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5화] 책(書)

작성일
2003-11-05 06:43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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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책(書)



책을 읽어야 한다는 계절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물론 당연한 이야기겠지

만, 책을 읽는데 계절이 어디 있겠느냔 말이다. 책은 항상 틈만 나면 아니, 틈이

없더라도 만들어서 읽어야 하는 것이 책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되니 계절

에 따라서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한국민의 독서량이 좀 부족

하다는 의미가 그 안에 포함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보게 되기도 한다. 그

래서 내라도 열심히 읽어야 하겠다는 생각도 쪼매 들기는 한다. 그렇지만 독서

량에 대해서는 크게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고 있는 낭월이다. 벗님

의 독서량은 어떻신지 모르겠다. 여하튼 이렇게 한담이라도 한편 읽으시는 것

도 분명 독서인 것은 분명하므로 많은 글을 읽으신다고 봐야 하겠다.



1. 책(冊)과 글(書)의 차이부터



책방이 맞는지 서점이 맞는지 구분을 하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으

로 생각이 된다. 책과 글의 차이가 뭔지 한가로운 시간을 이용해서 정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싶다. 우선 글자부터 분해를 해보기로 하자.



冊이라는 글자를 분석해 보면 대나무를 엮어 놓은 것이라고 봐서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글자의 의미를 그렇게 이해하고 설명해 놓은 것을 어디선

가 본 것도 같다. 생긴 모양도 과연 그렇게 생겼으니 이것은 아마도 죽간(竹簡)

에 글을 써서 다발로 묶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이해를 하면 되겠다.



書라는 글자를 보면 이에율(聿)자와 가로왈(曰)자를 합성시켜서 만든 글자라고

이해를 해서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분해를 해서 본다면 ‘이에 가로되’가

되는 셈인가보다. 이에 가르다. 라는 말은 ‘이에 대한 말’로 확대해석을 해도 무

리가 없으리라고 본다. 가령 예를 들어서 사서(四書)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면

‘네 가지의 말씀’이라고 하면 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놓고 보니까 의미가 분명

해진다. 책은 물질적인 관점에서 본 것이라고 한다면, 글은 내용에 비중을 두고

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것이 분명하겠고, 그렇다면 의미에 비중을 둬야 한다고

보면 글이 더 합당하다고 봐야 하겠다.



책장사라는 말은 서점 주인을 말하는 것이고, 글장사라고 하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도 문득 생각이 난다. 그래서 이러한 의미를 고려

한다면 분명하다고 하겠다. 그리고 책이라는 말보다는 서라는 말이 더 본질적이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어느 것을 사용하거나 별 문제는 없어 보인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책이라는 글은 사용하지 않고 서라는 글만 쓰는 모양이다.

학원에서 책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이다. 또한 의미에 비중을 둔 것으

로 봐야 하겠고, 실로 이 시대에 도래해서 본다면 당연히 책이라는 글자는 그 역

할이 모두 끝난 것으로 봐야 하고, 그 글자는 박물관에 보관을 하는 것이 가장

옳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지금의 중국에서도 책이라는 글자를 사용하기는 한다. 엊그제 배운내용

에서 우표수집첩이 나오는데 이것의 이름이 집우책(集郵冊)이었다. 그래서 시험

삼아 다시 질문을 했다.



“선생님 사진을 모아두는 것은 사진책인가요?”

“그래요 사진을 모아두는 것은 상책(相冊)입니다.”



그렇구나. 책은 그야말로 대나무를 엮은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그냥 빈 대나무를 엮어 놓은 것이 책이고, 그곳에 글을 써 넣으면 서가 된다는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우표수집이나 앨범은 아직 내용이 없는 상태의 물건

이기 때문에 그 명칭에 책이 들어갔던 것이다. 이미 알고 계신 내용이라면 싱겁

겠지만, 그래도 혹 참고를 하실 벗님도 계시지 않을까 싶어서 나름대로 생각해

본 것을 말씀해 드린다.



2. 글을 보는 방법이 있다면.....



습관적으로 책이라고 말을 하겠는데, 의미는 글이라고 보면 되겠다. 벗님의 책

을 선택하시는 기준은 무엇일까? 나름대로 책의 기능적인 면이나 사상적인 면

에 각기 자신의 생각대로 기준을 두게 될 것은 당연하겠고, 기술서적 등은 기능

적인 면에 비중을 둔 책이 되겠고, 노자, 장자 등은 사상적인 부분에 비중을 둔

것으로 보면 되겠는데, 대략 크게 분류한다면 이렇게 된다는 말씀이다.



낭월의 독서 취향을 본다면, 아무래도 사상적인 부분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이 아

닌가 싶다. 그래서 주로 인문계열에서 서성이는 자신을 발견하곤 하게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기능적인 부분에는 전혀 접근하지 않는 것이라고는 하지 못하겠

다. 가령 비디오를 잘 촬영하는 방법이라든지, 혹은 포토샵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책을 보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래서 필요하다면 무엇이거나 모두 이

용을 하게 된다고 보겠다.



무슨 글을 보거나 결국 만나야 하는 것은 자음과 모음의 조합이라고 하는 것은

틀림이 없겠는데, 어떻게 자음과 모음이 결합되어 있느냐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 어찌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자음과 모음의 결

합을 보는 것은 틀림이 없지만, 그 가치는 각기 다르다는 것으로 대신할 수가 있

겠다. 그러한 가치의 평가는 물론 주관적인 것도 있고, 객관적인 것도 있겠지

만, 여기에서는 객관적인 것에 중심을 두고 생각 해보는 것이 좋겠다. 서점에서

책을 고를 적에 비중을 두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을 해보시는 과정에서 참

고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1) 오래도록 살아남은 책



오래도록 살아남은 책이란 이미 천년의 세월동안 서점에서 살아가고 있는 책을

말씀드릴 수가 있겠다. 어쩌면 100년을 살아남아 있다고 해도 이미 장수의 대열

에 동참했다고 봐도 충분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인간의 수명이 그 정도라고 한

다면, 책의 수명도 백년을 넘긴다면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라고 해야 하겠다.



곰곰 생각을 해보면 서점이라는 곳은 참으로 냉정한 곳일 수도 있겠다. 왜냐면

만약에 전시된 책이 몇 달, 아니 며칠만 팔리지 않으면 바로 그 자리에는 다른

책으로 교체가 된다는 점을 생각해보시기 바란다. 바로 그 의미를 알게 되실 것

이다. 그러니 하물며 몇 년간 팔리지 않는 책이야 당연히 갈 곳이 어디인지 뻔하

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헌책방을 조금 기웃거리다가

는 고물상으로 갈 것이 뻔하다고 해야 할 모양이다.



이렇게 심각한 전시공간의 부족에 의한 생존법칙의 상황에서 어쩌면 1년만 살아

남아도 오래 살아있는 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적어도 10년

을 넘겨서 백년이 되어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책이라고 하는 것을 한번 생각

해 보자. 참으로 대단한 글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항차 그 책이 일

천년을 넘겨서 살아있다면 필시 그 내용에는 자연의 법칙이 존재한다고 밖에

볼 수가 없지 않겠느냐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제 장수하는 책의 의미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를 하셨으리라고 본다.



생각나는대로 본다면 천년을 넘기는 책은 주로 종교서적과 역사서적이 되겠고,

사성서적도 여기에 포함이 되겠다. 기술서적은 아마도 그렇게 오래가지 못할 것

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가령 컴퓨터관련 서적에서는 10년이상 버티는 책이 되

기 어렵다고 하는 점을 생각해 보실 수가 있겠다.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면 이미

전버전의 책은 자취를 감추고 마는 것이 당연하겠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기술

과 연관된 서적들은 그 수명이 극히 짧다는 점을 생각하게 되는데, 반대로 정신

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들은 오래도록 장수를 하는 것에 대해서 곰곰 생각을 해

볼 점이 있겠다.



사람을 봐도, 학자는 오래살고 노동자는 일찍 죽을 가능성이 많다는 통계를 보

신 벗님이라면 서로 묘하게도 연관이 된다는 점을 생각하실 수가 있겠다. 그리

고 종교인도(오리지날로 수행하는 사람이겠지만) 오래 사는 사람들 그룹에 들어

가는데, 종교서적이 오래 버티는 것과도 비교가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서 과연 글이라고 하는 것의 힘이 인생의 모습과 서로 닮

아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낭월이다.



2)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책



인생살이에서의 유행가와 같은 것이 서점에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잠시 반짝

이다가는 이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게 되는 많은 글들은 여기에 속한다고 해

도 되겠다. 어쩌면 잘못된 판단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인기가 있다는 판타지

소설 등은 여기에 속하지는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무협지와

같은 글들도 아마 여기에 해당한다고 봐도 되겠다. 여하튼 오래 버티기 보다는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글들을 두고 해보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글들의 가치가 그만큼밖에 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나

는 길에 잠시 들러서 목을 축이면서 하루의 긴장을 풀어버리는 선술집의 가치

도 분명 인생에서는 중요하게 작용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면 말이

다. 다만 오래도록 살아남는 글과 비교했을 적에는 그 가치는 확연하게 드러난

다는 점을 생각하자는 것일 뿐이다.



3. 글 많이 보세요.



참 좋은 계절이다. 낭월의 취향으로는 가을을 가장 좋아한다. 서늘한 맛이 상쾌

함을 만들어줘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봄날의 나른한 맛과 비교를 한다면 상당

히 맘에 드는 계절이다. 그리고 이제 이 계절도 슬슬 막바지에 도달하는 모양이

다. 좀더 있으면 손가락이 곧아서 책장을 넘기기에도 불편할지 모를 날들이 다

가올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지금 시간이 주어지기만 한다면 또 책을 읽어야 하

겠다는 마음이 늘 도사리고 있는 모양이다.



요즘 들고 다니는 책 중에는 설득의 심리학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좀 짭짤한

내용을 갖고 있어서 감칠맛이 난다. 사람의 심리를 참 여러 각도에서 관찰도 하

겠다는 생각이 드는 내용이다. 주로 거래관계에서 매상을 올리고 못올리는 내용

을 실험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읽으면서도 스스로 자신의 구매형태를 돌이켜보

면서 사주팔자에서의 십성과 어떤 연관성을 있겠다는 생각으로 관찰하면서 보

는 책 중에 하나이다. 근데 요즘 대전학당을 만드느라고 어찌 바빴는지 한 달이

다 되어도 다 읽지 못한 책이 되고 말았다. 다시 정리가 되는대로 마저 읽어야

속이 시원할 모양인데, 영 짬이 나지 않는다.



4. 대전학당 소식



근 한 달 동안 부산을 피운 결과 어제는 개시를 했다. 장사꾼의 말로는 ‘마수걸

이’를 한 셈이라고 해야 하겠는데, 상담실을 찾으신 어느 학교 선생님과 이야기

를 나누는 동안에 일을 봐주는 화인선생은 열심히 이야기 내용을 받아 적어서

는 상담이 끝난 다음에 프린트해서 봉투에 담아서 새해 달력과 같이 드렸다. 화

인선생이 처음이라서 좀 실수를 하기는 했지만 차차 좋아질 것이라고 보고, 좋

은 경험을 한 것으로 보자고 해줬다.



이제 좀더 안정기에 접어들게 되면 다음달부터는 본격적으로 강의를 시작할 요

량이다. 그 동안에는 강의 교재라든지 기타 여러 가지들을 좀 준비해야 할 모양

이다. 많이 분주하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무난한 강의실을 만들고 나니 나름대

로 뭔가 했다는 생각도 들기는 한다. 공부방의 역할을 잘 해서 대전에서 음양오

행과 자평명리의 밭을 일궈가는 터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천천히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을 알려드린다.



무엇보다도 신나는 것은 고속통신이 깔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모뎀의 역

사를 접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욕심의 끝이 없다더니만

둔산지역의 상가에서는 VDSL은 되지 않는단다. 기왕이면 그것도 되었으면 좋

으련만, 부득이 되지 않는다니까, 되는 한도 내에서 활용을 해야 하겠다.



처음 생각으로는 11월에 개강을 시작하려고 했었는데, 그렇게 서두르기 보다는

좀더 준비를 해서 보다 알찬 강의가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많이 참았다. 참

말로 편재가 한 달을 참는 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라고 하면 아마도 벗님은 웃으

실게다. 그래도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 하하~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