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 공부하는 방법

작성일
2006-01-1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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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공부하는 방법 -법운선사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오늘은 문득 예전에 통도사 강원에 있을 적에 공부했던 글귀가 떠올라서 밝아오는 아침을 바라다보면서 생각을 해 봤습니다. 비록 글이 이미 수백년을 헤아리는 오래 된 책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어제의 말씀과 같고, 오늘 바로 옆에서 들려주는 말씀과 같아서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글이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며, 글이 살아있다는 것은 본인이 몸소 체험하고 절절하게 느낀 것을 적어 놓으셨기 때문일 것이라고도 생각을 해 봅니다. 그래서 세월과 무관하게 글이 살아있는 경우가 많은가 싶습니다.


어떤 내용이길래 그러는가 싶으실 것도 같네요. 마침 인터넷에서 찾아보니까 관련된 내용이 있네요. 낭월이 봐서 좋은 글이면 다른 사람이 봐도 좋은 글이겠지요. 그래서 갈무리해서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공부의 방향을 잡는데 참고가 되실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을 살펴보고 있노라니 새삼스럽게 예전의 글공부 하던 20대 초반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그때에도 열심히 공부를 했던 것 같은데, 아마도 지금까지 그 영향이 있어서 공부에 대해서는 무엇보다도 용감한 낭월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전체를 다 보시고 싶으신 벗님은 아래의 경로를 찾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요약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해에 어려울 것으로 생각이 되어서 여기에서는 요약해서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은 제목만 봐도 이미 다 알 수가 있는 내용이기는 합니다.




        [무학십문(務學十門)]




   1) 不修學, 無以成. 배우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2) 不折我, 無以學. 나를 꺾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다.


   3) 不擇師, 無以法. 스승을 가리지 않으면 본받을 것이 없다.


   4) 不習誦, 無以記. 익히고 외우지 않으면 기억을 할 수 없다.


   5) 不工書, 無以傳. 글로 남기지 않으면 전할 수 없다.


   6) 不學詩, 無以言.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다.


   7) 不博覽, 無以據. 널리 보지 않으면 근거를 댈 수 없다.


   8) 不歷事, 無以識.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9) 不求友, 無以成. 벗을 구하지 않으면 이룰 수가 없다.


  10) 不觀心, 無以通. 마음을 궁구하지 않으면 통할 수가 없다.




이 중에서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은 반드시 본과만 열심히 할 것이 아니고, 잡과를 통해서 공부도 해야 설명을 잘 할 수가 있다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1,2,3,4,5번의 경우에는 참으로 중요하고 틀림없는 말이 아닌가 싶네요. 공부하시는 벗님들의 마음에 깊이깊이 새겨서 길을 찾아가는 도반(道伴)으로 삼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낭월의 소견으로는 7번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우물 안의 개구리를 면하는 방법으로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백가지 이론이 난무하는 시대입니다. 하긴 예전에도 그랬던가 싶습니다만, 이와 같이 각 분야에서도 각각의 학파(學派)가 각기 서로 자신이 옳다고 주장을 하는 시대가 되면 어느 한 사람의 말만으로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걸 수는 더더구나 없는 일이기에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벗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그리고 8번은 이론적으로만 열심히 할 것이 아니고, 스스로 실제의 경험을 해보라고 권하는 대목인가 싶습니다. 과연 공부하는 사람에게 이론만으로 가르치고 실제경험이 없이 된다면 이것은 절반의 공부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늘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하나의 학문을 공부하게 되면 주변의 연관된 모든 분야까지도 접근이 되다가 보니까 나중에는 머리는 복잡하지만 주변의 상황을 잘 헤아리게 되어서 남에게 설명을 해줄 적에도 논리적으로 타당하다는 생각을 얻을 수가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담양오 선생의 글을 보면서 느낀 것은 그런 것입니다. 처음에 장중산(章仲山)선생의 적전제자인 양구여(楊九如) 선생에게 배워서 환희용약을 했던가 봅니다. 너무 좋아서 펄펄 뛰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게 신나는 공부를 했기에 대현공실험이라고 하는 책도 남기면서 임상에 들어갔던 것이지요. 그리고서 현장에서 경험을 하면서 뭔가 이상한 조짐이 나타났던 모양이네요. 그러한 것은 경험하지 않으면 얻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말만 듣고 진행을 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것이지요.


다시 연구하고 고심하다가 다른 선생을 만나서야 비로소 모든 의문이 풀려서 자신의 길을 찾게 되었다는 말을 하는 것으로 봐서 경험하지 않으면 얻을 수가 없다는 말은 혼란한 이론이 난무하는 시대일수록 더욱 그 가치가 소중하다고 하겠습니다. 여러 선생을 찾아서 길을 묻는 것은 권장을 할 일이지 비난을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이 됩니다.


사주공부를 해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낭월의 책을 통해서 입문을 했지만 나중에는 뭔가 부합이 되지 않아서 다른 인연을 찾다가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벗님은 지혜로우신 것으로 봐야 하겠습니다. 아울러서 다른 이론으로 공부하다가 답이 보이지 않아서 다시 길을 찾다가 낭월의 책으로 길을 찾았다는 벗님도 또 그만큼 있으신가 싶습니다. 그래서 절대적인 최고의 학문이 있는 것이 아니고, 상대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공부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이렇게 공부를 한다는 것은 처음에는 글을 배우고[學文], 다음에는 질문을 하여 답을 구하고[學問], 그리고는 스스로 체험하고 확인하여 최종적인 결론으로 삼는다면 공부의 길에 만무일일(萬無一失) 즉 낭비가 없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이와 같은 마음으로 공부하시는 것이 가장 잘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므로




“인연이 있어 왔다가 인연이 다해서 갑니다. 그 동안 즐거웠습니다.”




라는 멋진 말을 던질 수가 있는 학문의 방랑자(放浪者)가 되셔 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삶은 자신만이 책임을 집니다. 다른 아무도 대신 할 수가 없으며 보상도 해 줄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늘 자신이 어디에서 답을 얻고 있는지, 혹은 속고 있는지를 스스로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생각하시고, 혹시 낭월에게도 뭔가 속고 있는 것은 없는지를 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학문을 이뤄도 무력한 졸개(낭월의 졸개)밖에 될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어떤 스승들은 제자가 자신을 추월하는 것에 대해서 무척이나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사람의 마음이지요. 예전에 싯달타가 수행을 하다가 스승의 한계를 느끼고 떠나고자 할 적에 스승은 자신과 함께 법을 펴자고 제안을 합니다. 그런데 싯달타는 자신의 의문이 아직 풀리지 않았다고 거절을 하지요. 그 때에 스승은 웃으면서 보내줍니다. 나중에 좋은 법을 얻거든 나에게도 알려주시게 라는 멋진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하튼 그렇게 인연따라 공부의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제자가 스승을 추월하는 것을 얼마나 많은 스승들이 두려워했으면 ‘청출어람승어람’이라는 말을 만들어서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겠는지도 생각을 해 봅니다. 제자가 스승을 추월하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 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 아닌가 싶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바둑을 두는 사람도 그러더군요. 스승을 이겨야 은혜를 갚은 것이라고요. 아마 같은 뜻이지 싶습니다.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늘 새로운 세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지혜로운 스승을 만나셔서 얼마 되지 않는 인생의 나날이 늘 즐거움으로 가득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오늘은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봤습니다. 사실은 이렇게 하고 있는 사이에도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책을 봐야 하는 것이 더 현명하겠습니다만, 그래도 뭔가 생각이 나면 함께 나누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낭월이네요. 혹 앞으로 한담에 글이 자주 보이지 않더라도 책에 빠져서 한담을 쓸 겨를도 없는가보다 하시고, 궁금하신 벗님은 풍수마당의 풍수공부방으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풍수마당으로는 현공본의에서 논하는 현공육법(玄空六法)에 대한 풀이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현공풍수를 어떻게 배워야 한다고 담양오 선생이 가르치고 있는지 벗님과 함께 생각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06년 1월 15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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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자료는 다음 경로에 있습니다. 참고하시고요.


http://blog.naver.com/venuslv?Redirect=Log&logNo=12262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