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7화] 헤어지기 아쉬운 사람들

작성일
2002-04-29 11:26
조회
7324
[제157화] 헤어지기 아쉬운 사람들



이렇게 비가 오시기를 기다려 보기도 처음이지 않은가 싶다. 연못을 파서 물을

가둬야 연꽃이 피도록 씨를 심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날은 자꾸 땡볕만 내

리 쪼이니 임오년(壬午年)의 임수(壬水)는 아무래도 구름만 해당되는 모양이라

고 혼자 맑게 개인 하늘을 보면서 중얼거려 보기도 한다. 그렇거나 말거나 바람

에 흩날리는 송화(松花)의 샛노란 가루는 방이고 마당이고 지붕이고 가릴 것도

없이 온통 노란 색으로 물을 들여버린다.



그렇게 비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오늘 아침에는 남부지방에 호우주의보가

내리고 오늘 중으로 논산에도 비가 많이 올 거라고 하는 방송과 함께 아침 일찍

밖에 나가본 하늘의 분위기는 을씨년스러움 그 자체였지만 이렇게 또 반가울 수

가 없다는 자신의 마음 씀을 살피면서 느끼는 것은, 역시 인간은 지 편할 대로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온종일 100mm만 내리라는 염원

을 하늘에 올려 보냈다. 그리고 미리 알려드리는데, 늦여름쯤이면 연꽃을 볼 수

가 있다고 한다.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서 벗님들이 보시게 올려드릴 참이다.



그나저나 이 녀석은 확실히 시상편재(時上偏財)는 틀림이 없는 모양이다. 아직

씨도 넣지 않고서 꽃을 찍어 보여드린다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과연 대책이 없

는 놈이긴 하다. 하하하~



1. 대인기피증이 있는 낭월



아마도 환경의 탓이었을 것으로 짐작은 하지만, 원래 사람 만나는 것을 몹시도

두려워하는 낭월이다. 남과 분쟁을 일으키는 것에는 더욱 겁나는 낭월이기도 하

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를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건대, 어려서의 잦은 이사

로 인해서였을 것이라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결론이 아닌가 싶다.



고향에서는 꽤 똘똘하다는 평을 받았다고 한다. 그게 3살까지이다. 그리고 3살

먹는 해에 창원으로 이사를 갔는데, 그때만 해도 그냥 그러려니~하고 별 문제

가 없었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대인관계라고 할 것도 없는 8세 이전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다가 안면도로 이사를 가고 나서는 완전히 달라진 환경으로 인해

서 나름대로 상당히 당혹스러웠던 모양이다.



부모의 사정이야 야밤도주를 하지 않으면 곤란한 일이 있었겠지만, 그야말로 아

무런 준비도 없는 8세의 얼라에게는 혼란이 적지 않았다고 해야 하겠고, 온통 낮

선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존재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어떻게 하면 주변

과 트러블을 줄이고 잘 지낼 수가 있느냐는 고민으로 나날을 보냈을 것으로 짐

작이 된다.



그렇게 해서 깨달은 것은 내 새끼들에게는 절대로 이사를 시키지 않겠다는 결심

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아직까지는 잘 지키고 있으니 어려서의 스트레스가 얼마

나 컸겠는지를 벗님은 짐작 하실는지 모르겠다. 물론 내성적이고 소심한 아이이

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라고 하는 점을 생각해서 참고하시면 되겠다.



심지어는 공부를 잘 하기도 겁났다. 왜냐면 아이들이 공부 잘하는 놈이라고 시

비를 거는 것도 두려워서였다고 하면 그냥 쓴 웃음을 지으실랑가...



2. 환경의 영향도 중요할 밖에...



요즘 사주상담을 하시는 분들은 사주를 통해서 모든 것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하

는 경우도 적지 않음을 접하게 된다. 가장 큰 것은 건강이다. 그렇게도 건강은

환경이고 관리이며 유전이라고 말을 해도 자신의 일에 당도하게 되면 답이 있

을 것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그리고 배우자에 대해서도 그렇다. 배우자의 인연

이 부담이 되는 암시라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는 것이 아니고, 아내가 학력이 높

아서 부담이 될 수도 있고, 아내가 돈이 많아서 부담이 될 수도 있고, 아내가 직

장이 좋아서 부담이 될 수도 있는데 그 중에서 어느 것이겠느냐고 묻기도 하다.

그야말로 쓴 웃음이 절로 난다. 에구~~



환경은 개인의 위에 있다고 하는 점을 늘 생각하곤 한다. 어떤 환경에 처하느냐

에 따라서 운명의 흐름도 많이 달라진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

다. 특히 올 봄에 나무를 사다 심으면서도 내내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

무들은 거의 90%가 환경 영향이라고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머

지 10%는 뭐냐고 하신다면 종자의 영향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니까 같은 개량대

추라도 환경에 따라서는 주먹만한 열매가 달리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땅콩 같

은 열매가 달리기도 할 것은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이 좋다는 것은

아마도 비가 적당히 내리고 햇볕이 적당히 쪼이는 것이겠거니.... 싶다. 여하튼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환경의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낭월의 삶을 보면서 환경이 그렇게 되지 않았더라면 지금은 또 다른 어떤 모습

으로 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같은 사주의 다른 삶을 묻

는 질문자에게도 같은 말을 하게 된다. 환경의 영향은 참으로 중요하고 그래서

대인기피증이 환경에 의해서 발생하게 되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안면도에서 어쩌다 방학에 고향을 가본다. 그러면 나는 아무도

모르는데 그들은 모두 나를 안다. 그러니 인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또 고

민하게 되고 그래서 다시 사람 만나는 것이 두려워지는 것이다. 그야말로 모두

가 타향이고 타인들일뿐이라고 해야 할까?



늘 남들은 나를 알고 나는 그들을 모르는 것이 그렇게도 불안할 수가 없었던 것

이다. 당연하지만, 손자말씀대로 상대를 알고 나를 알아야 무슨 작전이든 세울

것인데, 상대는 나를 알고(약장수 아들이든 경상도집 아들이든) 있는데 나는 전

혀 모르고 있으니 이게 얼마나 불리하냔 말이다. 그래서 늘 집을 떠나서 나를 모

르는 곳에서 살고 싶었고, 그래서 국민학교를 마치고는 바로 취직한다는 명분으

로 집을 떠나는 것에 대해서 전혀 부담이 없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3. 그렇게 해서 30년이 지난 지금에.....



어저께 토요일에는 여기저기에서 감로사를 방문했다. 들리는 핑계에는 낭월스

님 생신기념이라고 하지만, 아마도 내심은 그렇게 핑계를 대고서라도 감로사에

서 하룻저녁을 보내고 싶은 마음도 많이 있었을 것이라는 짐작만 짐짓 해보지

만 성의를 무시한다고 할까봐 그냥 모른 채 했다. 하하~



여하튼 그렇게들 모여서 30여명의 아는 사람들이 밤이 깊도록 돼지도 구워먹고

술도 나눠 마시면서 노래도 부르는 등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는 것을

보니 여러 가지로 흐뭇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들을

갖고 다음날에는 점심을 먹고는 각자 갈 곳으로 헤어지게 되는 시간.



여기에서 문득 낭월은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었다. 이전에는 없었던 감정이라고

밖에 생각을 할 수가 없는데, 헤어지는 것이 섭섭하다는 마음이 생기더라는 것

이다. 이상한 일이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져도 그런 생각은 별로

하지 않고 살아온 낭월이며, 앞에서도 말씀을 드렸듯이 대인기피증까지 있어온

낭월이기에 더구나 사람과 헤어지는 것은 상당한 홀가분함을 의미하는 것이 참

으로 오랜 시간동안의 누려온 습관이었던 모양이다.



심지어는 부모님이 세상을 떠났을 적에도 다들 홀가분하시겠다는 생각만 했지

서운하다는 마음은 별로였던 것으로 생각이 되니 다른 것은 말해서 뭘 하겠느냐

고 하겠다.



그런데 어제는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이제 늙어가는 소식을 접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뭔가 변덕이 생긴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밤이 깊어져서 혼자서 새로 닦은 길을 거닐면서

여러 가지로 생각에 잠겨 봤다. 그리고 왜 헤어지는 것이 섭섭하다는 마음을 갖

게 되었는지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할지.....

친정어미의 마음을 약간 이해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이것이 늙어가는

소식인 모양이다. 그리고 문득 대인기피증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있는 자신을 발

견하게 되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4. 참으로 정겨운 님들.



제 생일을 기념하러 모였다고 해서 든 생각은 아닌 것으로 본다. 왜냐면 그러한

일은 매년 있어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을 해본 것은 어느 사이에 서로

에게서 사랑이 싹트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을 생각해 봤다는 것이다. 보면 즐

겁고 편안하며, ‘그가 무슨 험담을 하더라도 그냥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그야말로 오랜 친구와 같은 감정이 생긴다는 말로

표현이 되면 적당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상하의 관계로 스승과 제자가 아닌 그야말로 도반(道伴)이라는 말을 해

야 더 잘 어울릴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으로 봐야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

을 나눌 수가 있는 벗이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문득 스스로 대부(大富)가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니 사람 농사는 그만하면

순조롭게 잘 되어간다고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께 저녁에는 참석을 한 사람들이 주는 술잔을 사양하지 않고 넙죽넙죽 받아

먹었다. 그런데도 별로 취하지 않았다. 왜 그런지 나중에 생각을 해보니 다들 술

을 주긴 주는데, 삐가리 눈물만큼씩 따라 주더라는 것이다. 겨우 바닥이나 막아

서 주는 술이니 열 잔을 받아봐야 한 잔도 되지 않을 분량이니 당연하다고 해야

하겠다. 그리고 또 재미있는 것은 아무도 ‘잔은 차야 맛’이라는 말을 하지 않더라

는 것이다. 이런 풍경도 아마 쉽게 보기 어렵지 않은가 싶다.



“원샷입니다~ 쭈욱~ 드세요.”

“제가 드리는 술이니 남기면 감정을 살랍니다.”

“어서 잔을 비우시고 저에게도 따라 주십시오.”



흔히 이런 말들이 오고가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될 텐데 우짠 일인지 그제

저녁에는 전혀 그런 말이 없고, 약간의 잔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바로 따르던 술

을 멈추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서로를 생각한다는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렇게 해석을 해 봤다.



“이름은 바닥을 막는 소주로 채우고 그 빈 공간은 정으로 채웠습니다.”



그러니 그 술이야 취하라고 주는 것이 아니고 정을 주는 것이었고 그래서 낭월

도 부담이 없이 바로 원샷을 하고는 바로 돌려줄 수가 있었으니 그래서 또 술잔

은 많이 마시는데 술병의 술은 잘 줄지 않더라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참 오랜

만에 느끼는 것이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편안하게 어제 아침에 일어날 수가 있

었고, 낮에 점심을 먹으면서도 즐거운 시간이 되었는데, 그 후에 각자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는 것이 못내 섭섭함으로 다가온 것을 자신도 깜짝 놀랐다는 것이

이해가 되실지 모르겠다.



5. 처음 뜻이야 다 다르지만.



그렇다. 서로 만나게 되는 인연은 다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삶의 과

정을 엮어가면서 관계는 서먹해지기도 하고, 끈적해 지기도 한다는 것은 벗님

도 이미 40고개를 넘으셨다면 충분히 헤아리고도 남음이 있다고 하겠다. 그리

고 처음의 목적은 사주나 배워서 삶의 호구지책을 삼아보거나 자신에 대해서 알

아보려고 한 것이겠지만, 이렇게 일구월심(日久月深)하는 동안에 서로의 사이에

는 뭔가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생성된 모양이다. 그리고 어제 느낀 것은 이러

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던 것이다.



다들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 고맙고, 낭월의 어줍잖은 소견이나마 늘 귀를 기울

여주시는 것도 고맙다. 그리고 언제나 한결같은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가 있다

는 것은 무엇보다도 고마운 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한 인연은 계속되어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졸아도 편안하

고 미안하지 않으며, 약속을 하고 지키지 못해도 또한 넉넉히 이해하고 조바심

을 내지 않을 정도의 인연이 되기를 기원하고 싶고, 또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낭월도 어제처럼 오늘을 살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을 늘 되살피는 노력은 해야 할 모양이다. 오늘의 태만함이 쌓인다면 벗님

도 어느 사이에 떠나가고 말 것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낭월이기 때문이다.



6. 왜 사람인(人)이랴....



‘서로 의지하고 산다’고 사람인이라는 해석들을 하기도 한다고 들었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되는 것은 자평명리학을 공부하면서 줄 곳 들어

온 생각이다. 그러니까 왜 사람인이냐면 확실한 부분과 불확실한 부분이 서로

맞대고 있어서 사람인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타고난 팔자를 /로 보고, 환경에서 개척을 하여야 할 자신의 몫은 (슬레시표)

로 보자는 것이다. 그러니까 얼마간의 주어진 것과 얼마간의 만들어야 할 것들

이 함께 있는 것으로 보고자 하는 것인데, 실로 더욱 중요한 것은 /가 아니라

이라고 하고 싶은 것이다. (웹에는 확장한자가 지원되지 않으니 이렇게 슬레

시표로 대신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실 것이다.)



그러니까, /만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숙명론자이고, 만으로 살아가는 사

람은 개척론자라고 하자. 그리고 그 둘에 치우치면 아무것도 되지 않을 것이라

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약간 눈치가 있는 사람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은 매우 불안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봐도 되겠다. 비스듬히 서있는 것

이 이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고 하겠으니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어진 대로 살거나 노력으로 살거나 자신의 몫

이겠지만 바탕을 찾아서 완성시켜야 하는 것이 올바른 삶의 행로가 아닐까 싶

은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실로 개척하는 분야는 여기에서만 가능할 것으로 보겠고, 주변에 서로를 이해하

는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것은 아무리 할인을 해서 생각하더라도 즐거운 일임에

는 틀림이 없다고 하겠다. 여하튼 이렇게 살아가는 모습에서 자신에게 얼마나

충실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게 되겠고, 여태까지는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았는가

싶은 생각을 이렇게 주변의 벗님을 통해서 짐작만 해보고 있는 낭월이다.



7. 비가 온다고 했는데....



연못을 만들어 놓고 비를 기다리는 마음을 아실랑가 모르겠다. 성급한 마음에

는 지하수라도 하나 파서 맑은 물을 콸콸 쏟아 넣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

서 다음에 벗님들이 오실 적엘랑은 화사한 연꽃을 선물하고 싶은 것이다. 그 꽃

속에다가는 낭월의 사랑을 담뿍 넣어서 말이다.



“벗님의 오늘도 늘 즐거운 마음들이 함께 하시기를 빌어드립니다.”



계룡감로에서 낭월 두손모음