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어느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

작성일
2000-02-17 00:0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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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45화]어느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



원진님 안녕하세요.


 


보내주신 책과 애정이 담긴 편지 잘 살펴봤습니다. 낭월입니다. 늘 행복하신 나날이 되시기 바랍니다. 편지로 봐서는 남성인지 여성인지 잘 모르겠군요. 아무래도 좋습니다만, 그래도 궁금하지요. 하하~


 


개인과 사회에 대해서 궁금하신 점이 있으셨나 봅니다.


 


일리가 있는 말씀이시고요. 사회가 아름답다면 개인적인 불행도 상당히 좋은 방향으로 개선이 되리라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만 그렇게 되더라도 역시 상대적인 불행감은 개인의 몫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가령 복지사회라고 하는 스위스나 미국의 경우에 복지혜택을 받는 사람이 한국의 빈곤층과 비교를 해서는 훨씬 행복하다고 하겠지만 미국의 기준으로 본다면 비참하다고 느낄 수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느끼는 것은 사회가 아무리 잘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피할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개인의 운이 아무리 좋아도 사회에서 부담을 준다면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서 얻는 만족감은 적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특히 북한에서의 운이 좋은 사람에 대한 의미는 남한의 기준으로 봐서는 별로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그리고 연변의 조선족이 운이 좋은 사람은 한국에 밀입국을 성공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보기에는 그렇게 해서 밀입국으로 들어온 다음에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딱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러한 점을 보면서 사회와 개인의 관계는 참으로 복잡해서 한마디로 말씀을 드리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개인적으로는 운이 좋을 적에는 만족감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개인적이라고 말씀은 드렸습니다만 운은 개인적인 길흉에 비중을 두고 해석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를 들어간 사람이 모두 운이 좋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본다면 그 중에는 후회를 하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따라가느라고 고통이  심할 때마다 사회적으로는 비록 낮은 대우를 받는 학교라고 하더라도 오히려 그게 부러워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문득 이런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왕비를 뽑는 선발대회에서 '전국:1'의 엄청난 경쟁률을 통과한 여인이 많은 축복 속에서 왕의 부인이 되었을 적에 운이 좋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남들이 보는 것이라는 점을 중시하지 않을 수가 없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또한 어떻게 느낄지는 본인만이 아는 것이라고 하겠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기분이 좋고 만족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행복하다고 하겠고, 운이 좋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사주에 관살이 작용을 하고 있어서 남의 통제에 잘 적응을 한다면 특별히 문제가 없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런데 혹 이 여인에게 상관이 있어서 마음대로 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고 한다면 또한 문제는 달라집니다.


원래가 상관은 능력이 뛰어나서 남에게 빨리 드러나기도 하므로 선발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오랫동안 억압을 당하고 견디면서 왕비의 품위를 지키기에는 얼마나 감옥과 같은 시간이 될지 본인만이 알게 될 것입니다.


 


살기가 갑갑해서 가족들에게 하소연이라도 한다면 다들 펄펄뛰겠지요. 배지부른소리 하지 말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실로 이 여인으로 인해서 많은 가족들이 덤으로 행운을 얻게 되니 다들 그럴 것은 보지 않아도 알만 하다고 하겠지요. 그래서 참는 대로 참아 보겠지만 역시 행복은 참는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싶습니다. 여하튼 이 여인은 왕비의 가식에 가득찬 행동들이 결코 행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감옥생활이라고 하게 될 가능성이 많겠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이 "여염집 규수보다는 저자거리의 여인이 오히려 행복하겠다. 그들은 자유가 있지 않느냐~!" 라는 절규를 할 수도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비록 그 여인의 사주 격국이 잘 나서 왕비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그것이 행복의 기준은 될 수가 없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서 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낭월이 생각으로는 사회적인 영향보다는 개인적인 행복에 대한 기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이렇게 사회와 개인에 대한 운의 차이를 비교해 봤습니다만 약간의 참고가 되실지 모르겠습니다. 기왕에 명리학에 인연이 되셨으니 좀더 연구를 하셔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시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보내주신 세 권의 서적은 고맙게 보관하겠습니다. 그리고 관심이 있게 살펴보고 도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깊은 배려에 감사 드리면서 이만 난필을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늘 행복하신 나날이 되시기 바랍니다.


 


2000년 2월 17일에


 


        계룡산 감로사에서 낭월 두손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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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낭월한담을 즐겨 보신다니 여기에 답변을 드립니다. 죄송한 말씀이오나 보내주신 소포의 포장지를 잃어버려서 답변을 드릴 수가 없게 되었음을 이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생각을 해보는 것도 좋을 내용이라고 생각이 되어서 이렇게 올려 드립니다. 늘 덤벙대는 낭월임을 느끼겠습니다.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