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 농자천하지두통???

작성일
2005-11-18 13:18
조회
6216
 

[제277화] 農者天下之頭痛???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요즘 계절에서 상쾌하게 느끼는 것을 보면 분명히 낭월의 체절인 열성(熱性)인가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뒷산이라도 올라가서 전체적인 주변 풍경도 다시 바라다보면 색다르게 보일 것도 같다는 생각을 한 지가 몇 달입니다만 아직도 산에 못 올라가는 것을 보면 얼마나 게으른 놈인지도 알듯 하고 말이지요. 그래도 눈 오기 전에 한번 올라가 볼 요량입니다.




1. 현실적인 부분




요즘 시골의 군청마다 마당에는 볏섬들이 가득합니다. 왜냐면 각기 추수를 해서는 쌓아 놓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가의 경영이 어려운데 팔아서 보태라고 했다면사 참 좋겠습니다만,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네요. 주변의 풍경을 보면서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사실 올해부터는 추곡수매가 중지되었습니다. 농촌에 살다보니 늘 들리는 이야기가 그러한 이야기라서 대략 그 속을 이해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야기를 올해 한 것이 아니고 작년에도 추곡수매를 2005년부터 하지 않는다는 말을 정부에서 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농촌의 사람들은 그렇게 신속하게 날짜를 정해놓고 변화하는 것에 참으로 서툴다는 것을 살아보지 않으신 벗님은 모를 것입니다.


그러니까 10년 전의 리듬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곳이라고 해야 타당하겠네요. 하기야 그러한 작용으로 인해서 과거의 풍습들이 그대로 지켜진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것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러한 변화가 급속하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2. 위정자(爲政者)의 생각




낭월이 이해하기에는 그렇습니다. 수입을 하게 되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비용으로 국민의 식량을 공급할 수가 있을 것이라는 숫자적인 계산이 나왔겠지요. 그리고 농민들도 농촌에서 일손이 없어서 고생하는 것을 본다면 지어봐야 수지도 맞지 않는 것을 하지 말고 다른 소득원으로 변환을 하게 된다면 좋을 테니까 그러한 변화를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해마다 추곡수매, 즉 매상을 하다가 중지하게 되면 다른 방향으로 전환을 하게 될 것이고, 처음에는 다소 혼란이 발생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득이 되어서 경쟁력이 있는 농촌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다는 정도의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혹 또 다른 복선(複線)이 있다고 하면 비싼 휴대폰을 팔아먹어야 하는데 자기네들도 뭔가 사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통상압력에 시달렸을 수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농촌의 얼마 되지 않는 수입을 무시하고 대탐소실을 하도록 방침을 정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국가적인 견지에서 그렇게 보는 것도 타당하고 얼마든지 이해가 되는 장면이기도 하네요. 무엇보다도 이해를 한다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3. 농민(農民)의 생각




그런데 농민들의 생각은 좀 다른 모양입니다. 농지정리를 하면 융자를 해준다고 해서 빚을 내어서 그렇게 했고, 토지를 개설하기도 하고, 또 농사를 기계화로 하면 융자를 해준다고 해서 또 그렇게 빚은 자꾸만 늘어났습니다. 그러다가 보니까 별다른 수입도 없고, 그렇다고 벼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정말로 답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매상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니까 분노를 할대로 하게 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심지어는 약을 먹고 유서를 쓰면서 죽어간 젊은 30대도 엊그제 뉴스에 나왔습니다만, 아무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지 크게 벌리지 말라는 정부의 당부가 있었는지 그냥 조용하기만 하여, 오히려 이것이 무슨 큰 폭발의 씨앗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어서 괜히 불안하네요.


오늘도 농민들은 자신이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들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키는 대로만 하고 살아왔는데 배신감이 든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크게 반발을 하고자 벼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고이래(自古以來)로 농민이 들고 일어나게 되면 천하가 혼란스럽다고 했는데, 그러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4. 해결방안




물론 답은 아닙니다. 여하튼 뭔가 해결이 되어야 하기는 하겠는데, 산골화상이 보기에는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런저런 답 없는 궁리를 하다가 유일한 해결책을 생각해 봤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농민의 생산물 중에서 벼는 전량 수매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국가의 공업화에 따른 상품수출에 의해서 쌀을 수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이 있다고 하면 그것이야 이해해야지요. 그렇지만 이해만 해서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문제는 정부도 장사꾼처럼 보인다고 하는 점입니다. 이익만 쫓아서 세금이 많이 나오는 공업의 산물에 대해서는 혜택을 많이 주고, 별 소득이 되지 않는 농산품에는 푸대접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는 것은 시골에서는 삼척동자도 다 짐작하고 있는 일이라고 한다면 믿으시려나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혐의를 받지 않으려면 농민의 쌀에 대해서는 전량 수매를 해야 합니다. 수출상품들로부터 그에 대한 부담을 지워주는 한이 있더라도 해결이 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하면 아마도 이 갈등은 오래 갈 것으로 생각이 되네요 그냥 누르기만 하면서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싶은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럼 다 사들여서 창고가 넘치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을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는 걱정을 할 일이 아니라고 하는 점을 생각해 봤습니다. 장자의 말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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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임금이 변방을 순회하는데 어느 성지기가 문안을 드렸습니다.


“임금이시여 만수무강(萬壽無疆)하소서.”


“싫여, 오래 살면 욕먹을 일들이 너무 많거든.”


“그럼 임금이시여 부귀영화(富貴榮華)를 누리소서.”


“그것도 싫여, 재산이 많으면 골치아픈 일들이 많여.”


“그럼 백자천손(百子千孫)하소서.”


“그것도 싫여, 자식이 많으면 두통꺼리가 반드시 생기거든.”


“에구, 현군인가 했는데 이제보니 완전 소인배로군요. 오래살게 되면 현명한 정치로 백성을 편안하게 보살피면 왜 독이 될 것이며, 재물이 많으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될 일인데 뭐가 골치 아플 것이며, 자식이 많으면 다 가르쳐서 남의 모범이 되면 될 일을 외 두려워한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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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본래의 뜻은 그대로 있을 것입니다. 여하튼 오늘 날의 정부에서 하는 일을 보면 꼭 요임금과 같은 형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쌀이 많으면 왜 걱정입니까? 가난한 백성들에게 헐값으로 나눠주는 겁니다. 그야말로 생존이 흔들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렇게 퍼주고 나면 국가를 다스리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감사해 할 것이며 농사를 지은 농민에게도 얼마나 감사를 하겠습니다. 기왕 나있는 길  하나 더 뚫어서 20분 단축하는데 투자할 것이 아니고, 이렇게 하는 것이 훨씬 소득이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서 안타깝습니다.


물론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만, 여하튼 지금의 일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가볍게 봐서 되지 않을 문제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 점을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벗님의 환경은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만, 농촌의 올 가을은 분위기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다들 곤두서 있다고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큰 일이 일어나게 되지 않을까 그 점이 염려스럽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정말로 정부의 뜻대로 아무도 농사를 짓지 않고 사다가 먹다가 어느 날에 갑자기 수출중지를 선언하게 된다면 이번에는 뭐라고 한다지요? 다시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권농가(勸農歌)라도 부를 참일까요? 이러한 것도 괜한 걱정이 되네요.


창고에 쌓아놓고 외국의 일 년에 두세 번 농사하는 쌀과 가격을 비교하면서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한다면 너무 소심한 경영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말이지요. 괜한 안타까움에 혼자서 넋두리를 해 봤습니다.




           2005년 11월 18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