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5화] 프로가 아름다운 것은....

작성일
2002-07-26 07:45
조회
5736
[제165화] 프로가 아름다운 것은....



내일부터는 감로사에서도 여름휴가가 시작된다. 휴가래야 겨우 1주일간 강의를

쉬는 것이 전부지만 그래도 일상에서 잠시라도 벗어나서 늦잠을 즐기는 것도 좋

고, 매인 마음이 없이 훌쩍 길을 떠나는 정도의 자유를 느끼기에는 부족하다고

만 할 수도 없는 시간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오늘 학당의 수강생들은 현지로 아

르바이트를 하고 온다고 몇몇이 무리를 지어서 떠나갔다. 올 여름에 방향을 잡

은 것은 낙산 해수욕장이란다.

논산의 단골 복사집에서는 현수막도 하나 기증했다고 들고 왔다. 약간의 문구에

서는 신경이 쓰이는 것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봐서 인증

(?)을 해줬다. 돈 많이 벌어오라고 격려의 말을 해서 보냈는데, 얼마들이나 버티

고 올지 모를 일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어떤 경험을 하고 오거나 그러한 자료들

은 앞으로의 삶에서 분명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기에

구태여 말리지 않았다. 물론 격려차 방문을 해 달라는 말은 짐짓 못들은 척 했

다. 약속을 하게 되면 또 어딘가 의지를 하는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기 때문이

다. 이렇게 선생은 늘 제자들의 독립(?)을 생각하고 궁리하는 모양이다. 하하~



1. 프로가 된다는 것



적어도 감로사에 와서 사주 공부를 하려는 사람이라면 그냥 심심해서 해보는 사

람은 없다고 해도 될 것이다. 아마도 일생의 길을 삼을 작정으로 다부지게 마음

을 먹고 달려들지 않은 것으로는 마무리를 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

문이다. 이른바 프로를 생각하고 입산을 하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인 것이다.



이렇게 입산을 할 적에는 하나같이 다부진 마음을 먹고 출발을 하겠지만 그게

또 시간이 경과하면서 마음에 혼란을 가져오기도 하는 모양이다. 즉, 개인적으

로 이유야 있겠지만, 환경에 의해서 부득이 집으로 가야만 하는 가정적인 문제

가 생기는 것은 참으로 딱한 일이기도 하다. 몇몇 제자들은 분명 이러한 이유로

해서 공부를 하다가 말고 아쉬운 하산을 하게 되었던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건이 좋아지면 다시 공부하러 오겠노라고 말은 하고 떠나지만 그 또한

시기가 있는 것인지 한번 떠나게 되면 다시 들어오는 것도 여간해서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중간에 프로의 길을 접고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스스로 포기를 하고 물러나기도 하는 경우는 이보다 좀더 많다고

해야 하겠다.



처음에 들어올 적에는 한 일년 정도 꾸욱 파 묻혀서 오로지 오행의 이치 속에 매

료되어서 세상을 잊고 공부에만 몰두해서 반드시 성공을 하고 멋지게 하산을 하

겠노라고 장담을 하면서 들어온 사람들 중에서 발생하는 것도 묘하다면 묘한 일

이다.



이런 사람들이 발심(發心)을 하게 되는 배경에는 아마도 상당한 환상(幻想)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무슨 동기였는지는 모르지

만 감로사에 오면 그 환상의 실상을 얻을 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다부진 마음으로 달려들었던 것으로 짐작이 되는

데, 이러한 경우에 나타나는 현상을 보면 적어도 처음 한 동안은 마음과 눈을 집

중해서 열심히 공부를 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 달을 견디기에는 역부족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큰마음을 먹고 달려든 사람들이 한 달을 채우

지 못하고 하산을 생각하더라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낭월이 가르치는 방법이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시원치 않아서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해야 하겠다. 물론 어떻게 가르치기에 그러냐고 한다

면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 그냥 동영상강의를 보시면 그대로 파악이 되실 것이

라는 말씀으로 대신해야 할 모양이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바짝 달아서 달려드

는 사람이 대체로 중간에 탈락을 하는 경우가 많더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고,

그런대로 아쉬움은 없다고 해야 하겠다. 적어도 환상은 깨어진 셈이니까 다시

자신의 생업으로 돌아갈 수가 있겠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공부는 환상으로 유

지가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누구나 약간은 환상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해본

다. 아마도 낭월도 그러한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했을 가능성이 많겠기 때문이

다. 여하튼 프로의 길에서 중간에 탈락을 하는 형태 중에 하나라고 하면 되겠고

아마도 이러한 현상은 비단 자평명리학을 배우는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닐 것

으로 본다. 무슨 일을 하거나 처음에 시작을 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말뚝신심으

로 달궈졌다가는 제풀에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늘 있는 일일 것이라고 짐

작을 해본다. 그리고 낭월도 이런 저런 방면에서 달려들었다가 손을 들고 나가

떨어진 경험이 늘 있으니 말이다.



바둑공부를 한답시고 달려든 것도 그랬고, 조각기술을 배운다고 청계천에서 칼

을 찾던 시절도 있었으며, 언젠가는 서예의 대가가 되어 보겠다고 어느 대가의

서회에 가입해서 분발을 하다가도 3개월 만에 나가떨어지곤 했던 기억이 한 둘

이 아니다. 또 한때는 수석(壽石)에 대해서 전문가가 되겠다고 단양의 남한강 바

닥에서 돈 되는 돌을 찾을 꿈(?)을 키우던 시절도 있었다. 언젠가는 양봉업자가

되어서 나무 그늘에서 벌들이 꿀을 물어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책이나 보겠다

고, 벌통을 4통이나 사다 놓고는 아침저녁으로 쑥 연기를 피우면서 여왕벌의 행

방을 찾던 시절도 있었고, 또 더러는 초능력자가 되겠다고 명상그룹에서 분발심

을 내었던 시절도 있었기에 능히 이해를 하고도 남는 일이라고 해야 하겠다. 여

하튼 한 가지의 일에 몰두해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

닌 것은 틀림이 없다는 생각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있는 요즘이기도 하다.



2. 낭월왈 “가다가 그만 가면 간만큼 이익이다”



낭월은 속담을 통해서 많은 생각의 힌트를 얻기도 한다. 그리고 즐겨 사용하는

편이기도 한데, 그 중에서도 여엉 마음에 들지 않는 속담이 하나 있다. 그 말은

바로 ‘가다가 그만두면 아니감만 못하니라’였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 말이 사실

인 줄로 알고 또 그렇게 믿었다.



그래서 늘 오래 버티지 못하고 중단하는 자신에 대해서 늘 실망감을 갖게 되었

고, 스스로 패배자의 대열에 줄을 서야 하는 것인 줄로 늘 생각했던 것이다. 그

런데 이러한 실패를 반복하는 가운데 나름대로 묘수(妙手)를 찾았다고 해야 할

까? 아니면 실패자의 변명하는 기술만 늘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렇게 해서

매우 심오(?)한 속담을 개조하게 되었으니 바로 위에서 보시는 그대로이다. 그

리고 이 속담은 ‘인생수업용’이라고 용도까지 붙일 참이다. 그러니까 본래의 속

담은 열심히 해서 끝장을 보라는 격려의 용도였겠지만 낭월에게는 그러한 의미

는 별로 비중이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인생의 수업에서 얻는 것을 고려

한다면 뭐든지 하다가 그만두는 것으로도 그만큼 그 분야를 통해서 얻어낸 결과

도 결코 적지 않다는 생각을 늘 하곤 한다.



실로 바둑을 배우다가 중간에 포기를 했으니 비록 실패를 한 셈이지만, 그 과정

에서 얻은 것은 스스로 얼마나 덤벙대며, 서두르고 조급한지를 잘 깨닫게 된 계

기도 된다는 점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무리도 얼마나 엉성한지를 절

감하고 또 절감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치밀하지 못함으로 인해서 끝내기에서

는 언제나 50집 이상을 밀리는 것이 보통이므로 이전에 상대보다 100집을 더 많

이 벌어둬야 한다고 생각을 하였으니 과연 그 마음이 얼마나 쫓겼겠느냐는 짐작

을 하신다면 바둑에 대해서 약간 이해가 되신 벗님이라고 해야 하겠다.



말하자면 스스로 자신의 결점을 보완하려고 하지는 않고, 오히려 장점(?)을 더

울 살리면 되지 않겠느냐는, 참말로 ‘택도 없는’ 어거지를 쓰다가 그만 제풀에 나

가떨어지고는 바둑알을 던져버렸던 기억이 아직도 저만치에서 앙금처럼 남아있

기도 하다. 그러니 바둑을 조금 배웠지만 그 가운데에서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

한 것도 적지 않으니 무익하다고 보는 것은 도무지 일리가 없다고 생각이 되는

것은 당연하였던가 보다. 그러니 어찌 인생 수업에서 가다가 그만 뒀다고 해서

아니함만 못하다는 말로 가볍게 결론을 내리겠느냐는 생각을 몇 백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도 이 속담은 잘못 되었다고 여기고 있는 낭월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쌓은 강호의 수업에 의

해서 프로가 되었을 적에 보다 더 두께가 있는 프로가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이 적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늘 사주를 배우겠다고 입산하

는 사람에게 그렇게 하라고 허락을 하고, 또 떠나겠다고 하면 또한 그렇게 흔쾌

히 환송을 해주는 것이 몸에 배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마도 다른 프로도

다 그럴 것이라고 지례 짐작을 해보기도 한다. 그러니 가정 때문에 하산을 하

건, 스스로 물러나건, 아무런 아쉬움이 없다고 해야 하겠다. 가정땜에 물러난 사

람이야 결국 형편이 좋아지면 다시 재도전을 할 것이기 때문이고 또한 프로의

길에는 당연히 그 정도의 장애는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 까닭이다.



3. 프로는 투사가 아닐껄..?



흔히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사람이 프로라고 생각을 하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

다. 어쩌면 어떤 프로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고독한 싸움

이라느니 자신을 이기지 못하면 아무도 이기지 못한다느니 그러한 승부사가 진

정한 프로라느니..... 뭐 이런저런 프로에 대한 정의는 많기도 하다. 그리고 어쩌

면 그러한 과정도 하나의 통과의례인지도 모를 일이다. 낭월도 한때는 그렇게

사주팔자와 한바탕 싸움을 벌이느라고 온 신경이 곤두섰던 시절이 있었던 것으

로 생각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그리고 왕초보의 머리말쯤에서 그런 문구도 있

지 않았나 싶다. 한바탕 싸울 준비가 된 투사들처럼 보인다고 하는 말 말이다.



그리고 실로 그러한 것이 프로라고 생각을 하는 것도 크게 틀렸다고는 못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또 이렇게 시간이 훌쩍 흘러가버린 이 시점에서 다

시 자신을 돌이켜보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뭔가 수정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결론으로 자신을 돌이켜보기도 하게 된다. 물론 그 결론은 결코 프로는 투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결론이기도 하다.



4. 프로의 의미는 즐기는 것이다



근래에 그러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과거에 자신의 일을 즐기면서 연연하여 조

급하지 않았던 고인들을 자꾸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렇게 꾸밈없이 자신의 일

을 즐기면서 자유를 누렸던 고인들의 흔적에서 비로소 참다운 프로의 모습들이

배여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결코 이기고 지는 것에 목적이 있지 않는 것이 프로이다. 그리고 자신과 싸움을

할 필요도 없는 것이 프로이기도 하다. 그냥 프로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모

든 상황을 이해하며, 모든 장면에서 그 상황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지 않

겠느냐는 생각이 살금살금 들고 있는 요즘이다. 벗님은 어떤 일에 프로이신지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그 일이 즐겁고 그 일과 연관해서 모든 사람을 이해할 수

가 있고 자신에게도 그러한 것들이 자유롭고 여유로움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

신다면 아마도 상당한 프로가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해도 좋을 것으로 생각이 된

다. 문득 이런 프로가 생각이 난다.



어느 검객(劍客)이 있었다. 천하제일검이 되기 위해서 강호를 유람하면서 칼이

든 창이든 무기를 든 사람, 무예를 연마한다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기꺼

이 찾아가서는 대결을 청하고, 한판 싸움을 벌려서 이기고 나서야 흐뭇한 마음

으로 길을 나서는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어느 고수를 만나서 승부를 가르고 예의 그 동물적인 승리감에 도취되었는데,

패자의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그 무예인은 못당할거다. 아예 만날 생각을 말아라...’



이 말을 못들었다면 또 모르겠지만 이미 소리는 귓가를 파고 들어온 다음이니

조금도 지체를 할 일이 아니었다. 묻고 물어서 산고랑의 노인네를 찾아내고야

말이다.



“노인장께 문안드립니다.”

“어인 일인가?”

“한 수 지도 받으려고 왔습니다.”

“그런가, 이미 그대가 이겼네. 그만 가보게.”

“내가 두려워서 회피하십니까?”

“그렇네 자네가 무섭네. 그래서 내가 졌네.”

“아니, 어디에 사는 모모장노가 당신이 고수라고 했는데, 그렇게 말을 한다고 해

서 내가 그냥 가겠습니까? 그런 말은 집어 치우고 어서 대결을 벌립니다. 저는

그대로는 절대로 물러나지 않을 요량입니다.”

“정~ 그렇다면 어쩔 수가 없네.... 해 보세.”

“어서 칼을 뽑으시지요.”

“뭐하러 그렇게 위험한 짓을 하나.”

“그럼 대결을 하겠다는 겁니까 말겠다는 겁니까?”

“저어~기 바위 벼랑이 보이는가?”

“예, 참으로 험준하군요.”

“그 윗부분에 노랗게 핀 꽃이 보이는가?”

“예 보입니다.”

“그럼 누가 그 꽃을 먼저 꺾나로 시험하세.”

“너무 시시하지 않나요?”

“아, 그럼 싫은가? 싫으면 그냥 가시구.”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시작을 하세, 시이~작~!”



해서 젊은이는 활을 떠난 시위처럼 횡~하니 날아올랐다. 그리고 숨쉴 틈도 없

이 벼랑을 경공술로 뛰어 올라서 꽃을 잡았다. 그리고 득의만면해서 노인을 바

라다보니 노인은 벼랑 아래에 붙어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기어오르고 있는데 도

무지 무예를 하는 노인처럼 보이질 않았다. 그는 뛰어 내려왔다. 그리고 노인을

죽여버리려고 칼을 뽑아 들었다.



“영감, 지금 날 놀리고 있는 것이지?”

“내가 왜 자넬 놀리겠는가.”

“그럼 지금 하는게 도대체 뭐야?”

“난 무예인생 70평생에 이걸 깨달았다네.”

“..........??”

“아마도 자넨 이해를 못할 것이네만 참으로 즐겁다네.”

“그렇게 비겁한 것이 말이오?”

“그렇다네. 실로 나도 자네 시절에는 모욕을 참는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었다

네, 자네를 보니 그대로 나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만 같다네.”

“근데 우짜다가 그 모양이 되셨습니까?”

“나를 이기고 나서 보니까 과연 나는 적이 아니었더란 말이네.”

“나를 이긴다고요?”

“자넨 가장 강한 적이 누구 같나?”

“그야 천하의 고수겠지요....”

“그럼 고수를 다 꺾고 나면 뭘 하려나?”

“또 고수를 찾아야지요.‘

“그러나 그 일은 참으로 끝도 없고 의미도 없다네.”

“왜 그렇습니까?”

“결국 그렇게 검술대결 중에서 스스로 깨닫게 된 것이 있었네.”

“그게 뭡니까?”

“자신을 이기는 것이 세상 모든 것을 이기는 것이었다네.”

“..............‘

“그리고 오늘은 너무 기분이 좋다네.”

“왜요?”

“자네가 날 화나게 하려고 무진 노력을 했는데에도....”

“화가 나지 않으셨다는 말씀인가요?‘

“그렇다네, 아니 화가 나긴 고사하고 즐거웠다네.”

“참말이십니까?”

“그렇다네. 비로소 난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운 모양이네.”



다소 각색은 했지만 대략 이러한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너

무도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과연 진정한 프로는 그렇게 자신의 일을 즐기고 자

유로운 것이지 남과 대결하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너무도 분명하게 말하

고자 하는 것이며, 적어도 그 글을 쓴 사람도 프로의 의미를 잘 알았던 것이라

고 짐작을 하게 된다.



5. 벗님의 일에 즐거우시기를...



결론은 간단하게 나오는 모양이다. 벗님도 아마 뭔가 일을 하실 것이고 그 일에

대해서 이 노인처럼 자유로움으로 즐길 수가 있으시다면 이미 충분한 프로라고

해도 될 것이라는 말씀을 해 드리고 싶다. 그리고 아직도 자신의 일에 대해서 투

쟁의 대상이라거나, 뭔가 불편한 존재로 느껴진다면 아마도 아직은 뭔가 깨달음

이 부족한 것으로 생각을 하시고 일을 그만 두시거나 혹은 더욱 맹렬히 한번 승

부수를 던져 보거나 하시라고 권해 드린다.



그런데 말씀은 이렇게 드리면서도 실로 낭월도 지금 두 가지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면서 그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과연 어떤 일을

선택해야 할지에 대해서 오늘도 망설이고 있다. 혹 짐작을 하셨는지도 모르겠지

만 낭월은 겉모습은 스님이고 속 모습은 사주쟁이이다. 이것이 또 완전한 프로

라고 하기에는 뭔가 핸디캡이 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살금살금 드는 것

이다. 그래서 이거 승복을 벗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아주 가끔은 들

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뭔가 서둘러서 결정을 내려야 할 일은 아니겠지만, 누군

가 낭월에게 이러한 문제를 이야기 한다면 아마도 상당히 멋쩍을 것으로 생각

이 되기도 한다. 혼자 생각을 하기로는 두 가지를 하거나 열 가지를 하거나 즐겁

기만 하다면 무슨 문제겠느냐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혹 두 가지를 다 즐기면 이거 반쪽짜리 프로 아뇨?”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