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4] 2006년의 대만 나들이

작성일
2006-01-09 09:18
조회
6604
 

[제284화] 2006년의 대만 나들이










그냥 여행이라고 하면 신이 나는 낭월입니다. 긴 강의일정을 홀가분하게 마치고 난 상태에서의 여행은 더욱 그럴 수밖에 없겠네요. 여하튼 급한 마음에 1월 3일자 비행기를 타고 대북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여행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여행은 성격이 좀 다르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왜냐면 이전에는 관광이 주요 목적이었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학습이 주요 목적이겠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병술년(丙戌年)에는 공부만 죽으라고 해야 할 판이고 보니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판단하고 그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 나선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들뜬 마음과 함께 걱정이 되는 부분도 있다고 해야 하겠네요.




들뜬 마음은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는 것이고, 걱정이 되는 것은 사람을 제대로 만나지 못하면 또 많은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나름대로 준비를 한다고는 했습니다만, 늘 사람을 만나는 일은 긴장이 되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낭월이 원래 사람 복이 많습니다. 이번에도 예쁜 조카 성희랑, 성실한 제자 화인을 대동하고 3인이 출국했는데, 화인은 촬영하고, 성희는 통역하며, 낭월은 문답을 나눌 참이므로 참 낭비가 없는 맴버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이른바 ‘황금트리오’지요. 하하~




1. 숙소는 늘 부담입니다.




여행객에게는 무엇보다도 도착해서 제일 처음 해야 할 일이 머물 곳을 만드는 것입니다. 지난 여행에서는 주로 청년숙소, 즉 유스호스텔을 많이 이용했는데, 그게 생각보다 편리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호텔이 아닌 여관 급에서 찾아보기로 하고 용산사(龍山寺) 주변에서 자리를 찾아 봤습니다. 그런데 공항버스로 대북역에 내려서 택시를 잡으면서 벌써 지난 겨울에 학원 다니면서 공부한 실력이 나오는 겁니다. 예전 같으면 성희에게 택시를 잡으라고 했을 터인데, 낭월이 나섰습니다.




구버젼 “롱쌴쓰~!” 해석하면 ‘용산사 가요’


신버젼 “워먼야오 취 롱쌴쓰 커이마?”


아이구 뭔가 말이 되는 것 같지요? 해석하면 이렇습니다. ‘우리는 용산사로 가려고 하는데 가능합니까?’ 하는 정도겠네요. 그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게 아닙니다. 얼마나 부드러워졌느냐는 것을 느끼지 못하신다면 외국어를 배워보신 경험이 없다고 해도 되겠네요. 그만큼 말의 느낌이 조금 부드러워지는데 드는 비용이 몇 달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같은 말이라도 느낌이 다른데, 어린아이의 말과, (그것도 교양이 있는)어른의 말과의 차이라고 하면 너무 호들갑스럽다고 하실랑가 모르겠네요.




여하튼 용산사에 내려서 주변의 숙소를 찾아 본 결과 매우 저렴한 여관을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셋은 짐을 던져두고 선생을 찾아 나섰지요. 처음의 목적이 선생을 찾는 것이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전화는 부담이었습니다. 더구나 초면에 하는 전화는 느낌도 중요하다고 봐서 성희를 시켰습니다. 그래야 편하지요. 주소를 적더라도 실수하면 고생하니까요.




2. 곽유량 선생을 찾아서




마침 연락이 쉽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장 택시를 타자고 했더니만 지도를 본 화인이 너무 멀다고 비용을 걱정합니다. 살림꾼은 살림꾼이네요. 그래서 우리는 지하철을 타기로 했습니다. 대만은 지하철이라고 하지 않고, 체운(逮運)이라고 하는데, 구조는 지하철입니다. 두번을 갈아타고서야 목적지에 도착해서 두리번거렸지만 찾을 길이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고생하느니 택시를 타자고 했지요. 기본요금이면 될 것으로 봐서 합의를 봤습니다. 그리고 골목골목을 뒤져서 찾아갔더니 마침 곽선생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사무실은 높아서 4층까지 올라가야 했습니다. 낭자들이 좀 피곤했을 겁니다.




여기에서 여러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시원시원하게 답변을 받았지요. 소문에 듣기에 대만사람들은 절대로 그냥 알려주는 법이 없다고 하는데, 그것도 사람 나름인가 봅니다. 우리가 만난 곽선생은 너무도 친절하고 상세하게 공부법에 대해서 안내를 해 줬습니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풍수마당의 [풍수공부방-대만풍수계의 단면]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 동영상을 찍은 화인의 공덕으로 조금 올려뒀으니 선생의 모습도 보실 수가 있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풍수공부방에 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시원시원한 이야기를 듣고, 다시 되돌아 오는데에도 기분이 무척 상쾌하더군요. 마침 대만의 기온은 15도에서 20도 정도였습니다. 눈구덩이에서 살다가 녹음이 짙푸른 풍경에 놓이니 기분도 여유로웠는지 모르겠네요. 다시 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을 먹고는 서점을 가봐야 하기 때문이지요.




3. 진원서국에서




진원서국은 용산사 부근에 있었습니다. 책에 나온 주소로 찾아갔더니 그런 곳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주변의 사람에게 수소문을 한 결과 한 참을 빙빙 돌아서 화서야시장 안으로 옮긴 진원서국을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물론 다양한 책들이 반겨줬지요. 지난 일년도 책을 적게 봤다고는 하지 못하겠는데, 또 책을 보니 얼마나 반갑던지요. 더구나 책으로만 만났던 책 제목들에 대해서 직접 만나니 더욱 반가움이 컸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보냈습니다. 성희는 좀 지루했겠지만, 애초에 그러려니 했으리라고 생각하고 많이 구경하고 쉬러 갔습니다. 책을 왜 사지 않았느냐고요? 책은 내일 사려고요. 우선 선을 본 셈이지요.




다음 날 다시 진원서국으로 갔습니다. 어제 봐둔 책들과, 필요한 나경을 구입하기 위해서 은행에서 돈도 좀 뽑았지요. 그리고 특별한 좌향측정기를 봤습니다. 돈이 없어서 그냥 왔습니다만 다음에 형편이 되면 당장 구입해서 양택에 활용을 해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슨 물건인지 궁금하신 벗님은 동영상보기 아이콘을 눌러보세요. 그림만으로도 대략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그리고 쇼핑몰에도 소개를 할 것이니까 형편이 되시고 맘에 드시면 구입하셔도 좋겠습니다. 사실 대만의 큰 건물들에서는 모두 이 장비를 이용한다는군요.




 




좋은 장비는 함께 알려서 사용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현공에서의 건물 좌향은 두통거리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측정할 방법이 있다면 사양을 할 수가 없겠습니다. 볼만 하지요? 많은 책을 구입한 다음에 숙소로 옮겨 놓고는 다시 집문서국으로 갔습니다. 집문서국에도 책이 많기 때문인데 조금 거리가 떨어져서 택시를 이용했습니다.




4. 집문서국에서




집문서국 아지매는 한국말은 알아듣습니다. 내용을 알아듣는 것이 아니고, 한국말이라는 것을 알아듣는 것이지요. 황당하셨나요? 그래도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해야지요. 왜냐면 한국말인줄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거든요. 여하튼 뽑아간 책의 리스트를 보면서 차근차근 잘도 찾아 주네요. 그러면서 같은 저자의 다른 책이 있으면 추천도 해주고, 그래서 또 책은 점점 늘어나게 됩니다. 한국에서 현공풍수가 붐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더군요. 정보는 정보망을 타고 흐르게 되어 있으니까요. 필요한 책을 거의 다 구입하니까 커다란 박스 두개가 가득차네요. 만한전석(滿漢全席)을 먹은 만큼이나 풍요로운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 왔습니다.




5. 장연리선생을 찾아서




내친김에 또 다른 풍수 선생을 만나봐야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장선생을 찾았습니다. 그도 대북현에 있어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물어갔습니다. 판교시라는 곳인데, 한국의 판교와 같은 이름이지요? 한자는 板橋입니다. 여하튼 찾아가서 곽선생을 만났을 적에 드린 질문과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물었습니다. 그런데 이 선생은 책상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칠판에 적으면서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그야말로 강사체질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책상을 펴고 앉아서 질문하면서 메모를 할 수가 있었지요. 여기에 대한 내용은 앞의 경우와 대동소이해서 설명은 생략했습니다. 좀 더 상세하게 설명을 들었다고 생각이 되는 정도입니다.




다만 수강료는 좀 다르더군요. 여기에서는 100만원이라고 했습니다. 줄잡아서 4천만원인가요? 아마도 기간을 논한다면 또 그만한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완전한 마무리를 이야기한 것이라고 본다면 앞의 경우와 큰 차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여하튼 수업료를 부지런히 모아서 공부하러 와야 하겠다는 생각만 하게 되었습니다.




6. 진춘익 선생의 팔자강의




성희가 번역하는 책이 있어서 찾아뵈었습니다. 그리고 짧은 일정이지만 심리분석에 대한 강의를 청했지요. 여기에서 또 새로운 경지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 분 왈, 지금부터 자신이 이야기하는 것은 절대로 남에게 글로 남기지 말라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다 알아버리면 자신이 먹고 살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물론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예전에 장대홍 선생이나, 강요선생 등이 천기누설을 금하라는 스승의 말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갈등을 했을지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인연이 있는 사람에게만 전해주면 되겠지요. 했습니다. 물론 앞으로 좀 더 시간을 두고 정리가 필요합니다. 잘만 되면 여름 강의에서는 맛보기라도 논할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아서 뭐라고 말씀 드릴 수가 없겠습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다시 가서 마무리를 해야 하겠네요.


역시 하건충 선생의 동생에게 전수를 받아서인지 심리구조에 대한 관법이 특이했습니다. 낭월의 궁금해 하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답변이 대체로 갖춰져 있었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물론 생극제화의 이치를 바탕에 두고 나오는 이야기지요. 그래서 또 열심히 강의를 들었습니다. 3박4일의 일정이 짧기만 했던 이유가 이와 같은 사연을 포함하고 있어서입니다.




7. 추억의 오팔금




작년 대만나들이에서 사 들고 간 오팔금으로 대안선생님은 기절하시고(소문에 의하면), 도향 선생님은 초풍하셨다는(맛이 갔다고 해석하지요. 하하~) 그 추억의 오팔금을 보고 그냥 귀국 할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면세점에서 한 병 구해서 들어왔습니다. 사실 대만에서 머무는 동안 내내 술친구가 없어서 맥주만 한 캔 마셨던 것이 전부였거든요. 돌아오는 비행기도 갈 적의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자갈길이었습니다. 기류의 변동이 심하다고는 해도 화인은 멀미를 할 지경이었으니 비행기멀미가 왜 생기는지 실감했습니다.




8. 금산선생의 재혈지




공항에서 안산에 들어오니 이미 11시인데, 달리 논산에 갔다가 금산으로 갈 수가 없겠다 싶어서 그냥 눌러 자고, 짐을 실은 채로 금산으로 향했습니다. 기풍수의 관점으로 본 땅은 어떤지도 궁금했거던요. 여기에 대한 자료는 풍수마당 음택답사에 있으니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그러자니 얼마나 바빴겠어요. 날도 차가웠는데, 동행한 강선생이 저녁을 사겠다고 해서 중국집으로 가서는 코스요리에 사들고 온 오팔금을 한 병 열어서 딸딸하게 여독을 풀었습니다. 하하~




이와 같은 경과로 지난 일 주는 얼마나 바쁘고 알찼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울러서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인연들에 감사드리게 되는 낭월입니다. 벗님의 공부에도 좋은 벗의 인연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또 좋은 인연 되면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06년 1월 9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