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8] 제자의 한소식 스승의 큰기쁨

작성일
2006-12-17 19:56
조회
6857

[제338화] 제자의 한소식 스승의 큰기쁨


 


 


눈이 엄청 내렸습니다. 온천지가 백화도량(白花道場)이 되었네요. 비록 하우스농사를 하시는 분들이야 조바심이 넘치겠습니다만 그래도 농사라고는 말농사만 하고 살아가는 낭월에게는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그래서 카메라를 안고 위로 아래로 뛰어다녔습니다. 사진 구경이라도 좀 하시기 바랍니다.


 











위의 사진으로 보는 설불(雪佛)이 마당에서
땡볕을 몇 시간 쪼이더니 꾸벅꾸벅 졸고 있네요.
부처나 사람이나 햇볕에는 졸음이 오기 마련인갑습니다.
몇 시간 후의 모습입니다.




1. 감로사는 지금 용신과 대운의 분석 중


요즘 감로사에서는 용신분석과 대운에 대한 대입법을 강의하고 있는 시점입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그래서 공부하시는 학생들이야 머리가 깨어질 정도로 고통스러울망정 낭월은 하나하나 깨달아 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르치는 자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기도 합니다. 오늘은 눈까지 폭설로 쏟아져서 풍경도 좋으니 이야기를 하는 낭월도 마냥 신이 났습니다. 이야기를 하는 가운데에서도 일진에 따라서 이야기하는 기분이 달라지는가 봅니다. 오늘은 경진(庚辰)일이네요. 상관 빨(!)이 받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하하~


2.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


설경(雪景)을 보면서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마시는 행복감을 아실 것입니다. 연지님이랑 내리 퍼붓는 눈발을 바라다보면서 커피 향에 취해서 환희(歡喜)에 잠겨 있을 즈음에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습니다. 지난봄에 공부를 하고는 하산을 했다가 다시 재 입산을 한 김명웅 선생이었습니다. 무슨 건의사항이 있는갑다 싶어서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커피를 한 잔 따라줬습니다.


3. 사연인즉.


“스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올라 왔심니더.”
“그러지, 무슨 말씀인고?”
“점심을 먹고 좀 쉬려고 누었는데예...”
“그래”
“갑자기 머릿속이 찌릿찌릿하면서 번개가 번쩍 치는기라예.”
“왜 그렇지?”
“아~! 이기 아닌가~~!!! 싶어서예”
“뭔가 한 소식 한 모양이구만.”
“모르겠심니더. 순간적으로 스님께 말씀드려야 겠다는 생각에...”
“그래 잘 왔네. 이야기 해봐.”
“심리궁(心理宮)에 대해선데예.”
“그래.”
“8개의 십성(十星)을 이야기하지 않심니껴.”
“그렇지.”
“그라이까네 두 개는 없다 아님니껴?”
“그렇지.”
“그런데 그 두개가 없는 이유를 알았는데예....”
“그래? 그거 대단한 발견이구만.”
“그런데 이기 옳은 긴지 아닌지는 모르겠심니더.”
“그야 이야기를 들어보고 판단하지 뭘.”
“그래서 얼른 달려 왔심더.”
“잘 했네. 천천히 이야기 해봐 어디.”
“그라이까네 신금(辛金)이 없는 이유는 예..”
“그래.”
“을목(乙木)을 극한다 아님니껴?”
“그래 극하지.”
“을목은 몸 아님니껴?”
“그렇지 몸이지.”
“사람이 존재할라카마 몸이 있어야 한다 아임니껴?”
“그렇지.”
“그라이까네 몸이 죽으면 안 된다 아임니껴?”
“그렇지.”
“그래서 신금(辛金)은 들어 올 자리가 없는기라예.”
“옳거니~~!! 말 되네.”
“그라고예.....”
“그래.”
“병화(丙火)는 경금(庚金)을 극한다 아임니껴?”
“그렇지.”
“경금은 일간(日干)인데 극받으면 죽어뿌는기라예.”
“옳커니~~!! 말 되네.”
“그래서 사주에 그 자리가 없는기 아인가 싶었심더.”
“그걸 생각하고는 머리 속이 확~! 밝아졌겠구만.”
“맞심더. 갑자기 잠이 확 달아남시로 퍼뜩 이야기를 해야겠는데...”
“그래서 숨이 턱에 닿아서 달려왔구만.”
“맞심더. 이 이야기로 들으시마 스님도 좋아하실 끼라는.....”
“당연하지 대단한 생각을 했네.”
“말이 되기는 하는 깁니꺼?”
“말이 되고말고 나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잘 생각했네.”
“고맙심니더. 평소 스님께서 말씀하신대로지예.”
“그래 기특하구만. 잘 했네. 멋진 생각이네.”
“사실 항상 현상(現象)을 살피라꼬 안 하심니껴.”
“그렇지.”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까네 이기 아닌가 싶은기라예.”
“올 겨울에 수확이 쏠쏠하구만. 축하하네.”
“아따~ 마~ 흥분이 되가꼬예~~!!”
“그래 그것이 바로 ‘한 소식 했다’고 하는 것이라네.”
“참말로 지가 예. 이런 생각을 할 수가 있다카는기 안 믿김니더.”
“그래 공부를 하다가 보면 문득 한 깨달음의 순간들이 밀려오지.”
“오늘도 말씀하셨잖아예.”
“무슨.....?”
“스님께서 공부하시고 주무실라카다가 문득 생각이 나시마는....”
“아 그래.”
“얼른 일어나서 컴퓨터를 켜고 적어놓고서야 다시 주무셨다 아임니껴.”
“그래 그랬지. 정말 그대로는 잠이 오지 않는다는 말을 이해하겠지?”
“이해하고 말고예. 정말 지금도 두근두근합니더.....”
“그래 또 연구 많이 하시게. 잘 했어.”
“그라마 쉬시이소. 가보겠심더.”
“그러시게.”


4. 가르치는 즐거움이 이런 것이겠지요.


참으로 흐뭇했습니다.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가면서 공부하는 즐거움이야 자신의 노력한 보람이겠습니다만 이와 같은 깨달음을 얼른 이야기하고 싶어서 달려 온 모습을 보면서 문득 부처님의 마음이 생각났습니다.


부처님이 도를 이루고 나서 얼른 그 소식을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은데, 제일 먼저 생각이 난 사람이 과거의 두 번째 스승이었다지요. 스승님께 이야기를 하면 나의 경지를 알아주고 기뻐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셨을 것이라고 짐작을 해 봅니다. 보통 사람은 그 소식을 이야기 해줘봐야 못 알아들을 테니까요. 그런데 그 스승은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무척 아쉬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 만난 스승이라도 찾아서 이야기를 해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그 스승도 이 세상 인연이 다 했다는 것을 알고 세상을 떠날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이제 자신은 무한한 해탈의 즐거움으로 넘치게 되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데, 다른 사람이야 이야기를 해줘봐야 알 수가 없으니까 그대로 적멸(寂滅-부처의 죽음)에 들려고 하는 마음을 먹고 있을 적에 사천왕이 나타나서 말렸다는 이야기는 생략하겠습니다만, 이 친구의 느낌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깨달음을 누군가에게 나눌 수가 있다는 것은 이와 같은 즐거움이라고 하는 것을 이해 했습니다.


낭월은 대체로 혼자 깨닫고 혼자 즐거워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해서 잘 했다는 말을 듣고도 싶었지만 그럴 대상이 마땅치 않았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만약 그러한 순간순간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검을 받을 스승이 있었다면 그 즐거움은 두 배가 되었을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행히 책을 통해서 나눈 이야기들을 보면서 함께 기뻐하신 벗님들이 계셔서 외롭지 않았습니다만 이러한 즐거움과 그 생각을 한 순간에 함께 나누는 즐거움이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5. 열심히 정진하시길 권합니다.


결국 연구를 하고 생각하는 사람의 몫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렇게 고심하면서 궁리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순간은 아마도 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맛을 한 두 번 보고 나면 그 다음에는 공부를 하지 말라고 해도 그만 둘 수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마치 마약을 맛 본 사람이 영원히 그 맛을 잊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렇게 학문의 세계는 점차로 깊고 그윽한 영역으로 진행을 하게 될 것이고, 그 순간의 즐거움은 노력을 한 자신의 몫이라고 하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학문의 즐거움이 이런 것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러한 장면을 벗님과 함께 나눠보려고 생각이 나는 대로 적어봤습니다. 학문을 이루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총명한 머리도 아니고, 왕성한 젊음도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학력과 재물도 의미가 없는 것 같네요. 오로지 중요한 것은 열정(熱情)과 끈기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 외에는 모두가 사소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환희에 가득한 나날을 기원드립니다.


          2006년 12월 17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