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조삼모사(朝三暮四) 작전

작성일
2000-12-31 00:00
조회
5744
조삼모사(朝三暮四)작전


제90화
-
조삼모사(
朝三暮四) 작전 (2000.12.31)



뭐 작전식이나 거창하게 이름을 붙을 거야 없겠지만 실로 때로는 사소한 일에 대해서도 작전이 없이는 해결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겠다. 그리고 그러한 일로 인해서 분쟁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주로 자녀와 연관된 부분에서는 참 만만치 않은 점이 많아서 늘 부모의 입장을 고민스럽게 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는 이러한 작전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고 한다.



1. 작전명령 '朝三暮四'


낭월의 두 아들 녀석 이야기이다. 우선 큰놈은 올해 중3을 마치고 이제 자신의 길을 찾겠다고 여행을 떠난 지 벌써 며칠이 되었는데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안산의 이모 집에서 네트워크 게임에 완전히 빠져 있다는 말도 있는데, 직접 보지 않았으니 짐작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오늘의 주제는 이 녀석이 아니고 작은아들 경덕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놈은 컴퓨터를 사준 이후로 줄기차게 게임에 매달리고 있는 열성이다. 물론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다 그러시듯이 게임은 조금만 하고 공부는 많이 해주기를 바라시겠고 우리 연지님도 당연히 그렇게 바라는 마음으로 그 동안 달래기도 하고 얼르기도 하고, 할 수가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을 하는데, 그래도 뾰족한 방법이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다가 이번에 겨울 방학을 마지하게 되었는데, 역시 아니나 다를까 방학 첫날부터 아들과 어머니의 피눈물나는 전쟁이 시작되었던 것을 온 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니 여기에 대해서 아무래도 무슨 특단(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소리?)을 내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렇잖아도 고민이 많은 낭월이 며칠을 두고 생각을 한 끝에 내린 결론이 바로 조삼모사인 것이며 여기에 대해서는 이제 자초지종을 설명해 드릴 참이다.


이미 감이 잡히신다면 또한 낭월이보다 고단수라고 해야 하겠다. 낭월은 이 방법을 찾아 내는데 적어도 3~4일이 걸렸기 때문이다.


2. 원인 분석부터 하고.....


무엇보다도 이 녀석이 게임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야 하겠는데, 물론 그 이유야 대다수의 아이들이 그렇듯이 새로운 것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이라고 한다면 달리 설명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이 녀석의 팔자를 보면 완전히 종아생재를 하는 꼴을 하고 있기도 하니 그 미래지향적이면서 호기심 탐구에 대한 열정은 헤아리고도 남음이 있다고 하겠는데, 또 사주가 혹 궁금하신 벗님이 계실까 하여 공개를
해 드리도록 한다.


時 日 月 年
壬 壬 甲 戊
寅 寅 寅 辰


이렇게 생긴 사주이다. 아마도 낭월이 평소에 외격을 부정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으로 늘 생각을 하고 계신다면 또 이런 사주를 갖은 아들 녀석의 명식에서는 과연 어떻게 이해를 하고 있을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듣고 싶으시리라고 생각이 된다. 물론 이 사주도 교과서에 의하면 분명 종아생재격이다. 그리고 낭월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제는 時干의 壬水이다. 이렇게 비견을 두고 그대로 종을 하겠느냐는 점에 대해서 산뜻하게 답변을 드리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남의 사주는 정격으로 보고 자기 아들의 사주는 외격으로 보는 마음이 없는지도 스스로 다짐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럴 마음도 없다. 교과서에 있는 유사한 자료를 보면 이렇게 생겼다. 살펴보도록 하자.


(1)             (2)              (3   )           (4)
壬壬壬壬   乙壬庚丙   壬壬壬壬   壬壬甲戊
寅寅寅寅   巳午寅寅   寅寅寅午   寅寅寅寅


1번-명리정종정해:대귀함


    2번-적천수징의:종재격으로 시랑벼슬함

3번-적천수보주:부호임

4번-사주첩경:대법원검사에 임함

이렇게 되어 있는 것을 보면 고전으로 봐서는 분명 작은아들도 종아격으로 봐서 무리가 없겠다. 그런데 다시 웬만하면 종을 하지 않는 사주를 하도 접하다 보니 고전도 다 믿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점차로 강하게 들면서 이 녀석도 어쩌면 시간의 임수를 의지하고서 그냥 버틸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것은 지금 결정을 내릴 수는 없으리라고 생각이 된다.


특히 금년의 대운은 乙卯의 대운에서 卯木이 작용을 하고 있으니 어떨지 모르겠는데, 경진년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올해의 상황이 즐거우면 정격이고 고통스러우면 종격이라고 할 참인데, 지금까지 봐서는 건강도 약하고 엄마에게 받는 스트레스도 엄청나서 아무래도 종아격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좀더 두고 봐야 할 일생의
숙제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각설하고.


이 녀석이 게임에 빠져드는 것은 주변의 강력한 식신으로 인해서 깊이 빠져들겠는데, 그 식신이 겹쳐 있으니 부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그리고 빠져들기는 하는데, 여러 곳에 빠져든다는 말도 가능하겠기에 게임에 몰두하기에는 딱 좋은 구조라고 할수도 있겠다.


그래서 또한 사주쟁이의 에비 입장에서는 이해를 못할 바도 아니다. 물론 자제력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하게 생긴 것이 관살이 너무 무력해서이다. 그래서 자신을 다스린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게 생겼고, 눈치가 없걸랑 직관력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인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으니 아무래도 해결을 할 방법이 만만치 않다고 밖에 결론을 내릴 수가 없어서 낭월이 이 해결점을 찾기 위해서 고민을 하고 또 했던 것이다.


그 와중에도 서버에 용량은 넘치고, 그래서 저렴하면서도 잘 해주는 곳을 찾아서 다시 공간을 넓혀서 서버이전까지 하려니까 일이 여간 많지 않았는데, 아마도 경진년의 낭월은
줄기찬 일복이 넘쳤던 모양이다. 그 바람에 낭월한담도 새로운 글이 올라가지 못했고 사실은 오늘도 연지님은 어디 바람이라도 쐬러 나가자고 그렇잖아도 잘 흔들리는 역마를 자꾸만 자극하고 있으니 이것을 참기란 또한 참새의 방앗간 스쳐지나가기라고나 해야 할 모양이다. 여하튼 아들 녀석이 게임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연구하는데 무슨 서론이 이렇게 긴지 모르겠군.....


원인 분석을 한 결과 팔자에서 충분히 그럴 수가 있다고 해석을 해야 할 모양이다. 올해의 운은 편인으로 부정수용까지 포함이 된다고 보면 어머니의 말씀이 숭고한 사랑의 말씀으로 들리기보다는 아마도 상처 난 곳을 송곳으로 찌르는 기분이 될 것이라는 것을 미뤄서 짐작하고도 남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3. 묘안 찾기


모자간에 싸우는 것을 보면 아마도 앞으로 50년은 그렇게 싸워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늘 벌어지는 장면들이다.


- 아침이면.........


엄마: "경덕아, 아직도 자니?"


아들: "........"


엄마: "어제 또 밤 새웠지(상당히 고음으로)?"


아들: "........"


엄마: "그러니까 일찍 자라고 했잖아~!!!!"


아들: "일찍 잤는데요......."


- 저녁이면.........


엄마: "그만 컴퓨터 끄고 자거라~!!"


아들: "예......"


엄마: "대답한지가 3시간이다. 아직도 않자~!!!"


아들: "잘께요......."


이렇게 매일 아침저녁으로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도 어쩌면 벗님의 가정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생기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러한 원인 분석을 하면서 또 묘안이 없을까를 생각하는 낭월이다. 물론 강제로 억압을 해서 일시적으로 효과를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팔자를 연구한다는 놈이 그래 관살도 약한 놈을 눌러서 무슨 신통한 수를 얻겠느냐는 직업의식(!)이 발동을 하면서, 중간에서 아들의 맘을 헤아리자니 아내가 두렵고, 아내를 거들자니 아들이 불쌍해서 도무지 진퇴양난이요 사면초가(웬 사면초가??)의 현장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낭월이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명색이 가장이요 최고 책임자라고 하는 막중한 임무에 다시 짓눌리는 것은 정관의 무게일 것이다. 그래서 고민을 며칠이나 한 다음에 내린 작전이 바로 조삼모사였던 것이다.


4.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문득 장자를 뒤적이다가 이 글을 발견하고는 '옳거니~!' 하고 무릎을 쳤다. 진작에 이러한 방법을 생각해 냈더라면 좋을 것을 이제까지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 과연 둔재다운 현실이라고 하겠다. 여하튼 작전을 세웠으면 시행을 해야 한다. 우선 연지님을 조용히 차악~ 가라앉은 목소리로 불렀다.


"와그라노?"


"않있나....."


"뭔 말을 할라카노?"


"경덕이 놈 말이다."


"그래 에비가 좀 따끔하게 말을 해야지 뭐꼬."


"그래서 말인데..... 내가 작전을 생각했다 아이가."


"작전은 무신 작전. 컴퓨터 빼앗아 오지 않구서."


"그게 아니고... 방법이 필요한기라...."


"그래 말이나 들어보자. 뭔데?"


"그 녀석이 지금 감질이 나 있다고 생각을 한기라."


"감질은 뭘 밤새 한다는데..."


"그래도 생각을 해 보거래이"


"당신은 우째 맨날 새끼들 편이고. 내 신랑이 맞나?"


"그래 니 신랑이 맞제."


"못 믿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있네요 쳇~!"


"조 놈이 아무래도 엄마 눈치를 보느라고 감질이 나는기라."


"눈치를 보는 놈이 맞기는 맞아?"


"그렇지 그럼.... 얼마나 신경이 쓰이겠노.... 엄마가 나오시나... 들어가시나.... 부르시나... 화장실 가시나.... 방에 들어오시나.... 자라고 하시나..... 밥 먹어라고 하시나.... 등등등 말이다."


"아따 그래 마 내가 쥑일 년이다."


"그게 아니고 이건 심리적으로 분석을 한 기라..."


"그래서 우짜자는 말고, 결론이 뭐냔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이제 내가 방법을 이바구 하꾸마 잘 듣거래이."


"정말 명 짧은 년 숨 넘어 가것네..."


"조삼모사라고 하는 말이 있는기라."


"난 그런 유식한 말은 모린다. 쉽구로 이야기 해봐라."


"그러니까 이번 방학 내내 게임에 푹 파묻혀서 미쳐버리게 하잔 말인기라."


"뭐라꼬? 당신이 에비 맞나?"


"그러니까 완전히 엄마 눈치도 안 보고 그대로 미쳐서 환장을 해버리게 하잔 말이다."


"그러면 그 놈이 얼마나 좋다꼬 할꼬.... 눈에 선하다. 정말."


"어허~ 말을 좀 천천히 들어보라카이..."


"그래 말도 같지 않은 말이지만 들어는 주꾸마."


"그 다음에 방학이 끝남과 동시에 게임과 손을 끊는기라. 어떻노?"


"그게 잘 될거 같나?"


"그러니까 작전 아이가. 참 내.."


"그래 맘대로 안되마 우짤끼고?"


"이것은 분명히 승산이 있는 작전잉기라 된다카이~"


"우째 그기 가능하다고 생각하노? 이 엉뚱한 양반아."


"오행을 봐도 너무 많거나 적으면 필요가 없는기라...."


"그래 오행은 그렇다 카더라만 그기 무신 상관고..?"


"상관이 있제.... 게임을 하는데 늘 감질만 나니까네 양이 차지 않는기라. 그러니까 겨울 한달 내내 게임 속에 푸욱 빠져들어서 원 없이 하면 그 갈증이 풀리게 되는기라. 그라마 그 다음에는 별로 생각이 들지 않는거나 같은 기라. 술을 많이 묵고나마 그 다음 날은 술이라는 글자도 보기 싫은거랑 같은 이치라고 할 수가 있지."


"우째 들으마 말이 될 것도 같구만...."


"하모, 말이 되고 말고지. 그러니까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하는기라."


"또 뭐꼬?"


"첫째는 매일 1시간씩만 게임을 한다. 앞으로 대학교 갈때까지 이렇게 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 말을 들으마 더욱 갈증이 날끼라.... 하하하~!"


"그렇게 해야지 당연히~ 둘째는 뭐꼬?"


"바로 둘째가 묘안인기라 한달 내도록 게임을 하고 개학이 되면 게임을 끊는기라."


"그기 잘 될까....?"


"이 놈은 틀림없이 두 번째의 방법을 택할기란 말이다. 그라마 못을 박아야제."


"뭐라꼬 칼라꼬?"


"만약에 게임에 손을 대면 컴퓨터는 박살을 내는기라. 이건 내 성질을 봐서 틀림 없다고 봐도 되겠제?"


"그래 당신 성질이야 모르겠나만.... 의심쩍다.... 아들캉 한 통속 아이가?"


"이게 바로 조삼모사인기라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준다고 하니까 원숭이들이 조련사에게 달려들었다꼬 않카나 그래서 조련사는 다시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준다고 하니까 원숭이들이 좋아했다꼬 하는 말에서 나온 긴데 경덕이도 당장 밤새워서 게임을 해도 좋다고 하는 미끼에 걸려들고 말끼 너무도 뻔한기라. 그 다음에는 작전 성공이지뭐꼬."


"글쎄....."


"그러니까 당신도 경덕이에게 한달 간은 절대로 게임 그만 하라는 말은 하면 않된데이. 역효과가 난다고 봐도 좋을끼다. 이것을 협조해야 한다 알겠나?"


"그래 알겠다."


"그럼 경덕이 불러라."


이렇게 해서 작전이 진행 중이다. 물론 이러한 연구를 하는 것이 결국은 아들 녀석을 위해서라고 말을 할 참인데 알아 주려는지는 모르겠다만 몰라줘도 할 수가 없다고 해야 할 모양이다. 그런데 작전에 차질이 자꾸 생겨서 고민이다.


5. 작전의 위험 상황


문제는 연지님의 입에 밴 '게임 그만하고 자거라'이다. 이 말이 어제 저녁에도 자연스럽게 튀어 나와서 낭월이를 긴장시키는 것이다. 원 없이 하라고 약속을 해 놓고서 잠을 자라느니 말라느니 하는 말을 들으면 또한 스트레스가 남을 것이기 때문에 후에 게임을 끊는데 장애물로 작용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다짐을 했다.


"연지야, 자꾸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안 된다고 안카더나."


"잠은 자고 해야 할거 아이가."


"어허~ 와 이리 답답하노. 지금 잠이 문제가 아닌기라."


"그럼 뭐가 문제고?"


"이런, 아지매야 전쟁에서 이기느냐 마느냐 하는 중대한 일 아니가."


"............."


"인자 절대로 그카지 말거래이 알았제?"


"그래 알았다. 안카꾸마."


이렇게 다짐은 받아 뒀는데, 이 작전이 성공이 될지 말지는 낭월도 내년 봄을 살아봐야 하겠다. 여하튼 중요한 것은 지금은 아들이 아주 속이 편하게 마음껏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 사이에 쌓였던 갈증도 시간이 경과하면서 풀려가지 않을까 싶은 생각뿐이다. 물론 잘 되기를 바라지만 모를 일이다.


벗님께서도 혹 게임하는 자녀와 고민이 되시는 중이라고 한다면 한번 심사숙고를 해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그 작전의 전말을 전해 드린다. 연지님의 성화에 아마도 오늘 오후는 나들이를 해야 할 모양이다. 저무는 해를 대천에서 보자고 떼를 쓸 모양이다. 벗님의 길에도 힘찬 신사년이 되도록 기원 드리면서 아울러서 낭월명리학당을 아껴주시는 사랑에 더욱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드린다.


2000년 마지막 날에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