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5] 마술학원에 간 낭월

작성일
2005-11-1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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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마술학원에 간 낭월












이게 뭔 말인가 하겠네요. 마술을 가르치는 학원에 가봤다는 것입니다. 웬 마술이냐고 하시겠습니다만, 사실은 중국어학원 부근에 저녁을 때우는 중국집이 있는데, 그 건물 1층에 마술학원이 있지 뭡니까. 그래서 등록을 해서 한 달 수강을 하기로 했던 것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정말 바쁘다고 하면서도 여러 가지로 다 하고 있지요? 그냥 지나는 길에 머리나 식혀보자고 시작해서 이제 3주가 경과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마무리를 하고 나름대로 느낀 것을 벗님께 소감 삼아서 적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1. 보기에 신기한 마술




마술이라고 하면 데이비드 카포필더가 생각나네요. 특히 만리장성의 벽을 통과하는 장면은 백미였지요. 요즘 그 친구는 뭘 하는지 보이지 않네요. 그 대신에 또 다른 젊은 친구가 길가는 행인들을 상대로 동전이나 카드를 갖고 마술을 보여주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신기하겠어요. 그래서 무슨 트릭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안달이 난 낭월이지요.


그래서 저녁밥을 먹고는 그 학원에 들어가 봤습니다. 그리고 젊고 잘 생긴 마술사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한 사람이 기초반으로 한 달 수강료는 15만원이라는 것을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을 이유로 3만원씩 깎아서 12만원에 한 달을 공부하기로 했더랬습니다. 그리고 마술의 도구는 모두 공급해 준다고 하기에 그러자고 하고, 입문이 2개월이라고 하기에 우선 시작을 해보자고 하고 작정을 했습니다.


인원은 낭월, 화인, 김선생님, 은영이, 그리고 경덕이까지 동원을 시켰습니다. 경덕이도 신기한 것은 못 참거든요. 그래서 한바탕 마술학원을 소란스럽게 만들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2. 카드와 동전과 고무줄




마술을 하는데 카드와 동전으로 하는 것은 많이 봤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습니다. 우선 카드부터 시작을 하는데, 맨 처음 하는 것이 부채모양으로 만드는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용어들은 모두 영어로 되어 있는데 그쪽에서 들어 온 것이라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마술을 배우면 마법사가 되는 것이므로 영어 몇 단어 정도는 인내심으로 배울 작정을 했습니다.


첫날에는 카드 다루는 기술을 습득해야 했습니다. 사실은 마술도 보는 사람은 마술이지만 하는 사람은 기술이라고 하는 것 정도는 벗님도 아실 겁니다. 그래서 부채처럼 만드는 것도 여러 가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카드를 손아귀에서 자유자재로 희롱해야 비로소 카드마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바닥에다가 좌악~ 펴기도 하고, 손가락을 따라서 카드가 일어나는 모양과 다리모양 등등을 하면서 그것만으로도 벌써 마술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이나 연습을 한 다음에 비로소 몇 가지의 기초적인 마술을 배울 수가 있었습니다. 아마 생각이 나실 겁니다. 자신은 고객이 선택한 카드를 모르면서 기똥차게 찾아내는 그야말로 마술같은 마술 말이지요. 이제부터 그것을 배우게 된다고 하는 것을 설레이는 마음으로 배웠지요.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를 하고, 다음날은 동전으로 사람을 속이는 것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그리고 셋째 날은 고무줄로 마술을 하는 것까지 배웠습니다. 조그만 노랑고무밴드 있잖아요. 물건도 끼우고 하는거 말이지요. 그것으로 마술을 부리는 것을 배웠습니다.




3. 마술을 배워 본 결과




에구~ 배워보기는 뭘 배워요. 매주 한 번씩이므로 세 번 강의를 들어본 것이지요. 그런데 지난 시간까지 배워본 결과, 이것은 배우는 것은 속임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미리 그러한 것을 알고 시작을 했습니다만, 어떻게 하면 진짜같이 사람을 속일 수가 있느냐는 점을 연구하고 궁리하는 것이라고 하면 적당할 듯싶습니다.


그리고 또 대단한 것을 하나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마술은 보는 것이 실연하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것이지요. 사실 마술을 보면 신기하잖아요. 그런데 막상 배워서 해보니까 스트레스만 받고 전혀 재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식신(食神)이 할 기술은 아니었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상관이거나 편관이라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식신의 관점으로는 매력적인 면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마술사의 손놀림을 경이로운 눈빛으로 바라다보는 것이 훨씬 즐겁고 행복하다고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았는데, 그만 땡땡이를 칠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4. 하나 깨달은 점




마술을 배우면서 또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그 결과 하나 대단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마술을 보는 사람의 심리를 역이용 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막연하게 그러한 구조에 의해서 이용당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습니다만, 어떤 동작을 함으로 해서 그렇게 된다는 것을 알고 보니까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상대방의 심리는 간단하다는 군요.




“어디 나를 속여 봐, 난 속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깐.”




바로 이러한 심리를 역을 이용하므로 이미 그러한 마음이 되어 있는 순간 속게 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예전에 야바위꾼에게 거금 5000원을 날린 적이 있는 낭월인지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더군요. 그래서 앞으로 마술에 대해서는 아무리 잘 하더라도 어떻게 그러한 원리가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아보지 않을 요량입니다. 그냥 즐겁게 속아주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지요. 하하~


그리고 기술 하나하나는 모두 고도의 심리전술도 포함되어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심리전술 치고는 기술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러한 것으로 시간을 낭비하기에도 피차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전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이나저나 직업이므로 최선의 노력을 하셔야 하겠습니다만, 취미로 하는 입장에서는 남을 속여서 즐겁게 하기 보다는 자연의 올바른 이치를 궁구하고 그렇게 해서 깨달은 진실을 알려줘서 감동을 받도록 하는 것이 더 유익하겠다는 생각으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오늘은 또 무슨 재미있는 꺼리가 있을지 몰라서 또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학원에 가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어제 밤에는 중국말로 꿈을 꿨습니다. 중국에서 여관에 방을 얻으러 가서는 말을 하는데 줄줄 우리말처럼 나오는 겁니다. 에구~ 이제 뭔가 되어가는 모양입니다. 열심히 해 볼랍니다.




       2005년 11월 11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