판신수가 뭐여?)

작성일
2007-02-14 18:01
조회
7988

2007년 봄 대만-1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대만 인연이 되려니까 자주 나들이를 하게 되네요. 일년에 한 번 씩이라도 나들이를 하면서 좋은 인연들을 만나서 귀한 말씀을 듣고 좁은 안목을 넓혀가는 것이 즐거워서 기회가 올 때마다 마음을 일으키곤 합니다.


이번에는 여러 선생님들을 찾아서 미쳐 인연이 없어서 접하지 못한 학문의 영역에 대한 의견을 청해 보려는 계획으로 보름 정도의 일정을 갖고 출발을 했습니다. 사진을 참고하고 설명으로 보충하여 이해를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볼 것이라고는 밖의 구름풍경과 네비게이션이네요. 지도를 보면서 대략 어디쯤 날아가고 있겠구나.... 하는 짐작을 하게 되니까 없느니보다 훨씬 좋지요. 항로를 보면서 대만의 공항에 거의 다 도착하고 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제주도를 통과한지도 한참이 되었네요. 대략 2 시간 정도의 비행시간입니다. 이번에 이용한 항공기는 아시아나입니다.



창 밖으로 보이는 구름이 너무 아름다워서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만, 막상 골라보니까 맘에 드는 것이 그리 많지 않네요. 피어오르는 솜사탕같고, 백설나라 같아서 보기 좋습니다.



아래에서 보는 세상과 위에서 보는 세상이 다르다고 하겠으니 지혜도 그와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생계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불계(佛界)에서 내려다 보는 중생계가 서로 어떻게 보일 것인지를 생각 해 봤습니다. 깨달은 이들은 하루살이가 거미줄에 매달린 것처럼 아둥바둥 살아가는 사람을 보고 가련하다고 하겠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중생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얻으면 성공이려니 하고 매달려 있는 형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상념에 잠겨 봅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깨달은 이의 안계(眼界)에 비치는 만물은 모두가 아름답고, 어두운 이의 안계에 비치는 만물은 어둠이요, 불행이요, 절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리고 뭔가 진리를 찾아서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나들이를 떠나는 낭월은 지혜의 흔적을 발견하고 배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바닷가를 서성이는 축에 끼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구체적인 사물을 보면 생각의 터널이 좁혀지고, 추상적인 사물을 대하면 여러 가지로 천만갈래의 생각이 얽혀지나가니 끝없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진리의 모습도 구체적이라고 한다면 연구를 할 자료가 없을 것같고, 추상적이고 상징적일 수록 더욱 더 연구를 할 자료가 많아지겠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잠시 일을 떠나서 자유로운 몸이 되니 이러한 생각도 술술 전개되어 가고 있는가 싶습니다. 그러자니 두어 시간의 비행은 너무도 짧은 시간이라고 하겠습니다. 어느 사이에 도원(桃園)국제공항에 착륙하겠다는 방송을 듣고서야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도원공항은 대북의 국제공항입니다. 예전에는 중정공항이라고 했다가 또 한 때에는 장계석공항이라고 하더니만 이제 도원공항이라고 하네요. 대만도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기내에서 내려다 보이는 지상은 낙원과 같이 느껴지네요. 녹음이 짙푸르게 깔겨 있고, 군데군데 인가들이 모여있는 풍경은 편안해 보이는 그림입니다.



좀더 하강하니 주유소라는 것도 알아 볼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착륙을 하였고, 택시를 타자마자 무릉출판사로 직행했습니다. 그 동안 구비하지 못한 도서들을 구해서 먼저 항공으로 보내 놓으면 더욱 빨리 보급을 할 수가 있겠기에 이와 같은 방법을 택하게 되었지요.



무릉출판사 풍경입니다. 화인은 열심히 목록을 보면서 빠진 책들을 찾아서 뽑아 내고, 성희는 목록을 보면서 도움말을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몇 박스의 책이 갖춰지게 되자 우편으로 보내 달라는 부탁을 하고서야 숙소로 향했습니다.



전에도 묵었던 내강호텔입니다. 큼직한 가방은 네 사람이 13일간 머무를 살림살이와 약간의 선물이 들어있습니다. 연지님은 겨울 내내 공부하러 오신 선생님들의 치닥꺼리를 하느라고 고생을 많이 하여 이번 여행에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휴가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탁상에 놓인 난초는 한국에서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색의 꽃을 갖고 있더군요. 난은 언제 봐도 고운 모습입니다.



예약한 방에 대해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사이에 꽃을 감상했습니다.



방에 짐을 들여 놓고는 풀어 놓을 시간도 없이 바로 길을 나섰습니다. 무릉출판사에서 소개를 받은 철판신수의 전문가라고 하는 선생을 만나서 철판신수가 뭔지 알아볼 계획이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말만 들어보고 책은 봤지만 실제로 어떻게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는데, 이번에 나들이를 한 김에 경험을 해 보려고 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권할 만한 선생을 부탁했는데, 전화를 해서 연락이 되었던 것이지요. 거주하는 곳은 삼중시로 대북의 바로 옆에 있는 도시였습니다.



이 분은 주진량이라는 선생으로 철판산수에 대한 저서가 있어서 이 분야에 대해서 밝은 지식이 있을 것으로 생각은 했습니다만, 실제로 나중에 들어보니까 상당히 지명도가 있는 선생이었던 모양입니다. 화인의 생일을 불러주고 철판신수로 답을 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랬더니 선생은 철판신수는 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상담료도 9천원인데, 자미두수로 봐도 자세히 나오니까 그럴 필요가 뭐가 있느냐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미두수도 이번에 살펴 볼 항목에 포함이 되어 있으므로 좋다고 했습니다. 잔뜩 기대를 하고 무슨 말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귀를 활짝 열고 기다렸습니다.


"형제가 셋이오?"


이 말이 제일성입니다. 그만 그 말을 들으니 온 몸에 힘이 쭈욱 빠져버리는 것입니다. 형제의 수를 맞추려면 적어도 6~7인의 형제가 되느냐고 해야지요. 물론 상담자의 연령대와 많이 낳지 않는 현실을 고려했는지 아니면 자미두수에서 그렇게 답이 나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실망부터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명판을 보면서 여러 가지로 설명을 해 줬습니다.



성희는 옆에 앉아서 못 알아 듣는 말이나 질문에 대해서 통역을 했습니다. 대화에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곡당철학관이 상호인가 봅니다.



그리고 내용에는 위와 같이 각 항목에 해당하는 궁별로 내용을 적으면서 설명을 해 줬지만 기초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내용을 이해 하기는 어려웠고 결과에 대해서 답을 듣는 것으로 이 분야의 정밀함에 대해서 가늠하는 것이 최선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보충설명을 한 메모지입니다. '번뇌심이 많다' '(이 분야의 학문을)연구할 좋은 기회이다' '33세부터 42세까지에는 외국나들이를 할 수도 있다' 는 등등의 내용이 있네요. 그 외에도 여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만 특별하게 가슴이 짜르르~한 내용은 없었던 모양입니다. 평점을 매긴다면 70점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내친 김에 철판신수를 배우려면 얼마나 비용이 필요하냐고 물었습니다. 한국 돈으로 약 1천만원 정도라고 했습니다. 생각보다 저렴하다고 하겠습니다. 기간은 대략 6개월 정도면 된다고 했는데, 관심이 있다고 판단을 했는지 그야말로 목제 주판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제야말로 철판신수의 진면목을 보는가보다'했지요. 수판알을 열심히 두드리고는 해당하는 항목이 있는 책을 보여줬습니다. 그 찾아보라는 내용에는 '형제가 여섯인데 하나를 잃는다'라고 되어 있었는데 또 빚나간 셈일까요? 이상하다고 했더니 다시 계산을 하고서는 시각의 오차로 인해서 변수가 있다고 하면서 다른 책을 보여주는데, 이번에는 다섯이 있는데 하나를 잃는다고 했더군요. 여하튼 철판신수가 왠지 '돌판구이'같았습니다. 익으면 먹고 안 익으면 말고....... 뭐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것이 철판신수라고 한다면 누가 배워서 써먹겠는가 싶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열심히 보여 준 모습은 영판없는 철판신수였지만 내용은 그리 큰 감동을 주지 못했던 것으로 생각이 되네요.


그래도 인연이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많이 걸어둬서 한 분야의 전문가임을 느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아마도 우리와는 인연이 닿지 않는 것같아서 그 정도로 하고 작별을 했습니다. 자미두수를 보는 비용은 3천원이었습니다.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위의 저자가 편찬한 철판신수입니다. 낭월의 설명을 보시고 나면 책을 볼 마음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것은 낭월의 소감이고, 각자의 인연은 있는 것이므로 내용까지 평가를 할 수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저서가 있다고 합니다. 다음에는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지난 여름에 와서 모두 맛있게 저녁을 먹은 기억을 떠올려서 근래철판소를 찾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철판과 인연이 많은 날이었나요? 하하~



모두 허기 진 배를 열심히 위로하면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깎아 놓은 파인애플을 하나 사와서 후식으로 즐겼습니다. 이  호텔의 방은 저렴해서 2인1실에 1300원 정도입니다. 주말에는 조금 오르기도 하지만 대략 그 정도입니다. 환율은 30:1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한국으로 환산하면 대략 4만원 정도라고 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