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 중국어 삼매경이라고라???

작성일
2004-04-0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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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중국어 삼매경이라고라고???




그냥 중국어 공부를 하다가 느낀 점이 있어서 그야말로 잡담, 중국말로는 ‘리아오티엔(聊天)’의 이야기를 해 드리려고 하는 참이다. 어제 저녁에 학원에서 중국어 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점이 있어서 한번 생각을 해보고자 하는 것인데 그냥 떠버리의 착각이라고 생각을 하시면 되겠다.




1. 학원에서 있었던 일




늘 하듯이 학원에 도착해서 지난달부터 새로 한국에 들어온 북경 출신의 까오샨(高珊)선생님과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한참을 책을 보면서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는데........




한 순간, 책의 한 문단이 갑자기 한글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다시 눈여겨보니까 다시 본래대로 한문으로 되어있었다. 극히 짧은 순간이었지만 분명히 해당 문장은 한글로 보였으며 풀이가 되어 있어서 그냥 바로 보면서 한글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분이란...... 아마도 공부에 몰두하신 벗님이시라면 알 것도 같다.




그 순간의 황홀함을 다시 느껴보려고 눈을 가늘게 뜨고 문장을 째려 봤지만 다시는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도 그게 정상일 것이다. 이렇게 한 순간의 맛을 보고 나면 다시 그러한 경험을 하려고 하다가 그만 공부에 게을러지고 만다는 말이 문득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2. 전에도 그런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정묘년에 적천수징의(滴天髓徵義)를 공부하면서 책에 몰두하는 과정에서 그냥 술술술 해석이 되어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다시 새롭게 떠오르는 것은 이러한 촉매제로 인해서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공부가 될 적에는 그냥 기분이 상쾌하고 산뜻해서 그야말로 청량산(淸涼散)을 먹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인데, 아마도 공부에 몰두하신 벗님들은 모두 이러한 경험 한두 번 해보지 않으신 경우가 없으리라고 생각이 된다.




실로 이러한 경험을 불교적인 용어로 삼매(三昧)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 봤다. 그리고 어느 사이에 잊고 있었던 경험이 새롭게 떠올라서 새삼스럽기도 했는데, 그래선지 중국어 공부도 이제 조금 더 열심히 하면 중국말이 그냥 우리말처럼 귀에 술술 들어오고, 중국 책은 그냥 한글 책을 보듯이 줄줄 내려가는 날이 오지 않겠느냐는 희망이 마구마구 생겨나는 것이었다.




3. 이러한 경험은 모든 부분에서 가능할 것이다.




모든 일에서 일어나는 과정은 같을 것이라고 봐도 되겠다.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는 학자나, 글을 쓰고 있는 서재의 작가나, 혹은 멋진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감이 온 몸의 신경세포를 감싸게 되면서 마구마구 악상(樂想)이 떠오르는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영감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순간이 엄습하게 되면 아마도 그야말로 인간의 오감(五感)을 초월하는 새로운 영역의 즐거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게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해 본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사주학을 공부하시는 벗님에게서도 일어나기를 기원해 보는 것은 또한 공부하는 사람의 바램이라고 해야 하겠다. 그야말로 음양의 세계와 오행의 경지에서 환희심(歡喜心)을 느껴보신다면 그야말로 독서삼매가 이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도 해본다. 벗님의 공부가 올해에도 일취월장을 하셔서 더욱 새로운 경지를 연마하시기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정진하시자는 말씀을 드린다.




4. 이러한 일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한두 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지속적으로 이러한 현상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점점 그윽한 경지로 몰입하게 되는 세상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누가 말려도 듣지 않고 공부에 몰두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며, 이러한 마음으로 공부를 하노라면 어느 순간에 음양오행의 자연 모습이 그대로 눈앞에 적나라(赤裸裸)하게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맛을 보지 못하신 경우라고 한다면 무슨 헷갈리는 소린가 하실 뿐이다. 그래서 ‘아는 사람만 안다(知者知)’고 하는 말도 있지만, 벗님의 공부가 이러한 경지에 늘 자유로이 들락거리게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낭월도 그냥 재미가 있어서 공부를 하던 중국어(올바르게는 漢語라고 해야 한단다)에 대해서 다시 새로운 욕심이 난다. 왜냐면 언젠가는 중국어 책이 한글로 보이게 될 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겨서이다. 아직은 물론 중국방송(cctv4)을 봐도 들리는 말은 늘 제한적이다. 대다수는 자막에 뜨는 글자로 짐작을 하고 넘어가게 되는데, 더 열심히 정진한다면, 그야말로 사주공부를 하듯이 한다면 언젠가는 그냥 한국의 방송을 보고 듣듯이 되지 않겠느냐는 욕심이 살금살금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가 엊그제 배운 말이 튀어나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용신을 찾아서 헤매다가 갑자기 용신의 글자위에 붉은 잉크가 한 방울 떨어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런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참 재미있는 공부이다.




그리고 역시 망상제일(妄想第一) 낭월이라고나 하듯이, 오늘 밤에 창힐할배가 나타나서 텔레비전라도 한 대 주시지 않을까 싶은 꿈을 꿔본다. 그렇게만 된다면 그냥 중국어가 보이고 들리지 않겠느냔 말이다. 허허~ 미리 꿈꾸고 해석하고 다 해버리는 낭월이다. 창힐 할배가 한자를 만들었다고 하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게다. 우짜던둥 노력하고 또 노력할 뿐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게으름을 비웃는다.




           2004년 4월 3일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