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바둑 이야기

작성일
2000-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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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바둑 이야기



한 동안 진원역회(眞元易會) 총회다. 백일기도 회향이다 해서 분주하던 주변이 조용해져서 또 한담을 찾는다. 그 사이에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나... 하고 기웃거렸을 낭월한담 애호가 벗님들께 죄송한 마음도 들고 해서 오늘 아침에는 한가한 이야기나 해 드릴까 싶어서 컴을 켜본다.


 


1. 바둑에 빠져있던 시절


 


대략 24~5세 무렵이었을까 싶다. 당시에 특별한 일에 관심이 없어도 한가하던 때였는데 학원이나 갈까 싶어서 검정학원을 등록하고 다니다가는 애초에 인성(印星)이 멀리 年干에 있는 낭월이의 팔자로는 공부가 인연이 없다고 판단을 해야 할 것이었던지(당시에는 사주 공부는 무시하고 살던 시절) 공부는 3개월만 하면 흥미가 없어져서 더 다니기가 싫었다. 그래서 뭔가 그에 대한 보상이 될만한 재미있는 꺼리가 없을까 싶어서 기웃거리다가 기원엘 놀러가게 되었는데, 여기에서 바둑에 빠져들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늘 그렇듯이 뭔가 시작을 하면 책부터 사 나르는 습관대로 바둑관련 서적 코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돈은 적고 책은 많다보면 항상 그렇게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당시에 보던 책들은 한국기원의 『월간바둑』은 당연히 년간으로 구독을 했고, 조치훈의 『목숨을 걸고 둔다』를 보면서 프로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 바둑의 역사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게 되고, 조남철 사범님의 노고가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하기도 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조치훈이 조남철의 아들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실은 같은 조씨고 해서 부자지간인줄 알았었던 것이다.


또 한국 바둑은 순장바둑이라고 해서 애초에 포석을 끝내놓고 싸움으로 시작을 한다는 것도 알았고, 그 바람에 지금의 바둑 룰은 일본 바둑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 이 정도라면 아마추어로써의 상식은 충분하다고 해도 될 참이다. 그럼에도 실제로 바둑의 실력은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언제나 5급이라고 하는 말을 해보나 하다가 아직도 그 자리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바둑을 좋아하는 마음은 여전히 가슴깊이 도사리고 있다.


 


실전에 대국을 해야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듣고 기원을 찾아가면 원장님이야 반갑다고 하지만 실제로 대국을 할라치면 그 지독한 담배연기에 질려서 도중에 그만두고 나와버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으니 무슨 기원 출입을 하랴 싶었다. 그래서 두어달 다니다가는 그만두고 바둑학원을 찾았는데, 그 바람에 성북동에서 머물 적에는 삼선교 부근의 이주룡 사범(당시 3단이셨던가...)의 부친이 운영하시는 기원에서도 기웃거렸는데, 이 사범을 만났더니 프로를 하려고 하느냐고 묻는 것에 대해서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냥 바둑이 좋아서 배우고 싶었는데 프로기사를 생각하느냐는 말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역시 프로는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프로를 생각하는지 아마추어를 생각하는지에 관심이 많다는 것에 대해서 요즘 사주쟁이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 마음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낭월이도 누가 감로사에 사주공부를 하러 오면 프로를 생각하지 않으면 공부하지 말라는 말을 할 때가 가끔 있으니 말이다. 아마추어라면 그냥 집에서 책을 보면서 공부를 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만큼 공부를 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는 탓일 게다.


그 후로 성남에서 머물면서는 신사동의 바둑교실로 공부하러 다녔는데, 여기에서는 이봉근 사범(당시 5단)님과 정수현 사범(당시 4단)님도 만났는데, 그러고 보면 마음만 먹으면 선생님은 만나는 모양이다. 그러나 역시 천성이 3개월을 넘기지 못하는 셈이라 그런지 길게 버티지를 못하고 1년만 투자를 하라는 이야기를 뒤로하고 또 농땡이를 부렸으니 바둑의 실력은 맨날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당연한 인과라고 봐야 하겠다. 그래도 책은 늘 읽었는데, 이제부터 꺼내볼 이야기 보따리는 이런저런 책에서 나온 평을 참고로 사주의 十星의 심리구조에 의한 대입을 해볼 생각이라는 점을 이제사 말씀드린다. 다만 내용의 정보는 벌써 20여년 전의 책에서 본 것을 그것도 기억력에 의지해서 떠올리는 것이라는 점에서 정확도는 약할 것이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려야 편하게 이야기를 풀어갈 수가 있겠다. 근래의 상황에 대해서는 책을 볼 겨를이 없어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을 양해 바란다. 다만 가능하면 사실적인 점을 말씀드려보도록 하겠다. 애기가(愛碁家)의 입장이라고 한다면 20년 전이나 30년 전이나 큰 차이가 없으리라고 본다.


 


2. 기풍(碁風)은 팔자의 심리에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러한 주제로 공상을 해볼 참이다. 바둑을 두는 사람은 자신을 프로기사라고 소개를 하는 것을 봤다. 기사는 많지만 프로기사는 바둑을 두는 사람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프로기사들이 바둑을 두지만 스타일이 다 다륻는 것이 참 묘한 현상인데, 사람이 다르니 두는 스타일도 다르겠지만 그렇게 스타일을 보면서 사주에서는 그러한 성분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불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여기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참이다.


 


1) 조치훈과 정재와 겁재의 혼합성


 


우선 한국의 자랑이라고 해야 할 조치훈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의 기풍은 실리적인 면이라고 평을 한다. 그렇다면 정재가 될 것이고, 사주에 정재가 있다면 당연히 서로 통하는 면이 있겠다. 그래서 그의 책을 보면서 사주를 찾을 수가 없을까 싶어서 기웃거려봤는데, 책에 나온 생일로 찾은 사주는 다음과 같다. 직접 들은 사주가 아니므로 틀릴 수도 있음을 말씀드리고 시작한다.


 


時日月年


乙乙乙丙


酉未未申


64 54 44 34 24 14 04


庚 己 戊 丁 丙 乙 甲


子 亥 戌 酉 申 未 午


 


미월의 을미일주이다. 사주에 정재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일간이 乙木이락고 하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실제로 을목은 정재의 성향을 기본적으로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간의 특성으로 인해서 실리적이라고 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주체성이 상당히 강할 것은 좌우에 있는 을목 비견으로 인해서이다. 겹쳐있으므로 다소 자제를 하는 면이 상당히 발생할 것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4세에 일본을 건너가서 형을 의지하고 바둑을 둘 수가 있었던 것은 주체성이 없이는 곤란한 문제라고 하겠다. 그리고 최연소 5단인가가 되었을 적에 어느 기자가 물었다고 한다. 최연소 5단이 된 소감이 어떠냐고. 그때 조치훈은 '난 5단이 되기 위해서 일본에 온 것이 아니예요.'라는 말을 했다고 일본 사람들이 열 받았다는 후일담도 전한다. 이러한 성분에서 주체성을 느끼게 되고 역시 비견이 있는 작용이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과정은 아무래도 좋고 결과에 대해서 비중을 두는 것은 일지 편재의 강력한 통제성이라고 봐야 하겠다. 언제나 그의 바둑을 두고 난 나머지 시간은 마지막 1분이었다. 그 의미는 최선을 다해서 바둑을 둔다는 것이고 끝내 중요한 것은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책에서 목숨을 걸고 둔다는 제목은 그대로 팔자의 을목이 느끼는 비장함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목숨을 건다고 하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것은 을목의 생명력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격존이 모두 음으로 모여있는 것을 보면 내성적 감정형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활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서 내면의 자신과 싸워서 성공을 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는 것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하겠다. 다만 식신이 일지에 암장되어 있어서 연구하는 과정에서는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것이고 그래서 '장고파(長考派)'라고 하는 별명을 얻게 되는 것이 당연할 것이고, 사주에 인성이 없으니 직관력은 약했을 것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오래도록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겠는데, 실은 직관은 제일감이라고 하지만 실수를 할 가능성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점에서 좋다고 하기도 어려운 성분이 되겠다. 여기에서 알 수가 있는 것은 속기파는 정인의 작용을 받고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하는 추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상관은 년간에 있으므로 해서 표현력도 상당히 약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니까 이렇게 암장된 식신이라도 충분히 한 방면의 대가가 될 수가 있다는 것에 긍지를 느껴야 하겠다. 다만 더 이상 파고들면 개인의 신상에 대한 문제가 될지도 모르므로 이 정도 선에서 줄이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시리라고 본다. 다만 戌土대운에서 교통사고로 고생을 했다면 용신이 인성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2) 면도날이라고 불리는 사까다 에이오(판田榮男)


 


이제부터는 짐작으로만 생각을 해볼 참이다. 이름을 한자로 써야 하는데 생각이 나지 않음을 헤아려 주시기 바란다. 날카롭다고 해서 별명이 면도날이고 그의 강의집을 보지 않고서 고수가 된 아마추어는 없으리라고 봐도 되겠다. 초기에 한국에 번역된 교재였다고 봐야 하겠는데, 실은 면도날이 되는 것을 그의 말로 빌려보면 다음과 같다.


 


"내가 면도날이라고요. 물론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실은 어기저기 엄벙덤벙하고 서둘다가 늘 곤경에 처하게 되고 그래서 결국은 해결을 하지 않으면 죽게 되므로 해결책을 찾아서 고민을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랍니다."


 


이 말을 사주쟁이가 생각을 해보면 겁재의 성분이라고 해야 하겠다. 남이 다 먹기 전에 차지를 해야 하겠다는 욕심이고 이 성분은 경쟁심리를 불러  일으키는 겁재의 성분이라고 봐야 하겠다. 다만 겁재 혼자서는 처리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처리를 잘 하는 것에는 상관이 제격이다. 그래서 그의 사주에서는 겁재과 상관이 단연 우세를 점하고 있지 않을까 상상을 해본다. 처음에는 조치훈이 넘지 못해서 애를 먹은 상대자였는데, 후에는 늘 편한 상대였다고 하니까 덤벙대는 사람과 물고 늘어지는 사람과의 싸움이라고 하겠다.


 


3) 우주를 경영하는 다께미야(무궁정수)


 


귀퉁이를 차지하면 유리하다는 바둑의 통설을 뒤집어 엎어버리려고 하는 사람이다. 늘 우주에서 천하를 경영하는 그의 스타일은 아마주어가 보기에는 너무도 현란한 아름다움이라고 해야 하겠다. 우선 그림이 시원하여 볼만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큰 스케일은 어디에서 나올까를 생각해보면 결과에 대해서는 별로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지 않겠느냐는 추리를 하게 된다. 조치훈의 실리는 결과에 비중을 두는 작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멋대로 두는 것은 결과는 그때 가서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고, 일단 흥에 겨워서 바둑을 둔다고 보면 비견의 성분이라고 하겠다. 실속은 없어도 재미있으면 그만이라고 해보자. 역시 비견이 제격이다.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는 것은 식신의 성분이다. 모험을 즐기는 것은 편관이다. 또한 이러한 성분들이 작용을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본다. 참으로 대단한 모험이기 때문이다.


 


4) 대마를 잡으러 가는 킬러 가또마사오


 


원래가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이 있는 것이고 보면 애초에 무모한 가또인 모양인데 그렇게 해도 역시 프로인 것을 보면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책을 보면 의도하는 바가 슬슬 시나리오처럼 본색을 드러내면서 너무나 통쾌한 서부극을 보는 듯 싶은 때가 많다. 그대로 한 방에 끝내버리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어째서 이러한 스타일이 생겨나게 되었을까를 보면 사주에 정재가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즉 처음부터 대마를 잡으러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하는 생각이 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않되는 필연성을 생각해 보면서 치밀하지 못할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그러니까 이떤 필연적인 흐름으로 유도를 해야 하겠고, 이것이 가장 변화를 줄이면서 끝내는 방법이라고 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정재 대신에 편재가 있다고 하면 되겠는데, 역시 마무리를 못하는 것으로는 비겁이 상당히 강할 것이라는 추리를 해본다. 본인이야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온 방법인지는 모르겠으나 구경꾼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다. 그래서 또 팬이 많은 모양이다.


실은 낭월이도 끝내기를 대단히 못한다. 사주에 정재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것을 사주 탓으로 돌리려는군.... 쯧쯧) 그래서 한방에 끝을 내는 방향으로 모색을 하게 되고, 어느 비실거리는 대마가 눈에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찍고 달려든다. 성공을 하면 참으로 통쾌하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30% 미만이다. 그래서 늘 닭 쫓던 개의 꼴이 되어버리고는 허탈해지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되면서 슬슬 바둑이 재미없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대마를 잡으려고 덤비는 가또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 것이다.


 


5) 컴퓨터라고 불리는 이시다


 


이름이 이시다(石田)는 확실한데 그 다음이 아리송하다. 컴퓨터라고 하는 벌명이 붙은 이상 그의 사주에는 어떤 성분이 있을 것인지 대뜸 짐작이 가야 한다. '치밀한 계산력=컴퓨터=正財'로 이어지는 공식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사실 바둑은 계산이나 마찬가지이다. 결국은 숫자이다. 결국 몇 집이 더 많느냐는 것으로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숫자에 밝으면 그만큼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한 때 세상을 주름잡기도 했지만 역시 그것만은 아닌 모양인지 오래 버티지 못하는 모양이다.


여하튼 정재가 살아있을 것이라는 점은 가능성이 많겠는데, 이러한 재능으로 계산바둑을 구사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중급 이상의 실력을 얻으려면 정재 하나쯤은 있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본다. 편재는 기분만 내다가 망해버리는 성분으로 자꾸 생각이 되어서이다. 다만 포석의 감각은 편재가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초반에는 그만큼 통제를 할 부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중반 이후가 되면 싸움을 해야 하므로 편재는 도움이 되지 않고 치밀한 수 읽기가 포함되어버리면 정재가 활기를 띤다. 그래서 장고파의 유리함이 힘을 얻는 것이다.


 


6) 돌부처와 견주는 이창호


 


한국의 자랑이라고 해야 할 이창호 사범은 명실공히 일인자이다. 근래에 약간 난조를 보인다고는 하지만 기본이야 어디 가겠느냐는 생각을 해본다. 그의 별명이 돌부처라고 한다면 인내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사주에는 편관이 있을 것으로 봐야 하겠다. 자신의 감정을 누르고 기다리는 것은 편관이 없이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편관에게 제어를 받는 비견도 있어야 제격이다. 조용히 기다렸다가 자신의 몫을 다 하는 성분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언제나 치밀한 계산도 포함이 되어야 하므로 정재는 늘 필요한 성분이겠다. 이러한 복합 성분으로 한국 바둑계의 일인자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 해본다.


 


7) 반상의 미학사(美學士) 오다께(大竹英雄)


 


오다께의 강의집도 사 본 책에 속한다. 물론 자세하고 친절한 가르침이 느껴졌는데, 그러한 성분을 고려해보면 정인의 성분이라고 해야 하겠다. 어머니와 같은 마음이라고 해볼까... 배우는 사람의 입장을 잘 고려해서 설명해 준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봐도 되겠다. 그리고 기분이 잡치면 돌을 거두는 기사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조치훈에게는 만만한(!) 상대였다는 말도 들리는데, 그래서 한국의 바둑애호가들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역설적인 말을 하기도 했다는데, 참 재미있는 성품이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것을 보인다면 재성은 약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본다. 흥에 겨워서 바둑을 둔다고 보겠고, 역시 직관이 강한 성분이라도 봐서 인성의 작용이 보인다. 제멋대로 거두고 싶으면 그만두는 것은 비견의 성분으로 봐도 되겠다. 깔끔한 모습에서 신사라고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 점에서는 정관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본다. 애써서 승패에 무관심한 듯한 표정이라면 정관의 체면이 작용한다고 생각을 해서이다. 바둑지고 속좋은 사람이 있겠느냐는 생각에서 해본 것이다.


 


8) 무관의 제왕 오청원


 


관운은 지독히도 없었지만 그의 무궁무진한 궁리의 결실은 그대로 식신의 작품이다. 반상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생각했던 것도 참 매력적인 성품이고 틀을 깨는 것에 대해서도 능동적인 것을 보면 새로움을 추구한다고 봐야 하겠고, 상관의 성분일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결실이 너무 없었던 것을 보면 재성은 도움이 되지 못했던 모양이다. 기다니(木谷實)와 바둑에 골몰해서 연구하던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고 하는데 타이틀은 하나도 없는 것을 보면 아마도 관성이 없거나 있어도 깨어진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존경의 마음을 품게 만드는 것을 보면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 모르겠다. 지도력은 상관이다. 당시의 바둑계를 들끓게 만들었던 십번기는 불후의 명작이라는 평을 받는 것 같다. 낭월이도 좋아하는 분이다. 연세로 봐서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듯 싶다.


 


대충 이러한 생각을 해봤다. 또 강의를 해야 할 시간이 되어오니 이 정도로 줄이거니와 명리학을 공부하시는 벗님은 드라마를 보거나 자서전을 보거나 여하튼 그의 성품을 읽어보려고 노력하시는 것이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말씀으로 매듭을 지으면 사주선생답다고 하시려나 모르겠다. 하하~


 


        눈 덮인 계룡산에서 낭월 두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