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2화] 교도소의 제자들

작성일
2002-09-27 07:47
조회
6629
[제172화] 교도소의 제자들



산들바람이 몹시도 싱그럽게 느껴지는 가을 아침이다. 인터넷을 접속해보니 홈

페이지가 여전히 죽어있다. 아니 말은 공사중이다. 그래서 한담이나 한편 써 놨

다가 살아나면 올려야지... 하고... 하하~



이게 어찌된 일이냐면, 도메인관리를 다른 곳에서 하다가 이번에 아예 한 곳으

로 모을 작정으로 도레지닷컴으로 이전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네임서버를 도레

지닷컴에서 설정한 그대로 사용하겠다고 별 생각없이 확인을 누른 것이 화근이

었다. 그 결과로 하룻동안 감로닷컴은 공사중일 수밖에 없었고, 그나마도 외출

을 한 상황에서 전화를 받았기에, 관리자님의 연락처를 부랴부랴 찾아서 수고

를 부탁했으니 또한 그로부터 최소한 24시간이 경과해야 되는 과정을 피할 수

가 없이 된 것이다. 여하튼 다시 되살아나서 괜히 부활이라도 한듯한 기분이 들

기도 하는데, 약간의 실수로 인해서 벗님의 출입에 불편을 드린 허물은 면할 수

가 없이 되었다. 이점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



1. 이 시대의 편지



이 시대라고 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편지로 날아오는 사연은 모두가 교

도소에서 오는 것이다. 교도소가 그렇게 많은 것도 편지를 받으면서 알게 되었

다고 해도 되겠다. 그리고 교도소에서는 전자메일을 사용할 수도 없고 전화를

사용할 수도 없음은 미리 짐작을 하고 있던 터였지만 우편물을 볼 적마다 더욱

그러한 생각이 구체적으로 확인이 된다고 해야 하겠다. 그래서 아마도 이 시대

에 자신의 의견들을 편지로 보내야 하는,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은 교도

소뿐이라고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간혹 연세

가 드신 독자께서는 전화는 못믿겠고, 메일은 사용할 줄을 몰라서 과거의 경험

대로 편지를 보내시는 경우도 있다. 다만 매우 간혹 있는 일이고, 주로 날아오

는 편지는 교도소라는 것이다.



2. 최악의 공부 환경



그렇다. 사주공부를 하는 환경을 논한다면 교도소보다 더 불리한 곳도 없을 것

으로 생각이 된다. 그러한 곳에서 사주공부를 하는 이의 마음은 어떨까를 생각

해 보시는 것도 이 가을을 유용하게 보내시는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보고 있는 낭월이다.



책을 한권 구할 수도 없다. 물론 정보가 없어서이다. 어찌어찌해서 왕초보 한권

을 손에 넣으면 그 책이 닳고 떨어지도록 봐야 한다. 감히 이책 저책을 기웃거리

면서 어느 책이 더 좋은지 비교를 하고 배부른 흥정(?)을 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리고 궁금하다고 해서 어디 전화를 할 생각을 한단 말인

가. 그냥 오로지 그 책만이 최고의 스승인 줄로 생각하고 읽고 생각하고, 그리

고 또 읽고 생각하는 나날의 반복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할 수도 있겠다. 여하튼 노동을 하는

시간이나 공식적으로 따라야 하는 일 외에는 사주공부에 몰두를 하고 있는 제자

들의 사연을 볼 때마다 늘 기특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낭월이다. 그러한 환경

에서 공부를 하는 것을 생각할 적마다, 낭월이 정묘년에 산골에서 적천수징의

를 읽던 시절이 생각나면서 실로 교도소를 공부터로 이용하게 된 그네들의 기회

가 참으로 다행스럽다고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다른 것은 생각도 할 수가 없

는 환경에서는 집중력은 오히려 높아지는 법이다. 그래서 내공을 쌓아가는 시간

으로 본다면 과히 나쁘다고만 할 환경도 아니라고 해도 되겠다. 물론 본인들이

이 글을 본다면 실소를 터뜨리겠지만 말이다.



2. 가장 활발한 청송교도소



어느 교도소에선들 공부를 게을리 하겠느냐만 그 중에서도 청송교도소가 가장

으뜸이라고 하겠다. 물론 공주교도소에서도 한 분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

기는 하다. 다만 인원수로 본다면 그렇다는 말씀이다. 청송교도소에서 날아오

는 편지는 서너통이 된다. 나름대로 삶의 여정에서 느낀바와 오행의 생극제화

를 연결하면서 지루하고도 숨통이 막히는 감옥살이를 잘도 견디고 있는 것 같

다. 낭월의 욕심이라면 그러한 환경에서 다시는 공부하지 않도록 하고 싶은 마

음이 적지 않지만, 인연의 법칙이 우선하게 되니 과연 장담이야 어찌 하겠는가

를 생각하게 된다. 여하튼 다들 열심히 정진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문제는 낭월의 시간분배 기술이다. 질문한 사람은 한번에 편지의 최대 용량이 3

매라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궁금하신 사연들을 적어서 보내는데, 낭월이 일일이

살피면서 의견을 주는 것은 또 만고태평이다. 본인들이야 많이 야속하기도 하겠

지만, 하는 일이 좀 복잡해야 말이지......



처음 받은 편지에 답도 하기 전에 두 번째의 질문이 도착하기 일쑤이다. 그러다

보니 괜히 미안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때로는 답을 서두르기도 하지만, 아무리

낭월이 서두른들 목을 빼고 기다리는 교도소의 제자들만 하겠느냐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그래서 늘 미안한 낭월이다. 실은 지금도 편지 한통이 답변을 목빠지

게 기다리고 있다. 물론 청송에서 온 편지이다. 답도 하기는 해야 하는데, 이게

또 공부하는 사람의 질문이다 보니 마음을 여간 가다듬지 않고 답을 했다가는

한참을 헤매게 만들 가능성이 적지 않은 연고로 해서 쉽사리 답을 하기 보다는

마음이 한가로울 시간을 노리느라고 뜸을 들이는 셈이기도 하다. 오늘은 답을

해야 하겠다.



3. 보낸 책이 반송되기도 하고...



세상의 모든이들로부터 등 돌림을 당하고 들어간 곳이기에 어디 부탁을 해서 책

을 넣어달라는 이야기를 할 사정도 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한 모양이다. 그런

사연을 보고 하도 딱해서 공부에 도움이 되라도 책을 두어권 보내주기도 한다.

그런데 한번은 보낸 책이 반송이 되었다. 그래서 교도소로 전화를 했다. 왜 반송

이 되었느냐고 확인을 해보니 그 재소자는 마약사범이라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건은 무엇이거나 반입이 불가하다는 말을 해준다. 아마도 책 속에 마약이라

도 발라서 보냈을까봐 그러는 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수긍은 했지

만, 씁쓰레한 기분은 당연히 들고도 남는다.



언젠가는 시험출력을 한 원고가 있었는데 책을 출판하기 전에 교정도 볼겸해서

찍은 프린트이다. 이것을 통상은 그냥 버리게 되는데, 읽을거리가 있으면 좀 달

라는 사연이 왔길래 그걸 보내줬더니 그렇게 고마워하는 편지가 뒤이어 당도한

것을 보고 스스로 오히려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 적도 흔히 있다. 이렇게 각자

의 모양대로 공부를 하는 인연이 쌓여가는 감로사이다.



4. 그들의 진로 방향



아마도 출소를 한 다음에는 무엇을 할지도 늘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상담사가 되어서 고통스러운 사람들과 시간을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

도 많음을 늘 사연을 통해서 느끼곤 한다. 그리고 그렇게 의견을 나눈 편지들은

지금 다섯권의 파일로 보관이 되어있기도 하다. 또한 소중한 질문이고 나름대로

의 성의있는 답변이기에 언젠가 ‘교도소문답’이라는 제목이라도 달고 세상에 나

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그 속에는 또 어떤 사연들이 있을까 궁금하신 벗님도 계

실지 모르겠다. 그 내용 중에는 자신이 그 곳에 들어가게 된 경위를 상세히 설명

한 사연도 있고, 조금만 일찍 오행을 알았더라면 이렇게 답답한 곳에서 공부를

하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회한의 내용과, 그나마도 이렇게 포기를 한 삶에

서 새로운 광명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글을 보면 참으로 보람이 절로 생기는 순

간이기도 하다.



낭월은 늘 시간이 부족함을 아쉬워하면서도 가능하면 모두에게 답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냥 안부인사라면 생략하겠지만 단 한 줄이라도 질문이 포함되

어 있다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것이 아마도 타고난 선생팔자인 모양이다. 특

히 안동교도소의 최모군이 편지를 보내면 더 신경이 쓰인다. 그 친구는 나이도

젊어서 앞으로 삶의 시간들이 더욱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생각하는 것이 나

이에 어울리지 않게 깊고 또 보는 관점도 상당히 희망적이라서이다. 역시 스스

로 생각하는 만큼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이 친구도 나중

에 출소를 한다면 아마도 상담사의 길을 가고자 하는 마음에서 더욱 열심히 공

부를 하고 있고, 그래서 또한 나름대로 성의를 갖고 살피게 되는데, 그러한 보람

이 나중에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안동교도소는 전자메일로 편지를 접수한다. 다른 교소소에서도 가능한

곳이 많은데, 안동교도소에서는 제대로 잘 접수가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마음

만 먹으면 바로 회신을 보낼 수가 있으니 이것도 문화의 혜택이라면 혜택이라

고 하겠다.



5. 벗님의 환경은 어떠신지....



이 글을 읽으시고 있다면 적어도 교도소에서 생활하는 것은 아니실거고, 그렇다

면 그들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공부를 하고 계신 것은 확실할 터이다. 그리고

이 가을의 시간을 고려한다면 아마도 분발해서 오행의 생극제화를 연구하실 만

도 하겠다. 그리고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영화제목에는 ‘돌아오지 않는

강’이 있었다지만, 인생의 시간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부디 소중한 시간,

공부하는 마음으로 보내시기를 권해 드리고자 한다.



그리고 공부를 하더라도 올바른 공부를 하시라는 권유는 당연히 빠질 수가 없

다. 나름대로 노력은 하지만 그 방법에 잘못된 오류가 있다면 원효대사의 말씀

대로 ‘증사작반(蒸沙作飯)’이 되고 말 수도 있음을 늘 냉철히 살피지 않으면 헛

된 일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해도 아무도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한 순간

이라도 잊으면 곤란할 것이다. 물론 어떤 방법이 헛된지는 스스로 판단할 이성

이 있으셔야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서두르지 않고, 빠른 결과를 노리지만 않는

다면 그래도 크게 벗어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늘 서두르고 빠른 결

과를 요구하는 것에서 발생하지 않은가 싶다.



왜냐면 한국의 공사판에서도 모두 서두르다가 부실시공이 되어서 다리가 내려

않고 건물에는 금이 가는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이 오행 공부는 서두른다고 해

서 빨리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많은 생각과 시간들이 어우러져서 뭔가 구체적

으로 모습을 갖춰하는 것으로 생각을 한다면 그렇게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며,

책 한두권 보고서 정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허둥댄다면 필시 답은 일생을 해도

얻기 어려울게다. 자연의 이치는 그렇게 쉽사리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각자의 환경은 다를지라도 원하시는 바가 있을 것은 틀림이 없다고 하겠고, 그

래서 각자의 희망하시는대로 큰 결실의 가을이 되시기를 기원드린다.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