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읽고서 의견 드립니다.

작성일
2003-03-12 08:10
조회
6098
아래는 어느 벗님이 관련된 내용을 메일로 보내주셨습니다. 감사드리며 그냥 혼

자만 보기 아까워서 여기에 올립니다. 함께 살펴보시고 이해에 도움이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드리는 낭월 두손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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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스님, 낭월한담의 제100화 "아내의 가슴과 프로이드"를 읽고 의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낭월스님.

평소 낭월스님의 책을 접하고 마음속으로 저혼자 스승으로 모시면서 존경심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름은 박재우이고 현재 29살입니다.

감로사이트에는 자주와서 선생님들께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다음이 아니오라 제가 심리학을 전공했는데 프로이드에 대한 스님의 견해를 읽

고 프로이드의 견해가 나온 배경에 대해서 잠시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멜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우선 프로이드에 대한 일반적인 심리학계의 견해를 말씀드리자면, 스님말씀대

로 지나치게 성에 대해 집착하고 인간을 부정적으로 보며 인간의 합리적이고 이

성적인 면을 등한시 했다는 지적이 강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프로이드 시대

까지는 개념이 모호했던 무의식의 영역을 개척하고 나름대로 이론을 만들어서

인간에 대한 이해를 보다 넓혔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프로이

드에 반기를 들고 나온 이론들이 심리학의 커다란 여러 학파들을 만들었다고 하

니, 프로이드가 없었다면 아마 현대심리학도 없었을 것입니다. 융도 또한 프로

이드에 반기를 들고 나온 사람중 하나이구요.



프로이드를 이해하려면 일단 프로이드가 인간의 본능을 상당히 중요시 했다는

점을 이해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깐 스님의 이론처럼 십성에 기반하여 인간

의 성격이 결정되는 측면이 강할진데, 이러한 십성에 기반한 인간성격을 더 파

고들어가면 결국은 본능에 따라서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본능을 구성하는 가장 큰 성분으로 프로이드는 <성욕>과 <공격욕>을

생각했습니다. 성욕은 종족을 보존하려는 욕구에서 나온 것이고, 공격욕은 개

체 자기자신을 보존하려는 욕구에서 나온 것이라고 이해합니다. 십성의 측면에

서 보면 스님의 책을 통해서 볼 때 식욕이나 재물욕, 권력욕 등도 있을 것인데

프로이드는 이를 성욕과 공격욕 두가지로만 생각을 햇던 모양입니다. 아니면 이

러한 식욕이나 재물욕, 권력욕, 지식욕 등등도 모두 성욕이나 공격욕으로 설명

이 가능하다고 봤던 것이구요.



프로이드 또한 신경생리학자로서 당시 물리학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

의 이론에서도 물리학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보이는데, 즉, 사람은 평형상태를

유지하고자 한다는 <동질정체이론>과, 사람의 정신에너지중에는 자유스럽게

쓸 수 있는 에너지와 자유스럽게 쓸 수 없는 에너지가 있다는 <엔트로피의 법칙

>이 그것입니다. 이 두가지 법칙은 인간행동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법칙으

로 프로이드는 이해했습니다.

여기에 또한가지로 프로이트 이론의 근간이 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 세가지 구

조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즉, 본능인 <이드>, 현실욕구인 <자아>, 양심과

도덕성인 <슈퍼자아>가 그것인데, 사람이 나이를 먹을수록 양심과 도덕성인 슈

퍼자아가 성장하고 이는 이드와 대립한다는 것입니다. 즉, 항상 사람은 본능인

이드의 지배를 받는데 슈퍼자아가 성장함에 따라 결국 마음에 갈등이 생기고 여

기서 마음의 평행상태는 깨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마음의 평행상태를 유지해야 마음이 편안하기 때문에 무의식적

으로 <방어기제>라는 것을 만들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할려고 합니다. 즉 이드

와 슈퍼자아가 싸우니깐 이 중간에서 자아가 끼어들어 중재를 하려는 식이지

요. 이 방어기제라는 것은 합리화를 하거나, 마음을 억압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남의 것으로 투사하거나, 자신의 욕구를 다른 대상으로 승화하는 등 여러가지

가 있습니다.



제 의견인데, 아마도 이러한 방어기제가 작동할시 십성에서 볼 수 있는 여러가

지 면에 사람들이 집착을 하지 않게 되는가 하는 점입니다. 즉, 때론 동료나 친

구와의 관계에 집중하기도 하고 때론 연구에, 때론 재물이나 여자 혹은 권력에

집중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들 이면에는 바로 본능이 지배를 하고 있고, 사람들은 본능

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자기자신이 한 행동이 왜 그렇게 나온건지도 모르고 그

저 본능의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이끌린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자기인생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은 어떻게 보면 불교에서 현생의 원인과

결과를 인간자신의 주체적 행위보다는 전생의 업으로 보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

을 것이란 생각도 해봅니다. 다만 프로이드는 전생의 업이 아닌 본능으로 풀이

를 한 것이고, 또한 본능중에서도 유독 성욕과 공격욕을 강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욕구의 불만도 어렸을 때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프로이드는 보고

있습니다. 즉, 대개 5세 이전에 인간의 성장은 결정되고 그 이후는 정신적인 면

의 성장은 없다고 하는데, 이때 성장의 가장 큰 열쇠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오는

만족감이며, 이 또한 성욕을 중심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불만족스

러운 욕구충족은 커서의 행동에 본능을 통해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그래

서 모든 행동의 이면을 성적인 측면으로 해석하는 프로이드식의 해석법이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제 의견에는 프로이드는 어떤 인간의 합리적인 성격구조를 파악하기 보다

는 그 성격구조보다 더 한층 깊은 차원인 본능에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려고

했기 때문에 성격구조에 대한 분석이 미흡했지 않겠느냐는 점입니다. 따라서 프

로이드이론을 볼 때는 인간의 합리적인 면이나 성격구조적인 측면이 아닌 가장

기초적인 인간행동의 원인에 대한 설명을 한 점에서 살펴보아야할 것으로 봅니

다.

여자의 가슴에 대한 설명에서도 프로이드식으로 설명을 하자면, 남자들이 여자

의 가슴에 집착하는 것은 현재의 삶이 힘들고 어려울 때면 어렸을 때 행복했던

어머니와의 관계를 무의식중으로 찾고자 하는 퇴행현상(이또한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고(이런 집착으로 현

실에서 불안했던 마음이 없어질 수 있으니깐요), 또한편으로는 어렸을 때 만족

스럽지 못했던 어머니와의 관계에 대한 현재의 발로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즉, 프로이드는 현재행동의 원인을 모두 과거의 행적(특히 부모님과의 관계)과

본능차원에서 설명하고자 하며, 인간의 심리구조나 성격구조에 근거해서 설명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사료됩니다. 인간의 성격구조인 이드,자아,슈퍼

자아는 그저 본능의 작용력을 이해하는 하나의 수단이 될 뿐이지요.



스님의 심리분석이론의 근간이 되고 있는 <융>의 심리이론은 바로 이러한 프로

이드의 부정적이고 비합리적인 생각에 반기를 들고 나온 이론이라고 할 수 있습

니다. 융은 프로이드와 달리 개인무의식이 아닌 집단무의식(인류전체에게 대대

로 전해내려오는 무의식)을 추구했고, 인간을 보다 합리적으로 보고자 했으며,

인간의 <자아>에 대해 개념화를 시도한 최초의 심리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융의 <내외향성> 개념은 지금도 심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중 하나로 애용되

고 있습니다.



제가 결국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프로이드의 이론과 융의 이론은 관점을 달

리해서 봐야하지 않겠느냐는 점입니다. 아마도 심리구조나 합리적인 인간분석

에는 분명 융의 설명이 잘 맞을 것이고, 비합리적인 인간행동이나 이해할 수 없

는 인간심리를 이해하는데는 프로이드의 이론도 쓸모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

만 본능의 영역을 좀더 구체화시키거나 분류하지 못한 점은 아마도 프로이드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겠구요. 그러나 불교식의 인과관계 설명에는 오히려 프로이

드가 더 잘 맞을거라고 저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프로이드 이론이 참 복잡하고 긴데 그걸 함축해서 말씀드리자니 글이 길어졌습

니다. 스님, 용서하시구요.

스님께서 프로이드 이론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보신 것 같아서 또다른 이론적 측

면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 멜로 드렸습니다.



저는 갑진 일생으로 시지에 식신이 떡하니 있어서 스님처럼 합리적이고 논리적

인 지식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스님이론이 너무나 좋고 합리적

이라고 생각되며, 대학원을 이번에 졸업했는데(대학원에서는 신문방송학을 전

공했습니다) 스님이 이론적으로 한 분야를 개척한 명리의 대학자라고 생각합니

다. 학계에서는 스님처럼 이론적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논리적이며 합

리적인 이론을 만들어내는 분을 학자로 받듭니다. 스님이론을 제가 만약 학부

때 알았더라면 아마도 이 이론으로 논문을 썼을거란 아쉬움을 가지고 있습니

다. 심리학이론을 통해서도 쉽게 와닿지 않은 인간심리, 또 복잡한 융의 이론도

스님의 설명으로 참 명확하게 느낌이 오고 이해할 수 있으니 스님의 이론에 대

한 기대가 큽니다.



스님, 항상 건강하십시요.



박재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